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용 수필집 '손님 물 온도는 적당하세요'를 흥미롭게 읽었다. 수필에서 아내를 연인으로 계속 자연스럽게 부르는 걸 보면 결혼생활 36년이 지났으면서도 아직도 청춘의 낭만을 그대로 간직한 듯 어지간히 용감한(?) 남편이기도 하다.
글을 읽다 보면 저자의 정서와 감성이 잘 발달되어 있고 삶을 아름답게 바라보는 자세를 보게 된다. 다른 말로 하면 저자는 문학적인 자세가 반듯하게 자리 잡은 것 같아서 독자의 마음도 푸근해 진다.
독자는 때론 수필 한 편을 읽고 나면 그 사람 일생을 관조(觀照)하게 된다. 수필은 대체로 정직한 언어를 사용하면 성실한 문장이 된다. 시인도 그렇고 소설가도 그렇지만 특히 수필가의 작품은 바로 그 인생의 알뜰한 대변자다.
박상용 수필집은 마치 자서전을 읽는 기분을 느낀다. 어쩌면 어느 정치인의 자서전 보다 훨씬 훌륭하고 소박하고 솔직하다. 편 편마다 알뜰살뜰 성실하게 자기의 경험과 가족의 소망을 잘 정리해 두고 있다.
박 저자의 수필을 읽다 보면 저자의 세계관과 인생관 그리고 삶의 생김새를 구석 구석 엿 볼 수가 있어 무언가 기분이 넉넉해 지고 재미가 있다. 특히 저자의 수필 끝 맺음은 은유(隱喩)와 은근한 유머를 섞어 처리하는 솜씨가 능숙하고 상쾌하다.
책을 읽다 보면 저자(著者)는 소중한 인생을 나름대로 철저하게 계획을 세우고 끓임 없이 노력하는 자세를 본다. 자신에게도 충실하고 주위 이웃들에게도 성실한 마음 씀씀이를 알게 된다. 하루 하루를 의미 있게 마지 하려는 참된 수필가로서의 소탈한 품성을 잘 보여 준다.
독자는 좋은 수필을 읽다 보면 저자가 무슨 생각을 하고 어떻게 살고 있는 지를 넌지시 알게 된다. 그리고 어느새 저자의 내밀한 정서(情緖)와 함께 드러나지 않게 알뜰한 이웃이 되기도 한다.
2024년 3월25일 윤행원(독자)
MEMO: 고향에 있는 계남초등학교 20회 졸업생 박상용 후배의 수필집을 읽고 나름대로 느낀 소감입니다. 글이 산뜻하고 재미 있다는 말을 전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