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 라디오
나는 불교신자이다.
그런데, 라디오는 CBS FM을 즐겨듣는다.
이유는 CBS FM은 음악 중심의 방송이기 때문이다.
공중파 방송국의 라디오는 초대손님이 나와서
서로 이야기하느라 바뻐서 상대적으로 음악은 잘 안틀어준다.
그래서 여기저기 채널을 돌리다가 알게된 것이 CBS FM인데,
여기는 음악을 많이 틀어준다.
그것도 내가 좋아하는 음악들이 대부분이다.
CBS FM이라고 해서 CCM(찬송가)만 하루종일 틀어주는 줄 알았는데,
밤 12시나 되어야 찬송가 틀어주는 프로그램이 있고,
낮에는 클래식, 가요, 팝송 위주의 방송이 포진되어 있다.
내가 왜 이렇게 CBS FM에서 장설을 펼치는 이유는
바로 그 CBS FM에서 이 책의 지은이 정운영을 처음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그 CBS FM 방송 중 저녁 시간에 하는 프로그램에서
얼마전에 정운영이라는 사람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였다.
80년대 진보 경제학자로써,
교수 생활과 신문칼럼을 통해 권력층에 쓴소리를 쏟아부었고,
TV 토론 진행도 했었다는 소개를 하였다.
그리고, 안타깝게 2005년에 돌아가셨다.
1944년에 태어나서 2005년에 돌아가셨으니
우리 나이로 62세. 최근 평균수명에 비하면 많지 않은 삶을 마감하신 것이다.
그래서 그의 죽음이 더욱 안타까운 것이다.
그의 대해 소개를 하는 아나운서의 목소리가 잔잔해서 그런지,
그의 삶이 더욱 곡절있게 들렸다.
물론 나에게도 좋은 정보가 되었다.
그래서 인터넷 검색을 통해 정운영 선생에 대해 더욱 알아보게 되었고,
그가 여러 칼럼집에 내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의 사진을 보았을 때, 어디선가 많이 본 듯한 얼굴이라 생각했는데,
예전에 'MBC 100분 토론', 'EBS 정운영의 책으로 읽는 세상'을 진행했었다고 나온다.
이 책 <심장은 왼쪽에 있음을 기억하라>라는 그가 세상을 떠난 지
일년뒤에 출간한 것으로, 그의 마지막 칼럼집이다.
제목 '심장은 왼쪽에 있음을 기억하라'는
그가 대학 강의할 때 강의를 마치면서 늘 하던 말이라고 한다.
그 의미는 진보를 외치던 이들이 좌익으로 몰리던 군사정권 당시,
심장도 왼쪽에 있으니 왼쪽으로 평가받는 진보 또한 중요함을 기억하라는 뜻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1. 독후감 쓰는 법
정운영은 생전에 엄청난 애서가이자 장서가였다고 한다.
책장을 접는 일은 절대 없고,
책장에 꽂은 책에 먼지가 앉을까봐 달력으로 책윗쪽을 덮어 놓았다고 한다.
나도 가끔 먼지때문에 변색이 된 책들을 보면 마음이 아팠는데,
참 좋은 방법을 하나 알게 되었다.
정운영은 세상을 떠나기 전에 자신이 가지고 있던 책을
자신의 모교인 서울대에 기증하였다고 한다.
이 책의 첫부분에 그가 읽은 책에 대한 칼럼이 실려있다.
읽다보면 어쩌면 이렇게 독후감을 잘 쓰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하기야, 그가 독후감 뿐만 잘 쓰겠나?
다른 글들도 잘쓰니까 칼럼을 기고했겠지.
아무튼 책을 읽고 독후감을 쓰는 나에게
독후감을 쓰는 좋은 방법을 제시해주는 것 같아 더욱 신경써서 읽었다.
그의 독후감을 살펴보면 책 내용 자체 뿐만 아니라,
책에 대한 얽힌 읽는이의 사연과
책을 읽은 당시 사회현상에 대한 비판도 빼먹지 않고 적고 있다.
그가 소개해준 책은 대부분 진보 또는 사회주의 성향의 경제학책이어서
그가 추천한 책을 모두 읽어보기란 쉽지 않을 것 같다.
간혹 <그림으로 읽는 로마제국쇠망사> 같이 내도 읽을만한 책제목들은 따로 적어놓았다.
그리고 나도 감동 먹으며 읽은 장영희 선생의 <내 생애 단한번>이란 책도 소개되어 반가웠다.
2. 타산지석
그리고 두번째 주제는 다른 나라들의 이야기이다.
경제학적인 측면에 대해 주로 이야기하고 있는데,
이를 두고 우리나라의 현실을 살펴보는 타산지석의 지혜를 삼자는 의도가 깔려 있는 듯했다.
브라질의 룰라 대통령의 개혁의 한계
터키의 눈물나는 EU 가입 노력과 계속된 실패.
EU는 유럽통합이라고 이야기하지만, 종교의 벽을 넘어서지 못하는 모습을 보고
씁쓸함마저 느껴졌다. 백인들의 우월감이란...쩝..
