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중루의 지리산 둘레길 기행, 제15구간 <원부춘-중촌-가탄> 걷기
1. 지리산 산록 이름다운 산수 길
즐겨 지리산 둘레길을 찾는 사람들은 흔히 지리산 남쪽에 위치한 하동군 악양면 대축리와 화개면 탑리(가탄)를 잇는 둘
레길 제14, 15구간 풍경을 전 구간 중 으뜸으로 친다. 지리산 둘레길은 어디나 다 아름답지만, 이 구간은 특히 유별하다.
지리산 남부 능선에서 갈래 친 내삼신봉(內三神峰) 줄기를 이어 온 형제봉 능선을 타 넘으며 굽돌이 섬진강과 악양 동
천(岳陽洞天)을 한눈에 담아보고, 부춘골을 거슬러 올라 800 고지 능선 임도(林道)에 올라서는 칠선봉 벽소령 명선봉으
로 이어지는 장엄한 지리산 주능선 백두대간을 바라보며, 화개천으로 내려서며 정금리 중촌에서부터는 하동 천년차 밭
길을 거닐며 아름답고 이국적인 풍경을 볼 수가 있기 때문이다. 지난 주말, 보름 전에 걸었던 14구간에 이어 다시 원부
춘을 찾아 제15구간을 걷고 왔다.
신기천이 흐르는 화개면 부춘골은 어느새 봄꽃들이 차렸던 꽃대궐이 지고 연두색 초록이 산협을 물들이고 있었다. 해
발 400m 산간 마을인 원부춘에는 매화나무 가자마다 벌써 토실한 매실들이 달려있고, 금낭화들은 줄기가 휘도록 복주
머니 같은 꽃들을 매달고 있었다. 부춘골 오름 길은 흰구름이 이마에 닿을 듯 가팔랐다. 4km를 거슬러 활공장 갈림길
을 지나, 정금리 어름에 있는 임도 4거리를 찾았다. 형제봉 활공장 봉우리에서 갈래신 수박산 줄기를 에도는 해발 802
m 임도 쉼터다. 간간이 산벚꽃이, 진달래와 산철쭉이 피어 있었다. 북쪽 관음봉 저 멀리 지리산 주능선을 바라보며 숨
을 고른 뒤, 임도를 버리고 서남쪽 수박산 능선으로 내려서서 806봉 묘지 갈림길을, 다시 표고차 400여 m로 급준하게
떨어지는 북쪽 작은 능선길을 내려 하늘호수 차밭을 찾았다. 화개면 정금리 중산간 중촌 마을에 있는 하늘호수 차밭은
지리산 둘레길을 걷는 사람들에게는 순례지와 같은 곳, 산채의 오두막은 금세 쓰러질 듯 초라하지만, 금붕어 한가로
운 둠벙 가에 얼기설기 데크를 깔고 놓은 의자에서 마시는 차 맛은 일품이었다.
2, 하동 천년차 밭길은 신선의 길
하동 쌍계사에는 차나무 시배지가 있다. 1100여 년 전 신라 흥덕왕 때 당나라로 사신으로 갔던 김대렴이 가져온 종자
를 이곳에 처음으로 심었고, 이후 이곳의 녹차는 왕의 녹차가 되었다 전한다. 그리고 오늘날은 이곳 쌍계사에서 화개
장터에 이르는 화개천 삼십 리 강기슭에는 녹차밭이 끊임없이 펼쳐진다. 중촌 마을 개울 길 아래 정금리와 운수리 어
름의 신촌 도심길 갈림길에는 차 시배지를 가리키는 큰 이정목이 서 있다. 둘레길은 정금 마을로 넘어가는 산록을 따
라 천년차 밭길과 궤를 같이 한다. 정금마을 언덕 팔각정에 올라서서 바라보는 화개천 변 산록은 구릉마다 늘어선 차
밭이 이국의 풍경처럼 낯설어서 더 아름답게 다가왔다. 둥글게 가꾼 녹차 밭이랑 마다에는 연둣빛으로 피는 차 이파
리들이 하나 같이 참새 혀(작설)처럼 앙증맞고, 무리지은 새 이파리들은 맑은 햇살에 연초록으로 빛나고 있었다.
