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퇴 이후 집에서 지내는 시간이 늘어납니다.
하루 일과 입니다.
5시에 기상하여 국민 체조와 더불어 기(氣)운동을 삼십 분 이상 합니다.
이어서 6시 경에 집을 나섭니다.
자전거를 타고 테니스장으로 향합니다.
환경정리를 하고 동호인들과 두어 게임을 재미있게 칩니다.
곧이어 옆에 있는 야트막한 산에 올라 각종 기구를 이용하여 부족한 근육운동을 추가 합니다. 이때 평평한 곳에서 뒤로 걷기를 1,000보 정도 꼭 합니다. 성경 말씀을 들으면서 걸으면 더 은혜가 됩니다. 대개 8시가 조금 넘어서 집으로 돌아옵니다.
샤워와 식사를 거치고 신문 기사, 칼럼, 사설 등을 읽고 일본어 공부를 하다보면 오전이 후딱 지나갑니다.
회복 중에 있는 사람이 좀 무리한 것은 아닌지 조금은 염려가 됩니다.
어제는 오후에 병원에 다녀왔습니다.
약 2개월 간 집중적으로 치료를 끝내고 CT, MRI, 혈액 검사 등의 결과가 나오는 날이었습니다.
처음부터 예견했지만 그래도 합격 여부를 알아보는 수험생 같은 기분이었습니다.
세 분(이비인후과 전문의, 종양내과 전문의, 방사선 종양학과 전문의)이 모두 검사결과가 아주 좋다고 합니다.
앞으로 계속 추이를 관찰하자고 하면서 더 좋아질 것이라고 합니다.
희망적인 얘기를 들으니 힘이 납니다.
집에 돌아와서 미루었던 두 가지 일을 했습니다.
먼저, 세면대 수리를 했습니다.
양치질이나 손씻기, 세수 등 하루에도 여러 번 사용하는데 며칠 전부터 물이 시원하게 내려가질 않았습니다.
보통은 배관 청소용 롱 브러시나 과탄산소다를 이용한다는데 직접 뜯어서 중간에 끼인 머리카락, 오물 등을 제거하기로 하고 작업을 시작했습니다.
나사를 조이는 플라이어도 장만했습니다.
그런데 시행착오를 겪었습니다.
나사를 풀고 배관을 분리하여 머리카락 등 오물을 잘 제거했는데 문제가 생겼습니다. 조립할 때, 고무 바킹을 잘못 집어 넣어 자꾸 물이 세는 바람에 고생 좀 했습니다.
할 수 없이 철물점 아저씨의 도움을 받았습니다.
생전 안해봤던 일이라 간단한 것도 힘이 들었습니다. 이젠 자신이 있습니다.
내친김에 화장실 변기 밑바닥에 발라놓은 시멘트가 떨어져서 보기가 흉했는데 백시멘트를 발라 튼튼하게(?) 해 놓았습니다.
요령은 백시멘트(2,500원)를 못쓰는 플라스틱 용기에 물을 붓고 수제비 반죽 정도로 해서 바릅니다. 비닐장갑을 이용하면 좋습니다.
지난 번에는 대문 하단 문고리를 사다가 직접 교체했는데 그렇게 편할 수가 없었습니다.
하기사 20년이 넘은 아파트에 살다보니 손볼 곳이 수시로 생깁니다.
하지만 조금만 노력하면 집이 새로워지고 기분까지 좋아집니다.
사람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합니다.
칠십이 다 되도록 사용하니 이곳저곳에서 보수할 곳이 생겨 납니다.
미리미리 대비하여 면역력을 키우고 건강을 지켜나가려고 했지만 틈이 생깁니다.
특히 이번처럼 생각지도 못했던 곳에서 의외의 질병이 찾아올 수도 있습니다.
집수리를 직접 해보니 작은 일이지만 소소한 행복을 느낍니다.
더불어 건강에 대해서도 새삼스럽게 관심을 가지게 됩니다. 집수리를 하듯이 내 몸이 소리를 내면 적극적으로 고쳐 나갈 것을 다짐해 봅니다.
덤으로, 특별 보너스로 주시는 하루하루를 허투루 보낼 수 없기 때문입니다.
첫댓글 평생 직장생활과 대학교수로 은퇴하여 그런지 간단한 집수리도 영 잼뱅인 나를 발견했습니다.
하나하나 배워갑니다.
세면대와 변기를 수리하면서 소소한 행복을 느낍니다.
더불어 갑자기 수리할 곳이 생긴 내 몸을 좀 더 적극적으로 관리해 나갈 것을 다짐해 봅니다.
늘 기도하듯이 덤으로, 특별 보너스로 주시는 하루하루 이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