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풍전야의 발견
드믈게 강력한 태풍 볼라벤이 몰아친다는 날의 전날 , 이 이브라는 것이 아주 매력있는 거라 K군의 유혹대로 교대앞 주점에서 족발과 파전으로 소주를 병반씩 즐긴 오늘 저녁, 본인은 나름대로 중대한 두 가지 발견을 하였기에 제현에게 보고하지 않으면 밤잠을 이룰수 없음을 깨달았도다. 그럼 중요도가 약한 것부터 보고하기로 하자.
첫째 발견: 교대역 앞 동래파전집의 옥호의 연유에 관한 발견이다. 옥호가 "李心田心"으로 사자성어인 以心傳心과 다르기에 李와 田이 주인부부일까 아니면 이씨와 전씨 친구간의 동업일까하는 의문이 있어 왔던바다. 그리하여 문을 나서기 전, 이와 전은 누구를 나타냅니까라고 물은 즉 카운터의 여주인 왈 "이는 저구요 전은 바깥 사장이세요." 내가 다시 묻되, "아니 왜 바깥 주인께서 뒤로?" 여주인 답하되, "전심이심은 없잖아요?" 나는 그저 깊은 절을 한 번 하고 나올 밖에 없었다. 그러므로 첫 째 발견은 이심전심은 전씨 낭군과 이씨 낭자의 합작회사명이었다.
둘째 발견: 우리가 수시로 허물없이 만나고 장난하던 JB Lee가 실은 대단한 천재라는 사실.
우리는 그 인간이 한국 최고의 명문인 K중고교, 아니 그 전에 DS국민학교를 나왔고, 출신에다가 S대재학중에 고등고시를 합격한 수재임은 이미 알고 있었던 바다.
그러나 예수께서 일찌기 책을 저술하지 않으신 바와 같이 이군 또한 책을 저술하지 않고 술자리에서 재미있게 이야기만 하기에 나는 그의 천재성을 알아보지 못핸던 것인데 우연히 오늘 그의 이야기로 인하여 그의 천재됨이 밝혀졌던 것이다.
그는 대단한 코골이다. 여행을 가면 한 방에서 같이 잠을 자기가 고역일 정도로 드르렁 푸우 그러다가 숨이 막히는 정적이 이어지는 것이었다.
당자도 이것을 치료하려고 S대 분당병원에 이틀 입원까지 하면서 검사를 하였단다. 검사결과 보통 코골이 환자의 두배가 넘는 무호흡증세를 나타내어 산소결핍으로 인한 뇌조직 손상까지 염려스러웠단다. 그래서 인지검사를 하게 되었는데 검사하는 의사는 삼십대 후반의 이목구비가 단정한 여의사.
여의사 왈 "저는 김서영입니다."
이군 (속으로) "그러거나 말거나!"(이군 자신이 후에 인정했듯이 이때 이군도 전 이아무개입니다라고 인사를 드렸으면 검사 분위기가 화기애애했을 터인데)
여의사: "제 이름이 뭔지 아세요?"
이군: 방금 김서영이라고 했잖습니까?
여의사: 여기가 어딘지 아세요?
이군: 병원이죠.
여의사: 주소는요?
이군: 제가 사실 여기 처음 와서 주소는 잘 모르는데요. 성남시 분당구 아닙니까? 저 치매아닙니다.
여의사: (매우 사무적이고 쌀쌀하게) 이 인지검사는 하셔야 하는 거예요. 딸기와 바나나의 공통점은 뭡니까?
이군: 맛있죠.(바나나는 맛있어라는 예전의 동요가 작동했으리라.)
여의사: 둘다 과일이죠.
여의사는 의자, 책상, 화병, 유화가 있는 그림을 펼쳐 보여준후 오초간 들여보라고 지시한다. 이군은 한번 일별한 후 그림을 치운후 정확히 대답한다. (이군은 이 네 개의 물건을 머리만 따서 "의책화유"로 기억한다고 한다.)
여의사: (26이 쓰여진 페이지를 오초간 보라고 지시한 후) 그 숫자를 거꾸로 하면 얼마죠?
이군: 62인데요.
여의사: (동일한 요령으로 359를 보도록 지시한 후) 거꾸로 하면? (이군이 말한 숫자를 내가 기억하지 못해 임의로 선정한 숫자임)
이군: 953!
