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까지 연3일 예뻐하는 선수들이 차례로 결정적인 실책으로 승리를 말아먹어 가슴이 미어지는군요.
뭐 그래서 아픈 마음을 달래느라 관전기가 늦어진 것은 아니고...^^; 직접 가서 경기를 본 날은 물론이고 보통 그 다음날까지 피로에 시달리는 직장인이므로 자연 글을 쓰게 되는 것은 그 뒤로 미루게 됩니다. -_-; 물론 뒷북 남기는 게 무안하지 않은 것은 아니지만 올해만은 최소한 직접 가서 본 경기 정도는 전부 관전기로 남기려고 결심한 탓에..핫핫 ^^;;
져서 안타까운 기분이 가시고 냉정한 기분으로 다시 돌이켜 보면 자만심과 몇 가지 작전의 실패는 있었지만 TG는 전보다 확실히 강해졌습니다.
매스컴이나 팬들의 과장된 찬사가 쏟아질수록 머리 속이 냉정해져 내 눈으로 확인할 때까지는 인정하기 힘들다는 심정이었는데 확실히 19일 경기로 봤을 때 지금의 TG라면 허재가 빠져도 6할 이상의 승률은 충분하겠다 싶습니다.
공격력도 효율적이고 파괴력이 컸지만 그보다는 수비에 구멍이 적다는 점이 고무적이었습니다. 비록 4쿼터에는 당황해서 무너졌지만 그 전까지는 로테이션 하는 팀 수비가 정말 철통같다는 느낌이었습니다. 옛날에는 수비5걸 중 2명이나 포함되어 있어도 삼보 팀이 수비에 강하다고는 한번도 느껴본 적이 없었는데 지금 TG는 인사이드에서든 외곽이든 어지간한 팀들은 TG의 수비진영을 원타임으로 뚫기가 힘들 것 같습니다.
특히 신기성과 양경민의 수비력은 점점 무르익어 눈을 즐겁게 해줍니다. 신기성은 그 속도와 운동능력으로 상대를 제압하고 양경민의 경우는 확실히 발목 부상 탓인지는 모르겠지만 지난 시즌보다는 발이 느려져 가끔 매치업 상대를 놓칠 때도 있지만 지난 시즌보다는 더 영리하게 수비해줘서 엄청 발이 빠른 상대가 아닌 한 양경민의 매치업은 올해도 상당히 피곤할 것 같습니다.
신기성 이번 경기로 꽤 욕먹고 있는 것 같지만 정말 게임운영 잘했습니다. 어느 부분을 봐도 부끄럽지 않았는데 마지막 실수가 좀 컸다는...
그나저나 몸푸는 시간에 보니 홀이 레이업 연습 시간에 미친 듯이 덩크를 하더군요. 아주 종류별로 고루고루 보여주긴 했는데 뭐 관중들이야 엄청 좋아하긴 했지만 연습 내내 덩크를 해대길래 약간 걱정돼서 "재 저러다 시합도 하기 전에 기운 다 빼는 거 아냐!"했습니다.
결국은 나중에 불안감이 현실이 되어버렸지만... -_-;
아쉬웠던 건 정훈의 모습. 왠지 점점 팀과 따로 노는 느낌이 강하게 들었습니다. 저 바보 팀의 멍한 인간들이 누굴 굳이 따시킬 리도 없고 정훈 자신도 팀원들과 살갑게 말 걸고 웃고 지내는 걸 보면 특별히 팀원들과 사이가 나쁜 것 같지도 않은데 작전타임 때에도 언제나 맨 끝에 서있고 단체 행동 때도 한발 물러서 있는 모습이 종종 눈에 띄더군요. 나름대로 매 게임 어느 정도는 출전시간을 보장받고 있는 편인 선수로는 태도가 별로 좋아 보이진 않더군요.
일단 매 시합에서 별로 좋지 못한 모습을 보인 것에 대해서는 별로 많이 걱정하지 않고 있습니다만 본인의 소극적인 태도는 신경 쓰입니다. 아직 시즌이 많이 남아 있고 시합 중에도 허재가 가끔가끔 불러서 이렇게 저렇게 해보라고 따로 코치를 해주고 있을 만큼 신경 써주고 있던데 너무 성급한 걱정을 하는 게 아닌가 싶긴 합니다만... 차라리 상무라도 갔다와야지 좋은 모습 보이게 되려나 신체적 조건과 기본적으로 갖추어진 부분들을 생각해보면 아깝습니다.
그리고 허재는 역시 저건 허재밖에 못하는 패스다 싶은 기가 막힌 패스를 해서 자기 존재 과시만큼은 확실히 해주더군요. 참 사람과 사람 사이 40cm 간격이나 존재할까 싶은 밀집된 로우포스트로 정확히 패스를 찔러 넣는데 매번 봐도 고개가 설레설레 흔들어집니다.
