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2023. 7. 25. 화요일.
하늘에 햇볕이 났다. 무척이나 무더울 모양이다.
얼마 뒤에는 년간 가장 무더운 '태양의 계절'이 다가온다. 내 경험으로는 7월 말부터 8월 15일 쯤이다.
8월 초순이 연간 가장 뜨겁다.
날씨가 괜찮으면 오후에 서울 송파구 잠실 아파트 단지를 벗어나서 석촌호수로 나간다.
어제 오후에도 아파트 단지 안을 조금 에돌아서 산책로를 따라서 걸어서 석촌호수 서호 쪽으로 향했다.
일전 아파트 쓰레기장 옆에 내다버린 화분 몇 개를 보았다. 가벼운 재질의 플라스틱으로 된 화분과 작은 도자기 화분.
욕심을 내서 아직은 쓸만한 듯한 화분을 골라서 오른손으로 짚어올렸다. 비가 내리기에 왼손은 우산을 들었기에 오른손으로만 화분 여러 개를 들자니 힘이 더 들고, 등허리도 더욱 굽혀진다.
내가 사는 아파트로 가져오기는 뭐해서 쓰레기장 뒷편 공터(빈터)에 화분을 옮겼다. 나중에 가져 가야겠다고.
며칠이 지난 어제 오후에 그 쓰레기장 뒷편으로 가서 확인하니 화분이 하나도 없이 모두 없어졌다. 누군가가 가져갔다는 뜻.
나는 배운다.
1. 화분을 내다버리는 사람
2. 화분을 주워서 다른 장소에 보관하는 사람 : 나중에 가져간다고 망설인 사람.
3, 화분을 자기네 집으로 가져가서 이를 재활용하는 사람(최종 소유자)
나는 두번 째에 해당하는 중간소개자이다. 남이 버린 물건이라도 이를 주워서 재활용하거나 다른 용도로 고쳐서 쓰겠다면서 다른 장소에 보관하는 사람(중간 소개인), 나중에 가져가겠다면서... 하지만 결과는 공연히 헛수고만 한 셈이다.
세 번째 사람이 진짜 물건 주인이다. 공짜로 물건을 얻었으니... 그는 화분에 식물을 심어서 재배할 게다. 아름다운 꽃구경도 하면서.
나는 배운다.
망설이지 말고, 즉시 실행해야겠다고.
모든 것은 시간에 구애받고, 임자(진짜 주인)은 따로 있다고.
나는 1949년 1월 말 생이다. 요즘 만나이74를 지난 탓으로 등허리가 나날이 더욱 굽혀지며, 팔다리에 근육살이 빠진다. 길을 걸을 때에는 두 팔뚝을 뒤로 돌려서 뒷짐을 지고는 이따금씩 멈춰 서서 쥔 주먹으로 등허리를 통통 두들겨서 허리통증을 조금이라고 줄이려고 한다. 이렇게 하면 굽혀졌던 허리가 조금은 펴지는 듯한 착각을 일으킨다.
나는 서해안 충남 보령시 산골인 화망마을에서 텃밭농사를 짓던 늙은이.
함께 살던 어머니가 아흔다섯 살 난 지 며칠 뒤에 저세상으로 여행 떠니셨기에 서낭댕이 앞산(웅천읍 죽청리)에 있는 아버지 무덤 한 자락을 파서 어머니의 집도 지어드리고는 나는 처자식이 있는 서울로 그참 올라왔다.
나는 서울에서는마땅히 할 일이 없는 한량 건달이기에 '등신, 머저리, 바보, 멍청이, 백수건달 등'이나 되었다. 이런 나한테는 날마다가 '쉬는 날, 노는 날, 공휴일'이다.
이린시절부터 일하는 게 체질화되었던 나는 그래도 뭐라도 하려고 비좁은 아파트 실내에 화분 130여 개를 올려다놓고는 화분농사를 짓는다. 일명 '컵농사'이다. 비좁은 베란다 통로에 크고 작은 화분 130여 개나 길게 늘여놨으니 이따금씩 아내의 잔소리를 듣게 마련이다.
내가 주워온 화분 한 개라도 아파트 실내에 들여오면 아내는 늘 지청구를 퍼부었다.
'그만 줏어 와요. 당신이 죽으면 모두 내다버릴 거예요.'
현실이 이러하니 내가 화분 하나라도 더 아파트 실내로 들여놓으려면 아내의 눈치부터 먼저 살피게 마련이다.
퇴직한 지도 만15년이 더 지난 지금... 나는 할일이 없는 무기력한 늙은이가 되었기에 아내의 눈치를 살피며, 때로는 지청구를 먹는다.
비좁은 아파트 실내인 베란다에 화분을 올려놓고는 '화분농사, 컵농사' 짓는 게 마냥 즐거울까?
