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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화요일부터 소규모 회사에 나가기 시작했었다.
직원은 대표1, 사원 나까지 3. 총 넷인데 그나마도 3년간 일했던 최고참(?) 선임이 이번달 말로 그만 둔단다.
그래서 총 세 명으로 간추려질 것 같다.
나머지 직원은 나랑 10살차이가 난다. 하하하. 스물 둘이라니...아주 전도가 유망하다. 부럽다.
나이를 먹는다는 건 하루하루 갈 수록 가능성을 박탈당하거나 깎아먹는것과도 같기에. 그 이제 시작하는 파릇한 시간이 부럽다.
뭐..본인들은 정작 그 땐 모르지만. 나도 그랬듯이.ㅎㅎㅎ
그냥 지난 4일간 되게 여러가지 생각이 들었었다.
첫날은 약간 정신도 없고 너무 긴장해있어서 온 몸이 쑤시더라.
내가 큰 회사에서 사회생활을 5년을 했지만. 그래도 하는 업무가 전혀 다르고 난 사무실에서는 일해본적이 없어서. 아니구나, 정확히 말하면 사무실에서 일해본 건 두 달 뿐이어서 대충 짐작은 했지만 되게 얼떨떨하고 그랬던 것 같다.
거기다 난 아예 새로운 직종을 스타트하는것이기때문에. 눈치도 엄청 보고 어떻게 처신해야 할지 고민하는 중인 것 같다.
직원이 셋밖에 없는데도..ㅋㅋ
하루는 너무 긴장해있어서 오히려 컨디션이 좋은 듯 보였었고, 그 다음날은 또 너무 릴랙스되어있어서인지 컨디션이 다운되고를 반복했던 것 같다. 어제는...심지어 '불금'이었음에도. 집으로 돌아오는 길이 왜 이리도 울적하던지..
샤워를 하는데 어디서부터 오는지 모를 울음이 터져서..머리 말리면서 눈물을 뚝뚝 흘렸던 것 같다.
그리고 자다 깨가지고는..괜히 서러워서 울다 다시 잠들고.
지금은 일어나 카페로 왔는데 기분이 꽤 좋은 편이다.
이런 감정의 기복이라니....허허...
사실은 꽤 많이 우울한 것 같다.
그냥..회사에 있으면서 아직까지 크게 하는일이 있는 건 아니지만 그래도 처음으로 패키지 디자인을 한번 해보라고 미션이 주어지기도 했고..제품 판매를 겸하는 회사라서 주문이랑 발주 관리도 해야 하는것 같고..
난 그냥 그림만 그려봤지 이런 '디자인'은 실무를 해본적이 없으니..꽤 당황스러웠다.
이건 입사할때부터 내가 미리 얘기하긴 했던거라. 그리고 대표도 알면서도 날 뽑았으니 뭔가 생각이 있겠지.
그래서인지 꽤 천천히 화내지 않고 잘 가르쳐주시긴 한다.
무슨 일이든 마찬가지로 한 3개월정도 하면 감이 잡히고, 6개월정도 하면 전체적으로 내가 뭘 해야할지를 알고, 1년정도 되면 꽤 시야가 트여서 내가 어떻게 해야 할지를 알게 된다. 그러니까..내가 그 일을 잘 하는지 아닌지를 알려면 적어도 1년이 필요한거다.
지금 너무 불안하긴 하지만..이 전의 직장에서도 그랬듯이. 거치는 과정이라고 생각하겠다. 내가 적어도 20대였다면 좀 더 마음이 편했을까?
가끔 회사 화장실 칸에 혼자 앉아있을때면..'아 그냥 전 직장에서 적어도 결혼할때까진 있었어야 했는데...내가 왜..지금 거기 있었으면 사무장 소리 들으면서 지위도 있을거고 새로운 직급에 맞는 일을 배워야했긴 했겠지만 그래두 하던 일이니까 좀 더 수월하거나 했을지도 모르는데...'하는 생각을 한다.