인터넷 검색을 해봤더니 아직도 터키는 EU에 가입을 못했다고 한다.
터키보다 나중에 신청한 나라들도 다 EU에 가입했는데 말이다.
체코 프라하의 경제상황과 정치상황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독일이 세계화의 바람으로 경제에 위기를 맞이했던 과거를 이야기하고 있다.
이 세계화는 비단 독일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그런데, 여기서 중요한 것은 세계화란 말은 엄연히 이야기하면
세계화가 아니다.
미국화라고 이야기해야 한다.
미국식 경쟁체계를 다른 나라들이 받아들이고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 회사들도 마찬가지로 경쟁을 중요시하고 있다.
세계화를 핑계로 말이다.
간혹 기업을 위해 경쟁 말도 다른 것이 더 중요한 것이 있다고 생각하는데 말이다.
예를 들면 신뢰 뭐 그런것들 말이다.
칠레의 불쌍한 대통령 아옌데 대통령을 통해서
남미에서의 좌파정권의 한계를 이야기하고 있다.
여기에도 미국이 개입되어 있다.
남미에서 최초로 선거에 의한 좌파정권을 이룩한 나라가 칠레라고 하고
그 주인공이 바로 아옌데 대통령이다.
그는 결국 미국 배후 조정에 의해 정권이 붕괴되고,
그또한 군사구데타의 희생량으로 대통령궁에서 피격되어 운명을 달리하였다.(1973년)
엊그제 뉴스에서 파라과이의 대통령이 좌파에서 나왔다고 하면서,
남미의 네번째 좌파정권이라고 한다.
과연 남미의 좌파정권들이 그들의 백성들이 원하는 것을 손에 넣어줄 수 있을까
계속 지켜봐야겠다.
그리고 그렇게 계속 좌파정권이 들어서는 남미를
미국은 어떤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을까? 궁금하다.
...
그리고, 베네수엘라의 차베스 대통령의 별난 독서 캠페인을 소개해주고 있고,
중국, 미국, 베트남에 대해서도 언급하고 있다.
3. 1980년대 진보와 2000년대 진보
나는 1980년대 진보를 잘 모른다.
1980년 민주화항쟁이 일어날 때는 아직 어렸기 때문에,
그리고 서울이 아닌 시골에서 열심히 학교를 다녔기 때문에,
그해 여름 서울에서 그런 일이 있었다는 것은,
나중에 머리가 커진 다음에 알게 된 사실이다.
예전에 진보와 개혁을 논하는 정치가들이 적었다는 사실도 몰랐다.
최근에 선거때마다 개혁을 논하지 않는 정치가는 없을 정도와 비교하면
상상이 잘 가지 않을 정도이다.
그럼, 1980년대의 진보와 개혁은
오늘날 정치가들이 외치는 진보와 개혁은 다른가?
당연히 다르다고 생각한다.
시대가 변했으니, 그 시대의 진보와 개혁의 개념도 달라지지 않았을까 하는 것이 나의 생각이다.
그렇게 변한 성격이 변한 진보를 왜곡되고 질나쁜 진보라고
이 책의 지은이는 비판하고 있다.
심지어 쓰레기라고 평하기도 한다.
이 책의 chapter 3부터 chapter5까지는
지은이가 신문에 칼럼을 기고하던 시점의
우리나라 경제 상황, 정치 상황에 대한 자신의 이야기를 하고 있다.
그가 보수와 진보에 대해 비판의 칼을 휘두르는 것은
읽는 이로 하여금 시원하다고 생각할 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나는 그의 비판이 비판으로 보이지 않고 비난으로 보였다.
정운영의 성향을 보고, 이 책의 앞부분을 보면서 드는 생각은
왜 그가 조중동의 중앙일보에 칼럼을 썼을까 하는 생각이었다.
그런데, 뒤로 가면서,
조중동의 색깔을 잔뜩 풍기는 글을 보여주고 있다.
조중동식 무조건적 비난의 글이 쏟아지고 있다.
물론 그의 글에서는 좌파와 진보와 개혁에 대한 애정이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변한 진보와 개혁에 대한 비판은 비판을 넘어서 비난이었다.
그리고 비난만 했지, 특별한 대안이나 방안을 제시해 주지 않았다.
만약 그가 생각하기엔 변심한 진보에 애정이 있다면,
그렇게 비난만 했으면 안된다는 것이 나의 생각이다.
그래서 더욱 조중동식 글이라고 평하는 것이다.
이는 다분히 개인적인 생각일 뿐이다.
그가 시대를 논했던 훌륭한 지식인이라는 것은 나도 인정한다.
하지만, 진보에 대한 그의 지나친 비난은 조금은 아쉽다.
책 제목이 <심장이 왼쪽에 있음을 기억하라>인데,
뒷부분에 나온 글들은 제목과 어울리지 않는다는 생각이 든다.
책제목 : 심장은 왼쪽에 있음을 기억하라
지은이 : 정운영
펴낸곳 : 웅진지식하우스
펴낸날 : 2006년 9월 18일
정가 : 12,000
독서기간: 2008.04.20 - 2008.04.22
페이지: 317 pag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