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자』 5장 덕충부(德充符) 2절
- 내면의 덕이 가득찬 사람 (2) -
[원문]
상계가 말하였다. “무슨 뜻의 말씀이신지요?” 공자가 말하였다. “서로 다른 점으로부터 본다면 한 몸의 간과 쓸개도 초(楚)나라와 월(越)나라처럼 다른 것이고, 서로 같은 점으로 본다면 만물은 모두가 한 가지인 것입니다. 이런 것을 아는 사람은 귀와 눈을 즐겁게 하는 아름다운 것도 알지 못하게 되며, 마음을 덕의 조화 속에 노닐게 합니다. 만물이 한결같이 완전한 것만을 보지 그것들이 손상된 점은 보지 않습니다. 그는 그의 발을 잃은 것을 마치 흙을 털어 버린 것과 같이 여기고 있는 것입니다.”
상계가 말하였다. “그는 자기 자신만을 위하고 있습니다. 그의 지혜로써 그의 마음을 얻었고, 그 마음으로써 그의 변함없는 참된 마음을 이룩하였습니다. 사람들은 어찌하여 그에게로 모여드는 것일까요?”
공자가 말하였다. “사람들은 흐르는 물을 거울로 삼지 않고 멈춰 있는 물을 거울로 삼습니다. 멈춰 있는 물만이 물건들이 와서 멈추게 하고 사람들을 모여들어 멈추게 합니다. 땅에서 생명을 받고 있는 것 중 오직 소나무와 잣나무만이 올바라서 겨울이나 여름이나 푸른 것입니다. 하늘에서 생명을 받고 있는 것 중 오직 순(舜)임금만이 홀로 올바라서 만물의 우두머리가 되었습니다. 다행이도 삶을 올바르게 할 수 있어서 여러 사람들의 삶을 바로잡아 주었던 것입니다.
근본적인 덕을 지니고 있는 경험은 두려움이 없는 충실한 상태를 이룩합니다. 한 사람의 용사가 많은 군사들 속으로 돌진해 들어갑니다. 용감하다는 명성을 추구하기 위해 스스로 행동하는 사람도 그와 같을 수 있습니다. 하물며 하늘과 땅을 다스리고 만물을 감싸며, 자기 육체는 잠시 맡겨진 것에 불과하고 귀와 눈으로 듣고 보는 것도 한 가지라 여김으로써 마음이 죽어버리는 일이 없는 사람이야 어떠하겠습니까? 그는 또한 날을 가려 이승을 떠나갈 것이고, 사람들은 그를 따를 것입니다. 그가 또 어찌 사물로써 자기 일을 삼으려 하겠습니까?”
[문해 도움글]
◆ 1-1 : ‘다른 점’과 ‘같은 점’으로 보는 관점
◉ “서로 다른 점으로부터 본다면 한 몸의 간과 쓸개도 초(楚)나라와 월(越)나라처럼 다른 것이고, 서로 같은 점으로 본다면 만물은 모두가 한 가지인 것임.”
▶ 달리 보는 관점 : 분석(分析), 종(種), 다자(多者), 개별(個別), 게체(個體)
▶ 같게 보는 관점 : 종합(綜合), 류(類), 일자(一者), 보편(普遍), 전체(全體)
◼ 제물(齊物) : 두 관점까지 모순(矛盾)으로 보지 않고 하나로 봄.
◆ 1-2 : ‘다른 점’과 ‘같은 점’을 하나로 보는 사람
◉ “이런 것을 아는 사람은 귀와 눈을 즐겁게 하는 아름다운 것도 알지 못하게 되며, 마음을 덕의 조화 속에 노닐게 합니다.”
▶ ‘이런 것을 아는 사람’ : 양쪽 관점을 아는 사람.
▶ ‘아름다운 것도 알지 못하게 됨’ : 감각에 의지하지 않음.
▶ ‘덕의 조화 속에 노닐게 함’ : 편견에 치우치지 않음.
◼ 현동(玄同), 제물(齊物), 이이불이(而二不二), 중용(中庸)
◆ 1-3 : 이분법적 사고(二分法的 思考) ; 전통논리학의 제1전제
◼ 동일률(同一律), 모순율(矛盾律), 배중율(排中律)
◼ 서양철학 : 변증법(辨證法), 흑백오류(반대→모순)
◼ 동양철학 : 불교의 공(空), 유교의 역(易), 도가의 제물(齊物)
◼ 노자 : 현동(玄同), 장자 : 제물(齊物), 조궤(弔詭)
◼ 조궤(弔詭, paradox, 역설[逆說]) ≒ 적궤(嫡詭, 敵詭, 的詭)
◆ 2-1 : 발즉흙(足卽土)
◉ “만물이 한결같이 완전한 것만을 보지 그것들이 손상된 점은 보지 않습니다. 그는 그의 발을 잃은 것을 마치 흙을 털어 버린 것과 같이 여기고 있는 것입니다.”
▶ 완전한 것과 불완전한 것의 다름과 같음을 함께 봄.
▶ 왕태는 자신의 발(有用)이 짤린 것을 흙(無用)과 같이 생각함.
◼ 도대(道大) → 서원반(逝遠反), 발즉흙(足卽土), 조궤(弔詭).
◆ 2-2 : 사람들이 모여든 이유
◉ “그는 자기 자신만을 위하고 있습니다.”[彼爲己]
▶ 남의 평가에 흔들리지 않고, 자신 내면의 본성(德)을 지킴.
