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입산일시 : 2011년 7월 17일 (10시~ 16시 03분)
※ 입산지 : 장안산(1,237), 전북 장수군 장수읍
※ 날씨 : 구름 약간, 무더위
※ 입산구간 : 법연동 ~ 어치재 ~ 하봉 ~ 중봉 ~ 장안산 ~ 연주마을 방향 갈림길 ~ 덕산계곡길 ~ 연주마을
기나긴 장마는 우리의 입산을 허용치 않았다.
몸이 근질근질!! 좀이 쑤신다!!
장마의 끝지점!! 입산 후보지는 민주지산, 덕숭산, 대둔산이다. 민주지산은 각호산에 들고 싶은 마음에, 덕숭산은 가깝다는 점, 대둔산은 칠성봉 전망대로 오르는 새로운 길을 만나기 위해서다.
각각 의미있는 입산이 될 터인데... 막상 결정은 '무진장' 장수의 장안산이다.
백두대간에서 갈라져 금남호남정맥의 산, 주변을 아우르는 크고 깊은 산!! 100명산의 연장선에서 찾은 산이다.
전북 장수를 향하는 길에서 '오지'다움을 확인했다. 한참 남쪽을 향해 차를 달렸는데 마치 강원도에서나 볼 듯한 고개길을 지나 사람이 별로 살 것 같지 않은 작은 마을에 닿았다. 그곳이 장안산을 찾는 입산로다.
마음은 법연동에서 크게 돌아 밀목재로 내려설까 했지만, 느림보 산행에 욕심만 내는 버릇은 시간이 지나도 잘 없어지지 않는다.
장마가 끝난 날!! 지체 없이 무더위가 찾아왔다. 그 열기는 숨을 막는다.
장안산은 부드럽다. 그리고 흙산이다. 조그마한 오솔길이 맘에 든다. 산에 들자 제법 깊은 느낌을 준다. 발길도 그리 많이 지나지 않는 것처럼 보인다.
워낙 출발점도 고도가 있어서일까? 산길은 평탄하다. 약 한달만의 입산이라 몸은 천근만근이었지만 산길이 부담을 덜어준다.
산이 계절에 따라 다른 맛을 내는데 봄이 새로운 생명의 탄생을 알린다면 여름은 울창한 숲으로 시원함을 전해준다. 가을이야 온통 화려한 옷으로 갈아입어 보는 이의 넋을 빼놓는다면 겨울은 산이 가진 그 속살을 있는 그대로 내보여줌으로써 오직 '산'을 느낄 수 있게 해준다.
땅에서 무더위는 산에서 시원함으로 다가왔다. 그래도 이미 온몸은 땀으로 범벅이다. 바지로도 땀의 흐름이 느껴진다.

▲ 입산 안내판 (09:58)

▲ 빨간 버섯 (10:09)

▲ 하얀 버섯 (10:16)
기나긴 장마가 끝났지만 습기를 머금은 곳에 버섯이!!

▲ 묘한 공존 (10:29)
전혀 다른 결을 가진 나무들이 함께 살고 있다.

▲ 하늘말나리 (10:46)

▲ 깊은 산속 오솔길 (10:56)

▲ 자유분방한 나무 (11:00)
장안산 가는 길이 부담은 없으나 제법 길다. 어느 곳으로 접근해도 5킬로에 육박하는 거리다. 물론 무룡고개에서 오르면 제일 짧은 길이다.
산이 주변과 어울려서 우뚝 솟은 곳이라 장안산을 제대로 느끼려면 주변 산을 연달아 걸어야 할 것이다. 막상 원점회귀하다보니 산을 제대로 감상하지 못했다는 생각이 들 정도다.

