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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준의 바다 맛 기행⑭] 제주 여름 인기 보양식 자리 자리 털고 일어날 ‘바다 보약’ 자리 먹어봤수꽈 <서울신문> 2014년 7월 17일
제주에서는 음력 6월 20일이 '닭 잡아먹는 날'이다. 닭에게는 미안한 말이지만 뭍이나 섬이나 서민의 여름 보양식으로 닭을 따를 게 없다. 예나 지금이나 말이다. 연산군이 먹었다는 말고기나 제주도를 대표하는 흑돼지를 추천하지만 말은 함부로 먹을 수 없었고, 돼지는 여름에 잘 먹어야 본전이었다. 제주 중산간이야 그랬다지만 해안에서는 어땠을까. 제주 갯가에서 여름철 인기 최고는 단연 물회였다. 특히 자리물회는 갈치국, 성게국, 한치오징어물회, 옥돔구이, 빙떡, 고기국수와 함께 제주를 대표하는 향토음식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닭 잡아먹는 날'~제주 지역에서는 예부터 이른 봄에 깐 병아리를 집 마당에서 기르다가 6월이 되어 중닭으로 자라나면 닭죽이나 ‘닭제골’이라는 음식으로 만들어 먹었다. 중복 무렵이니 제주도식 ‘복달임’인 셈인데, 전해 내려오는 이야기로는 이날 닭고기를 먹으면 만병에 효험이 있다고 한다. 제주 지역에서 전승되고 있는 ‘닭제골’이라는 음식은 손질한 닭 속에 참기름을 바르고 마늘을 채운 다음, 무쇠솥 안에 뚝배기를 놓고 그 위에 꼬챙이 7~8개를 걸쳐 준비한 닭을 올려 중탕한 것이다. - 인용 : 향토문화대사전
여름철 자리물회는 다섯 번 먹으면 보약이 필요없다. 제주사람들이 하는 말이다. 그 비밀은 '막된장'이다. 여기에 팔딱팔딱 뛰는 싱싱한 자리의 지방, 단백질, 아미노산, 칼슘이 더해진다. 씹을수록 구수한 맛은 바로 아미노산과 칼슘에서 비롯된다. 참기름을 바른 듯 기름진 자리를 뼈째 썰고, 여기에 갖가지 생생한 야채가 어우러지니 완벽한 보양식이다. 그렇게 바닷가에선 자리물회로 입맛을 살리고 중산간에서는 자리젓으로 대신했다.
제주에선 '자리'라고 말하지 '자리돔'이라고 하지 않는다. 4~7월, 딱 넉 달 동안 잡는다. 참돔과 감성돔처럼 '귀족 포스'가 풍기는 것은 아니지만 자리에게도 명문가 출신임을 입증하는 '가시지느러미'가 있다. 돔은 '가시지느러미'를 의미한다. 가장 작고 볼품없지만 제주 사람들의 보릿고개와 여름철 영양을 책임졌던 생선이다.
옛날엔 자리물회를 아무나 먹을 수 없었다. 통나무배 '테우'를 타고 '사둘'이라 부르는 그물로 자리를 뜨던 시절엔 지금처럼 냉장보관이 쉽지 않았고, 길도 좋지 않아서 물회는 현지에서나 맛볼 수 있는 음식이었다.
동이 트려면 두어 시간 기다려야 하는 신새벽에 보목항으로 향했다. 4시면 자리를 뜨기 위해 '자리밧'으로 나서는 사람들을 만나기 위해서였다. 자리는 여름에 돌밭에 산란한다. 이런 곳을 '걸바다밭'이라 하며 특히 자리가 모여 사는 바다를 '자리밧'이라고 한다. 집안의 '우영팟'이 '채소 싱싱고'라면 '걸바다밭'은 '생선 싱싱고'쯤 될까.
자리는 돌밭을 일구며 살아온 제주사람을 꼭 닮았다. 어미는 산란할 때까지 곁에서 알을 지킨다. 고향을 떠나지 않는 것은 자라서도 마찬가지다. 그러니 좋은 자리를 잡기 위해 어민들은 새벽같이 서둘러 자리밧으로 향하는 것이다. '한국수산지'(1910)에 제주에는 '자리밧'이 282망이 있다고 했다. 자리밭 몇 개만 잘 봐도 봄부터 여름까지는 먹고사는 데 큰 어려움이 없었다. 자리밭마다 이름이 붙어 있는 것도 그만큼 섬살이에 차지하는 비중이 크기 때문이다.
가장 인상적인 자리밭은 성산읍 신풍리와 신천리 경계에 있는 '식게여'라는 곳이다. 제주 사람들은 제사를 '식게'라고 한다. 제를 올리는 시간은 보통 밤늦은 시간이다. 마치고 나면 12시가 훌쩍 넘는다. 좋은 자리밭을 차지하려면 새벽에 나가야 하는데 늦잠은 큰 낭패다. 그래서 어민들은 식게가 끝나자마자 자리밭으로 나가 배를 세우고 날이 밝기를 기다렸다고 한다. 이 소문이 퍼지면서 자리밭 이름도 '식게여'가 됐다고 한다.