◉ “그의 지혜로써 그의 마음을 얻었고, 그 마음으로써 그의 변함없는 참된 마음을 이룩하였습니다.”
▶ 그의 지혜로 모순되는 두 개의 같음을 알아, 그의 마음이 덕으로 충만한 참된 마음을 갖게 되었기 때문에 사람들이 스스로 모여들었음.
◆ 3-1 : 움직이지 않는 고요함의 덕
▶ 멈춰 있는 물을 거울로 삼음.
▶ 소나무와 잣나무만이 올발라서 겨울이나 여름이나 푸름.
▶ 순(舜)임금만이 홀로 올발라서 만물의 우두머리가 되었음.
◼ 순임금은 (내면의 덕이 가득찬) 한결같은 마음을 지녔음.
◆ 3-2 : 순(舜)임금의 한결같은 마음
◼ 눈먼 아버지를 둔 평민 출신으로, 계모와 이복동생에게 끊임없이 시기와 질투를 받으며 목숨의 위협까지 받았음. 그런데도 한결같이 효도와 우애를 다하였음.
◼ 완벽하게 증명된 ‘순’의 통솔력(사람들이 스스로 따르도록 함) : 아내들(공주들), 처남들(왕자들), 본가 가문(계모와 동생)을 끝까지 품어냄.
◼ 아름다운 선양(禪讓) 전통의 중심 : 요(堯) → 순(舜) → 우(禹)
◆ 4-1 : 내면의 덕이 가득찬 사람의 힘
◉ “다행이도 삶을 올바르게 할 수 있어서 여러 사람들의 삶을 바로잡아 주었던 것입니다.”
▶ 순임금의 가족들, 요임금의 자식들, 백성들까지 바로잡음.
◉ “근본적인 덕을 지니고 있는 경험은 두려움이 없는 충실한 상태를 이룩합니다.”
▶ ‘내면의 덕이 가득찬 사람’은 어떠한 두려움도 없음.
◆ 4-2 : 두 가지의 용감함
◉ “한 사람의 용사가 많은 군사들 속으로 돌진해 들어갑니다. 용감하다는 명성을 추구하기 위해 스스로 행동하는 사람도 그와 같을 수 있습니다.”
▶ 용감하다는 명성을 추구하는 정도의 사람도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을 수 있는데, 하물며 도를 깨쳐서 내면의 덕이 가득찬 사람은 말할 것도 없지 않는가 라고 장자는 말하고 있음.
◆ 5-1 : 내 육체를 내 것이라고 집착하지 않음
◉ “하물며 하늘과 땅을 다스리고 만물을 감싸며”
▶ 하늘과 땅의 자연스러운 흐름(道)과 하나가 되어, 세상의 모든 만물을 편견 없이 포용하고 통달해 있음.
◉ “자기 육체는 잠시 맡겨진 것에 불과하고”
▶ 죽음이란 자연의 원소로 되돌아가는 자연스러운 과정일 뿐으로 알고 내 육체를 '내 것'이라 집착하지 않으니, 육체가 늙거나 다치거나 죽는 것에 대한 근본적인 두려움이 사라짐.
◆ 5-2 : 마음이 죽어버리는 일이 없는 사람
◉ “귀와 눈으로 듣고 보는 것도 한 가지라 여김으로써 마음이 죽어버리는 일이 없는 사람이야 어떠하겠습니까?”
▶ 감각 기관을 통해 들어오는 세상의 분별(좋고 나쁨, 옳고 그름, 아름답고 추함)을 모두 ‘자연의 거대한 한 가지 흐름’으로 통틀어 바라봄으로써, 참된 지인(至人)은 마음이 흔들리지 않음.[내면에 가득찬 덕이 사라지지 않음]
◆ 5-3 : 의연하고 담담하게 육체를 벗어던짐
◉ “그는 또한 날을 가려 이승을 떠나갈 것이고”
▶ 자연의 순리에 따라 자신의 죽음을 온전히 받아들이고, 마치 멀리 여행을 떠나듯 의연하고 담담하게 육체를 벗어던짐.
◉ “사람들은 그를 따를 것입니다.”
▶ 내면의 덕(德)을 가득 채운 채 존재했을 뿐인데도 사람들이 자석에 이끌리듯 그 가르침과 삶의 태도를 흠모하고 따르게 됨.
◆ 5-4 : 불물어물(不物於物)
◉ “그가 또 어찌 사물로써 자기 일을 삼으려 하겠습니까?”
▶ 세상 사람들은 돈, 명예, 권력, 사회적 지위 같은 외부의 ‘사물’을 얻기 위해 평생을 바치고, 그것을 ‘자기 일(목적)’로 삼아 노예처럼 살아간다. 하지만 내면이 덕으로 가득 찬 성인은 그런 하찮은 외적인 조건들에 마음을 빼앗기거나 얽매이지 않음.
▶ 불물어물(不物於物, 사물에 의해 사물화되지 않음.)
▶ 에리히 프롬의 『소유나 존재냐』
▣ 질문
◉ 장자를 제대로 공부하면 과연 죽음까지 두려워하지 않을 수 있는가?
◉ 이분법을 극복해야만 내면의 덕을 가득채울 수 있는가?
▣ 이어지는 강의 예고
◉ 639회(2026.6.10.) : 장자 5장(덕충부) 3절[내면의 덕이 가득찬 사람 (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