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중앙은행은 15일 기준금리를 연 15%에서 16%로 1%포인트(P)인상했다. 이로써 지난 7월부터 시작된 금리 인상 행진을 5개월 연속 이어갔다.
RBC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러시아 중앙은행은 이날 올해의 마지막 이사회에서도 기준금리를 올리기로 결정했다. 중앙은행은 발표문에서 "인플레이션 압력이 여전히 높다"며 "올해 인플레이션의 전망 상한선인 연 7~7.5%에 근접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금리 인상 이유를 설명했다. 동시에 "올해 GDP 성장률도 당초 예상보다 높은 수준으로, 3%를 넘어설 것"이라며 "2023년 하반기 러시아 경제가 균형 성장 궤도에서 상향 이탈했기 때문"이라고 해석했다.
러시아 중앙은행/사진출처:소설 미디어(SNS) ok 이즈베스티야 계정
러시아의 긴축 통화정책(금리 인상)은 지난 7월 시작됐으나, 5개월 사이에 기준 금리가 연 7.5%에서 16%로 껑충 뛰어올랐다. 그러나 이번 인상은 금융시장에 놀라운 뉴스는 아니었다. RBC가 전문가들을 대상으로 금리 인상여부를 조사한 결과, 31명 중 22명은 1% 인상을 예상했다.
엘비라 나비울리나 러시아 중앙은행 총재는 기자회견에서 "이사회가 1% 금리 인상과 동결 안을 놓고 논의한 결과, 1% 인상안을 택했다"며 "7.5%에 근접한 인플레이션을 잡아야 한다는 원칙론이 통한 것"이라고 말했다. 푸틴 대통령은 전날(14일) 기자회견겸 국민과의 대화에서 "연말까지 물가 상승률이 8%까지 오를 수 있다"고 인정한 바 있다.
나비울리나 러시아 중앙은행 총재/사진출처:중앙은행 홈피
나비울리나 총재는 "물가 상승(인플레이션)은 주택 및 공공 서비스 부문을 제외한 일반 서비스 가격 상승(지난 3개월간 연 14%)과 가계및 기업에 대한 대출 증가, 경제의 지속적이고 빠른 성장, 노동력 부족 등에 의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러시아 중앙은행 측은 "국내 수요가 상품과 서비스 생산및 공급을 확대할 수 있는 한계를 넘어선 수준"이라고 분석했다.
이와 관련, 서방 전문가들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전쟁 직후부터 고물가에 대처해 왔으나 이제는 통제력을 잃어가고 있는 형국"이라며 "러시아 경제가 전쟁으로 위험한 수준까지 과열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나비울리나 총재의 진단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그녀는 “자동차가 처음 설계한 것보다 더 빨리 달리고, 가속 페달을 더 밟으려고 한다면, 조만간 엔진이 과열되어 더 달리지 못할 것"이라며 러시아 경제를 자동차에 비유하기도 했다.
중앙은행은 그러나 "내년에는 인플레이션이 둔화될 것"이라며 "내년 말까지 4~4.5%로 떨어질 것"으로 기대했다. 나비울리나 총재는 이에 동의하면서도 "물가 상승률이 예측 범위를 벗어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그녀는 “기본 시나리오에 따르면 금리 인상 주기가 거의 끝나가는 것 같다"면서 "많은 요인들이 어떤 상황에서 어떻게 변할지 모르기 때문에 새로운 경제 지표와 정확한 예측을 바탕으로 금리 결정을 내릴 것이나 높은 금리가 예상보다 상당히 길 수 있다"고 말했다.
2013년 10월~2023년 12월 러시아 기준금리 변화 추세. 2014년 크림반도 합병후 연17%를 기록한 뒤 하향 안정세를 보이다가 2022년 전쟁 직후 20%를 찍었다/출처:rbc
소브콤방크의 수석 분석가인 미하일 바실리예프는 "인플레이션이 2025년 이전에 4%로 잡힐 가능성은 낮다"며 "내년에 인플레이션이 8.5%로, 최고조에 달한 뒤 연말쯤에는 6%로 떨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또 앞으로 두 달 동안 인플레이션 상승 흐름이 둔화되지 않으면, 중앙은행이 2월 금리 결정 이사회에서 금리를 17%로 인상할 수도 있다고 했다.
미 뉴욕타임스(NYT)는 러시아가 전쟁 자금을 계속 풀면서 인플레이션을 막아야 하는 난제에 직면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