그리고 난 이제 더 이상 뭔가 새로운 것을 시작할만큼 젊지 않구나, 서른 둘 먹고 아무것도 모르는 필드에서 지금 뭐하는건가 등등...
별의 별 생각을 다 하면서 우울해지곤 한다.
하지만 이미 엎질러진 물이고. 단기간에 그만 둘 생각은 없다. 회사에서 불공정하게 대하는 일이 없는 이상..
오히려 아무것도 하지 않고 그 위치를 유지하기 위해서 혼자서 방황하는..서른 둘의 나이에 경제활동도 하지 않는 그런 사람으로 남는게 더 싫다. 싫은 것 같다.
하지만 저 우울감은 어떻게 할 수가 없다.
아마도 지난 시간들에 대한 회한 또는 후회 또는 나 자신에 대한 자책 등등이겠지?
마음이 너무 아프다.
어제도 마음이 너무 아팠다.
내가 왜 이렇게 살아야 하는지.
그냥...딱히 세상에 바라는 것도 없어진 것 같고. 뭘 요구하고 싶지도 않은 것 같고.
뭔가 중요한 것이 거세당한것처럼 그냥 그렇게 둥둥 떠내려가듯이 살고있는 것 같다.
집에 터덜터덜 걸어오는데. 울적한 가운데 그런 생각이 슬그머니 들었다. 내가 얼마나 더 잘 해야되는데...내가 뭘 얼마나 더 잘해야하냐구...이런 생각.
난 왜 뭘 해도 잘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건지.
뭘 해도 늘 부족한 것 같고. 잘 하고 있어도 잘 하고있지 않은 것 같고. 밑 빠진 독에 물 붓는 느낌이다.
실제로는 보면 잘 하고 있는것도 같은데. 그 '잘 한다'는게 실적적인 측면을 말하는건 아니다. 그냥..다른 사람들처럼 내 인생 내가 책임지고 끌고 가는 뭐..그런 걸 말하는거다. 그냥저냥 회사에 들어가서 일도 했었고. 선배도 되어봤고. 후배도 가르쳐봤고. 멘탈이 무너져서 모든걸 접고 다시 새로 시작하고 있긴 하지만 그래도 빠져나올 수 없을 것 같던 그 구렁텅이에서 어떻게든 기어 나와보려고 애썼기에 지금 회사에 일단 들어와 적응하려고 하고 있기도 하고. 누가 뭐라 하지 않아도 알아서 어쨌든 나름대로 꾸려가고 있는 것 같긴 한데. 누구는 뭐 엄-청 잘나가지고 막 엄청난 일을 하면서 삶을 꾸려가는지. 다들 그렇고 그런게 삶 아닌가..? 내가 백만장자가 아닌 이상 말이다.
그런데 왜...내가 더 뭘 얼마나 잘 해야 하는건데 하는 생각이 드는걸까.
엊그제 꿈에서. 내가 어떤 학교?같은 건물에 있었는데. 계단에 핏자국이 있는걸 보고 그 핏자국을 따라갔더니 한 교실이 나왔다.
교실 앞문으로 안을 쳐다보니. 한 백발의 선생으로 보이는 노인네가. 자기 반의 어린 남학생(흑인 하나 백인 하나였던거같은데..) 두 명을 칼로 목을 그어서 죽이고 있던 것이었다. 나는 너무 소스라치게 놀라서 뒷걸음질 치려고 했는데 그 노인네가 나를 발견하고는 들고 있던 칼을 나에게 던졌다.
그 칼은 내 얼굴쪽으로 날아왔고....그러고 전원이 나간듯 화면이 까맣게 되었는데 그러면서 깼다.
...
그 영감탱이는 존내 잔인했다. 아이들은 맥없이 당한 모습이었고. 난 어떻게 되었던 걸까? 그렇게 칼을 얼굴 정면으로 맞으면 분명 죽었을 것 같다. 존내 무서워...
그리구 그 꿈 전에는 막 교실인지 내가 자주 가는 카페인지 암튼 그런 곳에 전 직장 동기들이 막 가방을 메고 꾸역꾸역 막 쳐들어오질 않나...그 전전날에는 전 직장의 라이벌회사 꿈을 꾸기도 하고...