산수의 멋을 쫓아 즐기던 옛사람들은 산을 유람하는 것을 일러 독서하는 것과 같다거나, 가인을 보는 것과 같다고 했
다 한다. 지혜로운 사람들은 유산길에도 책을 읽듯 산수의 참멋을 애써 찾았음이요, 멋을 아는 사람들은 산수를 바라
보며 미인을 대하듯 했다 하니 그 풍류를 알 것만 같다. 어느 지자(知者)는 "하루 동안 마음이 깨끗하고 한가로우면,
그 하루는 신선이 된다(一日淸閑 一日仙)."라고 했다. 번잡한 일상을 떠나 잠시 휴식을 위한 여행길에 오르면 누구나
마음이 한가롭고 평화스러워진다. 명산의 둘레길을 찾은 녹림의 유산(遊山) 길은 특히 아름다운 산수가 있어 기쁨이
배가 된다. 한 걸음에 산세를 살피고, 두 걸음에 산천을 음미하며, 세 걸음에 푸른 하늘의 흰구름을 쫓다 보면, 누구나
마음이 한가로워지니 곧 신선이 아닌가! 정금 마을과 대비 마을로 이어지는 천년차 밭길을 지나 탑리 어름의 대비 고
개를 넘고, 재 넘어 백혜 마을을 지나 가탄 마을 어귀로 내려섰다. 한가로이 거닌 녹차 밭길은 길 모퉁이 마다마다 발
길을 잡고, 카메라에 담은 풍경들은 발길을 돌린 후에도 다시 뒤돌아 보고 마음에 담아 가라 한다. 눈에 선한 지나온
차밭 풍경이 가인(佳人)처럼 아름다웠다.
촬영, 2022, 04, 16.
▼하동 화개면 부춘리, 원부춘 마을
▼지리산 둘레길 제15구간=원부춘-임도 사거리-중촌-정금리 천년 차 밭길-백혜-가탄-화개면사무소
▼ 원부춘 마을에서 본 형제봉 능선 신선대 출렁다리
▼ 부춘골 길
▼ 금낭화
▼부춘리와 정금리 경계의 형제봉 활공장 삼거리
▼ 정금리, 임도 사거리
▼ 임도 사거리, 수박산 능선 쪽 갈림길
▼해발 800여 m 능선
▼ 멀리, 지리산 주능선
▼ 수박산 능선 묘지 갈림길 아래 산상 습지
▼ 중촌재 (중촌마을 뒤) 이정목
▼ 정금리 중촌마을, 하늘호수 차밭(다원)
▼ 하늘호수 차밭 정원
▼ 하늘호수 다원과 다원 주인
▼중촌마을
▼ 토실토실한 매실
▼정금리, 중촌마을
▼ 화개면 정금리, 천년차 밭길 삼거리(차시배지 안내판)
▼정금마을 쪽 천년차 밭길(화살표)
▼운수리 신촌마을
▼정금마을 차밭 언덕 팔각정
▼정금리 차밭 - 1
▼정금리 차밭 - 2
▼녹차 잎 새순(작설)
▼정금리 차밭 - 4
▼ 정금리 차밭 - 5
▼ 천낭개 언덕
▼정금리 천년차 밭길, 대비 삼거리 안내판
▼ 정금리, 대비 삼거리 차밭
▼ 정금리 대비 마을
▼천년차 밭길 '대비 고개'에서 본 정금마을
▼화개면 정금리와 탑리 경계의 천년차 밭길 '대비 고개'
▼ 화개면 탑리, 백혜 마을
▼ 한국 토종 흰민들레
▼백혜 마을 소류지(방죽)
▼화개면 탑리 백혜 마을
▼백혜 마을 대봉시(감) 농원
▼ 탑리, 가탄 마을 차밭 정자
▼천년차 밭길, 가탄마을 차밭
▼ 화개면 탑리, 가탄마을 회관 쉼터
▼가탄마을 동구, 표지석과 길가슈퍼
▼ 지리산 둘레길 제15구간 가탄 날머리.
▼ 화개천 변 차밭과 멀리 화개중학교
▼ 하동군 다향문화센터와 화개면사무소
▼화개면사무소
▼섬진강에 합류하는 화개천 어귀와 화개장터 쪽 조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