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 김병현의 행동이 옳았다는 것은 아니다.
그가 자제력이 부족하고 돌출 행동을 했던 것만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사실 그런 상황에서 '손가락'을 올려야 한다면 박찬호는 사실
백번도 더 올릴 수 있을 상황이 많았다. 보스턴과 단순 비교는 불가능하지만
텍사스에서 박찬호는 또 얼마나 언론의 집중 포화를 받았던가.
아, 이야기의 주제는 박찬호가 아니기에...
문제는 우리나라 스포츠 신문(찌라시!라고 표현하고 싶어진다.)의
보도행태다. 신문들은 일제히 김병현이 가운데 손가락을 올리는 장면을
클로즈업해서 신문에 실었다. 모 신문은 손가락 부분을 강조하기까지 했다.
그리고 하나같이 비난...비난....
그리고 오늘 어떤 기자는'같은 한국인라고 도와주길 바랬나? 김병현이
한국 신문에 대한 언짢은 감정을 표현했다. 그래선 안된다. 철들어라'는 논조의
칼럼을 실었다.
....
사실 김병현의 행동은 전광판을 통해 창졸간에 지나간 일이다.
물론 경기장에서 본 팬들도 있지만 짧은 순간이라 모든 이들이 보진 않았다. 만약 봤다면 제대로 경기가 시작됐을 수 있었겠는가...
김병현은 야유와 그 외 모든 상황에 대한 분노를 그는 모자에 가운데 손가락을
대는 것으로 소극적인, 너무나 소극적인 표현을 한 것 뿐이다.
만약 그가 정말 팬들을 안하무인으로 생각하는 소인배라면 그는 모자대신
하늘높이 손가락을 치켜들며 (마치, WWE의 스톤 콜드 오스틴처럼...)
인사(?)했을 것이고, 그런 일이야말로 사과로 끝날 일이 아니었을 것이다.
그러나 유감스럽게도 그걸 가장 자세히 보고 흥분의 치를 떤 것은
보스턴의 그 유명한(!) 기자들... 그렇다. 그들은 그 화면을 다시
돌려보고 돌려보면서 더더욱 분노를 돋구웠고, 욕설을 읊어대며
자신들의 감정을 담은 기사를 송고했다.
그러나!
그들 조차도 신문에 그 장면을 담은 사진을 싣지는 않았다.
대서특필을 했을 망정, 'obscene gesture(보기에 심히 불쾌한 제스쳐)'라고 표현했을 뿐이다.
물론 그렇게만 써도 그것이 무슨 뜻인지는 미국인들은 다 안다.
그러나 싱글싱글 웃으면서 모자에 가운데 손가락을 댄 센세이셔널한 사진을
실은 한국언론의 사진들은 다시 미국으로 역수입(?)되었고,
보스턴 홈 페이지에 퍼올려지고야 말았다.
(미국 언론에서는 그런 장면을 신문에 올리는 것 자체가 금지되어
있다. 혹 정말 김병현이 미워서 그 사진을 올린다 하더라도
손가락 부분을 모자이크 처리해야 한다.)
그리고...이제 '죽여버리겠다!'는 극렬 안티들이 생겨나고 말았다...
아아...어떻게 해야하나..
한국신문들은 계속 이 일을 확대재생산하고 있는 것이다.
보스턴 신문들은 연이은 역전승으로 기쁜 나머지 BK가 문제가 아니다.
그리고 BK대신 다시 살아난 스캇 윌리엄슨이 이뻐 죽을 지경이지.
처음에 BK는 충분히 벌을 받았다고 감싸주었던 엡스타인 단장도
윌리엄슨이 클로저의 역할을 맡아도 되겠다는 코멘트를 해주었다.
BK가 퇴출된다느니, 엔트리에서 빠진다느니...이런 기사는 사실
보스턴 언론의 기자들의 입에서 나온 것일 뿐이다. 특히 그런 기사를
실은 기자들은 모두들 한결같이 시즌동안 BK에 반감을 가지고 있었다.
(사실, 보스턴의 기자들은 부진한 어느 선수에게든 비난조의 기사를 쓴다.
라미레즈와 페드로가 괜히 언론의 인터뷰를 피하겠는가.
시즌 초 페드로가 볼티모어 전에서 10자책점을 했던 경기 다음 날,
보스턴 언론이 뽑은 기사는 '페드로, 허구헌날 아프단다. 꾀병 아냐?' --
그리고 페드로는 그 이후로 입을 닫았다. 사실 그 이전에 페드로는
항상 쾌활하게 인터뷰에 응하던 유머 넘치는 선수였건만...)
얘기가 길어졌다.
김병현과 얘기하지 못하는 보스턴의 기자들은 이제 한국 기자들을
붙잡고 질문해댄다. 한국의 기자들이 여기에 김병현을 얼마나 적극적으로
감싸안아줄까...아니다..벌써 그 다음 기사들을 보니까...
'어려서 그랬겠지.' 와 같은 겸연쩍은...
특파원들이 애국자일 필요는 없다. 그러나 최소한 지금과 같은 기사들을
뽑는 한국의 특파원들은 극성맞은 보스턴의 언론들과 무엇이 다른가.
