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럴 수도 있지! (덮어주신 은혜)
중국 송나라 8대 문호 중 한사람인 소식이라는 분이 쓴 구절중에
대지약우“大智若愚”라는 말이 있습니다.
“큰 지혜는 어리석음과 같다”는 말입니다.
개인적으로 우리나라 인사 청문회 소식을 접할 때 마다 아쉬운 점이
후보자 검증을 함에 있어서 적합성을 따지기보다 청렴 무능한 도덕 교사를
원하는 것 같아서 불만입니다.
악의와 고의성이 농후한 경우를 제외하고, 웬만한 일이면 모른척하고 넘어가주는 미덕을
정파를 초월해서 발휘하면 좋을 텐데, 너무 지나치게 엄한 기준을 세우는 것 같아서
정작 평가해야 할 적합성에서는 검증되지 않는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전 경북대 총장이셨던 박찬석 교수의 아버지에 대한 가슴 뭉클한 회고담은
그런 점에서 시사하는 바가 큽니다.
<나의 고향은 경남 산청이다. 지금도 그곳은 비교적 가난한 곳이다.
그러나 아버지는 가정 형편도 안 좋고 머리도 안 되는 나를 대구로 유학 보냈다.
나는 대구 중학교를 다녔지만 공부를 싫어했다. 그 결과 1학년 여름방학 때 받아 본 성적표는
68명 중 꼴찌인 68등이었다.
이 성적표를 들고 고향으로 향하면서 어린 마음에도 아버지를 생각하면 그 성적표를 내밀 자신이 없었다.
당신이 공부 못한 한을 자식을 통해 풀고자 했는데 꼴찌라니...
끼니도 제대로 잇지 못하면서 아들을 중학교에 보내신 아버지를 생각하면 그냥 있을 수만은 없었다.
잉크로 기록된 성적표에 석차를 1/68로 고쳐 아버지에게 보여 드렸다.
아버지와 어머니는 보통학교도 다니지 않았기 때문에 내가 고친 성적표를 알아차리지 못하셨다.
참으로 다행한 일이었다. 대구로 유학간 아들이 돌아왔다는 소식을 들은 친지들이 집으로 몰려왔다.
찬석이의 성적을 궁금해하는 친지들에게 아버지가 말씀하셨다.
“앞으로 봐야제. 이번에는 1등 했는가베”
그랬더니 친지들은“명순이가 자식 하나는 잘 뒀어. 1등을 했으니 책거리를 해야 제.”하고 말했다.
당시 아버지는 처가살이를 했고, 우리 집은 동네에서 가장 가난했다.
이튿날 강에서 멱을 감고 돌아오니 아버지는 한 마리뿐인 돼지를 잡아
동네 사람을 모아 놓고 잔치를 열었다.
그 돼지는 우리 집 재산 목록 1호였다. 기가 막힌 일이었다. 아버지를 불렀지만, 다음 말을 이을 수가 없었다.
그리고 집을 뛰쳐나왔다.
뒤에서 나를 부르는 소리가 들렸다. 겁이 난 나는 강으로 가 죽어버리고 싶은 마음에,
물속에서 숨을 참고 버티기도 했고 주먹으로 내 머리를 내려치기도 했다.
그 사건 이후 나는 달라졌다. 항상 그 일이 머리에 떠올랐기 때문이다.
그로부터 17년 후 나는 대학교수가 되었다. 그리고 나의 아들 민우가 중학교에 입학했을 때,
그러니까 내 나이 45살이 되던 날, 부모님께 33년 전의 일을 뒤늦게 사과드리려 했다.
“어무이 저 중학교 1학년 때 1등 한 건요...”
그때 옆에서 담배를 피우시던 아버지가 말씀하셨다.
“고만해라. 알고 있다. 민우가 듣는다.”
성적을 위조한 것을 알고도 돼지를 잡아 잔치까지 하신 부모님 마음을 박사이자,
교수이자, 대학 총장인 나는 아직도 감히 헤아릴 수가 없다.“
다시 기회를 주시는 그 큰 사랑이 아들을 변화 시켰고 사람을 만들었습니다.
예수님이 십자가에 달리시기 전날 밤 제자들을 데리고 겟세마네 동산에 기도하러 가셨습니다.
땀방울이 핏방울이 되도록 주님은 기도하셨는데, 제자들은 잠에 떨어졌습니다.
잠이 든 제자들을 보시며 예수님은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마음에는 원이로되 육신이 약하도다”(마26:4下 )
대부분 이 구절을 해석하며 질책성과 영적 민감성 부족을 말합니다.
그런데 “죽으면 죽으리라”의 저자인 안이숙 여사는 이 구절을 이렇게 해석했다 합니다.
“그럴 수도 있지”“마음은 그렇지 않은데 육신이 노곤해서 그럴 수도 있지!
너희 마음은 그렇지 않다는 것을 안다!”
인간에 대한 연민과 이해가 있는 참 고마운 해석입니다.
(목회와 신학 부록, 그 말씀 2020년 3월호 발췌)
주님의 이 덮어 주심이 참 고맙습니다. 이러한 덮어주심 때문에
오늘날 우리가 은혜 안에서 살 수 있습니다.
허물을 덮어 주면 사랑을 받고, 허물을 거듭 말하면 친구를 갈라놓는다.
(잠언 17:9, 새 번역 성경)
유덕한 여자는 존영을 얻고 근면한 남자는 재물을 얻느니라(잠언 11:16)
여러분 한명 한명을 주님의 이름으로 사랑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