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인권위원회(이하 인권위)가 경찰서 정문에서 술에 취한 고령(당시 68세)의 청각장애인을 경찰관이 폭행하고 사후조치를 부적절하게 처리한 사건과 관련, 현장출동 및 당직 경찰관이 피해자에 대한 신속한 권리구제를 소홀히 한 것은 인권침해라고 판단하고 A경찰서장에게 ▲해당 경찰관 5명을 주의조치 할 것 ▲소속 직원들에게 보호조치대상자 및 범죄피해자에 대한 보호의무 등과 관련된 직무교육을 실시할 것을 권고했다.
당시 사건의 내용을 살펴보면 진정인 박OO(남·40)씨는 “지난해 9월 7일 0시 24분경 당직근무 중이던 경찰관이 A경찰서 정문에서 고령의 청각장애인인 부친에게 귀가할 것을 종용하며 실랑이를 벌이다 폭행해 의식불명의 상해를 입혔는데도 당시 현장에 출동한 경찰관 등이 단순한 주취자의 사고인 것처럼 축소 조작했다”며 사건 발생 후 15일 인권위에 진정을 제기했다.
이에 대해 당시 당직 근무 중이었던 B경찰관은 “술에 취한 피해자를 귀가시키려고 실랑이를 벌이는 과정에서 방어적으로 손을 뻗은 것이 피해자의 안면에 맞았으며, 코피를 흘리고 쓰러진 피해자를 인근 건물에 기대어 두고 지구대 및 112상황실로 전화해 보호 조치하도록 했고, 당시에는 피해자가 중상을 입은 것으로 보지 않아 지휘계통으로 보고하거나 신고하지 않았다”고 진술했다. 또한 당시 B경찰관의 신고를 받은 경찰관, 현장에 출동한 경찰관들, 신고접수를 받은 해당 지역 지구대 경찰관, A경찰서 상황실장 등은 “사건 발생 당시 단순한 주취자의 안전사고로 판단해 폭행 경위를 조사하려는 노력을 하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인권위의 조사결과 당시 A경찰서 정문 CCTV 녹화 기록, 정문 근무 의경대원의 진술, 피해자의 상해 정도 등을 조사한 결과, B경찰관이 청각장애인인 피해자의 귀가를 종용하는 과정에서 주먹으로 얼굴부위를 때려 상해를 입히고 별도 응급조치나 보고 없이 피해자를 인근에 방치한 채 주취자의 단순 사건으로 처리한 사실이 확인됐다.
또한 관련 경찰관들의 경우 가해자인 B경찰관에게 연락을 받은 경찰관은 순찰 경찰관에게 신속히 연락하지 않아 피해구제가 지연됐고, 112 지령실 무전을 받고 현장에 출동한 경찰관들은 피해자가 의식불명의 중상을 입은 사실을 발견하고 병원으로 긴급 호송하는 등의 보호조치는 취했으나 폭행 경위를 조사하려는 노력없이 단순 주취자 안전사고로 처리해 범죄수사에 필요한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고 인권위는 설명했다. 이어 A경찰서 상황실장은 경찰서 정문 가까이에서 발생한 범죄사실을 인지하지 못해 B경찰관의 범죄 혐의에 대한 수사를 뒤늦게 진행하는 등 업무상 과실과 주의의무를 위반한 점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인권위는 관련 경찰관들의 이러한 행위가 ‘헌법’ 제10조에서 규정하고 있는 국가가 범죄 피해로부터 국민을 보호해야 할 일반의무, ‘경찰관직무집행법’ 제2조 및 ‘범죄수사규칙’ 제82조 규정에 따른 경찰관의 의무를 소홀히 해 ‘헌법’ 제11조에서 보장하고 있는 피해자의 차별 취급받지 아니할 권리를 침해한 것으로 판단하고 A경찰서장에게 관련 경찰관에 대해 주의조치 할 것과 관련 직무교육을 실시할 것을 권고했다.
단 B경찰관의 폭행에 대해 소속경찰서에서 징계를 받았고, 현재 상해죄로 법원에서 형사재판을 받고 있어 국가인권위원회법에 따라 각하했으며, A경찰서 상황실장에 대해서도 해당 경찰서에서 별도의 행정상의 조치가 예정돼 있어 추가 책임을 묻지 않기로 했다고 덧붙였다.
정두리 기자 장애인 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