그래디 리틀 감독이 김병현의 퇴출을 얘기한다는 조의 기사는 더더구나
어이없다. 리틀 감독은 1년 계약으로, 올 시즌 후, 짤리나 마나의 갈림길에
놓인 인물이다. 그의 작전 부재야말로 1년동안 신문과 스포츠 토크 라디오의
단골 안주감(?)이다. 이번 플레이오프 진출 결정 후에야 신문들이 신나하며
'장기 계약, 해주는게 어때? 해줄 자격이 있는 것 같은데?'라는 기사를
써주기 시작했던 걸 한국의 야구팬들은 얼마나 알까?
퇴출? BK를 원하는 팀은 얼마든지 있다.
BK보다 훨씬 저질스러운 행동을 하고 퇴출당한 선수들은 '실력'이 바탕이
안됐던 아이들이다. 알버트 벨도 들먹였다. 웃기는 소리다.
그래 알버트 벨은 동료까지 폭행하는 천하 잡놈이다.
명예의 전당엔 절대 못들어간다. 하지만 화이트 삭스가 올해 고비 때 마다
벨의 부재를 얼마나 안타까워 했는지 모른다. '다시 불러올 방법이 없을까'
고민하는 칼럼도 봤다.
존 락커의 경우도 그렇다. 퇴출당했지만 그것은 그가 심리적으로 무너졌고,
그 보다 육체적으로 무너졌기 때문이었지, 그의 행동 때문만은 아니다.
결국, 이 글의 제목처럼 김병현이 보스턴에서 죽지 않으려면 딱 한 가지
방법이 있다. 보스턴이 플레이오프를 이기고, 디비젼 시리즈에서
뉴욕 양키스와의 원정경기에서 호투하는 것이다.
윌리엄슨이 떠버리고 팀린마저 잘나가는 상황에서 김병현이 클로져로
나올 수 있는 상황은 사실상 희박하다.
그러나, 결정적인 원 포인트 상황이라든지, 롱 릴리프, 또는 정말
리틀 감독이 뜻한 바 있어 그를 선발로 낸다든지 하는 일 있을 때,
BK가 해낸다면...보스턴의 언론은 그를 용서할 것이다.
글구 사실 전 보스턴을 떠나는 것도 좋은 일이라 생각됩니다..바짝 달아올랐다가 무참히 공격하는 보스턴 언론..팬...마르티네스나 라미레즈처럼 무심해 지거나...그게 힘들면 홈경기가 어웨이보다 더 어려운 이런 상황,,, 차라리 떠나는 게 낫습니다..그치만 이겨내길 바래요,,,실력으로!!!!!!!!!!
첫댓글 구구절절 가슴에 와닿는 말씀이네요;; -.- 낼 등판해서 그 실력을 보여줬으면 좋겠네요.. ^^ 홧팅~
감동이네요,,진짜 신뢰 잃을만큼 잃은 상황에서 인기를 바라는 건 아니지만 하여튼 양키와의 경기에서 멋진 구원.....그 길뿐이네요,,,,첨으로 팀린과 윌리엄슨이 잘하는게 눈에 거슬리네여,,ㅎㅎㅎ
글구 사실 전 보스턴을 떠나는 것도 좋은 일이라 생각됩니다..바짝 달아올랐다가 무참히 공격하는 보스턴 언론..팬...마르티네스나 라미레즈처럼 무심해 지거나...그게 힘들면 홈경기가 어웨이보다 더 어려운 이런 상황,,, 차라리 떠나는 게 낫습니다..그치만 이겨내길 바래요,,,실력으로!!!!!!!!!!
짝짝짝~!!! 멋진 글입니다. 근데 찌라시들이 이글을 읽고 느껴야 되는데....-.-;;;;
으으 오랜만에 제대로 쓴글 하나봤군여
파라다이스님 전문가 이십니까 ?
그러니 그 찌라시 기자들과 1면에 대문짝만하게 싣도록 부축인 신문사들의 데스크들을 어쩌면 좋겠습니까 양식이 있어야할 기자들이...
정말 구구절절 옳은말입니다...실력으로 보여줄거예요...틀림없이....
정말 멋진글..미국언론에 사진이 안실렸던것은 몰랐어요..제길 망할넘의 한국신문들..누가 우리 병현선수 그런 모습 보구 싶다구 했나? 일만 더 커진셈이군요..
오랜간만에 제대로된 기자 나왔군......
멋져..ㅜㅡ..그리고 이놈의 스포츠기자들..우리나라 스포츠지를 좀 없에야해...정말 쓰잘때기 없는 내용을 반복반복 재생산을 미친듯이하는 것들..
정말 감동적이군요... 어쩜 이리 하고싶은말들을 다 시원하게 해줍니까 T-^
네.. 감동적이예요. 반성해야 하는 사람들... 지금 뭐하고 있을른지;;;
박찬호한테 욕한 신해철이 생각나네여 박찬호가 못 던져서 불이익당한게 뭐있다고 욕하는지...ㅉㅉ
잘 썼습니다. 글 써서 먹고 살 정도라면 이정도 정보는 꿰고 있어야 할텐데. 그런데 이분은 현지에 계신 분이 아니라 한국에 계신 분 같습니다. 어떻게 특파원보다 더 정확히 글을 쓰시네요...
지금 이시간 우리 찌라시들은 잠자다가 내일 대충 결과보고 또 얼토당토안는 기사를 쓰지안을까나
가슴이 저려옵니다~~ 우리나라 찌라시들 다~~이글 읽어야 할텐데...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