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하꽃 / 김광욱 예쁜 꽃 잘난 꽃 향기로운 꽃 많고 많은 꽃 중에 너처럼 못 생긴 여자 있어 반하꽃이라 했다. 안녕하고 돌아가면 작아지는 네 모습 웬지 슬퍼 네 이름 불러 주고 싶을 때 이미 네 어깨 위로 까맣게 물들던 어둠 나는 너를 바라보지 못했다. 안개 낀 따스한 봄날에 낮은 둔덕에 앉아 빨간 기타를 들고 퉁겨 주던 슬픈 멜로디- 수녀도 아니면서 수녀처럼 하얀 칼라에 까만 상의 걸치고 밝게 참하게 살고 싶다고 되뇌이던 너 그러나 너는 그렇게 살지 못하고 세 번이나 실연의 고배를 마셨지. 그 슬픈 노래 가사처럼. 한 사나이는 그 꽃을 밉다고 버렸고 또 한 남자는 사별했다. 세 번째 녀석은 사기꾼 그리고 그 남자들은 모두 기혼자였다는 소문이다. 나는 네가 가엾어 견딜 수가 없지만 우리는 연인이 될 수 없단 걸 잘 안다. 나는 너를 포용할 수가 없는 거야. 네가 향기도 없고 지지리 못난둥이여서가 아니다. 모두가 너를 꽃이 아니다 하고 침 뱉고 외면한다 해도 널 보는 내 가슴엔 불이 환히 켜져 있었으나 나는 너를 비출 수 없었다. 너를 비추는 불빛이 너무 약해서 보이지 않든지 너를 붙잡고 입 맞추기에 너무 늦어서였든지 하여간 둘 중 하나일 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