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동진 바다부채길
6월 대학산행은 7.8일 1박2일로 강릉 정동진 괘방산(343m) 및 바다부채길을 가기로 했다. 같이 가기로 했던 운강이 급한 사정이 생겨 빠지기 때문에 김정태, 민형욱, 임영빈, 최기영, 최종순, 황의중 이렇게 6명이 참가하게 되었다.
KTX의 안락함을 즐기며 담소를 나누는 가운데 홍 소장으로부터 전화가 왔다. 산행소식을 듣고 격려차 전화를 했다한다. 히말라야나 몽블랑을 오르는 것이 아닌데도 격려전화를 주는 홍인기의 인정이 고마웠다. 대학동창들이 많지만 만나지 않으면 그냥 먼 친구로 머물 수밖에 없다. 그러나 우리는 그동안 산행에서 만나 정감을 나눈 탓인지 격의 없이 소중한 사이가 되어있다.
우리의 만남은 2009년 8월 중순, 인사동 어느 음식점에서 부터 시작되었다. 그날 접대모임에서 앞으로 매월 식사모임을 갖자고 제안했을 때 운강이 이왕이면 산행을 하자했고 모두들 적극 찬성하여 우리는 그렇게 출발을 했다. 다음 달인 9월5일 김신기, 김정태, 석희태. 오삼환. 이용화. 정진우. 최예만. 최종순. 이렇게 8명이 수락산에서 만나 첫 산행을 시작했다. 이후 김종진, 김재훈, 민형욱, 임영빈, 최기영, 홍인기가 참여했고 김중회, 최윤수, 하해돈이 형편이 허용될 때마다 참석하여 푸짐한 점심을 사주기도 했다. 그동안 도봉산, 북한산, 수락산, 관악산, 청계산을 비롯해 서울근교의 산이란 산은 몇 차례 씩 수도 없이 다녔고 운길산, 검단산, 광교산, 양평 청계산을 비롯해 소백산, 오대산, 한라산, 지리산까지 다녀왔다. 우리는 남도기행, 블라디보스톡 여행을 다녀오기도 했으며 남도기행 때는 최진원이 100만원의 찬조금을 기부하기도 했다. 김신기, 오삼환에 이어 황의중이 산행대장으로 수고해주고 있으며 김종진(최예만)에 이어 임영빈(최기영)이 동창회장으로 든든한 기둥이 되어주고 있다. 대학동창회는 우리를 품어주는 거목이요 대학산행은 우리의 건강과 우정을 더욱 돈독하게 해주고 있다.
강릉에 도착하니 비가 많이 내렸다. 임영빈 회장이 가보았다는 식당을 찾아 회덮밥으로 식사를 마치고 커피거리를 찾았다. 비가 많이 내려 괘방산 산행은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커피거리는 우중임에도 사람들로 북적였다. 우리가 찾아간 커피집은 ‘HOLLYS COFFEE’라는 큰 간판이 붙은 어느 빌딩이었다. 4층인지 6층인지 잘 모르겠는데 넓은 홀은 커피 마시는 손님들로 빈자리가 없을 지경이었다. 입구에 커피주문을 위해 길게 서있는 줄이 신기로웠다.
강릉에서 버스를 타고 정동진으로 이동했다. 모래시계공원을 거쳐 숙소로 향했다.
우리가 머물 숙소는 카리브 모텔, 여자 사장님이 무척 후덕해보이고 편안해 보였다.
얼굴에서 풍기는 자애롭고 여유로움이 누님처럼 친숙하게 느껴져 왔다. ‘사장님! 참으로 인상이 좋습니다’ 했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황 대장의 친 누님이란다. 우리에게 배정된 방은 네개였는데 넓고 깨끗하고 격조가 있으며 전망도 좋았다. 시설과 편의성으로 보아 방 한 칸에 10여만원은 되리라 생각되었다. 그러나 숙박비를 모두 무료로 제공해준 모양이다. 쉬운일이 아닌데, 이런 고마울 데가 있나. 카리브 모텔 황혜중 대표님! 감사합니다. 복 많이많이 받으시고 더욱 행복하시기 바랍니다.
배정된 방에 여장을 풀고 저녁식사를 위해 해송 활어회집을 찾았다. 식당 여사장도 흰머리의 편안한 얼굴이었다. 칼리브 황혜중 사장이 식사자리를 직접 찾아 챙기라고 당부했다며 불편한 것이 있으면 말씀해달라고 했다. 아! 저 선한분들 몇몇이 시체말로 이 지역을 꽉 잡고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면서 참으로 훈훈하고 아름답게 느껴졌다. 자연산 맛있는 회와 얼큰한 찌개에 시간가는 줄 모른다. 이런 자리에 운강이 빠져 무척 아쉽다. 이야기가 무르익고 흥에 겨워 노래방까지 가게 되었다. 전에부터 노래방에 가면 황대장 인기가 당연히 으뜸이다. 때때로 노래에 심취되면 박자 따위는 신경도 안 쓴다. 앞 소절을 부르는데 화면에는 벌써 뒷 소절이 사라져 버린다. 점수가 100점이 나오지 않으면 고개를 갸웃하곤 하는데 그때마다 모두가 즐거워 박수를 치곤했다. 오늘은 최종순이 뉴 페이스로 떠올랐다. 불렀다하면 100점이다. 우리 종순이가 달라졌어요.
