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이 스마트워치 줬지만 또 납치…피해자 보호 효과 있나
경찰이 스토킹 등 범죄 피해자의 신변을 보호하기 위해 스마트워치를 지급하고 있지만, 피해자가 납치되거나 살해당하는 보복 범죄가 끊이지 않고 있다. 일각에서는 피해자가 스마트워치를 착용하고 있더라도 경찰의 보호를 받긴 어렵다는 지적마저 나온다.
경찰이 출동하는 사이 피해자가 공격당하거나, 범죄자가 무력을 사용해 피해자의 스마트워치를 잘라버릴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전문가들은 경찰이 가해자 위치를 추적하고 관리하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23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 중앙지법 김정민 영장 전담 부장판사는 지난 14일 헤어진 전 여자친구를 납치한 혐의로 20대 남성 A씨를 구속했다고 밝혔다. A씨는 지인 B씨와 함께 피해자 C씨를 납치한 혐의를 받는다.
경찰에 따르면 C씨는 납치 이틀 전, 옛 남자친구인 A씨를 데이트폭력으로 경찰에 신고한 뒤 신변보호용 스마트워치를 지급받은 상태였다. 하지만 A씨가 이를 절단하고 화단에 버리면서 무용지물이 됐다.
경찰은 피해자 C씨의 정확한 위치를 확인할 수 없었고, 체포까지 약 한 시간을 허비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 사이 C씨는 A씨를 차에 태워 끌고 다니면서 자신을 경찰에 신고한 이유를 추궁하는 등 위협했다.
신변보호용 스마트워치 절단 사례는 이번이 처음이지만 스마트워치 실효성 논란은 이전에도 여러 차례 제기된 바 있다. 경찰이 이 장치를 통해 피해자 위치를 실시간으로 추적해도 범죄 피해를 완전히 막을 수 없어서다.
경찰 관계자는 “경찰 출동에 걸리는 시간은 대략 3분 정도”라면서도 “사실상 그 사이에 가해자가 현장에서 공격하면 스마트워치가 소용 없다. 가해자와 피해자가 같은 공간에 위치한 것 자체가 위험하다”고 말했다.
피해자가 가해자를 맞닥뜨릴 경우 즉시 신고하기 위해서는 신변보호용 스마트워치가 필수적이지만, 이 장치만으로는 피해를 온전히 예방할 수 없다는 의미다.
전문가들은 피해자 신변 보호를 강화하기 위해서는 심리적으로 가해자를 통제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김상균 백석대 경찰학과 교수(전 한국범죄심리학회장)는 “(가해자가) 해당 문제에 대해 ‘경찰이 주시하고 있다’, ‘피해자가 보호 받는다’는 사실을 인지하면 가해 심리가 억제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가해자 위치 추적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공정식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경찰이 가해자 위치를 추적해 피해자와 가까워지는 것을 막아야 한다”며 “사생활 침해 문제로 가해자 위치 추적 방안이 현실화되지 못하고 있지만, 공공 안전 측면에서 피해자의 안전이 확보될 때까지는 일정 기간 필요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김예솔 기자
출처: https://www.sedaily.com/NewsView/29LVI2XJK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