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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시 동안의 행복...
‘먹고 자기만 하는 식충이도 복 찰 주머니는 있다’고 했다.
그래서 그 말을 찰떡처럼 믿고 가끔 복권을 산다.
결과는?
하하...!
딱하게도 아직까진 용질 매 번 쓰레기통에...
로또가 발매되기 전엔 주택복권을 샀다.
당첨금이 오천만원 이었던가..
세월이 지난 지금에도 크게만 여겨지던 액수.
하지만 그 역시 만 원짜리 한 번 맞아 본 적이 없는데 그 와중, 로또 복권이 나왔다.
당첨금 액수도 컸다.
tv에서 추첨을 중계까지 했기에 그야말로 신드롬을 이루었는데, 얼마 전 그 누구는 혼자 40억 가까운 액수를...
이런 로또를 두고, 땀 흘려 일 해 벌기보다 일확천금을 부추기는 사행이니 어쩌니 말이 없진 않다.
하지만 당첨이 그저 신기루이기만 한 건 아닌데다가, 억..! 억..! 하는 당첨금 액수는 해 볼만 한 투자? 라는 생각을 떨칠 수가 없다.
그런데 언젠가 어쩌다, 그야말로 어쩌다 5등에 당첨된 적이 있었다.
일에 쫓겨 복권을 잊고 있다가 어느 날 생각 나 복권판매점을 찾았더니 5등이라 했다.
“웬 떡..!”
금액이야 오만 몇 천원에 불과했지만 기분은, 오십 만원과도 다름 없었다.
운 반, 실력 반..!
당구에 있어 하점자가 고점자를 이겼을 때 흔히 하게 되는 말이다.
뒤돌려 치기를 구사했는데, 백구와 적구가 키스를 내 엉뚱하게 득점을 했다면?
어렵사리 맞은 마무리가 난해하기만 한 표지션인데, 되면 되고 아니면 말고 식으로 대충 지른 샷이 삑사리가 나, 있을 수 없는 쾌적을 그린 공이 표적구에 맞아 게임을 마무리 지었다면..?
터무니 없는 삑사리 때문에 패하고 만 고점자로서야 황당하고 분할 수도 있지만, 하점자로선 실력이 딸리고 보니 이런 요행을 바랄 수도 있다.
이길 수 없는 상대와의 게임에서 승리한 것이, 상대에게 미안하면서도 실력으로 이겼을 때 보다 더 기분이 좋을 수도 있다.
뜻하잖게 찾아 든 요행때문일 것이고, 우리 삶에 있어서도 생각지도 못한 운 좋은 일들이 당구게임에서처럼만 자주 생긴다면 얼마나 좋을까 싶기만 한데, 얼마 전 여태까지 한 장 이상 산 적이 없던 복권을 넉장이나 사게 된 참엔 어느 때보다 요행을 바라는 마음이 컷다.
뭐 돼지나 소가 새끼를 줄줄이 달고 들어오는 꿈이라도 꾸어서가 아니라, 펌머리에 동그란 얼굴에 펌머리를 한 꼬맹이 손님때문이었다.
당구장이 해도 해도 너무 한다 싶을 만큼 한산했던 날.
심란하기 짝이 없어 장고를 끌어안고 목소릴 높여 창부타령을 불러대고 있는 참, 문이 열리며 꼬맹이가 부모를 앞세우고 들어왔다.
펌 머리에 동그란 얼굴, 그리고 뽀얀 피부와 맑고 큰 눈이 똘망똘망해 보였는데, 당구장 손님은 거의가 남자들이다.
젊은 남녀가 짝을 지어 들어오기도 하는데 저들끼리 당구치며 알콩달콩 잘 노는데, 종종 부부가 당구장을 찾는 경우도 있다.
아내가 남편을 꾄 경우일리는 만무하고, 남편이 아내에게 당구를 가르치려 함께 온 경우 일 것이다.
그런데, 뭐 운전연습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둘이서 당구를 치다말고 언성을 높여 토닥거리는 걸 본 게 한 두번이 아니고, 삐친 여자가 남자를 버려두고 가버린 적도 몇 번 있었다.
불식간에 도토리 신세가 되고 만 남자의 치다꺼리는 당연 당구장 주인 몫 일 수밖에 없었는데, 나이 차이가 많아 보이는 내외를 의식하며 공을 차려 준 뒤, 음료를 내 가자 꼬맹이가 넉살좋게 말을 걸며 날 빤히 보아왔다.
“아저씨.. 이건 무슨 쥬스예요.?”
목소리조차 밝다.
“응..! 멜론 맛 쥬스..”
꼬맹이 머릴 쓸어 준 뒤 음료수 잔에 손을 뻗는 걸 확인 한뒤 돌아섰지만 발길이 갈 길을 잃고 말았다.