뭔가 지금 내가 새로 이 일을 시작하는데 있어서 다시 전으로 돌아가고 싶은 마음이랑 상충되는게 있는건지.ㅎㅎ
꿈 해석은 내가 잘 모르고, 또 가끔 들어보면 내 추측이랑은 내용이 다를때가 꽤 있어서. 확신할 수는 없지만.
마음이 뭔가 복잡한 건 맞다.
이 우울감도.
내 안에 나를 엄하게 혼내는 누군가가 있다.
그 생각을 요즈음 계속 하고 있고 느끼고 있는데.
그 조련사는 나를 너무 힘들게 하고 죽고싶다는 생각을 가지도록 만든다.
너무 힘들다. 진짜 너어무 힘들어.
그 조련사는. 웬만해선 만족을 하지 않는다.
내가 그가 원하는 위치에 다다를때까지 아마 채찍질을 멈추지 않을거다.
그런데 더 짜증나는 건, 그 '원하는 위치'라는게 명확하지도 않다는 것이다.
그냥 그 조련사는. 내가 하는 모든 행동을 깎아내리고 혼내기 위해 존재하는 것 같기도 하다.
어떤 맥락이나 의미와는 상관없이. 언제나 긍정적인 반응을 이끌어내야 하고. 언제나 잘 한다는 평가를 받아야 하는거다.
그런 '비현실적인' 조련사는. 날 너무 초라하게 만들고. 삶의 생기를 빨아먹는다.
'해서 뭐해'라는. 허무주의에 빠지게 만든다.
시발.
아주 어렸을 때는 기억이 잘 나질 않아서. 그냥 연상되는 생각들로 추측을 할 뿐인데.
아무래도 그 조련사는..내가 유치원에 다닐 때 재롱잔치 사회를 보게 되었는데. 그 대본을 다 유려하고 완벽하게 숙지하지 못한다고 해서 엄마한테 엄청 겁박당하고 맞아가면서 그걸 공부했는데. 그 때의 엄마의 태도와 많이 닮아있는 것 같다.
나는. 내가 가진 능력이나 나이같은 건 전혀 고려되지 않은 채 어쨌든 엄마 혹은 선생님의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서 유려하고 완벽해야 하고 잘 해야 했다. 물론 유치원 선생님들이 엄마더러 '그렇게' 가르치라고 하진 않았겠지. 솔직히 뭐 다섯살 짜리한테 뭘 얼마나 기대했겠냐구....
엄만. 남들이 '이렇게 해'라고 하면. 그걸 달성하지 못하면 엄청 불안해하고 자기가 욕먹는다고 생각하는 타입이니까. 나에 대한 고려는 전혀 없는채. 자기가 그렇게 되도록 만들어내야 하는 어떤 미션과도 같았던거다.
난..덕분에 지옥을 맛봐야 했고.
재롱잔치땐 그거 다 못외워서 그냥 대본 보고 읽듯이 그냥 했는데. 외워지지도 않았고. 난 그렇게 유려하게도 못하겠더라. 그리고 잘해야한다는 생각이 오히려 더 굳어버리게 만들었던거 같기도 하고.
근데 이 사실을 기억은 하는데. 이걸로 인해 막 마음이 아프고 그러진 않았었다. 왜 이제와서 마음이 아픈건지 모르겠다. 나에게 있어서 엄마는. 약자였다. 약한 사람. 그리고 착한 사람. 엄마는 언제나 약하고 착한사람이었기에 괴롭히면 안되는 사람이었다. 아빠는 강자였고 언제나 강하고 말이 안통하는, 약간 독재자같은 사람이라는 생각이었어서. 내가 보기에 아빠가 엄마를 괴롭힌다고 생각했던것도 같다. 엄마는 너무 약하고 착한데, 강하고 기가 센 아빠가 엄마를 힘들게 한다고 생각했던 것 같아.
