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의관악종합사회복지관 여름방학 단기사회사업 '동네 영화제' 당사자 면접 후기 - 채은아
당사자 면접 날짜를 전달받은 이후부터 저는 떨리는 마음을 주체할 수가 없었습니다. '당사자가 중심이 되는 사회사업이 시작되었다.'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습니다. 정보원 카페에서, 친구들에게서 처음 당사자 면접 대한 이야기를 들었을 때가 생각납니다. 아이들이 직접 고민해서 선별하는 질문들, 대기실에서 전해주는 차, 신중하게 면접에 임하는 태도들을 전해 들었었고 그 모습들을 상상하며 기대했었습니다. 막상 그 상황이 제 앞으로 다가오니 ‘아이들에게 좋은 인상을 줄 수 있을까?’, ‘어떤 질문을 할까?’, ‘그 질문에 대답할 수 있을까?’하는 걱정과 물음들이 저를 긴장하게 했습니다. 강민지 선생님께 여러 번 면접에 대해 질문하고, 정보원 카페에서 면접 후기들도 찾아보았습니다. 후기를 보고 참고하여 미리 제 이름으로 삼행시도 지어보고, 예상 질문들도 써보았습니다. 걱정하지 말라는 친구들의 말에도 저는 실제 면접보다 더 손에 땀을 쥐었습니다.
면접 날이 되었습니다. 복지관에 가면서 천천히 동네 주변을 걸었습니다. 재개발이 되기 전에 살았던 저의 동네 같았습니다. 정겹고 포근한 느낌이었습니다. 앞으로 이곳에서 보내게 될 시간들을 그리며 복지관으로 향하였습니다. 떨리는 마음에 면접 시작보다 한참 이르게 복지관에 도착하게 되었습니다. 너무 이른 시간인 것 같아서 휴게실에 앉아 제가 작성한 지원서를 보고 있었는데, 강민지 선생님께서 “채은아 선생님? 빨리 오셨네요.”하고 먼저 인사해 주셨습니다.
면접 20분 전에 함께 과업을 수행하실 신지영 선생님께서 오셨습니다. 신지영 선생님과 인사를 나누고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면서 긴장이 풀리기 시작했습니다. 면접 10분전, 대기실로 이동했습니다. 대기실로 이동하는데 “벌써 오셨어!”, “어떻게 해!”하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저도 모르게 웃음이 났습니다. 수줍게 두 아이가 다가와서 메뉴판을 전해주었습니다. 정성껏 준비한 메뉴판을 보며 ‘이것이 그 유명한 대기실 메뉴판인가’ 싶었습니다. 조심스럽게 차를 주문했습니다. 고개를 끄덕이고 간 아이들이 다시 돌아와 “차갑게 드려요 따뜻하게 드려요?”, “얼음 넣어드려요?”하고 물었습니다. 그 모습이 너무나 귀하게 느껴졌습니다. 제 차례를 기다리고 있는데 한 아이가 제 눈을 마주치고 가만히 서있었습니다. 눈을 마주치고 함께 웃다가 “저 이제 들어갈까요?”하고 물으니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면접을 보러 들어가니 생각보다 많은 어린이 면접관들이 저를 맞이해주었습니다. 순간 풀렸던 긴장이 다시 시작되는 것 같았습니다. 아이들이 먼저 자신들을 소개해 주었습니다. 저도 간단하게 저를 소개하였습니다. 소개가 끝난 후에 아이들이 한 명씩 돌아가며 질문을 이어갔습니다. 두 번째 질문에서 “노래를 잘 부르시나요? 노래불러주세요.”라는 질문이 나왔습니다. 예상하지 못해 잠깐 당황했지만 ‘예쁜 아기 곰’동요를 불렀습니다. 노래가 끝난 후에 아이들이 박수도 쳐주고 좋아해 주어서 다행이라고 가슴을 쓸어내렸습니다. “선생님 해외에서 오셨어요?”라는 질문을 받았습니다. 지원서에 해외에서 살았던 경험을 이야기 했는데, ‘아! 친구들이 지원서를 정말 꼼꼼히 읽고 준비해 주었구나.’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또 “아이들이 울거나 다치면 책임지고 돌봐줄 수 있나요?”라는 질문을 받았습니다. 자신 있게 “그럴 수 있다.”고 대답하고 나서 아이들이 이 과업에 대해 얼마나 진지한지 엿볼 수 있었습니다. 그 마음을 느끼며 저도 입으로 마음으로 한 번 더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짐하게 되었습니다.
두어 바퀴정도 질문 릴레이를 마치고는 한 아이가 “너희 질문 끝났어? 난 더 있는데, 내가 계속해도 돼?”하고 열의를 보였습니다. 저에게 궁금해 하는 것이 많은 것 같아 기뻤습니다. 모든 질문에 최선을 다해 대답하였지만 혹여나 실수하지는 않았을까 걱정하는 마음이 앞섰습니다. 하지만 아이들이 끝나고 주었던 쪽지들에 ‘합격입니다. 노래를 불러주셔서 감사합니다.’, ‘많은 질문을 들어주셔서 감사합니다.’ 하는 말들이 적혀있었습니다. 그 마음들이 너무 감사했습니다.
면접이 끝나고 아이들이 동네를 소개시켜주고 싶다고 이야기 했습니다. 아이들과 동네를 돌아다니다가 갑자기 한 아이가 넘어졌습니다. 깜짝 놀라 달려가 괜찮은지 보았습니다. 그때 “정말 잘 돌봐주시네.”라는 목소리를 뒤에서 들었습니다. 면접 때 받았던 “아이들이 울거나 다치면 책임지고 돌봐줄 수 있나요?”라는 질문이 생각났습니다. 놀라웠습니다. 아이들이 하나도 놓치지 않고 지켜보고 있는 것을 느꼈습니다.
즐겁게 아이들과 동네를 돌아보며 많은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아이들이 저에게 마음을 열어준 것을 느꼈습니다. 헤어질 때 안아주며 “선생님 가지 마요.”, “선생님 언제 또 봐요? 우리 내일 만나요.”하고 이야기 해주는 것이 너무 고맙고 기뻤습니다. 7월에 만날 날을 기대하며 아이들과 헤어졌습니다. 집으로 돌아가는 발걸음은 많은 선물을 받은 것처럼 무거웠습니다. 행복한 무게감이었습니다. 앞으로 이곳에서 만들어지고 다듬어질 시간들이 기다려집니다. 얼마나 많은 것들을 배우고 얻어갈지 벌써부터 벅차는 마음이 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