올해는 좀더 가까이서 보자라는 생각으로 특석에 앉았는데 다른 의미로 다행이더군요. SK 전에는 되도록 특석에 앉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스피커가 설치된 2층에 앉았으면 머리가 아팠을 듯합니다. 도무지 경기를 관람하라는 건지 말라는 건지 장내 음악 볼륨을 얼마나 크게 해놓는지 심판들 휘슬이 제대로 안 들릴 정도입니다. 응원소리가 너무 커서 심판 휘슬이 안 들릴 정도라는 건 어쩔 수 없겠지만 장내음악이 너무 커서 경기 진행이 방해받을 정도라면 좀 개선해야 할 문제가 아닐까 싶습니다.
그나저나 TG는 손목 밴드가 대 유행인가 봅니다. 사실 시즌 초에 허코치가 손목 밴드를 하고 나왔을 때 약간 놀랐습니다. 뭐 멋쟁이인 거야 진작에 알고 있었지만...^^; 근데 이젠 TG에서 데릭스와 정경호 빼고는 거의 대부분 밴드를 한 것 같습니다. 왜 아대는 그나마 실용성도 있으니...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밴드는 순수하게 악세사리 아닙니까. ^^;
정훈과 허재는 흰 밴드를 하고 있고 신기성, 김주성, 신종석등 다른 선수들은 전부 검은 밴드를 하고 나왔더군요. 나름대로 TG선수들 대부분이 길쭉길쭉하고 말라서 손목 밴드도 잘 어울리더군요. 흐흐흐
오늘 경기는 확실히 이상윤 감독의 작전의 성공 같습니다. 끊임없는 변칙적인 선수 로테이션과 김두현이 홀을 확실하게 잡았던 점. 그리고 약간의 행운이 더해져서 큰 고기를 잡았습니다.
근데 김두현 키가 크고 리치도 길고 끈질기고 파워가 있어 기본적으로 수비수로는 탁월한 조건을 갖추었습니다만 그래도 초년생이 용병을 그렇게 꽁꽁 묶을 정도인줄은 몰랐습니다.
그에 반해 센스가 탁월해서 눈에 찍어 두었던 김종학은 김주성에게 맥을 못추더군요. 특별히 김종학이 못했다는 생각은 별로 안들고 김주성이 그만큼 막기 어려운 상대가 되었구나 싶습니다. 차라리 용병들을 막는 쪽이 김종학에겐 더 편했을 것 같습니다. 김주성은 볼핸들링도 좋고 슛팅도 너무 좋아졌고 여차하면 빼주는 피딩능력도 탁월하고 스피드도 있고... 진짜 1년쯤 후면 누가 막아야 될지 각 팀 감독들이 골치 아플 것 같습니다.
이미 서장훈, 김주성, 현주엽은 국내 선수로는 안되고 용병 중에서도 수비센스가 탁월한 용병을 붙어야 할 선수들인 것 같습니다.
안타까웠던 것은 조성원 선수의 부진....
사실 신문기사는 읽었지만 저렇게 부진할 줄은 몰랐습니다. 옛날 같으면 다 들어갔을 슛들이 림을 돌아 나올 때는 눈으로 보면서도 믿어지질 않더군요. 신장과 웨이트 탓에 3번으로는 수비력이 약한 편이지만 공격력만은 과거 리그 3위 안에 드는 선수라고 생각했는데 정말 장기적인 패배가 선수에게 미치는 악영향이란 엄청난가 봅니다. 특별히 부상도 없고 노화라고 말하기도 신체능력으로 예전과 그다지 달라진 바 없고 여름철에 웨이트를 열심히 했는지 하체도 안정되었던데 저렇게 부진할 수 있다니....
옛날에 미친 듯한 3점 슛으로 승리를 가져갈 때조차도 그 선량함과 성실함으로 해서 미워할 수 없는 선수였는데 이날도 슛이 안 들어가서 기쁘단 생각보다 순간순간 안타까움이 더했습니다.
지금 SK를 보면 아무래도 수비가 가장 큰 문제가 아닌가 싶습니다.
조성원, 이한권, 손규완 모두 한방은 있지만 웨이트가 너무 약하고 수비에는 약점이 있습니다. 김종학, 허남영등은 로포스트에서 맨투맨 수비는 가능하지만 입체적인 수비가 가능할 선수들은 아니고... 뭐니뭐니해도 수비는 앞 선에서 가드들(특히 포인트가드)의 능력이 뛰어나야 하는데 지금 SK는 그 점이 안되고 있습니다.
나중에 트리밍햄이 돌아와 앞선 가드들을 도와주면 좀더 수비가 나아지려나 지금 현재로는 참 곤란한 것 같습니다. 왠지 SBS와는 전혀 다른 느낌에서 답답해 보였다는...