근데 요즘 보면 엄마도 되게 나쁜 구석이 있어. 짜증나는 구석도 있고. 솔직히 정신적으로 그냥 사춘기 소녀같아. 어른같단 생각은 안들어. 딸내미한테도 이기고싶어하고. 아니 이기고싶어한다기보다 자기가 '잘 하는' 위치에 있어야 하고 '잘난'위치에 있어야 하기 때문에? 상대방을 까내려야 하는, 뭐 그런 느낌. 우리 엄마가 타고난 심성은 참 착하고 고운데. 저런 면이 또 있다. 자기가 은근 대장이어야 하고. 아니면 적어도 추앙받는 위치에 있어야 하고 뭐 그런..?
외할아버지가 곱게 과보호하면서 키워서 그렇겠지.
암튼..
난 어쩌면 그렇게 착하고 약한 엄마를. 미워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는지 모른다. 저 과정은 어린 나에게 엄청나게 고통스럽고 힘들고 무서운 것이었음에도. 그리고 더더군다나 그땐 뭐가 옳고 그른지 혼자서 판단할만한 힘이 없었으니까..엄마가 저렇게 나에게 하는게 당연히 정당하다고 생각했겠지. 그래서 나는 '아, 나는 이래야 되는 사람이구나'하고 은연중에 그냥 받아들여버린 거 아닐까..
나중에 커서도. 그것에 대한 의심은 없었고. 또 엄마는 늘 보호해줘야 하고 착하고 약한 사람이기 때문에 날 혼냈다고 해서 미워해서도 안되고 미워할 필요도 없다고..그렇게 까만 봉지에 꼭꼭 묶어서 땅 속 깊이 묻어버렸는지도 모른다.
...
하지만 요즘 들어서 날 힘들게 하는 조련사와. 그 날의 기억이 자꾸만 맞물린다.
왜냐면 그 조련사의 모습과. 그 날의 엄마의 모습이 너무나도 비슷해서.
나의 다섯살 여섯살 무렵엔. 엄마는 저랬고. 아빠는 나에게 그래도 그때까진 한없이 다 받아주고 잘 해주는 편이었다.
그래서 나한테는 아빠만이 나를 알아주는구나 하고 생각했던걸까?
너무 무섭고 갈 곳이 없는데 아빠는 날 받아주니까, 그래, 그거면 돼 하고 생각했던걸까..?
엄마는..자신의 개인적인 문제가 해결되지 않은 사람이었다.
다른 사람을 보살피기에. 자신의 내면적 문제가 너무 많았다. 아니, 문제가 많다기보다 자기 자신을 어떻게 다뤄야 할지?를 모르는.
애석하게도 나 또한 그렇게 자란 것 같고.
아빠도 역시 내면적으로 커다란 이슈가 있어보이는데. 그래도 아빤 적어도 다른 사람을 돌볼만한 여력은 약간 있었던 것 같다.
엄만. 나를 낳고. 갑상선으로 갑자기 체중이 엄청나게 불어나버렸고. 엄마의 유일한 자존심이 예쁜거였고 또 늘 공주취급을 받으면서 살았는데. 아마 겉으로 말은 안했어도 날 미워하는 마음도 있었다고 생각한다. 한 구석에는..
그리고 시댁식구들의 과한 요구를 어떤 선에서 정리해야 할지를 몰라서 그걸 다 짊어지고. 그 스트레스에..
겉으로 착한 사람이 되기 위해서 너무 많은 희생을 했어야 했다.
그런 모든것들이..나에 대한 냉랭함이나 완벽함으로 나타났을지도 모르고.
...그냥 내 추측일 뿐이다.ㅎㅎ
그런 예전 얘기들보다는. 중요한 건 난 요즘 내 안의 조련사를 자주 느끼고 있으며. 그의 존재를 살면서 이렇게 직접적으로 아주 가깝게 느껴본 적이 없는 것 같은데. 요즘에는 가끔 손을 뻗으면 그에게 닿을 수도 있을것 같은 거리감으로 느껴진다. 내 말은, 그의 존재가 실재함을 아주 절실히 느낀다는 얘기다. 저기서 손에는 짧은 채찍을 들고. 늘 화난 눈으로 날 주시하고 있다. 너 어디 한번 뭐라도 해봐. 내가 조금이라도 내 기준에 삐끗할 땐 이 채찍으로 엄청나게 혼낼테니까. 하는 무언의 압박으로.
