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남쪽땅에서 어느 날 갑자기 비닐봉지가 사라져버렸어요. 그냥 상상해 보세요.
기분이 어떤가요?
정말 비닐봉지가 사라져버린 마을이 있어요.
모드베리. - 가정집 761채, 교회 두 곳, 초등학교 한 곳, 영국식 술집 세 곳, 테이크아웃 음식점 두 곳, 유일한 외과의원, 작은 슈퍼마켓과 40여 작은 상점들이 모인 영국 남서쪽 데번주의 아름다운 바닷가 마을입니다.
이 마을에선 식품점에서 말린 올리브를 사거나 정육점에서 스테이크를 살 때 옥수수전분 종이에 담아줍니다. 갤러리, 철물점, 선물가게에서는 면가방에, 테이크아웃음식점에서는 종이가방에 담아주고요.
꽃가게는 생분해 아세테이트로 포장해 라피아야자줄로 꽃다발을 묶어줍니다.
그리고 모드베리 사람들은 집집마다 유기농공정무역제품인 면장바구니로 장을 봅니다.
2007년 5월 1일, 유럽 최초 ‘비닐봉지 없는 마을’이 태어난 날입니다.
바로 이 모드베리마을 상점 상인 43명이 비닐봉지로부터 독립을 선언한 것이지요.
이 마을 모든 가게는 비닐봉지를 한 장도 사용하지 않습니다. 생분해성, 유기농, 공정무역, 표백하지 않은 재활용가방들을 사용하지요. 구천원을 내면 살 수 있는 생분해성 옥수수전분 가방은 정육점이나 식품점에서 주로 이용하고 있어요.
이 작은 마을의 혁명은 한 여성 카메라기자가 시작했어요. 모드베리 태생 영국국영방송 카메라기자 레베카 호스킹은 하와이 바다생물을 하루 동안 촬영하면서 맞닥뜨린 거대한 플라스틱쓰레기에 충격을 받았습니다. 비닐봉지를 먹고 서서히 죽어가는 거북이, 비닐봉지를 집어 새끼에게 먹이로 주는 알바트로스. 그것을 보고 그녀는 카메라를 끄고 울었다고 합니다. 플라스틱을 그냥 쉽게 던져버리는 생활에서 자연의 비극이 비롯했음을 깨닫게 된 것이지요.
고향으로 돌아온 레베카는 다시 비닐봉지로 뒤덮인 고향 앞 바닷가를 목격하고는 ‘비닐봉지 없는 마을’을 상상하기 시작합니다. 그녀만의 상상은 하와이에서 담아온 처참한 바다생물다큐를 본 고향사람들을 움직여 마을공동체 전체의 상상력으로 커져갔습니다. 그녀는 상점마다 다니며 상인들을 설득하기 시작했고 결국 마을토론을 거친 뒤 모든 상인들이 함께하기로 결정했습니다.
상점들은 더 이상 쓰지 않는 비닐봉지를 모아 플라스틱의자나 내구성 있는 물건으로 재활용하는 도매업자에게 팔았어요. 그리고 모드베리 761가구 모두에게 유기농 공정무역면으로 만든 가방을 기증했습니다. 식물성 잉크로 인쇄해 만든 이 면가방은 생산 과정에서 노동권을 존중하며, 탄소발자국을 줄이기 위해 인도 뭄바이에서 배로 운송되었어요. 상점에는 재사용 면가방 2천 개를 만들어 보급했지요. 장바구니를 잊었거나 관광객으로 들렀다면 상점에서 모드베리 면가방을 사면 됩니다.
최소 여섯 달 동안 진행할 예정이었던 실험은 크리스마스를 지나 계속 이어졌고, 실험은 성공적이었습니다. 바쁜 날에는 비닐봉지 1천 장까지도 썼던 과거와는 이별이었지요. 바닷가 작은 마을의 행복한 실험은 영국을 흔들어 지역 120여 곳이‘비닐봉지 없는 마을’로 변화했습니다. 내년부터는 영국 전역에서 비닐봉지 무상 제공을 금지할 계획입니다. 모드베리는 이제 ‘플라스틱병으로부터 자유’를 새롭게 상상하기 시작했습니다.
천 년 동안 치르는 비닐봉지전쟁
월드워치에 따르면 해마다 버려지는 비닐봉지가 미국에서만 1천억 장, 세계 전체로는 5천억 장에 이릅니다. 이는 원유 1천2백만 배럴을 쓰는 양과 맞먹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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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초 비닐봉지 없는 마을인 오스트레일리아 콜즈 베이는 2002년 3월부터 열두 달 동안 3십5만 장을 줄였습니다. 현재 오스트레일리아에는 일곱 도시가 ‘비닐봉지자유구역’에 속합니다.
세계 비닐봉지 소비량의 5분의 1을 차지하는 미국에서는 2007년 봄 처음으로 상점에서 비닐봉지를 전면 금지한 샌프란시스코에 이어 2010년 7월부터 뉴욕시와 로스엔젤레스가 시작합니다. 소비자들은 비닐봉지마다 약 25센트를 내야 하고, 생분해성 비닐봉지를 써야 합니다. 위반했을 때는 범칙금 500달러가 부과됩니다. 올해는 미국 소매유통업체들이 매장에 재사용가방을 진열 판매하기 시작한 해이기도 합니다.
