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처음으로 사랑을 배웠을 제
내가 뛰어가던 바다는
하늘색 원피스의 언니처럼
다정한 웃음을 파도치고 있었네
더 커서 슬픔을 배웠을 제
내가 뛰어가던 바다는
실연당한 오빠처럼
시퍼런 울음을 토해내고 있었네
어느 날 이별을 배웠을 제
내가 뛰어가던 바다는
남빛 치마폭의 엄마처럼
너그러운 가슴을 열어 주었네
그리고 마침내 기도를 배웠을 제
내가 뛰어가던 바다는
파도를 튕기는 은어(銀魚)처럼
펄펄 살아 뛰는 하느님 얼굴이었네
=[오늘은 내가 반달로 떠도] 이해인 제3시집에서=
"내가 뛰어가던 바다는"는 10편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오늘 "1"편을 적어 봅니다.
이해인 시인님은 강원도 양구에서 1남 3녀 중 셋째로 출생하셨습니다.
양구는 바다가 없는 내륙지방이었으나,
바다에 관한 시를 이 시집에 10편이나 올려 놓으셨더군요.
서울창경초등학교, 부산 동래여중, 김천 성의여고, 필리핀 성 루이스 대학 영문과, 서강대학교 대학원 종교학과에서 공부하셨습니다.
아마도 동래여자중학교 시절에 바다를 많이 보셨을 것입니다.
심심산골이었던 저의 고향에는 계절이 변하는 시기에
산과 들은 아주 천천히 변했습니다.
바다는 먼 나라 이야기였지요.
부산에 생활하게 된 세월도 어느덧 34년이 되었습니다.
해변에 앉아 아주 쉽게 변하는 바다를 바라보곤 합니다.
바람과 파도는 친구 같아서
바람이 불면 파도가 일어서지요.
바람이 불지 않아도 파도는 늘 움직였습니다.
내 마음에 따라 파도의 노래는 다르게 들렸습니다.
슬픔에 잠겨 있을 때에는 슬픈 노래를 들려주었고,
외로울 때에는 위로의 노래를 불러주었습니다.
갈매기도 덩달아 내 마음을 알고 노래했습니다.
수평선!
아무리 파도가 높이도
멀리서 보면 수평선이었습니다.
오늘 하느님은 하늘을 목화밭으로 만들어 놓으셨습니다.
따뜻한 겨울을 보내라고 솜을 선물하시고 계시는군요.
하늘의 구름처럼 부드럽고,
바다의 수평선처럼 마음도 수평을 유지하는,
아무 조건 없이 그냥 좋은 날 되시길 빌면서
=적토마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