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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순의 아름다움
가끔 살다보면, 모순을 직면할 때가 있습니다. 양립할 수 없는 것들. 하지만, 세상의 원리가 알고보니 '모순'으로 이루어져 있다면? 우리가 상식적으로 생각하는 모든 것들이 사실은 보편적인 것이 아니라 '특수한 것'이라면?
이런 생각 해보신 적 없나요? 어딜가나 모순은 존재하고 알 수 없는 빈 개념이 구멍으로 존재한다면... 사실 모순적인 것들이 보편적 세상을 이루는 구성 물질이고 우리가 사는 세상이 특수한 한 형태에 불과한 것이 아닐까? (그러니 나를 싫어하는 사람, 내가 싫어하는 사람을 미워하지 말고 포용하라.)
무한급수와 0으로 수렴하는 성질을 모두 갖고 있는 수학의 자연로그, 보편성과 특수성을 동시에 가진 광속, 파동과 입자의 성질을 모두 지닌 물질. 이 셋은 세상을 구성하는 모든 원리임과 동시에 '모순'을 내포하고 있습니다., 이 글에서는 문학을 통한 모순의 아름다움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과학과 수학적 수식으로 세상을 표현하는 것의 아름다움을 저는 알지만...
아래의 3가지는 칠레의 문학가 파블로 네루다의 시를 변형한 것입니다. 문학적 표현만 해도 아름다웠는데, 자연로그와 광속, 양자역학의 모순을 '세상'과 연관지어 박문호 교수님이 설명합니다.
1. 모호한 명확성
우리의 인생은 터널과도 같다. 시작과 끝은 정해져있지만, 그 사이에 존재하는 모든 것들은 무한대의 가짓수를 갖고 있다.
태어나는 것, 죽는 것. 이 두 가지는 명확하다. 하지만, 그 사이에서 벌어지는 일들은 구체적이지 않다. 추상적이고 복잡하다. 모호한 명확성. 터널과도 같은 우리의 인생.
2. 덧없는 풍성함
구름은 덧없다. 아무런 의미도 담겨있지 않다. 하지만, 그런 덧없음들이 모여 가끔 하늘의 아름다운 '뭉게구름'을 만들어내기도 한다.
사람들은 계속해서 이 덧없음에 의미를 부여한다. 뭉게구름을 보고 자신들이 원하는 이미지를 투사한다.
이럴 때마다 구름은 비를 뿌려 덧없음을 상기시킨다. 자신은 아무것도 아니라고, 덧없음에 의미를 부여하지 말라고.
3. 끝없는 무관심
바닷물 앞에만 서면 우리는 천진난만한 개구쟁이 시절로 돌아간다. 바다에게 질문을 던지고, 저 멀리있는 수평선을 바라본다. 그럴 때마다 바다는 무관심으로 일관한다.
다만 나의 질문을 파도로 토해낼 뿐이다. 바다의 끝없는 무관심은 사실 관심이다. 고양이가 무관심으로 사람들의 관심을 끌듯. 바다는 끝없이 토해내는 파도를 통해 무심한 척, 우리의 말을 소리없이 들어준다.
'질문의 책' 중 발췌(네루다)
9 - 우리는 구름에게, 그 덧없는 풍부함에 대해 어떻게 고마움을 표시할까?
13 - 오렌지 나무 속에 들어 있는 햇빛을
오렌지들은 어떻게 분배할까?
16 - 당신은 지구가 가을에 무슨 명상을 하는지 아는가?
21 - 내가 내 책에 대해 물을 수 있을까 그걸 정말 내가 썼는지?
22 - 사랑,그와 그녀의 사랑,
그게 가버렸다면. 그것들은 어디로 갔지?
25 - 모든 누에들은 왜 그렇게 너덜너덜하게 사냐?
27 - 가시들이 있을 자리 있어? 하고 그들이 장미나무에게 물었다
35 - 우리의 삶은 두 개의 모호한 명확성 사이의 터널이 아닐 것인가? 아니면 그건 두 개의 검은 삼각형
사이의 명확성이 아닐 것인가?
아니면 삶은 새가 될 준비가 되어 있는 물고기가 아닐까?
죽음은 비존재로 이루어져 있거나 아니면 위험한 물질로 되어 있지 않을까?
40-파리들이 꿀을 만든다면 그들은 벌들을 화나게 할까?
42 - 항상 기다리고 있는 사람은 아무도 기다리지 않는 사람에 비해 더 고통스러운가?
44 - 나였던 아이는 어디 있을까
아직 내 속에 있을까 아니면 사라졌을까?
51-여자들과 오줌 냄새가 나는 도시들을 나는 왜 혐오할까?
도시는 진동하는 매트리스들의 대양이 아닐까?
바람의 대양주는 섬들과 야자수들을 갖고 있지 않나?
왜 나는 끝없는 바다의 무관심에로 돌아왔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