손님을 두고 장구 치며 노래 할 수는 없기에 멈칫거리던 발길을 pc쪽으로 돌렸다.
“아줌마예요..?”
꼬맹이가 다시금 말을 걸어 온 건 카페 창이 열린 직후였다.
그리곤 모니터에 떠 있는 명창님을 빤히..
“아니..”
그 참엔 성가신 느낌이 없지않아 눈길은 주지 않았다.
“그럼 누군데요..?”
"응.. 유명한 선생님..노래 한 번 들어 볼래.?”
말을 마침과 동시 볼륨을 살렸다.
~오봉산 꼭대기 에루화 돌배나무는 가지가지 꺾어도 에루화 모양만 나누나~
오봉산 타령.
많은 사람이 불렀지만 나로선 김 명창님의 힘찬 목소리가 좋을 수 밖에..
“이런 노랠 뭐 하러 들어요.?”
하지만 한 소절이채 끝나기도 전 꼬맹이가 시큰둥한 목소릴 냈다.
“왜.? 듣기 싫으니..?”
“......”
말이 없기에 다시 소릴 낮추었는데 갈 줄로만 여겼던 녀석이 다시금 날 빤히 보아오며 생뚱맞은 소릴 했다.
“아저씨, 우리 엄마 예쁘죠..?”
자신도 모르게 돌리 게 된 고개.
당구를 치는 와중에도 아이 말이 들렸을까 시선을 돌리는 아이 엄마와 눈이 마주 쳤다.
웃고 있는 듯 마는 듯 한 서른 초반의 얼굴이 아이 말마따나 곱다는 느낌이...
“응..그러네..”
사내녀석 아니랄까봐 예쁜 엄마가 자랑스러워서 연 입 일 터.
"새 엄마예요..!"
고만한 나이에 고운 엄마가 있다는 것보다 더 자랑스러울 게 뭐 있을까 싶었는데, 이어 진 녀석의 말엔 다시금 부부를 돌아보지 않을 수 없었다.
고우면서도 모난 곳이 없어 복스러워보이는 얼굴을 한 애엄마와, 마흔줄에 접어 든 듯한 남자.
평범해 보이는 얼굴이지만 부드러운 눈매가 사람을 편하게 하고도 남을 것 같다.
그런데도...
이럴 때면 사람팔자가 제 하기나름이란 말을 수긍키 어렵다.
“넌 이름이 뭐냐..?”
“재욱이..”
“그렇구나, 재욱이..예쁜 엄마 두어서 좋겠구나.”
“재욱아.”
그 참, 아이의 오지랖을 제지하는 아이 엄마가 목소리가 들렸는데, 출입문의 풍경이 울린 것도 그 직후의 일이었다.
“이놈의 날씨가 어떻게 된 게 날마다 비야.”
문을 열고 들어 선 건 교복 집 사장이다.
지금쯤 밀려 든 주문에 정신이 없을 만큼 바빠야 하는데, 올 해는 사정이 달라 일손을 놀리고 있는 날이 많아졌다.
“그러 게“
내 말이 채 끝나기도 전, 걸걸한 목소리와 함께 오래동안 모습을 보아 온 한씨도..
“어이구..! 시장 해..!”
“오늘 쉬는 날인가..?”
“쉬는 날은 무슨 쉬는 날.. 모처럼 비 개어 차 끌고 나갔더니 생판 보도 못한 놈이 내 자리에 떡하니.. 형님. 아무거나 하나 좀 시켜 줘요.”
아파트나 사람의 왕래가 많은 곳에 차를 대놓고 센배와 강정을 즉석에서 만들어 파는 한과 행상을 한다.
내 당구장에선 몇 안 되는 ‘진상’ 중의 한 사람.
한 게임 치는 동안 큐를 바꾸려 당구장이 좁다는 듯 돌기도 하고, 당구수지는 120이지만 공이 잘 맞아 주지 않을 때 하는 테이블 타박은 300은 저리가라다.
하지만 열심히 살고, 까탈만큼은 부리지 않는 탓에 그런데로 모두와 잘 어울리고 있다.
“그런데 가만히 놔뒀어..?”
“저나 나나 하루 벌어 하루 먹는 하루살이, 게다가 힘들게 벌려 놓은 좌판 치우라고 하기도 그렇고..”
녹녹치 않은 세상살이,
게다가 독하디 독한 인간으로 태어나지 않은 이상 모질게 살기도 쉽지 않은 일.
그가 진상이던 뭐든, 자신의 자릴 멋대로 차지한 이와 멱살잡일 할 수도 있은 일임에도 불구하고 말없이 발길을 돌리고 만 일 하나만으로도, 그가 모질지 않은 사람임을 말해 주고도 남는다.
"한 게임 해야 지..?"
