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박응진 기자 =
주명환 구산중학교 전문상담교사.© News1
(서울=뉴스1) 박응진 기자 = 버스 추돌사고로 뇌사상태에 빠진 여대생의 장기기증 사연(20일 뉴스1 보도)이 알려진 가운데 최근 뇌사판정을 받은 한 중학교 교사도 장기기증으로 새 생명의 희망을 주기로 해 감동을 더하고 있다.
21일 서울 신촌 세브란스병원 등에 따르면 구산중학교 전문상담교사 주명환(45)씨는 이날 오전 7시30분쯤 뇌사판정을 받은 이후 이날 오후 장기기증을 위한 장기적출 수술을 받았다.
장기기증을 위한 수술은 이날 오후 5시부터 진행되고 있으며 주씨의 신장과 폐, 간장, 콩팥 양쪽 등 장기는 생명이 위독한 5명의 환자들에게 이식돼 새 삶을 열어줄 예정이다.
주씨는 '모야모야병' 진단을 받은 후 부인(43)에게 "내가 죽게 되면 아름다운 기증을 하고 싶다"는 말을 해왔고 부인을 비롯한 친인척들은 주씨의 뜻에 따라 장기기증을 결정하게 됐다.
모야모야병은 특별한 원인 없이 대뇌에 혈액을 공급하는 목동맥의 벽 안쪽이 두꺼워져 막히고 그 부근에서 이상혈관이 관찰되는 병이다. 한 해 국내 성인 100여명에게서 발병하는 희귀질병으로 알려져 있다.
주씨가 모야모야병을 진단 받은 것은 지난 1월이다. 잠에서 깨어난 주씨는 갑자기 두 눈이 안 보이는 증상을 보였고 대학병원에 입원해 치료를 받기 시작했다.
하지만 끝내 오른쪽 눈은 회복할 수 없었고 동시에 모야모야병 진단이 확정됐다. 이후 주씨는 요양차 고향인 경북 영주의 한 병원에서 약 한 달을 지내다 퇴원하던 중 변을 당했다.
주씨는 지난 14일 퇴원수속을 밟고 병원을 나서던 중 갑자기 뇌출혈을 일으켜 길거리에서 그대로 쓰러졌다. 뇌출혈은 모야모야병을 앓는 성인들 사이에서 주로 발견되는 증상 중 하나이다.
가족도 이같은 변을 막을 수 없다는 걸 짐작하고는 있었지만 마지막 희망을 버리진 않았다. 가족은 이내 그를 세브란스병원으로 옮겨 치료를 받게 했지만 끝내 주씨는 의식을 회복하지 못하고 뇌사판정을 받게 됐다.
주씨는 3남4녀 중 막내로 이번 장기기증을 반대하는 형제도 있었다. 하지만 주씨 부인은 "남편의 좋은 뜻에 동참해주시면 좋겠다"고 친인척을 설득해 지난 19일 장기를 기증하기로 결정했다.
주씨의 헌신과 봉사정신은 이미 정평이 나있었다. 1987년 대구대 특수교육과에 진학한 그는 같은 학과에서 지금의 부인을 만났고 졸업 후에는 함께 특수학교에 재직하며 지체장애 학생 등을 가르쳤다.
지난해 9월부터는 서울 은평구 구산중학교에서 전문상담교사로 일했다. 이 학교 박용수(56) 교감은 "주 교사는 학생들 뿐만 아니라 학부모들을 상대로도 밤까지 면담을 했다"며 "성실하고 열정적인 교사로 기억된다"고 말했다.
고등학생 때부터 30년 지기 친구인 이영갑(45) 용문중 교사는 "상대방에게 배려와 정이 많은 친구였다"며 "평소 활발한 모습에 건강도 나쁘지 않았는데…"라고 말을 잇지 못했다.
주씨의 작은 형(54)은 그를 책임감이 강하고 봉사심이 많은 동생으로 기억했다. 그는 "동생이 고향 병원에 있을 때도 동료와 친구들의 문병이 끊이지 않을 정도로 교우관계도 좋았다"며 "아무쪼록 이번 기증을 통해 어려운 사람들에게 도움이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세브란스병원 관계자는 "정확한 장기 상태를 확인해봐야 하지만 현재는 4~5명의 환자가 장기를 기증 받을 예정"이라며 "평생 투석 생활을 해온 환자부터 생명이 위독한 환자들에게 장기가 기증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유족으로는 부인과 아들(15), 딸(7)이 있다.
첫댓글 고귀한 삶의 마지막 자취를 남기신 분 이십니다.
다른 세상으로 가신 분의
남겨진 유족분들께서 앞으로의 삶이 아무런
어려움없이 누릴수 있었으면 정말 좋겠습니다.
저도 동감 입니다, 극락세계[천당] 에 가셔서 만덕을 누리십시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