쫄깃한 국수 한 그릇 드실래요?
성북동 국수거리에서 가장 맛있는 국숫집 찾기
찬바람이 불면 본능처럼 뜨거운 국물과 함께 후루룩, 국수가 먹고 싶다. 옛 시절부터 한 가락 국수 먹어본 사람들은 일찌감치 알고 있었다는 성북동 누들로드. 그사이 새롭게 뜬 국숫집도 있고, 긴 세월 변함없이 자리를 지켜온 국숫집도 있다. 몸에 좋을 것 없다고 푸대접 받는 밀가루 음식이지만, 쫄깃하게 삶아낸 국수 한 젓가락이면 절로 힐링이 되는 기분이다. 성북동 국수거리에서 맛보는 국수 한 그릇. 도심에 지친 팍팍한 영혼마저 말랑하게 하는 특별한 맛을 만나보자.
남해 멸치와 완도 다시마로 끓인 육수를 부어 먹는 구포국수
성북동 국수거리는 지하철 4호선 한성대입구역 5번과 6번 출구에서 시작된다. 나폴레옹제과점 뒤편으로 성북동 국수거리의 산 증인인 국시집이 있고, 6번 출구 골목 안에 이북식 메밀냉칼국수로 유명한 하단과 멸치국수로 유명한 구포국수를 지나 고기국숫집인 올레국수, 성북초교 삼거리의 성북면사무소와 우리밀칼국수 외에도 소문난 국숫집이 국수 가락처럼 이어진다.
지금은 언덕 위 저택들이 성북동을 상징하지만, 1960년대 서민 주택가일 때는 가난한 시인과 소설가, 화가 등 예술인들이 모여 살았다. 그때부터 주머니 사정 가벼운 예술가들이 찾기 쉬운 국숫집이 여럿 생겼다는데, 시인은 가고 없어도 주방에서 부글부글 육수 끓는 냄새는 여전히 구수하다. 68년 전통을 자랑하는 국시집의 클래식한 칼국수, 맑은 육수와 메밀국수의 식감이 특별한 메밀냉칼국수, 시원한 맛이 일품인 멸치국수, 오동통한 면발이 살아 있는 산마우동까지, 성북동 국수거리에서 잘나가는 국수 네 그릇을 찾았다.
[왼쪽/오른쪽]국시집 칼국수는 반죽, 치대기, 밀기, 썰기 등이 모두 수작업으로 이뤄진다. / 성북면사무소의 우동은 일본 전통 방식으로 만드는 사누키 우동이다.
성북동 국수거리의 원조 칼국수, 국시집
초행길에 국시집 간판은 보물찾기다. 빌라 모양의 건물 1층에 있는 국시집은 무심히 지나치기 십상이다. 68년 세월에 알 만한 사람들만 찾아온다는데, 점심시간을 훌쩍 넘긴 시간에도 실내는 북적거린다. 아침에 반죽 숙성을 시작해 부지런히 손으로 치댄 반죽을 방망이로 얇게 밀어 쓱쓱 썰어놓은 칼국수가 가늘고 곱다. 국시집의 칼국수는 후루룩 목 넘김이 좋은 경상도식 건진국수다.
[왼쪽/오른쪽]경상도식 건진국수라 목 넘김이 좋다. / 금방 부쳐 내서 부드럽고 구수한 생선전과 허파전
칼국수를 물에 삶아 건진 후, 소고기 육수에 칼국수와 애호박 썬 것을 넣고 한소끔 다시 끓여낸다. 육수는 한우 사태와 양지머리 등을 넉넉하게 넣어 고소하면서 달큼한 맛이 깔끔하다. 육수를 내고 알맞게 건져낸 사태는 수육으로 주문 가능한데, 양은 적어도 맛은 나무랄 데 없이 좋다. 칼국수와 곁들이기 좋은 생선전과 허파전은 주문하자마자 부쳐 내서 부드럽고 고소하다. 영업시간 12:00~16:30, 17:30~21:00. 명절 휴무. 칼국수 9,000원, 수육(소) 1만 7,000원, 전(소) 1만 4,000원
[왼쪽/오른쪽]수육과 전과 칼국수에는 맛깔스러운 김치가 잘 어울린다. / 소박하지만 내공이 느껴지는 국시집 간판
평양냉면 스타일의 메밀냉칼국수, 하단
어머니의 고향인 평안남도 하단을 상호로 썼다는 하단식당은 이북이 고향인 손님들이 많이 찾는다. 겨울에 먹어야 제맛이라는 평양냉면 그대로 양지머리 육수와 동치미 국물을 절묘하게 배합한 맑은 냉면 국물은 한 모금 마셔보면 가히 예술이다.