시발.
저 사람을 쫓아내거나 죽여버리고 싶은데.
아직까지는 내가 작고 연약하게 느껴져서..저 사람이 너무 싫고 싫으면서도. 어찌할 바를 모르는 것 같다.
스크루지같이 생겨가지고.
...
지난번에는. 회사에 다녀와서 집에 왔는데 그날 하루 종일 기분이 좋지 않았었다. 집에 왔는데 엄마랑 아빠가 '환영'을 해주고. 막 엄마가 나서서 밥 뭐랑 줄까, 뭐 해놨는데 이거 줄까, 밥 얼마나 퍼줄까 등등...
평소에는 하지도 않는 서비스들을 하는거다.
나는..
나도 모르게 그렇게 말했다.
'왜 이렇게 잘 해줘 갑자기. 돈 버니까 잘 해주는거야?'하고.
나도 말 해놓고 약간 아차싶었지만. 그래도 내 기준에서 느끼기에 틀린 말은 아니었다.
엄마는 '얘는 말을...'하고 당황해 했지만. 아빠는 뭔 반응인지 '그랴. 돈 버니까 잘해준다'하면서 껄껄 웃는다.
그게..웃을 일은 아니었는데 나한테.
농담처럼 넘어갔지만. 진짜 내 심정은 그랬던 것 같다.
엄마랑 아빠는 나에게 늘 잘해주고 부족한 것 없이 도와주지만.
그리고 사랑해주는것도 맞긴 하지만.
좀 조건적이다.
엄마랑 아빠는. '나'를 받아들이지 못한다.
나의 좋은 면, 착한 면, 능력이 있을 때. 그럴때만 받아들인다. 특히 능력이 발휘가 되거나. 돈을 벌거나 할 때. 즉 생산성이 있을 때. 그럴 때는 받아들이는게 아니라 '추앙'을 한다.
시발.
그러니까 내가 능력이면 다인줄 알고 살았지...
극적인 평가절상과 평가절하는 여기서 비롯된건지도 모른다.
지금 나가는 회사는 진짜 푼돈주는데도. 아빠가 은퇴하고 모두가 일을 하지 않는 상태에서. 내가 푼돈이나마 버니까 아빠한텐 그래도 좀 숨통이 트이는 모양이지?
내가 돈 버는게 왜 아빠의 숨통을 트이게 하는 일인지는 잘 이해가 가지 않긴 하지만.
뭐..아직 같이 살고있고 같은 식구니까 다 같은 덩어리로 봤을 때 인컴이 한 명이라도 더 있으면 좋다는 개념으로 본다면..그럴수도 있고.
나는.
예전같으면. 그렇다고 하면 꽤나 엄마와 아빠 앞에서 어깨가 으쓱해졌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알고 있다. 으쓱할 일도 아니고, 그럴 필요도 없다는걸.
그리고 뭐..난 더 꾸준히 많이 벌 수도 있었는데 내면적인 문제로 인해서 그렇게 못했기 때문에.
그것도 원망스럽기도 하고.
...
그리고. 그냥..그 모습이 꼴보기 싫었다.
그냥 평소처럼 대해주길 바랐던 것 같다.
엄마랑 아빠는 꼭 그런 의미로 그렇게 대하지 않았을수도 있고, 단지 오래 쉬다가 회사 나가니까 얘가 피곤할수도 있겠다, 뭐 그런 심정에서 나온 행동들일지도 모른다만.
그런 행동들은 나로 하여금 저렇게 느끼도록 만든다.
일 해야만 대접받고. 일 하고 돈 벌어야만 받아들여지는. 뭐 그런.
