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의 외식 사업
[건강식·이색 메뉴 인기]
홍콩은 외식 산업의 천국이다. 홍콩에는 맞벌이 부부가 많아 매 끼니를 밖에서 해결한다. 아침, 점심, 저녁을 사먹는 것이다. 다행히 홍콩에는 세계의 모든 음식이 진출해 있다. 당연히 제품과 서비스의 변화도 빠르다. 동양과 서양식이 겹쳐진 퓨전 음식의 본산도 홍콩이다. 식품 원료 산업, 접객이나 외식업 경영 시스템, 인테리어 수준도 자연히 세계 최고 수준이다.
보통 한 나라의 외식 산업은 세계적인 행사를 치르면서 성장한다. 한국 외식 업계도 지난 88년 서울 올림픽을 기점으로 중요한 변화를 겪었다. 길거리 옆 점포의 인테리어가 세련되어졌고, 편의점이 등장했다. 다방들이 커피 전문점으로 바뀐 것도 그 즈음부터다. 홍콩 외식 산업을 둘러보는 프로그램인 ‘홍콩 외식업 리노베이션’을 운영하는 한국창업전략연구소(02-786-8406) 이경희 소장은 “2002년 월드컵도 외식 산업에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월드컵 경기가 전국 주요 도시에서 열리는 만큼 그 영향력은 더 클 것”으로 예상했다.
◆ 홍콩에서는 보약을 커피처럼 판다 =외식 문화의 화두는 기본적인 인간 욕구 해결. 그러나 차츰 맛과 분위기를 중시하다, 이제는 건강으로 옮겨갔다. 홍콩의 음식점에는 웬만한 약을 뺨칠만큼 건강에 좋은 보약 음식들이 많다. 한국에서는 커피 전문점이 인기지만, 홍콩에선 건강 음료 전문점이 인기다.
즉석에서 만드는 한방 약차를 파는 점포들이 거리 곳곳에 널려 있다. 이들 점포에선 각종 건강 약재를 팔면서 그 약재를 이용해 만든 약차를 종이 컵에 넣어 판다. 값은 홍콩달러 1달러(166원정도) 정도. 한방 약차 테이크아웃 점포라고 할 수 있다. 보약 푸딩 전문점도 있다. 거북이, 제비집 등을 다양한 한방재료와 함께 다려서 푸딩으로 만들어 판매한다. 가격은 20 홍콩달러(3320원) 정도.
대형 푸드코트에 가보면 캔에 든 건강 음료를 파는 전문점이 인기다. 1.5평 정도 크기의 매장에 냉장고를 설치해놓고 건강 음료를 판매한다. 디저트만 파는 레스토랑은 휴게실로 통한다. 과일이나 곡류를 이용한 디저트와 음료를 판다. 푸딩, 국, 주스, 젤리, 다이어트용 간이 식사가 있다.
◆ 한국에 없는 전문점도 많아 =중국의 면 요리는 다양한 가지 수에서 한국 국수를 압도한다. 따라서 면 요리 전문점은 빼놓을 수 없는 벤치마킹 대상이다. 한국에서도 지난 80년대와 90년대 중반까지 인기를 모았던 국수 전문점들이 작년부터 우동 전문점으로 변신해 성공 업종으로 떠올랐다.
홍콩의 면 요리는 대부분 동서양을 결합한 퓨전형이다. 국물이 있는 면은 물론이고, 철판에 볶아서 판매하는 볶음면도 있다. 카레 전문점은 국내와 달리 생선, 오징어 등 다양하고 기발한 재료를 카레로 요리해 판다. 이미 유명해진 딤섬 전문점은 전통적으로 매출이 높은 점포다.
◆ 다양한 메뉴, 시간대별 변화 =우선 세계의 음식이 다 있다. 한 빌딩의 식당가에 태국, 멕시코, 베트남, 유럽, 미국, 상하이, 일본, 한국, 퓨전형 등 모든 나라의 음식이 있다. 영업 시간 운영도 참고할 만하다. 홍콩의 음식점들은 시간대별로 다른 메뉴를 선보이는 곳이 많다. 시간대 별로 가격도 다르다. 아침은 간단한 식사, 점심은 런치 메뉴, 저녁에는 간단한 술과 안주를 팔던 카페가 밤에는 객석 일부를 치우고 디스코장으로 변하기도 한다. 주말에는 가족 손님 위주로 매장 분위기를 바꾸고, 주중에는 젊은 층의 욕구에 맞는 분위기를 연출한다. 부동산 임대료가 비싸기 때문에 한 공간에서 최대한 효율을 높이고, 손님들의 다양한 욕구를 충족시켜주는 것이다.