경기 중 재밌었던 장면은 볼이 아웃될 때 양경민이 재치를 부려 황성인 선수 몸에 맞춰 자기 볼을 만들었는데 그걸 조성원이 양경민에게 고대로 복수하더군요. 고참들의 번득이는 재치싸움이 재밌었습니다.
그리고 용병 홀에 대한 심정은 씁쓸하기 그지없습니다.
뭐 아무리 용병이라도 어떤 날은 상대팀 전담 수비수에게 완벽히 막힐 수도 있습니다. 슛이란 건 안 들어가는 날도 있습니다. 그걸 두고 뭐라는 게 아닙니다. 하지만 용병쯤 되어서 기본적인 수비도 제대로 못한다는 건(실은 못한 게 아니라 안 했다는 느낌이 더 강해서 더욱) 울화가 치밉니다.
컨디션이 안 좋으면 좀더 신중한 플레이를 해야 하는데 안 좋을수록 무성의한 플레이를 하는 게 보이고, 반면 몸이 좋고 매치업 상대가 편하면 덩크 한다고 설치다가 공격실패하고 이지슛 찬스에서 리버스레이업 한다고 실패 저 턴오바 내는 것에 모자라서 가끔은 패스도 못 받아서 PG들 턴오바 개수 늘려주고... 정말 팀 턴오바 개수를 올려놓는데 지대한 공헌을 합니다. -.,- 정말 내가 싫어하는 부분만 모아 놓은 타입의 선수군요.
TG는 하도 그런 용병들에 시달리다보니 1쿼터부터 과감하게 아예 자리에 앉혀놓던데 저렇게 국내 선수들 뺑이 치게 해놓고 저는 체력 세이브 해서 나중에 덩크 보여주고 환호 받겠구나 싶은 꼬인 생각까지 들더군요.
차라리 아예 기량이 딸리는 선수면 처음부터 기대도 없을 거고 교체하자고나 할텐데 어느 용병 못지 않은 기량이 있다보니 더 열불 납니다. 기량미달의 용병을 뽑은 팀에는 배부른 소리로 들릴 거라 생각되어 미안하지만 아마도 전자랜드 팬들이 화이트 성질을 못 이겨 테크니컬 받는 거 볼 때 심정이 이와 비슷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농 삼아 "잭슨이 성형수술하고 들어온 거 아니냐" "실은 잭슨의 클론이었다" 라는 팬들의 의견에 공감이 갈 정도입니다.
점점 개인플레이는 줄어든다 싶어 안도했는데 정말 가지가지로 방법으로 Hole이 되어주고 있군요. 하필 골라서 나만 그런 경기만 골라보는 건지...참~
음 TG외의 얘길 하자면 코리아탠더 경기를 본 감상은 무엇보다 팀에서 선수들 컨디션을 빨리 끌어올려 주는 게 급선무일 것 같다는 생각이 먼저 듭니다.
나중에 기사를 보니 숙소가 없어서 모텔에서 묵었다더군요. 바퀴벌레가 나와 잠을 설칠 정도로 엄청났던 모양입니다. 참 할말이 없습니다. 젊은 선수들이니 잘먹고 신경 써주면 신체적 컨디션은 빠르게 돌아올 듯.... 그나저나 KTF 스포츠사업에는 처음 뛰어들었는데 어느 정도 마인드를 가지고 있는지 조금 걱정입니다.
KTF는 돌아온 진경석의 활약 모습이 무엇보다 고무적이군요.
KCC는 민랜드 처음부터 생각하고 있었지만 나날이 좋은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게다가 이상민과 상당히 잘 맞는 듯... 요즘은 받아먹기에 재미를 붙여 어느새 보면 바람같이 달려서 앞선에서 아웃렛패스를 받고 있습니다. KCC는 점점 막강한 팀이 될 거라는 생각이 듭니다만 다만 과거 삼보처럼 조직력이 어수선하기 이를 데 없어 좀더 조직력은 정비하지 않으면 PO에서는 어려울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무엇보다 치명적인 건 베스트5 가운데 구멍이 있다는 것.... 아무리 좋은 선수로 구성되었어도 구멍이 있는 팀은 강할 수 없습니다. 가능만 하다면 손해가 분명한 트레이드라도 트레이드 하는 쪽이 낫지 않을까 싶네요. 그게 선수도 살고 팀도 사는 길이 되지 않을까 조심스럽게 생각해봅니다.
그나저나 요즘 문경은과 우지원 변화에 눈이 휘둥그레집니다.^^ 덕분에 농구가 더욱 재밌어지는군요.
첫댓글 김주성 좋은 선수이긴 하지만 과연 자시보다 크거나 신장이 같은 용병이랑 붙어서도 이길지 궁금하네요 kbl도 용병 신장제한을 좀더 늘리는게 어떨지?
그럼 다른선수들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