다음날 아침, 초당두부로 식사를 마치고 푹 쉬었다가 열시 반에 짐을 챙겨 숙소를 나왔다. 어제 내리던 비는 그치고 아침햇살이 찬란하다. 썬크루즈 주차장 한쪽에서 입장허가를 받고 들어가니 해변으로 내려가는 계단이 열렸다. 엄청난 규모의 계단이다. 어림잡아 천여 계단은 될 것 같다. 계단은 바다부채길 탐방을 위해 모여든 인파로 시끌벅적했다. 계단을 다 내려오니 눈앞에 광활한 동해바다가 펼쳐졌다. 파도가 쉴 새 없이 밀려와 부서지고 또 밀려온다. 눈앞에 펼쳐지는 천혜의 비경에 환희와 감동으로 탄성이 저절로 터져 나왔다. 어제 비가 와서 산행을 포기했을 때는 이번 여행에서 시간만 때우고 돌아가려니 생각했는데 뜻밖에 펼쳐진 비경에 가슴이 벅차올랐다. 나는 일행과 떨어져 혼자 걸었다. 무슨 사설이 필요하겠는가? 걷고 보고 환호하고 감사하기만도 시간이 모자란다. 태고적부터 접근이 용납되지 않았을 금단(禁斷)의 이 성스러운 영역을 어떻게 이렇게 아름답고 편리하게 열 생각을 했을까? 도저히 시설이 불가능해 보이는 곳에 놓인 다리가 한편으로는 영악스럽게 보이기 까지 한다. 어떻게 보면 이것도 일종의 바벨탑을 쌓는 인간들의 발칙한 행위일지도 모른다.
2,300만년전 지구의 용트림으로 동해안이 솟구치고 해수면이 물러나며 바다 밑이 육지로 올라왔다. 그리고 세월이 흐르는 동안 깎이고 파여 기암절벽을 만들었다. 바다 부채길은 강릉시청 한 공무원의 아이디어가 채택되어 강릉시가 열정적으로 개발을 했다고도 하니 참으로 대단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철재와 목재로 만든 테크를 지나며 때로는 오금이 저려올때도 있다. 푸른 동해바다와 투구바위 거북바위등 갖가지 기암괴석은 보는 것만으로도 힐링이 된다. 아찔한 절벽아래 파도치는 바다 위를 걷다보니 어느새 신선이 된 듯 모든 번뇌가 사라진다.
위에서는 분탕질로 편을 가르고 국민들 가슴에 불만 질러대는데 부채길 하나로 강릉을 살려 이렇게 활기 넘치게 했으니 너무나 장하고 자랑스럽다.
썬크루즈 주차장에서 심곡항까지 2.86Km 해안절벽길로 열려있는 바다부체길은 정동진 해안단구지대로 천연기념물 437호다. 첩첩산중 깊은 골짜기 심산유곡의 심곡마을은 절해고도와 같은 고립된 마을이었다. 1950년 6월25일 새벽3시 북한군이 육로와 해안을 통해 침략하여 3년 동안 한반도가 피바다로 물들었을 때도 심곡마을 사람들은 전쟁이 일어 난지조차 몰랐던 곳이라 하니 참으로 천지개벽이라 아니할 수 없다.
얼마 전 주말저녁에 아내와 종로에 나가 종로타워 뒤편으로 해서 공평동, 인사동 일대를 돌아본 적이 있다. 식당이 밀집된 어느 곳이 우리의 발길을 멈추게 했다. 주말이고 저녁때가 되었는데 식당이 텅텅 비어있었고 사장인 듯 보이는 아줌마들이 식당 앞에 나와 손님을 기다리고 있었다. 너무 안타까운 광경이었다. 전통과 역사가 숨 쉬는 서울의 중심지역에 저렇게 손님이 없다는 것이 어디 보통일인가?
논어에 ‘근자열 원자래(近者悅 遠者來)’라는 말이 있다. 춘추시대 초나라 제후 섭공의 어떻게 하면 백성이 떠나지 않도록 할 수 있겠느냐?는 걱정에 공자가 했던 답변이다. 가까이 있는 사람들을 편하고 즐겁게 해주면 멀리 있는 사람들까지 찾아온다는 말이다. 천막이 즐비하게 널부러져 있고 확성기 괭가리 소리가 귀를 찢는데 어느 관광객들이 몰려오겠나? 사드 보복 탓만으로 돌리는 위정자들이 역사에 죄를 짓고 있는 것이리라.
강릉 정동진 바다부채길이 떠오른다. 탐방객들의 그 정겹고 아름다운 환호와 북적거림이 눈앞에 선하다.
2019. 6.11. 石泉
첫댓글 석천과 산행(기행)후 항상 부러워하는 것이지만 이번에도 훌륭한 작품이 나왔네요 맛깔스러운 글과 잘 어울리는 풍경사진 빼어난 글솜씨 탁월한 기억력 타인에 대한 배려심 철저한 준비성 등등등 앞으로도 오래오래 휼륭한 글 많이 쓰시기 바랍니다
황대장 수고많았어요. 늘 황대장의 수고와 봉사로 우리모두 편하고 즐거운 여행을 할수있어 감사해요
황대장의 그러한 능력과 심성은 황대장의 복이자 우리들의 행운이라 생각되네요
이번 여행은 너무 즐겁고 감동적이었어요 고마워요
모든 것이 멋지고 맛깔스럽다.
하라방 선생
산이나 들에서 우린 늘 같이 있었잖아?
지성이면 감천인데
앞으로 우리 즐거운 시간을 같이 할수있도록 해요
모두에게 감사드림니다
기획하고 집행하고 조정 결정하고 김작가님의 멋진 여행기 모두 수고많으셨습니다
건강관리 잘해 연굼회가 오래오래 활성화 지속되기를 기원합니다
쐬주 한잔에 꼬박꼬박 졸던 최종순!
노래를 불렀다하면 빵빠레
뜸하다 싶으면 백운대에서 번쩍
우리 종순이가 달라졌네요.
이참에 6080 대청봉 도전을 목표로! ( 입학60주년과 80살될때) 몸을 만듭시다, 가능토록!
6080 ! 예리하다
기찬 설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