[소형 식당까지 기업처럼 운영]
‘외식 산업의 천국’ 홍콩에서 식당은 어엿한 기업이다. 겉보기에 자그마한 식당이라도 속을 살펴보면 대기업 수준의 경영 전략에 따라 움직인다. 홍콩 외식 산업 탐방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는 창업 한국창업전략연구소(02-7868-406) 이경희 소장은 “홍콩 외식업의 특징은 ‘철저하게 기업화된 경영’이라는 말로 요약된다”고 말했다.
◆ 전문 경영과 공동 투자로 규모를 키운다 =‘동업은 깨진다’는 게 속설이 되어있는 한국과는 달리 홍콩 식당들은 공동 투자로 이뤄진 곳이 많다. 아주 작은 음식점 소유주가 10명이 넘는 경우도 수두룩하다. 서로 믿을 수만 있다면 영세성을 탈피하고 좀 더 기업화된 운영을 통해 고객을 끌어들일 수 있다.
소유주가 여러 명이면 자칫 주인이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가 될 위험이 있다. 특별히 책임지는 사람이 없기 때문이다. 홍콩의 공동 투자 식당들은 전문 경영체제로 이런 위험을 극복하고 있다. 음식점의 가장 중요한 성공 요인은 맛. 홍콩에서는 맛을 책임지는 조리사가 지분을 갖고 경영에 참여하는 경우가 많다. 식당을 운영하는 지배인도 전문가 대접을 받는다. 식당들은 지배인들에게 매출이 올라가면 성과급을 주고, 소유 지분 참여도 가능하도록 배려한다.
종업원의 고객 응대 방법도 체계화되어 있다. 종업원이 손님 옆에 딱 붙어 있다고 해서 고객 응대를 잘한다고 볼 수 없고, 반대로 손님이 불러도 한참 있다가 나타나도 곤란하다. 홍콩 식당 종업원들은 이 두 가지의 중간 정도로 고객을 접대한다. 종업원들은 부를 때가 됐다 싶으면 미리 와서 물어본다. 너무 과하지도, 모자라지도 않은 고객 응대인 셈이다.
◆ 외주와 판촉 전략 =홍콩 식당들은 효율적인 경영을 위해 외주(아웃소싱)로 해결할 수 있는 부분은 과감히 외부 업체에 맡긴다. 홍콩은 중간 식자재 시장이 발달해 있다. 다시 말해 조리만 하면 되는 재료를 사서 쓸 수 있다는 것이다. 홍콩의 식당 밀집 지역에서는 이런 반가공 상태의 재료를 배달하는 트럭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중간 재료를 사서 쓰므로 음식점은 본연의 조리, 판매 업무에 집중할 수 있는 것이다. 마케팅 측면에서도 홍콩 음식점은 웬만한 대기업 수준을 넘는다. 매장 출입구에 붙여 놓은 매뉴는 한국에서는 호텔에서나 볼 수 있는 메뉴. 그러나 홍콩에서는 어떤 음식점을 가도 볼 수 있다. 또 세련된 안내 현수막, 판촉 차량 등은 거리의 볼거리를 제공한다. 아주 작은 전통 중국 음식점 일부를 빼놓고 대부분 음식점들이 영어와 중국어 두 가지로 메뉴를 안내하는 것도 특징이다.
◆ 개성 있는 인테리어 =인테리어와 간판도 우리보다 한 단계 높은 수준이다. 한국에서는 비싼 돈을 들인 인테리어라고 해도, 천편일률적인 분위기나 느낌을 준다. 이에 비해 홍콩은 개성있고 차별화된 분위기를 연출하는 업소가 많다. 인테리어의 아이디어는 중국 역사 만큼이나 다양하다. 박물관을 옮겨 놓은 듯이 내부를 디자인하거나, 홍콩 역사를 알려주는 사소한 생활 소품을 전시하는 것 등이다.
◆ 위생관리 =홍콩은 무더운 아열대 기후에 속한다. 그 만큼 위생관리가 중요하다. 허술하면 식중독을 비롯한 질병이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홍콩 사람들은 이런 기후 속에서도 하루 세끼를 안심하고 사 먹는다. 철저한 위생관리가 이뤄지기 때문이다. 아주 작은 식당도 식기 세척기를 사용하고, 각종 자동화 기기를 이용해 철저히 관리한다. 홍콩 정부 역시 위생에 대해서는 까다롭게 확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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