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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7-14, 12:57박찬주 예비역 대장이 윤석열 당선인에게 띄운 공개장 다시 읽기
“용산 이전과 국군무시, 부모도 자식에게 이렇게는 안할 겁니다”
군통수권자로서 문재인 대통령이 실패한 이유는 '군통수권자는 군대를 마음대로 다루어도 된다'는 잘못된 인식에서 비롯된 것입니다. 군통수권자의 제일 중요한 책무는 군으로 하여금 정치적으로 휘둘리지 않고 군본연의 임무에 전념하도록 보장해 주는 것인데, 문재인 정부 기간 우리 군은 대통령 임기내내 정치적으로 휘둘리면서 만신창이가 된 시기였습니다.
전쟁에 대비하는 군대에 평화를 강요하면서 제대로 된 훈련조차 할 수 없는 군대로 만들어 버렸습니다. 이미 민간인 신분이 된 현역대장을 억지로 군영창에 불법 수감하였고 이재수 전 기무사령관에게는 공개적인 모욕을 줘서 스스로 자결케 했습니다. 참군인의 표상으로 추앙 받는 김관진 장군은 아직도 사법적 굴레를 벗지 못하고 있습니다. 정치적 동기에서 비롯된 불합리한 남북군사합의는 우리 군의 손발을 묶어 놓았고 건군 70주년 행사는 북한 눈치 보느라 싸이 공연으로 대체 하여 군을 경시하였습니다. 주적(主敵)개념이 모호해지면서 우리 군은 점차 강군의 위상을 잃어 갔습니다. 그 사이 북한의 핵전력은 양적으로 두 배 이상 증가하였고 질적으로는 핵강대국 수준으로 고도화 되었습니다.
이 모든 것이 군통수권자가 군대를 보호하기는커녕 군대를 정치적으로 이용하는 데 오히려 앞장섰기 때문에 일어난 현상입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새로운 정부가 들어서면서 비슷한 현상이 반복되는 듯하여 우려를 표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광화문시대를 주장하던 윤 당선인 인수위가 갑자기 대통령 집무실 용산 이전을 들고 나오면서 불과 한두 달만에 안보핵심시설인 국방부와 합참을 이전 한다는 발상, 40년 군생활을 한 저로서는 동의하기 어렵습니다.
저는 대통령 집무실을 용산으로 옮기는 것에 대해 반대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이런 식으로 군대를 다루는 것에 대해서는 동의하기 어렵다는 것입니다. 이것은 군에 대한 군통수권자의 예의가 아니라고 봅니다. 아무리 부모라 해도 자식이 살고 있는 집을 예고도 없이 나가라고 한다면 그것이 자식에 대한 부모의 예의일까요.
대통령 집무실 용산 이전 문제는 지금 계획과는 반대의 절차를 밟아야 합니다. 먼저 수방사를 남태령 지역내에서 재배치해야 합니다. 근무와 생활에 불편함이 없도록 재배치 한 후 그곳에 합참신청사를 구축하여 합참의 기능을 완비해야 합니다. 그런 다음 국방부를 현재의 합참위치로 이전하고 국방부와 합참의 안정적인 임무수행 태세가 검증된 후 대통령 집무실을 용산 국방부 청사로 옮겨야 합니다.
군은 국민의 군대입니다. 대통령의 군대가 아닙니다. 혹시 지금 침묵하고 있는 대다수 현역장교들의 그 침묵을 동조와 지지로 받아들이는 건가요.
군통수권자이기 때문에 군을 마음대로 다루어도 된다는 인식을 갖고 있는 한 강군을 기대하기는 어렵겠지요.
윤 당선인은 박정희 대통령이 집권기간 동안 군을 얼마나 예민하게 관리했는지 꼭 살펴보시기 바랍니다.
예비역 육군대장 박찬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