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호식은 올해 나이 80세지만 투신류의 4단공을 거의 완성하였기에 나이를 먹지 않았고 오히려 주름살이 없어 지면서 젊어져서 지금은 50대로 보일 지경이다. 윤호또한 투신류의 4단공의 중반부에 접어들었기에 20살 이후로는 늙지 않았다. 그런 그들이 지금 컴퓨터 앞에 모여서 하나의 동영상을 보고 있었다. 바로 천협련 100번째 생일 잔치날때 일어난 사건을 찍은 동영상이었다.
"흠, 윤호야. 네가 보기에는 어떻냐. 진짜 폭발물이 터진것 같느냐? 나는 아니라고 본다만……"
그러자 윤호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네, 이건 폭발물을 터뜨린 것이 아닙니다. 분명 이것은 엄청난 위력의 장풍을 사용한 것입니다. 폭발물이었다면 불꽃이 튀고 그래야 하는데……불꽃을 만들지 않으려면 수소 다이너마이트가 필요한데 그것의 위력은 벽이 아니라 건물 자체를 날려버릴 정도입니다."
"그렇지. 흐음……그렇다면 이들이 나타난 목적은 무엇이며 정체는 무엇이지? 천협련이라면 분명 중국 전체를 장악한 조직이 아니더냐? 정치계의 거물들도 천협련과는 음적으로 양적으로 연결이 되어 있다던데……."
그때였다.
"그렇습니다. 천협련은 중국의 대통령과도 깊은 인연이 있습니다."
"아, 초우니?"
"그래."
신초우. 대제무의 계승자로써 윤호가 군대에서 만난 친구였다. 현재 그는 윤호의 바로 옆집에서 살고 있는 존재이며 무위는 윤호와 비슷하다. 하지만 성격은 마치 옛날의 윤호를 보듯이 차갑고 냉정하다.-즉, 지금의 윤호는 요한이를 보는 듯 하다.-
황호식이 초우를 보며 말했다.
"초우야. 그걸 네가 어찌 아느냐?"
"저희 할아버지께서 천협련의 련주와 깊은 인연이 있으시니까요."
"호오. 그래?"
신관민. 초우의 할아버지임과 동시에 올해 80세로써 황호식과는 6년 전부터 그들의 손자들에 의해 알게된 존재이다. 그의 무위는 황호식과 비슷하며 성격은 초우와 똑같다.
"네, 그렇습니다. 그리고 할아버지는 이번에 천협련의 100주년 기념 파티를 망친 존재가 천마신교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순간 윤호가 피식거리며 말했다.
"천마신교? 큭, 그건 무협지에 나오는 놈들이잖아. 그런게 어딨어?"
그러자 초우도 약간 으쓱 하며 말했다.
"몰라. 일단 습격자들이 그렇게 말했다고 하더군."
"그으래애? 흐음……뭐, 그 녀석이 아무 짓도 안하고 그렇게 씨부렸다면 거짓이겠지만 그 녀석은 장풍으로 벽을 부쉈어……흐음……. 왠지 이거 수상한 사건의 냄세가 나는데……."
"하지만 천협련 측에서는 자신들이 알아서 할 것이라고 하더군. 그러니 우리는 그냥 구경만 하면 돼. 어차피 그들은 중국이고 우리는 한국이니까."
"그렇지. 쩝……. 그나저나. 우리 오랜만에 비무 한판 할까?"
"비무라……그것 좋지."
"좋아. 따라와."
그렇게 연무장으로 향하는 그들을 보며 황호식은 내심 "젊은때가 가장 좋은 때여." 라고 생각하며 동영상을 자꾸 재생시켜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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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마신교의 습격자들이 말하고 떠난 지 2개월이 지났다. 천산산맥의 중앙에 위치한 천마의 탑(666층의) 665층에 다섯 장로가 오체투지를 하고 있고 그들의 앞에는 벌거벗은 핏빛 머리카락을 허리까지 늘어뜨린 미남자가 서 있었다. 그리고 그런 그들을 장구류가 보며 말했다.
"좋아. 우선 혈마 1호에게 혈마광기대법을 가르쳐라. 성공작이라면 3일만에 너희 다섯 중 셋을 합해야만 나오는 수치의 공력을 가지게 될 것이다. 그렇게 된다면 그때부터 혈마신검과 혈마신장, 혈마지, 혈마수를 가르쳐라. 아마 한달안에 모든 무공들을 12성 대성할 것이다."
"존명!"