그래서 그날은. 엄마랑 아빠가 너무 짜증이 났다. 그리고. 싫고. 밉고. 속보이는거같고.
...
내가 원하던 건..내가 가진것들을 추앙해주는게 아니고. 나라는 '존재'를 그냥 그대로. 그대로 받아들여주는 누군가였는데.
애석하게도 난 양 부모가 모두 그러지 못했던 거 같고.
이게 오해라면 나를 그렇게 느끼도록 만든 상황과 교육방식을 탓하겠다.
어쨌든 내가 아무런 근거없이 그렇게 생각하진 않았을거아니야.
엄마는 나의 나이나 상황은 고려하지 않은 채 무리하게 교육을 시키려고, 그것도 겁박하면서 가르쳤고.
아빠는 나의 개인적인 생각이나 의견들을 싸그리 무시하고. 본인이 옳다고 생각하는것에만 긍정적인 피드백을 줬다.
자기 생각과 다르게 되면. 꿈꾸는 소리 하네. 멍청하긴. 그것도 몰라? 넌 좀 이상해. 이런..인신공격이 이어졌다.ㅎㅎ
그런 환경에서 어린시절을 보내면.
당당하게 자기주장을 펼치거나 당당하게 자신이 느끼는 감정을 인정하고 수용하는. 그런 사람이 될 수 있을까?
어린 시절의 그런 것들은 굉장히 단단하고 다시 재조합하기 너무 어려워서..
성인이 되고 이것저것 알아가게 되어버린 지금도. 내것으로 흡수하고 받아들이는게 너무 어렵다.
...
오늘은 정말 피곤했는지 거의 꿈을 꾸지 않은 채 잠을 잤는데.
일어나서 밖에 나가려고 화장하다가 눈썹을 그리면서 갑자기 일어나기 전에 꿨던 꿈이 생각이 났다.
기억이 잘 안 났었는데 눈썹모양 생각하다가 갑자기.ㅎㅎ
원래 알고 지내던 사람이. 나더러 '너 얼굴이 되게 많이 바뀌었다'하고 지적?하는 꿈.
난 그 말에 거울을 봤고. 거울 속에는 내 얼굴이 들어있었는데. 이전의 내 모습과는 많이 달라져버린 모습.
나는..이전의 내 모습이 더 순하고 예뻤는데, 되게 독하고 사납고 험상궂게(?) 변했다....하고 생각했던거 같기도 하고.
얼굴에 대한 꿈도 가끔 꾸는데.
지난번에 엘리베이터에서 '넌 얼굴이 도대체 몇 개야?'하고 형사가 물어봤던것처럼..ㅎㅎ
예전에 상담 초기에는. 눈이랑 코가 없는 얼굴을 그리는 꿈? 같은걸 꿨던 적이 있다.
선생님한테 말했더니. 얼굴에 눈코입이 있어야지 거봐, 얼굴에 눈이랑 코가 없잖아...그게 뭘 의미하겠냐구. 하고 걱정스레 말했던 기억이 난다.
꿈에서 '얼굴'이라는 건. 어떤 캐릭터?나 정체성을 의미하는걸까.
요즘 핸드폰을 바꿔서 셀카를 테스트해보는데. 셀카 속에 찍히는 내 얼굴이 예전같지 않은거다. 음..뭐랄까, 많이 고생한것처럼 보이기도 하고, 많이 푸석해보이기도 하고, 많이 늙은거같기도 하고..ㅎㅎㅎ그리고 인상이 많이 변한거같기도 하고...
거울을 봐도 그렇고.
물론 나이를 먹음에 따라서 얼굴이 변하는건 맞는데. 그냥 뭔가..느낌부터 좀 달라진 느낌에 그동안 너무 마음이 드러내놓고 많이 아팠기도 했고 지금도 그렇고 암튼 건조하고 피부도 되게 드러워졌고..그렇다보니. 그냥 전체적으로 많이 변한 느낌이어서 좀 놀라기도 하고 그랬는데.
그걸 신경쓰고 있어서 그랬던건지 뭔지 그런 꿈을 살짝 꿨던 거 같다.ㅎㅎ
하..
