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나간 만추(晩秋)/ 수봉배달메
오장육부가 찢겨지는 산고産苦속에 보기만 해도 배부르도록 온 산과 들에 열매 풍성히도 낳더니 올해도 산후병으로 끝내 공성왕후처럼 떠나시었구려 이미 맘 변한 임, 행여 찾아오실까 산후병 속에서도 날이면 날마다 연지곤지 예쁘게 칠하고 홍색 왕실 옷 입고 기다리더니 올해도 선조왕 못보고 떠나시었구려 눈보라치는 개골 산야마다 갈색신발, 갈색 치마저고릴 가지런히 벗어놓고 떠나시었구려 오늘처럼 추운 날, 행여 임 오실까 눈감지 못하고 임종하시었구려. 2010년 12월 25일
*위 시는 광법사 등산 중, 올해(2010년)도 또 많은 이들이 통일을 못보고 세상을 떠난 채, 한 해가 또 감을 매우 애석해하며 쓰다.
위에서, 선조왕: 조선의 14대왕, 위 시에선 '임'과 함께 '통일'을 뜻함.
임: 겉은 선조왕 뜻하나, 본 뜻은 통일을 뜻함.
떠나간 만추: 떠나간 늦가을이 마치 선조왕을 못 보고 세상 떠난 공성왕후처럼 느꼈지요.. 가을이 깊어갈수록 산야가 곱게 단풍으로 물들어가는 게 마치 병약해질수록 곱게 단장하고 선조를 기다리는 공성왕후 같았으니요. 그렇지만, 위 시에서 공성왕후 본 뜻은 통일을 못보고 세상 떠난 이들을 말함(위 시에서 임의 본 뜻이 통일이므로). 갈색 신발, 갈색 치마처고리: 초상 났을 때 고인의 짚신과 삼베 치마저고리를 뜻함.
공성왕후(역사적): 공빈김씨. 광해군 친모로 산후병으로 죽음(공성왕후는 산후통으로 고생하면서도 매일마다 얼굴에 화장하며, 그리운 님인 선조왕이 자기를 찾아주길 매일마다 몹씨 기다렸으나, 선조는 이미 소용김씨 인빈에 흠뻑빠져 있었기에 임종시에도 선조를 못보고 선조 없이 쓸쓸히 임종하였다 함).
수봉배달메 본명: 김상철(대야초38회). 출신: 전북 군산 대야(현재도 거주). 베데스다 요양원(453-9023)과 저희 재가노인복지센터에 폰으로 오시면 많은 시와 음악이 있습니다.
선생들이여, 짧거나 길거나 달려온 발자국이 아름답고 아름다웠듯
앞으로 걸어갈 길에도 아름다운 느낌표 찍으며 걷기를!
서로 낯을 찡그리고 살면, 웃고 오는 세월도 울고가나, 서로 격려하며 웃고 살면, 울고오는 세월도 웃고간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