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클 합창단 근황 522번째 글입니다. 공연 18일전이고, 연습 횟수로는 공연 전 6번째, 그
러니까 5회의 연습을 남겨둔 날입니다. 경성대에서의 마지막 4번 연습, 그리고 연주 당일
날 대극장에서의 연습 1회를 계산하여 그렇게 되는 것이니 오늘 연습이 이번 연주회 준
비를 위한 마지막 시민회관 연습인 셈입니다. 오늘의 연습 수준이 일차적인 이번의 연주
수준이라 보면 되는데, 그 결과는 조금 어정쩡합니다. 오늘 출석 인원은 그래도 어느 정
도 갖추어졌습니다. 소프라노가 7명, 앨토 6명, 테너 3명 베이스 5명으로 모두 21명이었
습니다. 앨토에는 게스트 단원도 한명 나왔구요.
오늘 베이스는 좀 특별한 훈련을 했습니다. 한 사람만 사정이 있어 참여를 못하고 한 사
람은 너무 늦게 오는 바람에 함께 하지 못했지만 나머지 4명이 모두 6시에서 7시 30분 사
이에 미리 연습실로 와서 지휘자와 함께 파트 연습을 한 것입니다. 단원들에 따라서 어떤
단원은 음정 박자는 거의 되지만 소리의 질에 문제가 있고 어떤 단원들은 아직 부분적으
로 혹은 상당히 넓은 영역에서 음정 박자에 혼선을 겪고 있습니다. 그런 와중에 지휘자는
베이스다운 소리와 베이스 단원들끼리 소리의 발란스에 초점을 맞추어 연습을 했습니다.
지휘자 개인의 입장에서는 대단히 고된 작업이었겠지만 우리들로 보아서는 왜 진작 이런
생각을 하지 못했을까 싶을 정도로 도움이 많이 되더군요. 이제부터는 경성대에서의 연
습이니 더 이상 이런 식의 연습은 곤란하지만 다음에 또 기회가 있다면 이런 식의 파트
연습도 한번 생각해 보아야 할 것 같습니다. 연습 중에 강조된 것은 부드럽게 소리를 구
사하면서, 다른 파트가 스며들 수 있는 넉넉한 터를 만드는 소리를 구사하는 것입니다.
특히 음끼리 소리가 똑똑 끊어지는 것을 경계하면서 부드럽게 이어가기를 주문하고, 특
히 음이 강하게 나오거나 음정 도약을 할 때 주의를 요하더군요.
그런데 파트 연습을 해 본 결과 미사곡보다는 왈츠곡에 더 문제가 많음이 드러났는데, 오
늘 파트 연습에 참여하지 못한 단원이 두 명이나 되니 그런 점에서도 단원들 개개인의 연
습과 훈련이 더더욱 요청되는 바, 그 다음에 진행된 전체 연습에서도 그런 점은 여전히
드러납니다. 시간이 되어 연습을 시작해야 했지만 처음에는 인원 구성이 되지 않아 연습
하기가 좀 망설여질 정도더군요. 그런데 나중에 테너에 1명이 참가하여 부족하나마 연습
을 진행하게 되었습니다. 나중에 2명 정도가 더 가담하게 되었지만 초반부 상당한 기간
동안 테너는 1명 밖에 안되더군요. 지휘자가 다음 주부터의 연습에는 빠지지 말 것을 강
하게 당부하는 바람에 이번 연습에는 결석자가 대거 발생한 것인지는 모르겠습니다만 경
성대에서의 마지막 연습을 하기 직전의 마지막 총 연습이라 볼 수 있는데 괄목할 정도로
많은 인원 구성이 되지 못한 점은 아쉽습니다.
보통의 총 연습은 단원들이 모두 앞에 나와 서서 불러보는 것이 예사인데 오늘은 그러지
않았습니다. 그런 것이 아직 준비가 덜 된 탓인지는 모르겠으되, 그건 그런 상태로 두고,
지휘자는 미사곡와 월츠곡을 번갈아 가면서 다양한 방식으로 연습을 시도했습니다. 지금
이번 연주회 때의 좌석 배치에 대한 통보가 되어 있는 상태인데, 미사곡을 부를 때부터
그 배치대로 앉도록 했습니다. 다음 주부터는 처음부터 정해진 좌석으로 앉게 할 듯 하군
요.