얼음이 동동 뜬 육수에 말아낸 메밀면이 탱글탱글하다
냉면 사리보다 두툼해서 씹는 맛이 좋고 양도 푸짐해서 한끼 식사로 넉넉하다는 메밀냉칼국수는 쫀득한 식감이 일품이다. 곱게 다져 올린 청양고추와 아삭하고 시원한 백김치는 보기에 좋을 뿐 아니라 시원하고 개운한 국물 맛의 비결이다. 백김치와 숙주, 두부, 소고기, 돼지고기를 곱게 다져 꼭 짜서 만든 이북식 만두는 투박한 만두피와 함께 주인장의 손맛이 살아나는 별미다. 영업시간 11:50~15:00, 17:00~20:00. 연중무휴. 메밀냉칼국수 8,000원, 만둣국 8,000원
[왼쪽/오른쪽]백김치와 무절임, 오이채, 다진 청양고추를 넣어 국물이 개운하다. / 평안도식 만두는 백김치를 썰어 넣어 맛이 담백하고 깔끔하다.
멸치 육수가 구수하고 진한 구포국수
성북동으로 올라가는 국수거리는 변화무쌍하게 시대를 넘나든다. 낡고 오래된 가게는 옛 정취가 구수하고, 카페 분위기의 세련된 가게는 호기심이 쫄깃하게 늘어난다. 80년대 선술집 분위기를 내는 구포국수에 다다르면 오래된 격자무늬 미닫이문을 드르륵 열고 들어서고 싶어진다. 가게 안은 구수하고 진한 멸치 육수 냄새로 가득하다. 남해 멸치와 완도 다시마로 진하게 끓여낸 육수를 주전자에 담아 팔팔 끓여 손님상에서 직접 그릇에 부어준다.
선술집 분위기에서 먹는 멸치국수라 더 구수하다.
주문과 동시에 삶아내는 국수는 쫄깃한 맛이 살아 있어 멸치국수에 대한 예의가 느껴진다. 멸치국수 한 그릇 먹으러 들어왔다가 바삭한 오징어튀김도 먹고, 막걸리에 파전과 보쌈도 시키게 된다는 구포국수는 연극인, 배우, 작가 들이 자주 찾는 곳이기도 하다. 영업시간 14:00~01:30. 매주 일요일 휴무. 멸치국수 4,000원, 오징어튀김 1만 3,000원
[왼쪽/오른쪽]주문과 동시에 삶아 면발의 쫄깃함이 최상이다. / 인테리어뿐 아니라 주방 소품도 소박하고 편안하다.
사누키 우동 맛 그대로, 성북면사무소
성북면사무소는 일본풍의 면 요리를 맛볼 수 있는 곳이다. 가게 한쪽 유리창 너머로 제면 과정을 지켜볼 수 있도록 해놓은 걸 보면 면에 대한 자부심이 듬뿍 느껴진다. 사누키 사의 기계를 수입해 일본 전통 방식으로 만들기 때문에 탱글탱글한 면발과 식감이 특별하다. 따끈한 우동도 맛있지만, 이색적인 우동으로 산마우동과 카레우동이 인기 있다.
짭조름한 쯔유에 탱글탱글한 우동이 썩 잘 어울린다.
산마우동은 위장과 성인병 예방에 좋다는 산마를 곱게 갈아 넣고 달걀노른자를 얹어 먼저 비주얼에서 입맛을 다시게 한다. 따로 내오는 쯔유를 각자 기호대로 면에 부어서 잘 섞어 먹으면 된다. 마의 끈적한 성질 덕분에 쯔유가 배어든 우동에 간이 알맞게 스며들어 입에 착착 붙는다. 영업시간 11:00~15:00, 17:00~23:00. 명절만 휴무. 산마우동 8,000원, 매실주먹밥 2,500원, 미니 튀김 5,000원
[왼쪽/오른쪽]매실주먹밥과 미니 튀김은 우동과 어울리는 메뉴다. / 주문이 들어올 때마다 면을 직접 뽑는 제면실
여행정보
국시집
주소 : 서울 성북구 창경궁로43길 9
문의 : 02-762-1924
하단
주소 : 서울 성북구 성북로6길 14
문의 : 02-764-5744
구포국수
주소 : 서울 성북구 성북로 52-1
문의 : 02-744-0215
성북면사무소
주소 : 서울 성북구 혜화로 88
문의 : 02-3672-0111
1.주변 여행지
길상사 : 성북구 선잠로길5길 68 / 02-3672-5945 / korean.visitkorea.or.kr
간송미술관 : 성북구 성북로 102-11 / 02-762-0442 / korean.visitkorea.or.kr
만해 한용운 심우장 : 성북구 성북로29길 24 / 02-920-3059 / korean.visitkorea.or.kr
2.숙소
홀리데이인 성북 : 성북구 종암로 123 / 02-929-2000 / korean.visitkorea.or.kr
브라운관광호텔 : 성북구 보문로 78 / 02-926-6601 / korean.visitkorea.or.kr
호텔 스토리 : 성북구 보문로 75 / 02-923-2301 / korean.visitkorea.or.kr
글, 사진 : 민혜경(여행작가)
※ 위 정보는 2014년 10월에 작성된 정보로, 이후 변경될 수 있으니 여행 하시기 전에 반드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