"자, 가 보거라."
사사삿
이번에도 그들은 공간이동을 하듯 사라졌다. 혈마또한 마찬가지였다.
그리고 한달이 지났다.
이번에는 혈마 1호 홀로 마왕좌의 아래에서 오체투지를 하고 있었다. 장구류는 그런 혈마 1호를 바라보며 흐뭇하게 웃었다.
"흐흐흐. 혈마 1호. 축하한다. 알겠지만 너의 공력은 5갑자에 육박하다. 또한 네가 익힌 혈마신검과 혈마신장, 혈마지, 혈마수는 너에게 정말 잘 어울리는 무공들이다. 비록 신법은 천마군림보를 익혔겠지만……그래도 천마군림보가 너와 상성이 들어맞으니 다행이구나. 하하하!"
그러자 혈마 1호가 말했다.
"교주. 명령을……."
순간 장구류의 눈끝이 씰룩거렸다. 그러더니 장구류는 곧장 컵을 혈마 1호에게 날렸다. 하지만 혈마 1호는 왼손으로 간단하게 컵을 잡은 후 말했다.
"교주. 명령을……."
장구류의 눈끝이 이제는 파르르 떨렸다. 그때였다.
<그에게 명령을 내려라. 그는 아직 예의를 배우지 못했다.>
마제에게로 부터 심어가 내려와서 장구류를 말렸다. 장구류는 마제의 심어를 듣는 순간 움찔거리더니 이내 호흡을 안정시킨 후 말했다.
"좋다. 명령을 내려주마. 너는 지금 이 시간부로 중국 내에 위치한 모든 종교적인 건축물과 그 건축물 내부에 있는 인간들을 소멸시켜라. 너에게는 내가 친히 혈마검 1호를 내려줄 테니 그것으로 중국을 피바다로 만들어라!"
그리고 장구류는 자신의 옆에 꽃혀있는 핓빛의 혈마검 1호를 있는 힘껏 혈마 1호에게 던졌다. 하지만 혈마 1호는 그것 또한 능숙하게 받아냈다. 그리고는 검이 없이 자신의 허리에 메어져 있는 검집에 집어 넣었다.
그 모습을 본 장구류는 인상을 찌푸리더니 소리쳤다.
"어서 가지 않고 뭐하느냐!"
"존명……."
사사삿
"에이……혈마 2호에게는 예의범절도 가르쳐라고 해야겠어……. 그나저나 천마수호대주 이 개자식…… 애들 다섯만 뽑아라고 했더니만 언제 뽑는거야?! 그리고, 잠영대주 이 개자식도 언제부터 내가 혈마 1호한테 위협이 될 존재를 찾아라고 했는데 아직도 못 찾고 있어?! 으이그……어째 내 밑에 있는 것들은 전부다 저모양 저 꼴이냐?! 으이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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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12월 25일. 원래라면 성탄을 축하하여서 개신교회와 카톨릭 교회가 축하행사를 하기에 떠들썩한 날이지만 이곳 중국에서는 매우 조용한 성탄절을 사람들과 교회들이 맞이하고 있었다. 비단 조용한 것은 교회만이 아니었다. 절도, 사당도, 도교 성전도. 모두가 조용했다. 그 이유는 한 가지였다.
1개월 전부터 시작된 중국 내부에서만 일어나는 무차별적인 종교들에 대한 학살과 방화 때문이었다.
지난 1개월간 중국 내부에 있는 교회, 절, 도교 성전은 물론 사당들 조차도 어떠한 괴인에 의해 불타버렸고 그곳에서 신을 찬미하던 자들 또한 그 괴인에 의해 죽어버렸다.
중국 정부는 이 사건을 "종교에 불만이 많은 몇몇 사람들이 총과 폭탄으로 무장해서 일으킨 범죄" 라고 하면서 범인을 색출하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실제로 중국의 몇몇 정치 거물들은 그 사건이 그저 범죄가 아니란 것을 잘 알고 있었다.
그들은 4개월 전 천협련의 100주년 행사에 참여를 하였고 그곳에서 천마신교의 경고를 들었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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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우. 도대체 아무런 정보도 들려오지 않았군. 아직까지 알려진 것은 피살자들이 모두 일검에 죽거나 일수에 죽었다는 것 뿐……. 휴우……정말 모르겠어. 천마신교란 것이 실제로 존재하는 건가? 그렇다면 그들이 이제서야 나타난 이유는 무엇이지? 모르겠어……정말 모르겠어……."