처음에 미사곡을 Et incarnatus부터 시작하여 Dona nobis를 부르는 것으로 끝내고 이
어 왈츠 대형으로 좌석을 바꾸어서 왈츠 연습을 했습니다. 미사곡을 부를 때는 파트 연습
때 지적된 내용에 신경을 쓰면서 불러 본 결과 별 문제 없이 넘어 간 것 같은데, 역시 문
제는 왈츠를 부르면서 나타나는 것 같더군요. 아직 단원들이 왈츠를 불러내는 게 그리 익
숙하지 못한 듯 합니다. 지금 연주 날이 2주 가량 남아 있습니다. 이제는 음정이든 박자든
틀리는 부분이 나와서는 안됩니다. 그리고 그것의 보완을 이렇듯 전체 연습에서 할 수는
없는 것이고 각자가 알아서 부족한 부분을 메꾸어 갈 도리 밖에 없습니다. 뮤클 합창단이
연주 때마다 뛰어난 솜씨를 보인 것은 그렇듯 각자가 부족한 부분을 성심성의껏 메꾸어
가는 노력을 꾸준히 지속했기 때문입니다. 과연 이번에도 단원들 모두가 그런 진정성을
발휘할 지 일면 믿음이 가긴 하면서도 불안하기만 하군요. 이 불안한 상태로 1부 연습을
마치고 휴식에 들어갔습니다.
2부 연습의 시작은 역시 미사곡으로 했습니다. 이번에는 역시 <키리에>로부터 마지막 <
도나 노비스 파쳄>까지 연습을 했는데, 중요 부분만 발췌해서 불러보는 식으로 했습니다.
지금 나 개인적으로는 오히려 미사곡은 부르기가 더 수월합니다. 왈츠곡이 정말 낯선 부
분이 몇군데 있구요. 지휘자도 그러했는지 미사곡에 대해서는 별 지적 사항이 없었는데
문제는 왈츠를 부를 때 나타나더군요. 아직도 MR로 연습할 때와 실제 부를 때와의 거리
가 상당해서 다분히 혼란을 겪고 있는데, 이 상태를 빨리 극복해야 할 것 같습니다. 그리
고 몇몇 단원들은 아직도 정확한 음정이나 박자 딕션 구사가 안되는 듯 해서 걱정입니다.
지금 합창단이 이번 연주를 끝으로 활동을 접어야 할지도 모를 위기에 몰려 있는데, 그
이유 중의 하나가 단원들이 이 활동에만 몰두할 수 있는 처지가 아니라는 것입니다. 각자
개인 사정이 다 있고 어차피 취미생활인 이 활동이 사실 생활의 최우선이 될 수는 없으니
이래저래 어려움이 많습니다.
그런데 연습이 끝날 때쯤해서 지휘자가 마지막 앵콜곡 연습을 하면서, 이 활동의 지속을
강력히 원하는 한 말을 하더군요. 세상에...!! 아무런 사회적 지위나 권력도, 물질적 보장
도 없는 이런 활동을.... 지휘자는 지금 도합 서너개의 합창단을 이끌고 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식의 활동에 유달리 애착이 가는 모양입니다. 그건 정말 음악에 대한 순수
열정이고 문자 그대로 순수한 아름다움에 대한 갈구 그 자체입니다. 이 활동을 하면서 우
리 스스로 우리 속에서 고유의 가치를 발견하는 즐거움을 누릴 수 있다는 것. 바로 그
것......
지휘자의 그 갈망에 생각이 미치면, 유달리 후원도 없고 자금 확충면에서 심각한 위기에
몰려 있는 현 처지에서 어떻게든 슬기롭게 이 위기를 극복해 이번 연주를 훌륭하게 수행
할 뿐 아니라 앞으로도 계속 이 활동을 지속할 수 있는 힘을 얻게 되기를 바라게 됩니다.
그 마음을 담아 오늘의 연습일지를 닫습니다. 이제 담주부터는 경성대에서의 주 두번씩
의 연습에 대한 보고를 하게 되겠군요. 이제나 저제나 항상 그래왔듯이 뮤클러 여러분들
의 정신적 물질적 후원을 기대하며 다음 후기때 뵙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