유럽에서는 2002년부터 무상 비닐봉지 제공을 금지하고 세금을 부과해 비닐봉지 사용을 90퍼센트 줄인 아일랜드가 인상 깊습니다. 이로써 석유 40배럴을 절약한 셈인데, 그 세금은 환경보호 프로젝트에 쓴다고 합니다.
프랑스 파리는 지난해에 비닐봉지 사용을 금지했습니다. 2010년까지 프랑스 전체가 이 흐름을 뒤따를 것이라 합니다. 또한 야유회 때 쓰는 일회용 플라스틱용품에 1킬로그램마다 천5백 원의 환경세, 이른바 ‘소풍세’를 새로 매길 계획입니다. 거둬들인 소풍세는 재활용산업을 지원하는 데 쓸 예정입니다.
재사용면가방이 생활에 자리 잡은 독일은 비닐봉지 한 장에 4백 원에서 8백 원에 이르는 돈을 내야 합니다.
스웨덴에서는 비닐봉지값 50퍼센트를 세금으로 내야 하고, 스페인은 2010년 안에 비닐봉지 금지를 포함한 통합폐기물 국가계획을 세워놓았습니다. 아프리카에서는 남아프리카 환경관광부 장관이 비닐봉지를 ‘나라의 꽃’이라 부를 정도로 비닐봉지쓰레기가 나뭇가지에 매달린 채 널려있는 것이 큰 문제입니다. 역시 비닐봉지 무상제공을 금지하며 모든 비닐봉지에 3퍼센트의 세금을 매기고 있습니다. 르완다와 소말리아도 마찬가지입니다.
아시아에서는 우선 방글라데시가 2002년 비닐봉지를 전면금지했습니다. 1988년부터 1998년 사이 10년 동안 엄청나게 팔려나간 비닐봉지가 어마어마한 쓰레기가 되어 하수구를 막아 결국 방글라데시 3분의 2 이상이 홍수에 잠겨 참사를 겪은 뒤였습니다.
인도 뭄바이, 대만, 부탄도 전면금지하고 있으며 날마다 비닐봉지 30억 장을 쓰는 중국은 올 6월부터 비닐봉지 무상 제공을 금지했습니다. 홍콩은 2009년부터 비닐봉지에 50센트 세금을 부과한다고 합니다. 홍콩의 한 대형 슈퍼마켓은 2006년부터 ‘비닐봉지 없는 날’을 정해 매장에서 비닐봉지 사용량을 줄였습니다. 달마다 첫 주 화요일은 ‘그린 데이’로 정해 비닐봉지를 약 60원에 판매해 그 수익금을 쓰레기제로운동에 쓰고 있다고 합니다.
이스라엘은 좀 특이합니다. 생선과 축산물 같은 먹을거리 외에 다른 제품을 비닐봉지에 담을 경우 할증 요금을 매기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인도 찬디가르시가 올 가을 10월 2일부터 한층 강력한 ‘플라스틱자유도시’를 시작했습니다. 상인, 행상인, 도매, 소매상인, 무역업자 어느 누구도 생산, 유통, 수입, 판매, 운송에 폴리에틸렌이나 비닐가방을 쓸 수 없습니다.
해마다 비닐봉지 2억 장을 쓰는 우리나라에는 ‘봉파라치’가 있습니다. 비닐봉지 무상제공을 신고하면 포상을 받는 제도이지요. 현재 94개 시군구에서 앞으로 200개 이상으로 넓어질 것이라 합니다. 시장바구니 사용고객 할인제도를 실시한 뒤 환경부가 조사한 바에 따르면 2002년 210만 장이었던 비닐봉지는 2006년에는 167만 장으로 줄었다고 합니다.
비닐봉지 아홉 장에는 승용차 한 대가 1킬로미터를 달릴 수 있는 석유가 들어있다고 합니다. 그 비닐봉지가 분해되는 데는 1천 년 이상이라는 상상을 넘긴 시간이 걸리지요. 하지만 비닐봉지 전성시대도 곧 막을 내릴 듯하네요. 편리성에 길들여진 만큼 지구라는 삶의 터전이 위험수위에 이르렀기 때문입니다.
앞으로 30년 안에 사라질 물건 가운데 비닐봉지가 꼽히기도 했지만, 아직 멀었다는 생각이 드네요. 내집에서만이라도, 나만이라도, '비닐봉지 안 쓰기' 지키면 어떨까요?
새까만 비닐봉지 든 손보다 더 아름다운 손은 장바구니 든 손입니다.
첫댓글 우리도 빨리 이런날이 왔음 좋겠어요..비닐봉지를 먹고 동물들이 죽다니..게다가 고양이도 비닐봉지보면 사족을 못쓰는데.
아무렇지도 않게 생각한 비닐봉지였는데, 생각을 달리해야겠습니다!
우리나라가 그렇게 되길 바래요..^^* 그러기위해선 우리부터 먼저 그런 습관을 길드려야 겠지요..? 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