아직까지 막 크게 어려운 점은 없긴 하지만. 새로운 분야에서 일을 시작하려하다보니 긴장을 풀기 좀 어렵기도 하고. 내가 나이는 많고 사회생활도 꽤 했는데 신입이다보니 뭔가 원래 있던 사람들이 나를 대하는게 약간 애매한거같기도 하고.ㅋㅋ
다음주엔 패키지 작업을 끝낼 거 같은데..난 솔직히 아무것도 모르겠고ㅠㅠ
작업을 시작하긴 했는데 그 많던 아이디어들 다 제끼고 그냥 몇 분만에 대표가 '이거 좋다!'고 한 자기 디자인으로 결정나버리고..ㅋㅋ
어쨌든 그거에 맞춰서 작업하긴 하는데 이걸 이렇게 하는게 맞는건지 헷갈리고. 일단 사이즈 정하는거부터 난관이고. 그냥 편집 말구 캐릭터디자인쪽으로 갔어야 하나 싶기도 하고...ㅠㅠ솔직히 여기서 편집하는건지 모르구 그냥 느낌만 보고 지원했던거라..아아...
레이아웃이고 작업 진행플로우고 아무것도 모르는데.ㅋㅋ용어도 모르고. 시발...ㅠㅠ
그래서 대부분의 오후시간에는 '여긴 어디 나는 누구'같은 정신상태가 되는데....하....
그리고 어제는. 전개도에 디자인을 앉혀보면서...아아.......나는 디자인에 소질이 없는거같애 나는 왜 굳이 여기로 오겠다고 한걸까 나는 멍청해 나는 이런거 말고 그림그리는게 좋았을 뿐인데 회사를 잘못 골랐나 근데 캐릭터회사라고 해봐야 있는 캐릭터 응용해서 상품 개발하는거면 이거랑 똑같을거고 결국 그게 그거일거고 아아아......
....이런 생각들을 하면서. 거의 정신을 우주에 맡긴 채 덜덜거리면서 작업을 시작했다.
그렇다.
난 내 생각보다 진짜 세련되지 못하고 디자인이랑 안맞을지도 모르겠다.
하 시발...
그래도 1년단위로 일 해보려고 노력중이다.
진짜 내가 못따라가거나 아니라고 생각되면 날 짜르던지 하겟지...? 수습기간이니까....하...
내년엔 보유한 캐릭터로 의류도 런칭할거고 해외시장을 좀 더 두드릴거라고 하니까..일은 많아져도 재미있을지도 모르겠고..아아..
모르겠다. 일단 그냥 해보는거고. 못하면 욕들어먹고 짤리기밖에 더 하겠냐고.ㅎㅎㅎ
서른 둘...
내 친구들은 결혼하고 애기 만들고 낳고 키우기 바쁜 나이인데...
난 사회초년생인건가?ㅋㅋㅋ 존나 슬프네. 뭐..내가 결정한 일이니까....에휴....
이것봐. 난 내가 결정하고 정한 일에 대해서 일말의 자부심같은게 없어.
자부심까진 아니더라도 그냥 현실은 이런데, 난 이걸 해보고싶었어. 라고 말해줄 수 있는 여유? 같은거.
스스로한테 존내 가혹한거야...
아..한 2년만 더 젊었음 좋겠다..
나는..
결혼같은건 못할거야.
일단 맞는 사람 만나는것도 어려울거같고.
내 정신상태로 아이를 낳고 키운다는게 그 아이에게 괴로움을 물려주는 일이라면 별로 하고싶지 않고...
하지만 아이를 낳고 기르는 경험은 꼭 해보고도 싶고...
아..진짜 뭐라고 씨부리는건지ㅎㅎ그냥 아무말 대잔치네.
그냥 마음이 좀 아프고. 슬프고. 외롭고. 그러네..
취직하는바람에 상담시간도 어떻게 조정될지 모르겠고..
오늘은 약간 짜증이 나는 편인거같고.
그냥.
그러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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