▲ 장안산을 향해 (11:16)
3킬로 이정표를 지나자 고도를 본격적으로 높이는 과정이 시작되었다.
자연을 접하게 되면 그냥 얻어지는 법은 없다. 그만큼 수고를 해야 한다. 산마루를 향해 가는 길도 그렇다.
주변 산과는 달리 천 고지를 훌쩍 넘긴 높이다. 어찌 편한 길이 이어지겠는가? 지금까지 걸은 것과는 전혀 다른 된비알이 나타난다.
무룡고개쯤에서 왔음직한 산님들이 걱정의 소리를 한다. "법연동에서 왔어요? 계속 오르막인데..."
근데 난 속으로 웃었다. 그 표현은 산이 좋아 산에 온 사람들한테 할 얘기는 아니다. 그 맛에 산에 들어선 것이기 때문이다.
두세 번의 된비알을 오른 듯 하다. 이정표도 따로 없어 하봉, 중봉을 넘어섰던 모양이다. 된비알에서 힘이 빠지는 느낌을 받았다.
그 순간 어려운 고비를 지났던 모양이다. 제법 부드러운 길로 또 변하고 있었다.

▲ 된비알 (12:11)
부드러운 길을 암시하 듯 나비가 꽃과 어울린다. 이것이 여름의 상징일까? 웬 나비가 이렇게 많던지.
나리꽃과 어울린 나비는 그 색감도 아주 선명했다. 자연의 섭리는 속세에서도 그대로 확인할 수 있다.

▲ 꽃봉오리 (12:29)

▲ 오솔길 (12:36)

▲ 나리꽃과 나비 (12:36)
산마루에 이르자 산악회가 자리를 이미 잡고 있다. 독특하게도 정상석 주변을 전세낸 듯이 장악했다.
이런 경우는 별로 없는데 뭐 그냥 지나쳐 자리잡고 점심을 먹었다. 땀을 많이 흘려서일까? 우선 술부터 들어간다.
술로 몸을 달래니 그제서야 밥이 들어간다. 자연에 들어섰으니 역시 자연과 어울리는 음식이 최고다. 동네 농협에서 산 곰취나물은 점심을 즐겁게 해주었다.
점심을 거나하게 먹고 나니 주변 산객이 모두 자리를 뜨고 없다. 마눌은 '이제 산에 온 느낌이다' 며 고요를 즐긴다.

▲ 산마루 (13:42)

▲ 산마루에서 바라본 조망
한여름 내려서는 길은 뭐니뭐니 해도 계곡길을 찾는 것이 좋다.
장마 끝 계곡은 '풍부한 물의 나라' 였다. 상류에는 그리 많은 물이 있을 것 같지 않았지만 물소리가 금방 들리는 것이 얼마나 반갑던지.
좋은 버릇은 아니라도 생각되는데, 사시사철 계곡물을 보면 물맛을 보게 된다. 한겨울 괴산 군자산, 작은 군자산 자락에서 맛 본 '물맛'을 잊을 수 없어 맑은 물을 보면 맛보는 버릇이 생긴 것이다.
물맛!! 정말 좋았다. 난 물맛, 마눌과 딸봄은 계곡물에 발담그는 맛!! 이게 여름산에 계곡즐기기의 전형이다.

▲ 하산길 (13:53)
연주마을을 향해....

▲ 덕산계곡을 그냥 지나칠 수 없지 (14:49)

▲ 장마 끝무렵이라 물이 힘차네 (14:55)
계곡에서 충분히 즐기고, 이제 산을 떠나야 한다.
덕산계곡은 생각보다 길게 이어진다. 마을까지 징검다리를 대여섯번 건넜다. 시골마을의 개울풍경이 떠오른다.

▲ 연주마을 길에 수없이 나타나는 징검다리 (15:50)

▲ 하산 (16:03)
제법 긴 시간을 내려와서야 마을을 만났다. 짧게 산을 맛봤는데.. 음.. 장안산의 밑자락만 보고 온 듯한 느낌!!
산의 앉음새와 놓임새가 예사롭지 않다는 것을 확인했다.
산은 들면 들수록, 알면 알수록 더욱 모르겠다!!
첫댓글 가봐야할 곳에 추가했습니다. 계곡이 아주 참하네요.
깔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