옹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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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 혁웅
당신과 내가 한가지로 흘러가는
마음의 결이 있다면
그렇게 흐르다 마음 곁에 몸이 누워
한 곳에서 만나기도 한다면
그저 한 둥지에 누워
어미를 기다리는 새새끼처럼
입을 쫑긋거리며 거 참, 세상 좋아졌다는
한 소식 기다린다면
먼 훗날 당신 떠나고 나도
벗어나 마음자리가 텅 빈다면
그래도 그 빈 자리가
우리 살았던 한 시절을 기억해 준다면
누더기처럼 옹이가
내 몸 곳곳에 박혀 있다
옹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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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성우
느티나무 둥치에 옹이가 박혀 있네
여린 곁가지에 젖을 물려주던 마음
젖꼭지처럼 붙박여 있네
정이 어머니는
옷을 개거나 쌀을 씻다가도
왼쪽 가슴에 손을 얹어보네
손가락 사이로 더듬어져야 할
꽃봉오리는 만져지지 않네
상추쌈 먹고 젖을 먹이면 초록똥을 쌌지
꽃잎 떨어져나간 자리에 옹이가 박혀 있네
배냇니로 젖을 빨던 정이는 시집을 갔네
감정을 절제해도 절제된 가슴이 우네
암(癌), 이제는 암시랑 안혀
정이야, 무너질 가심이 없응께 참 좋다
거울 속의 가슴을
거울 밖의 어머니가 내리쳤을 때
도려져나간 가슴이 젖을 흘렸네
정이 친정집 목욕탕엔 거울이 없네
움푹 들어간 가슴이 비치지 않네
세상의 상처에는 옹이가 있네
그 후의 인어공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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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수우
오래된 나무 책상을 걸레질하다
인어공주의 눈물자국을 본다
목소리 버려 두 다리로 모래톱 딛은
사람 하나 가슴에 심은 이야기
물방울로 사랑하고 물방울로 떠돌다
물방울로 선
옹이박이 한 그루
혼자 사랑 까치발로 세우다
제 키만 키웠겠지
하마 올까 수만의 귀를 열다가
아니지아니지 모든 귀를 버리다
곁가지만 벋었겠지
마음 긁힌 자리마다 박인 옹이
햇살타래 감았으리
나이테가 굵으면 굵을수록
그리움 그리 깊었구나, 촘촘하면 할수록
기다림 오직 총총했구나, 지금도
울어도울어도 소리 없던 바다
발바닥 찌르는 바늘사랑으로 건너고 있을까
물방울로 와서
물방울로 살다
물방울로 떠난 인어공주
어디쯤 닿았을까
굳센 옹이자국을 자꾸 만져 본다
*상처에 남아있는 옹이를 어루만져 보며, 새로운 곁가지가 돋아 무성해지기를 바라는 마음입니다.
카페 게시글
시사랑
옹이를 생각하며 / 권 혁웅, 박 성우, 김 수우
아네모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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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05.22 0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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