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30분 걸어서 복지관에 점심 때우려고 가는 데는 송정 5일장을 관통하게 된다. 3•8 오일장은 오늘이 13일이니 장 구경을 하게 된다. 갈 때는 구경을 일괄 한 번 하면서 어디서 무엇을 살까 입력해뒀다가 점심 먹고 오면서는 눈여겨 보아두었던 것들을 사가지고 온다. 송정오일장이 양동시장과 비교할 때 확연히 다른 것은 농산물 채소나 과일 값이 확실히 더 싱싱하고 싸다는 점이다. 오늘도 고구마 새 보리 잎 깐 밤 배 꼬막 등 다섯 가지를 샀는데 한 2만원 정도였다.
9년 전 이곳으로 이사 와서 첫 정착 때 이상하게 느끼고 의문을 가졌던 일은 장터가 왜 길가에 늘어놓아 있는가? 였다. 이후 이 문제를 좀 더 자세히 알고자 이곳에 30년 넘게 사셨다는 한 가게 집 주인과의 대화로 알아본 사실은 이랬다. 옛 장터에 상가를 지어 분양을 했는데 특히 영세 상인들이 입주를 꺼려하고 안 들어가니 어쩔 수 없는 경우와, 현재는 턱없이 부족한 시설도 문제고 이의 해결을 위해서는 2~3층을 올려 현대식 건물로 신축을 해야 하는데 과연 분양이 되겠느냐와 그동안 길거리에서 장사 하던 사람들이 그리 쉽게 습관이 바꿔지겠는가? 도 의문이라고 했다.
현재의 송정 오일장은 56년 전부터 생긴 명칭이며 그 이전은 선암장이란 것이 다른 장소에 있었다고 한다. 100여 년 전 송정리역이 생기기 이전에는 현재 호남대학교가 있는 근처에 선암나루라는 황룡강을 건너는 나루터가 있었고 사람이 모이는 그곳에 자연스럽게 장이 서는 장터가 되고 있었는데 기차역이 생기면서 다리가 놓이게 되고 이어서 삼양타이어 공장이 생기고 발전해가더니 역 근처 현재 마이스터고교 송정1동 자리로 옮겨지더니 1964년 다시 기차역 가까이 송정2동 명동 일대로 옮겨져서 현재에 이르고 있다고 한다.
장날이면 영광통 사거리부터 사랑병원 인근 대덕아파트 앞까지 길 가가 온통 장사꾼과 장꾼으로 박죽박죽 사람 천지인데 차는 물론 사람조차도 걸어 다닐 수가 없이 복잡하다. 기존 상가나 가게들의 조망권 침해도 심각하다. 장날이니까 용케도 이해하고 지나가는가 물어보니 아니란다. 상가나 집주인이 좌판 값을 받는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얼마나 받는가? 하루 5만원 기준으로 1년 치를 선불로 받아내는데 200~250만 원 정도라고 한다. 명백한 불법이 합법으로 통하고 있는 현장이었다. 길 땅은 공용인데 조망권인지 연고권인지 애매하지만 그렇게 통용되고 있다는 것이다.
장소가 일정한 좌판이 아니고 틈새나 애매한곳에 할머니들이 뜨내기로 앉아 있는 경우는 그냥 앉아 팔고 있다가 밀려나고 쫓겨나기도 하겠지만 내가 이 할머니들에게 풋보리 잎 냉이 쑥 같은 것을 사곤 하는데 기본이 2,000원이다. 어떤 때는 우수를 더 집어넣어주려 하지만 나는 못 넣게 한다. 사실은 반만 사도 두 끼를 충분히 먹는데 1,000원어치는 팔지 않기 때문에 2천원어치를 사게 되면 네끼를 먹고도 남을 지경이니 탐을 낼 필요도 없고 할머니가 그 나물 채취를 위해 애썼던 모습과 어렵게 살아가는 시골집 처지가 고스란히 머릿속에 상상되기 때문에 안쓰럽게 느껴져 더 주란 말을 못한다.
다른 물가에 비하면 과일값이나 농산물 값이 참으로 싸다. 사먹는 처지에서야 싸면 쌀수록 좋겠지만 그들의 일당과 이윤이 그 가정의 생계를 좌우한다고 볼 때 고생의 대가에 과연 얼마나 만족하겠는가? 이래서라기보다는 원래부터 나는 시장에서 물건을 살 때는 값을 깎거나 덤으로 더 요구를 하지 않는다. 양파 3천원어치나 냉이 2천원어치를 사서 된장국을 4끼 이상 끓여 먹게 될 때 다 못 먹고 버리는 경우가 많았다. 버리기 아까워 금액도 양도 반씩 줄였으면 좋을 듯하나 2천원 3천원어치 사기도 미안한데 어찌 그런 발상을! 아니 될 말 하고 포기 양보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