진운은 지금 자신의 컴퓨터로 속속 보고되고 있는 정보들을 보며 답답한 나머지 한숨을 계속해서 내쉬었다.
현재 중국 전역으로 개방의 120만 노숙자들이 깔려서 정보를 캐고 있다. 하지만 개방의 정보력은 그 옛날 거지들이 활동할 때나 현재 노숙자들이 활동할 때나 똑같았다. 자잘한 정보들은 모두 알수 있지만 고급 정보들은 알 수 없는 것이 바로 그들이었다.
무당파또한 현재 99%의 문도들이 사회인이라지만 그들 또한 정보를 쉽게 알 수가 없었고 그것은 문도의 95%가 사회인인 현천문 또한 마찬가지였다.
"확실히 천마신교가 이번 종교 피습 사건과 연관이 깊은 것은 사실인 것 같아. 그런데 그들이 왜 그런 짓을 하는걸까? 보통 무협지에서 보면 마교라는 녀석들은 정파, 즉 우리 천협련과 같은 존재들에게만 칼을 쓰는데……왜? 왜 그럴까? 휴우……."
그렇게 한숨을 내쉬며 진운은 계속해서 컴퓨터를 두들겼다.
하지만 천협련의 끈질긴 조사에도, 중국 정부의 끈질기고 과학적인 조사에도 천마신교의 정체는 알려지지 않은 채 종교 피습 사건은 계속되었고 결국 모든 절과 교회, 사당, 도교 사원에는 사람들의 발길이 끊어져 버렸다.
그렇게 시간은 흘러서 어느덧 2020년 새해가 밝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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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끄으윽……."
"허어억……."
"후우. 이 세끼들아. 내가 너희들한테 시킨 일 기억 안나? 응?!"
"기, 기억 납니다…… 쿨럭……."
"기억이……나는……군요."
"그런데 세끼들아. 너희들이 나한테 일언 반구도 없어?! 엉?! 내가 말했지. 혈마 1호를 방해하는 세끼들 작살내기 위해서 천마수호대주 너한테는 검 잘쓰는 인간 다섯만 뽑아랬고 잠영대주 너한테는 그 놈의 정체를 알아내라고 내가 독촉을 했지. 엉? 그런데 왜 말을 안해. 어? 왜 말을 안해?! 알아 냈으면 알아냈다. 못알아냈으면 못알아냈다고 해야 할거 아니야?!"
"죄, 죄송……."
"죄, 죄송합……."
"죄송이면 다야?!"
장구류는 피를 토하고 있는 천마수호대주와 잠마대주에게 한차례 소리 친 후 천마부양으로 마왕좌까지 올라가서 앉았다. 그리고는 소리쳤다.
"잠마대주. 너는 내일까지 그 놈의 정체를 알아내서 천마수호대주에게 전해줘라. 그리고, 천마수호대주는 모레까지 애들 다섯 뽑아서 나한테 와라. 그럼 빨리 꺼져!"
"조, 존명……."
"존명……."
사사삿
천마수호대주와 잠마대주가 사라지자 장구류는 위스키를 가득 부은 컵을 들고는 위스키를 원샷하며 말했다.
"으이그. 우리 아버지때의 천마수호대주와 잠마대주는 정말 똑똑하고 일처리 능력이 뛰어났었는데. 어째 내 대의 놈들은 전부다 돌 대가리냐. 응?!"
장구류는 다시 가득찬 컵에 입을 가져다 대고 위스키를 목으로 넘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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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후. 천마수호대주와 잠마대주는 장구류가 말한 일을 해결하였다. 장구류는 천마수호대에서 뽑힌 다섯명. 일목, 광복, 진명, 수라, 나찰녀. 이 다섯을 한국으로 파견하면서 말했다.
"너희들이 그 놈을 죽이던 살리던 상관 없다. 하지만 만약 너희가 그 놈에게 당하더라도 최소한 그 놈에게 중상은 입혀라. 알겠느냐?!"
"존명!"
"자, 그럼 떠나거라."
그렇게 천마수호대의 다섯 명은 천산산맥에서 빠져나왔고 곧 중국 내에 위치한 천마신교 출신의 정치인의 도움으로 비자를 무사히 얻어서 한국으로 출국할 수 있었다.
그 시간. 윤호와 황호식은 자신들을 노리고 천마신교에서 사람을 보냈다는 것을 꿈에도 생각지 못하고는 계속해서 초우와 함께 천마신교에 대해서 토론을 나누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