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를 어머니라 생각하고,
아버지를 아버지라 생각하고
세존사 주지 도해스님
불교에서는 윤회輪廻의 과정을 존재의 모습에 따라 네 부분으로 나눕니다.
사람이 태어나서 죽음에 이르기까지의 존재를 본유本有라 하고, 삶의 인연을 다하고 죽는 순간을 사유死有, 새로운 인연으로 다시 태어나는 순간을 생유生有, 죽어서 다시 태어나기까지 그 사이의 존재를 중유中有라 하여 이렇게 ‘본유-사유-중유-생유-본유-사유-중유…’의 순서로 우리는 윤회한다고 합니다. 중유는 사유와 생유 사이에 있다 하여 가운데 중中의 한자를 사용하는데, 보통 중음신中陰身, 건달바乾達婆 또는 돌아가신 분을 일컫는 영가라 하여 그분들을 위해 절에서 49재도 지내고 천도재를 지내기도 합니다.
부처님께서 경전 중에 우리들에게 말씀하십니다.
“세 부분이 화합하여 이 몸을 얻었으니, 하나는 아버지, 하나는 어머니, 하나는 중음中陰이니, 이 셋이 화합하여 이 몸을 받게 되었다” 대반열반경大般涅槃經의 내용입니다. 이에 많은 선지식들은 구체적으로 그 과정을 설명해 놓았습니다. 아비달마대비바사론阿比達磨大毘婆沙論에 보면,
‘아버지와 어머니가 다 같이 사랑하는 마음을 일으켜 함께 만나서, 어머니의 몸이 알맞으면서 병이 없는 이때[是時]에 새로운 인연이 될 중유가 그 앞에 나타난다[三事和合]. 그 순간 중유는 그때에 두 가지 마음[二心]을 상호교대로 일으키면서 어머니의 태胎에 들어간다. 두 가지 마음이란, 아버지와 어머니에 대한 사랑하는 마음과 성내는 마음이다. 예를 들면, 여인의 중유이면 태에 들어가려 할 때, 아버지에 대해서는 사랑하는 마음을 일으키고 어머니에 대해서는 성내는 마음을 내고, 남자의 중유이면 태에 들어가려 할 때, 어머니에 대해서는 사랑을 일으키고 아버지에 대해서는 화를 내면서 각각 기뻐하다가 곧 헷갈려 답답해하고, 헷갈려 답답해하기 때문에 중유는 점점 무거워지며 이미 거칠고 무거워진 뒤에는 곧 어머니의 태에 들어가 배를 향하여 웅크리고 자리를 한다. 그때에 중유로서의 모든 온蘊은 곧 소멸하고 비로소 생유의 모든 온이 생기는 것을 결생結生하였다고 한다.’
모든 중생들은 이와 같은 태어나기 이전부터 뒤바뀐 생각[顚倒夢想]을 일으키면서 어머니의 태에 들어가며 우리들의 집착執着과 애착愛着이 얼마나 강력한지를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불보살들은 태에 들어가려 할 때 아버지에 대해서는 아버지라 생각하고 어머니에 대해서는 어머니라 생각하면서 결생한다고 논서에서는 마무리합니다.
우란분절입니다. 모든 사찰에서 인연있는 영가님들을 위해서 부처님의 가르침과 많은 법공양을 올리면서 천도를 하고 있습니다. 이제야 그 많은 중유들에게 한 말씀 올립니다. “혹 새로운 인연이 생기게 된다면, 꼭! 어머니를 어머니라 생각하시고, 아버지를 아버지라 생각하시면서 들어가셔야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