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6. 29. 토요일
상화도, 낭도
큰 비가 온다해도 아랑곳하지 않고 새벽 2시반에 집을 나선다.
엥, 두시반??
말이 새벽이지 깜깜한 한 밤중이다. 잠을 잘 수 있었겠는가!
자칫 깜빡 자불어버리면
영 아웃되어 버리는 것이기에 불안에 떨며 새우잠으로 잠깐 눈만 붙였다고 보면 된다.
뭐가 좋아 이렇게 잠도 자지 못한체 기다리는 것인가~!
글쎄다
세르토닌, 도파민. 뭐 어떤 강력한 호르몬으로도 설명이 되지 않는
엄청난 뭔가의
짜릿하고 빠져나올 수 없는 중독 같은 기운이 존재한다고 해야겠지?
그런 깜깜한 새벽에 나와서 의기양양하게 걸어가는 모습을 누가보면
뭔가 국가의 시대적 큰 사명을 띄고 매우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러 가는 줄 알겠지만
실은 즐기러 가는 것이다. ㅋㅋ
그나저나
비가 엄청 쏟아진다는데 가서 비맞는 것은 고사하고 배가 뜰지 안뜰지가 제일 걱정된다.
그 멀리 여수까지 가서 배가 못 뜬다고 하면
밤새 잠 안자고 벼르던 이 모든 것들이 무의미해 져 버리겠지?
이 모든 것을 추진하는 현과롱은 얼마나 머리 아프겠는가~!
40여명의 희망을 모두 풀어줘야하는 의무감 같은게 엄청난 힘으로 짓누르는 데도
그 꼼꼼한 성격 임에도...
표 한번 내지않고 그 특유의 너털웃음으로 넘겨버리는데...
덩달아 기분이 좋아진다.
오랜 시간 그와 같이 여행을 다녔기에
그에게는 알 수 없는 뭔가의 확실한 힘이 있음을 나는 본능적으로 깨닫는다.
날씨 징크스에 대해서만큼은 그 어떤 누구도 현과롱을 따라올 자 없으리라~!
당당하게 날씨 운을 믿으라는 그의 자신스러움이 듬직해 다시 눈을 붙인다. 편하게~
섬진강 휴게소에서 간단히 아침을 먹고 잠깐 쉬다가
여수의 백야도 선착장에 도착한다.
다행히 비는 내리지 않는다.
오우 예쓰~ 대단한 능력자~!
상화도 도착
즐겁게 꽃섬을 돌아보려니 아니나다를까 현과롱의 염력으로 막아놨던 비는
그제서야 토닥토닥 내리기 시작한다.
그래도 그렇게 쎈 비는 아니기에 편안하게 돈다.
조망을 볼 수 없어 아쉬움은 남지만 그래도 이게 어딘가!
구라청 일기예보를 보면 전국에 우산이 쫘악 깔려있는데
특히 남쪽에 난리가 난다고 호우주의보까지 발동했는데 ...
이정도면 그저 먹기 아닌가~
조망이 안터지는 대신 비냄새, 풀냄새를 맡으며 어린날의 추억을 느껴본다.
비오면 뭐가 그리도 좋았는지 흙탕물에 풍덩풍덩 들어가 장난치고 놀았었는데...
결국은 엄마한테 혼이 났지만 그랬던 그시절 그 때가 그리워진다.
그렇게 비오는 산책길을 느낀 후 내려와서는
팔각정 정자에 앉아 빗소리를 들어가며 맥주한잔 하고 저 멀리 바다를 바라보니 그저 행복하다.
푸우 형이랑 이런저런 얘기도 나누고
특히나 오늘 커다란 카메라의 특별 메인모델로 기용해주심에 그저 고마워 어쩔줄 몰라했다.
비는 계속 내리고 배는 빨리 안들어오고.....
그렇게 2시간을 기다리니 억시기 지겹다.
인간감정이 이렇게 죽끓듯 쉽게 변하는거 보니 아직은 '목계지덕'의 수련이 덜 되었나 보다. ㅎㅎ
다음 여행지는 낭도.
본격적으로 쏟아지는 빗줄기는 태풍이 몰아칠때 맞던 그런 굵은 빗줄기로 바꾸며 강도를 더해간다.
뭐 그래도 이정도는 미리 예상했던 터라 별로 겁도 안난다.
우산을 써도 우산의 역할을 잘 못 해내는 그런 날씨.
바람까지 불어주니 섬을 볼 여유가 없다.