음식을 시킨 전화를 끊기 무섭게 한씨가 큐를 고른 다음 테이블에 공을 뿌리더니 시작 벨을 눌렀다.
"당다라당..-
어느 때보다 시작벨 소리가 기꺼웠는데 예상치 못했던 충동에 사로잡히고 만 건 그 직후..!
-복권이나 한 장..!-
친해진 손님들에게 때 되면 음식이야 시켜주긴 했지만 복권따위야..
그야말로 뜬금없이 인 충동에 불과했지만 기왕에 먹은 마음.
꼬맹이팀의 게임시간을 확인했다.
30분 남짓..
아직 30분 정도의 시간 여유는 있다.
슬그머니 가곌 나왔다.
큰 사거리.
뜨겁기보다 따가운 햇살이 가을이 목적임을 말해 주고 있었고, 빠르게 내달리는 차들과 횡단보도 앞에서 보행자 신호가 떨어지길 기다리며 묵묵히 서 있는 행인들이 보였다.
착각이겠지만 일점만을 응시하며 움직임 없이 서 있는 그들 모습조차 오늘 하루가 녹록치 않음을 말해 주고 있는 것 같기만 했는데, 들어 선 복권방엔 주인 혼자였다.
초로의 나이.
복을 파는 가계?라서인지 인사말 한마디도 없다.
“염병.. 재수도 참..”
양복 차림의 사내가 문을 열고 들어서기 무섭게 까칠한 목소리를 낸 건 지갑을 꺼내 든 직후.
선객은 아랑곳 없는 듯 매대 앞으로 다가선 사내 복권을 뭉텅일 꺼내 진열대 위에 내던지며 다시금 볼멘 소릴 냈다.
“아니..스무 장 중 오천 원짜리 한장이 뭐냐? 한장이...”
스무 장이면 십 만원 일 것이다.
적잖은 돈을 그야말로 허공에 날렸으니 부아가 일만도 하지만, 맞고 안 맞고는 저의 복 일터..!
화풀일 할만한 사이인지 아닌지는 알 수 없는 일이었지만 나로선 애꿎어만 보여 그도 진상 손님중의 하나일 거란 생각을 하며 사람 수에 맞춰 넉장을 샀다.
"복 있는 과부는 허릴 내려도 요강 꼭지에 내린다고, 혹 압니까? 일등 당첨 될지도..”
그리곤 한 장 한 장 봉투에 담은 뒤 입에 지퍼라도 채운 줄만 알았던 주인 말을 뒤로 하며 가계를 나왔다.
- 아이에게 이런 걸...-
라는 마음도 없잖았지만, 신호등에 붉은 불이 켜진 횡단보도 앞에 서서 저만치 보이는 당구장을 올려다보자 꼬맹이와 부부의 모습이 눈에 선한 참엔 입가에 지는 미소만큼은 어쩔 수가 없었다.
"쓸데 없는 곳에 돈을..."
아내가 알면 할 수도 있는 말이고, 넉넉한 살림이 아니기에 틀린 말도 아닐 것이다.
하지만 매일 있는 일도 아닌 터..!
삑사리 부른 큐질이 득점으로 이어지 듯 어쩌다 먹은 마음이, 얄팍하다고 해도 좋은 선심에서 사게 된 한 장의 복권이 뜻하잖게 행운이 될 수 있다면 그 보다 더 좋은 일 또 있을까..
게다가 떡이 크면 고물도 흘리게 마련.
- 그들 중 누군가가 혹 일등이라도 당첨되어 내 낡은 차를 새 차로 바꾸어 줄지도...-
순간적으로 인 엉뚱한 생각...!
-이 푼수..!-
고소를 머금긴 했지만 기분이 나쁘진 않다.
한 장의 복권은 그들과 나의 얇은 지갑속에 들어 있을 것이고, 복권이 지갑 속에 들어있는 며칠 간은 그들도 나도 기대감과 상상으로 잠시 동안의 행복 정도는 맛 볼 수도 있을 것이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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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일주일 동안은 행복한 마음이겠죠 당첨 되시기를
언젠가는 꼭
살다보니, 요행을 바라는 마음이 꼭 나쁘다랄 수만은..
팍팍한 나날, 그야말로 실날같은 바람이라도 갖는다는데 더 의미가 있을지도...
흐흐..! 일등 당첨되면 연락드려도 좋을 지..
좋은 꿈 꾸시길,..!
삭제된 댓글 입니다.
올리시는 글 재미있게 읽고 있습니다.
일일이 댓글 달아드리지 못해 미안하다는 말씀과 함께 매일매일이 즐겁기만을 빌어드립니다.
누구나 복권을 지니고 있을땐 희망적이고 행복할겁니다.
머지않아 1등에 꼭 당첨 되실겁니다.
댓글 고맙습니다.
편안한 밤 되시길 빌어드리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