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레지던츠컵의 잭팟 안병훈
한국골프의 기둥과 대들보를 세운 최경주 양용은, 그 뒤를 잇는 배상문 노승렬과 뉴질랜드 교포 대니 리 등이 뛰어난 골퍼임은 자타가 인정한다. 불모지나 다름없는 열악한 환경에도 불구하고 세계무대에서 이따금 우승 소식을 전하며 정상그룹으로의 진입을 위해 열정을 쏟는 그들의 노력은 골프팬으로서 감탄을 금치 못할 정도다.
그럼에도 안병훈(24)에게 쏟아지는 뜨거운 환호와 관심은 일찍이 경험하지 못한 것이다. 지난 22~25일 영국 잉글랜드 서리주 버지니아워터 웬트워스클럽 웨스트코스에서 열린 유러피언(EPGA)투어 BMW PGA 챔피언십에서 보여준 그의 플레이의 여진은 며칠 째 이어지고 있다.
골프에 대한 부정적 인식 탓에 평소 골프뉴스의 지면 할애에 인색한 언론에서도 대서특필하며 후속 기사를 내보내고 있지만 일반 골퍼들의 안병훈에 대한 관심은 그에 비할 바가 아니다.
마지막 라운드가 열린 25일 오전 전국 골프연습장에서의 화제는 오로지 안병훈이었을 것이다. 내가 나가는 동네 연습장의 경우 만나자마자 나누는 인사가 “새벽에 안병훈의 플레이를 보느라 잠을 못 잤다”는 것이었다. 그러면서 안병훈에 대한 감탄과 칭찬에 침이 마를 정도 였다.
주말골퍼들이 안병훈과 관련해 토하는 일관된 코멘트는 그의 우승을 축하하는 것이 아니라 그의 수준 높은 골프 자체에 대한 평가였다.
요약하면 ‘이때까지 본 적 없는 대물(大物)’로 ‘로리 매킬로이나 리키 파울러, 세르히오 가르시아, 조단 스피스 등과도 충분히 맞설 수 있는 새로운 골프황제 후보’라는 것이다.
이어지는 속보를 보면 국내 골프팬들의 안병훈에 대한 경도가 ‘팔은 안으로 굽는다’는 차원이 아님을 알 수 있다.
올 10월 인천 영종도에서 열리는 프레지던트컵 대회에 한국선수 출전이 불투명한 상황에서 그의 등장은 오랜 기간 단장을 맡아온 게리 플레이어나 이번 대회 단장인 닉 프라이스는 물론 수석부단장의 중책을 맡은 최경주에겐 그야말로 희소식이 아닐 수 없다.
미국선수와 유럽연합(EU)선수 간의 대항전인 라이더컵 대회와 함께 지구촌 양대 국제 골프행사로 자리잡은 프레지던츠컵 대회는 미국선수와 유럽선수를 뺀 인터내셔널국가선수 끼리 2년마다 갖는 대항전으로, 아시아에서는 처음 열린다.
유럽을 제외한 인터내셔널팀은 아시아, 호주, 남아프리카공화국 선수들로 구성되는데 세계랭킹 상위 10명에 단장 추천선수 2명이 참가할 수 있다.
안병훈은 최근 발표된 세계랭킹에서 54위로 도약하며 프레지던츠컵 인터내셔널팀 선발 랭킹에서 38위에서 9위로 뛰어올라 앞으로 10위 밖으로 밀리지만 않은 한 출전할 수 있다.
박근혜 대통령이 명예위원장을 맡았지만 현 정권의 골프에 대한 전반적 비호감과 한국 선수의 출전 여부가 불투명해 좀처럼 관심이 일지 않고 있는 터에 나타난 안병훈은 프레지던츠컵 대회의 성공적인 개최는 물론 흥행을 보장하는 잭팟이 아닐 수 없다.
특히 안병훈이 중국에서 국민적 인기를 누렸던 스포츠 스타 자오즈민의 아들이라는 사실은 중국인들의 관심도 끌 수 있어 대회 조직위로선 큰 기대를 걸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