https://www.kyilbo.com/sub_read.html?uid=350063§ion=sc30§ion2=
‘한 아이를 키우려면 온 마을이 필요하다’는 말이 있다. 아이를 키우려면 온 마을 수준의 관심과 지지가 필요하다는 의미이자 아이를 돌보는 일이 그만큼 어렵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경제가 고도화되면서 여성의 경제활동 참여가 늘어나고 도시화가 진전됨에 따라 마을 단위 공동체의 유대가 예전만 못한 상황 속에서 긴급·일시 돌봄 공백은 온전히 부모가 감당해야 하는 일이 되었다. 그런 가운데 울산시가 아이를 키우는 맞벌이 부부들에게 희소식이 될 정책을 내놔 이목을 끈다. 조부모 손주 돌봄수당이 그것이다.
지난 1월 울산시가 배포한 보도자료에 따르면 양육 공백이 있는 가구의 2세 영아(24개월~36개월)를 돌보는 (외)조부모에게 수당으로 월 30만 원까지, 돌보는 영아가 3명 이상일 경우 최대 60만원까지 지원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손주 돌봄수당을 신설하고 3월부터 시행에 들어갔다. 신청은 주소지 행정복지센터에서 하면 되고 대상자 선정 기준은 크게 3가지인데 아동의 거주지가 울산일 것, 가구 소득이 기준 중위소득 150% 이하일 것, 양육 공백(맞벌이, 한부모, 다자녀 등)이 있을 것 등이며 이 외에 보육료 지원 등 다른 지원을 받는 경우라면 중복지원이 불가하다.
유사한 국내외 사례로, 경기도는 조력자 범위를 아동과 같은 읍면동에 거주하는 이웃으로 확대하고 소득 기준도 없앤 ‘경기형 가족돌봄수당’을 운영하고 있다. 외국의 경우, 호주는 돌봄에 참여하는 조부모에게 참여 비율에 따라 세제혜택을 주거나 양육 보조금을 지급하며, 영국은 친인척이 부모를 대신해 아동을 돌보는 경우 그 기간동안 국민보험을 납부한 것으로 인정해 주는 제도를 운용하고 있어 가족 구성원이 참여하는 돌봄의 가치를 인정하고 지원하는 추세이다.
손주 돌봄수당 시행 초기인지라 아직 선정된 가구가 많은 실정은 아니지만 정책 효과는 명확하다. 부모로서는 모르는 사람에게 아이를 맡기는 것보다 가족이 돌봐준다고 생각하면 더욱 안심될 것이다. 돌봄 조력자인 조부모들도 소중한 손주와 함께 시간을 보내면 애착·유대관계가 더 좋아지고 여기에 수당까지 덤으로 더해지니 일거양득의 효과를 누린다. 아이의 정서 발달과 가족 간 유대 강화에도 도움이 될 것이다.
정책 효과가 분명한 만큼 대상자의 범위를 더 확대해야 한다. 먼저 소득 기준을 살펴보자. 보건복지부 고시에 따른 2025년 기준 중위소득 150% 금액은 3인 가구 기준으로 약 750만원, 4인 가구는 약 915만원 정도다. 한편, 국세청에 따르면 2023년 울산시의 원천징수자 평균 총급여액은 4,960만원으로 서울(4,797만원)보다도 높은 1위를 기록했다. 단순 계산으로 월평균 급여액이 413만원 정도인데 자녀가 한 명인 맞벌이 부부라면 3인 가구 기준 중위소득 150% 금액을 초과해 정책 대상에서 제외된다. 명목소득 수준이 높은 울산시의 여건과 결혼 연령대가 높아지고 있는 현실을 고려해 소득 기준을 좀 더 유연하게 적용하거나 폐지해야 한다. 궁극적으로는 현행 0세~1세 아동에게 각각 100만원, 50만원을 지원하는 부모급여를 2세까지로 확대하는 방향이 좋다고 생각한다. 다만, 이는 아동수당법 개정이 필요한 사안이므로 국회 차원의 논의가 필요하다.
한편, 돌봄 조력자의 범위를 확대하는 것도 검토해야 한다. 돌봄 조력자의 범위를 조부모에서 4촌 이내 친인척으로 확대하거나, 조부모가 몸이 불편하거나 불가피한 사정이 생길 경우를 대비해 4촌 이내 친인척의 범위에서 보조 조력자를 둘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다. 가족 구성의 형태가 다양한 양상을 보일 수 있음을 유념할 필요가 있으며 여러 가족 구성원이 양육에 참여함으로써 주 양육자의 양육 스트레스를 완화하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저출생이 심화하는 가운데 모처럼 좋은 보육 지원책이 나온 것 같아 반갑다. 대상자 교육 프로그램 다양화, 체계적인 모니터링, 다른 지역 사례 조사 및 정책 효과 분석 등으로 정책의 완성도를 높여야 한다. 무엇보다 이런 좋은 정책이 있다는 사실을 대상자들이 몰라서 지원하지 못하는 경우가 생기지 않도록 적극적인 홍보에 나서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