아니다. 화분 흙속에는 해충인 '민달팽이, 공벌레, 거미류'가 왜그리 많은지. 그렇다고 해서 꽃가게에 가서 살충제를 사다가 마구 뿌릴 수도 없다.
밤중에 전등불을 켠 뒤에 화분을 들여다보면서 화분 흙에서 꼼지락거리는 벌레를 발견해서 티-스푼으로 벌레를 짚어올린 뒤 꽃삽 안에 올려놓고는 쇠붙이로 만든 티스픈으로 탕탕 내리쳐서 해충들을 극락세계, 천당에 보낸다.
날마다 밤중에 서너 차례 나와서 화분 흙을 살펴야 한다.
이들 해충 가운데 가장 징그럽고 혐오스런 게 민달팽이다. 등껍질이 전혀 없는 민달팽이는 끈적거리는 분비물을 묻혀가면서 화분에서 벗어나서 베란다 마루바닥에 기어다니기에 더욱 혐오스럽다. 작은 거미도 그렇다. 눈에 보이지도 않을 만큼 작은데도 똥구녁에서 가느다란 실을 뽑아서 길게 늘여뜨리고.. 자칫하면 내 방안으로 기어들어온다. 작은 거미는 가느다란 줄을 늘여뜨려서 공벌레를 돌돌 말아서 거미의 속살을 파먹는다. 자연스럽게 거미는 죽고 빈 껍질만 남고.
공벌레 이들은 대체로 화분 속에서만 맴돈다.
이들 해충들은 식물의 뿌리, 줄기, 가지, 잎사귀 등을 갉아먹어서.. 특히나 작고 약한 새싹류 식물들을 죽인다.
2023. 7. 25. 화요일.
나중에 보탠다.
단숨에 쓰자니 조금은 지친다. 의자 위에 오랫동안 앉은 탓으로 등허리도 더욱 굽혀지고.
첫댓글 그렇게 화분을 주워다가 작은 소농작을
한다는 것은 참으로 낭만적으로 생각됩
니다 그러나 자연의 전원에서 기르는
농사일 보다는 못하겠지만 그래도 나름의
즐거움과 보람은 있을 것 같네요
글 잘 보고 갑니다
댓글 고맙습니다.
서울 송파구 잠실 아파트 단지...
쓰레기장에는 화분, 화초들이 상당히 많이 나오지요.
크고 작은 도자기형태.... 살아 있는 식물도 있고, 죽은 식물도 있고....
정말로 쓰레기들입니다. 해외에서 들여온 토기형/도자기 화분이 대부분이지요.
그거 거둬들여서 어떻게 처리할 것인데? 결론은 그 쓰레기들은 어디로 가져서 어떻게 처리한다는 것인지.
저는 헌 화분을 이따금 주워오고, 뿌리조차 캐서 내다버린 식물을 보면 '혹시 살릴 수 있을까?'
안타까운 마음으로 더러는 주워서 집으로 가져오지요. 대부분은 죽고, 더러는 용케 살아서 번식도 하고...
화분... 화분 속의 식물...
내다버리면 그게 다 쓰레기.
하나뿐인 지구, 아름다운 지구를 위해서라면
쓰레기를 덜 버리고, 버렸으면 이를 주워서 재활용하고, 새로운 용도로 재사용하는 방법을 생각해야겠지요
최 선상님!
민달팽이좀 그만 죽이고요.
아파트 꽃밭이나 풀숲에 살려 주셔요. 그들도 생명입니다.
저는 이제 아파트 주변 돌며 거미줄 치(지)우고 쓰레기 주우러
나갈 시간입니다.
그래요 ㅎ 생물을 보호합시다 그들도 자연의 일부예요~
예.....
대답은 얼마든지 하겠으나 여전히 잡아낼 겁니다.
화초 어린싹을 뜯어먹어서 화초가 죽거든요. 허망하기 짝이 없고....
어디 민달팽이뿐이겠어요. 공벌레 왜 그리 새끼가 많은지....
박 선생님.
왜 거미줄을 치우려고 하세요?
그거 거미한테는 식량조달 도구이지요.
쓰레기도 그냥 놔뒀다가 큰 화물트럭 한 대 분량쯤 되거든 작업하셔유.
따악 ~ 아이쿠 아펴유.
예.....
대답은 얼마든지 하겠으나 여전히 잡아낼 겁니다.
화초 어린싹을 뜯어먹어서 화초가 죽거든요. 허망하기 짝이 없고....
어디 민달팽이뿐이겠어요. 공벌레 왜 그리 새끼가 많은지....
박 선생님.
왜 거미줄을 치우려고 하세요?
그거 거미한테는 식량조달 도구이지요.
쓰레기도 그냥 놔뒀다가 큰 화물트럭 한 대 분량쯤 되거든 작업하셔유.
따악 ~ 아이쿠 아펴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