다만 백년도가 '낭도 젖샘막걸리'를 마시며 주린 배를 채우고픈 마음뿐~!
몸이 다 젖어 식당에 도착~!
우리를 반기는 현과롱? 아니 현과롱을 닮은 서글서글한 주인의 인상이 나쁘지는 않다.
내 놓은 음식들이 화려하지는 않으나
소박함 속에서도 반찬 하나하나에 정성이 묻어나며 깊은 맛이 어려있었다.
깻잎, 멸치볶음, 서대구이, 양념게장, 양파절임, 나물무침, 꼬막무침, 미역국!
다들 감탄이 쏟아져나온다.
평소 미역국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데 이상하리만큼 은근한 맛이 있어 두그릇이나 먹었는데...
마침 맞은편에 앉은 푸우형의 귀빠진 날이 하필이면 그날이라
어떻게 알고 이렇게 제때에 미역국이 등장하는지... 신비로웠다.
즐거이 마시고 즐긴다.
비가 이리 오는데 산에 오르겠다는 분들도 계시고
나처럼 그냥 막걸리 좀 즐기다가 둘레길이나 걸어야겠다고 생각하시는 분들도 계시고
다양한 모습 속에 존재하는 아름다운 하모니...
그래 이것이 다양성 속에 융합하는 화합 아니겠는가~
계속 더 먹다가는 큰일 날껏 같아 잠시만이라도 걸어보려고 나선다.
어휴 빗줄기 장난이 아니네~ㅎㅎ
낭도는 상화도보다는 큰 섬이라 둘러보는 것도 꽤 힘이 든다.
그냥 사진 몇장 찍는 것으로 합의보고 즐거운 사진 포옴을 연출한다.
오우~ 좋아라.
마치 주인공이 된 기분으로 누부야들 사이에 낑기가 이포즈 저포즈 비맞아가며 다 잡아본다.
그렇게 놀다보니 온 몸이 비에 젖은 생쥐가 따로 없다. ㅎㅎ
뚱뚱한 사람 비에 젖은거 봤는가
배 툭 튀어나와서 ...이것참...ㅠㅠ.....
암튼 그렇게 하루를 즐기고 ....
그 다음엔 술이 취해, 비에 취해 온 몸이 찝찝하게 축축하게 젖은체 왔다는거 ...
아, 그리고 낭도에서 배를 타고 돌아올때 큰 사건이 하나 있었다.
38명이 배에서 타야하는데 37명만 검표 되었다는 얘기...
즉, 우리 일행중 하나가 섬에 남겨졌다는 무서운 얘기다.
현과롱의 화난 목소리가 아직도 귀에 얼른댄다.
얼마나 중요하고 심각한 얘긴가!
배에 사람이 하나 덜 탔다고 생각해봐라, 모든 책임이 누구에게 돌아가겠는가~
이 산행의 모든 주관자이며 진행자인 현과롱이 목이 쉬어진체 꽥꽥 고함을 질러댄다.
술에 째려서 고함까지 빡빡 질러대니 얼마나 무서운지...ㅋㅋ
누가 빠졌는지 배가 떠나기 전에 긴급하게 찾아야한다.
술이 취한 상태였지만 다들 신속하게 인원을 체크한다. 긴급상황!
엥...?
인원점검을 두번씩이나 했는데 없는 사람이 없다.
다 타기는 했는거 같은데 운항사 측의 검표가 하나 덜 되었는 것이다.
누군가 표를 안내고 탔다는 말이다.
결국 그 한명을 찾아내기 위해 운영진들이 혈안이 되어 비에 젖은 표를 이래세고 저래 세어본다.
이래 저래 세어도 술이 취해 그런가, 그 한명을 찾아낼 방법은 없다.
또한 그 한명을 찾아본들 얻을 이익이 뭐 있겠는가~!
그래서 대충 마무리하고 끝을 내기는 했는데 한가지 짚고 넘어가자
외국이나 섬 여행에서 배탈때 모두가 주의하지 않으면 안된다.
반드시!
주변에 나랑 같이 가는 일행 두 세명은 확보해 놓고
본인이 부득이한 상황이 발생할 경우 긴급하게 알릴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어놔야한다.
아무튼 비가 전국을 휩쓴 이날
우리는 즐겁게 섬유람을 즐겁게 마칠 수 있었다는 것이다.
그리고 매우 즐거웠다는 것이고!
이 모든 것을 만들어준 관계자 여러분들께
고맙고 수고했다는 말씀 올리며 허접한 유람기 접는다.
아, 이런 여행은 매주매주 가고싶다는....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