제주의 바다 밑은 흘러내린 용암이 파도와 바람에 깎여 뾰족뾰족 솟아 있다. 후리그물질을 할 수도 없고, 저인망으로 긁어 잡을 수도 없다. 조심스럽게 그물을 내렸다가 들어 올려서 잡는다. 그래서 만들어진 게 '사둘'이다. 통나무배 '테우'를 타고 나가 사둘로 자리를 떴던 것이다. 요즘에는 보목동, 서귀포, 모슬포 등에서 축제나 체험용으로 활용하고 있다. 모슬포에는 지금처럼 주어선과 보조어선이 어울려 자리를 잡는 어법을 처음 개발한 어부 김요생의 공덕비가 세워져 있다. ▲테우 위에서 자리를 잡는 모습
여러 개의 통나무를 엮어서 만든 뗏목배라는 의미로 ‘떼배’, ‘터위’, ‘테위’, ‘테’ 등으로도 불리는 테우는 육지와 가까운 바다에서 이용하던 연안용 어선이었다. 제주도 연안은 지반이 험한 암반으로 형성되어 있어 바다를 오가는 일이 쉽지 않았다. 그러나 테우는 부력이 뛰어난 구상나무로 만들어서 암반 지대에서도 이용이 자유로워, 구상나무가 흔했던 80~90년 전까지만 해도 해안가 마을에서는 집집마다 테우를 마련하여 주로 미역, 듬북 등 해초를 걷어 옮기는 데 이용하거나, 자리돔 등 무리 생활을 하는 어종을 자리그물로 잡는 데 이용하였다. 이렇게 잡은 자리돔은 소금에 절여 자리젓으로 만들어 놓고 밑반찬으로 일년 내내 먹었다. 영등굿에서 행하는 ‘떼몰이 놀이’는 남자들이 테우를 타고 영등할망을 보내는 ‘배방선’ 제차의 마지막 순서였다.
제주 지역의 테우는 원래 한라산에서 자라는 구상나무로만 만들어졌다. 테우를 만들기 위해서는 삼월 중 범날[寅日]을 택일하여 한라산에 올라, 해발 700~800m 고지에서 살아 있는 구상나무를 배어 온다. 이미 죽은 나무는 말라서 쓸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쉽게 썩기 때문이다. 베어 온 구상나무는 6개월 동안 껍질을 벗기지 않은 채 그늘에서 말린 다음 형태를 잡아 뗏목배로 만들었다. 구상나무가 구하기 어려워지면서 30~40년 전부터는 방풍림으로 심었던 삼나무를 이용하였다.
테우 한 척을 만들기 위해서는 보통 일곱 개에서 열한 개의 통나무가 사용되었다. 선미 쪽 통나무의 직경은 20~40㎝ 정도이고, 선수 쪽 통나무의 직경은 15~20㎝ 정도였다. 이렇게 준비한 통나무는 장쇠 끼우기, 멍에 세우기, 펑게틀목 설치, 상자리 세우기의 과정을 거쳐, 돛대 구멍을 설치하고, 부분 부분에 새역을 박는 것으로 마무리된다. 테우의 선미(고물) 쪽 폭은 170~240㎝, 선수(이물) 쪽 폭은 140~180㎝ 정도로, 전체 길이는 대략 400~550㎝ 정도였다.
테우를 이용한 어로 작업은 보통 3월에서 10월 사이에 행하였다. 겨울에는 해체하여 잘 보관해 두었다가 어로 시기가 다가오면 재조립하여 사용하였다. 어로에 활용하기 위해서는 어음·불돌·앞돌·그물·버릿줄·용도·귀도래기·버릿줄 윗목·부표(망둥이)·돛대 등이 설치되며, 어로구로는 족바지·자리족바지·물안경·국자사둘·줄아시·갈치술·공젱이·듬북낫 등이 쓰였다. 동영상을 보시려면 상단 중앙의 배경음악은 잠시 꺼주세요.
기대 반, 설렘 반으로 새벽을 맞는 어부들의 아침은 언제나 활기차다. 서귀포시 보목리에 사는 한근호 선장은 선원들과 함께 보목마을의 새벽을 열고 자리돔 조업을 나간다. 물살이 세지 않은 곳에서 자라 가시도 연하다는 보목 자리돔은 제주 사람들 사이에서도 유명하다. 이동을 하지 않고 같은 자리에서 서식한다 해서 자리돔이라 불리는 물고기는 보목사람들에게 있어 더없이 고마운 존재다. 자리돔 조업을 하는 한병언씨와 해녀인 양정열씨 부부는 각자 바다에서 얻어온 해산물들로 요리를 해 먹는다. 서로의 수고를 알기에 함께하는 식사가 행복한 부부. 바다에 기대어 사는 보목 사람들에게 자리돔은 양식이고 선물이며 삶 자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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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이민 생활 30년에 대부분의 한식에 무덤덤해 졌는데, 자리물회 만큼은 아직도...박통 시절 윤이상씨가 고향 충무에 가고 싶으나 갈 수없는 신세가 되자 일본에서 배를 빌려 타고 현해탄을 건너 충무 앞바다까지 와서 멀끔히 고향 앞바다를 바라 보았다고 하지. 나고 자란 고향이란 유독 한국사람들한테만 소중한 것인지. 가을에 LA 에 갈 일이 있는 데 자리물회하는 식당을 찾아 봐야겠어. LA에는 보신탕집도 있다는데.
LA에 보신탕집이~~~ ? ㅋ
내가 홍콩에 있을 적에 얼렁뚱땅 몰래 한국에서 후배네 장모가 개고기 밀반입해 와서 보글보글 끓여 먹은 적이 있는데... 얼마 없어서 홍콩신문에 한국사람들이 개잡아 먹었다고 기사가 나서 싯겁을 한 적이 있네! 우리 말고 다른 사람들도 냠냠했었나 봐...ㅎ 경찰서에덜 불려가고. 재수 없는 사람들은 모래밭에 넘어져도 코가 깨지는 법이고! 복 좋은 년은 넘어져도 가지밭에 넘어진다잖아! 거 LA에 가서 개고기 잡수는 거 조심하게나~ 그러고 난 윤이상 이 분... 별로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