이군의 설명에 따르면 자신은 숫자를 순차로 외우거나 거꾸로 외우거나 아주 잘 기억하며 우리의 언어도 거꾸로 말하는데 재능이 있다는 것이었고, 내가 직접 "아버지 집에 들어가신다"라는 문장으로 즉석 테스트해 본 결과 진실임이 확인되었다. 영화에 약간이라도 관심이 있는 분이라면 살리에리가 질투하는 모짜르트를 그린 "아마데우스"라는 영화를 알터이고 그 속에 모짜르트가 문장을 거꾸로 외우는 장면을 기억하리라.
여의사와 이군의 씨름(형이상학적 두뇌씨름이지, 형이하학적 씨름이 아님. 육체적 씨름은 아직 운도 띠지 못한 단계임)은 계속되어 숫자 12자리까지 진행되었다고 한다. 12자리 숫자까지 이군이 정확히 바로 그리고 거꾸로 외우자 여의사는 경탄X경악하여 이후의 모든 검사를 생략하고 간호원을 불러 식권을 드리는둥 기타 가능한 한 모든 편의를 제공하였다고 한다.
K군의 농담 한 마디: 여의사가 천재를 낳고 싶다고 하면 어쩔래?
이와 같은 이군의 진술에 대하여 그것은 본인의 진술이라기 때문에 신빙성에 문제가 있다고 감히 의문을 제기하는 자가 있으리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평소 이군의 고결한 인격을 잘 알고 있는 여러분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일반 대중은 의문을 가질 수가 있으므로 강력한 보강증거를 제출하고자 한다.
영국의 저명한 수필가인 가아드너의 "모자 철학"을 보면 자신의 머리(모자사이즈)는 6과 7/8인치에 불과한데 비해, 위인인 비스마르크, 글래드스턴과 캠벌배너머의 머리사이즈는 7과 1/4인치에 달햇다고 쓰여있다.
그런데 이군은 머리가 크기 때문에 학창시절에 호박으로 불리웠고 실측결과 머리사이즈가 무려 8인치에 가까웠다고 한다. 이러하니 어찌 이군을 위인보다도 뛰어난 천재로 우러러 모시지 않을 수 있겠는가?
음모론에 항상 젖어있는 혹자는 오늘 술값을 이군이 부담했으리라고 짐작하겠지마는 일차는 K군이 선듯 냈고 이차 입가심은 공동으로 갹출했음을 밝히고, 그럼으로써 어떤 불순한 동기도 내재하지 않았음을, 오직 순수한 기쁨과 경탄만이 자리했음을 자신있게 밝히는 바이다.
(추기)
이군 머리님 사이즈에 대해 조금 더 부연설명하면, 이군의 머리사이즈가 63.5센티미터라는데 帽子商의 환산표를 보니 8인치라고 나타나 있었기에 8인치면 20.3센티미터밖에 안되는데 무슨 뜻일까 의문을 가지며 이 글을 썼다. 며칠 지난 후 이군이 자기 머리가 왜 20센티밖에 안되냐고 묻기에 환산표에 그리 돼 있더라고 대답했더니, 이군은 그 큰 머리를 한 번 갸웃하지도 않고 즉석에서 문제의 답을 알아낸 기색이었다. 마침 번잡한 대로상이라 답을 묻지 못하고 자리를 옮겼다. 내가 머리가 괜찮았으면 이심전심으로 답을 생각해 냈을지도 모르나 그것은 연목구어격이라 하겠다. 답은 3.1415의 원주율을 곱하는 것이었는데, 이군이 다른 친구에게 설명하는 대화를 등넘어 들은 즉 그러하였다. 다시 한 번 이군의 천재성이 확인되는 순간이었다. (끝)
첫댓글 술자리의 희언을 녹취록 처럼 기억해 내는 사람들 과는 단란한 곳에 같이 가면 안되겠지? 이것이 소생의 선견지명이었다. 방심했었다간 큰 일 날뻔 해스므니다.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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늙어 술집여자에게 혹해서 패가망신한 사람들을 개인적으로 몇 분 알고 있답니다. 귀하도 그러시기를 바라시오?
인생은 원래 모험이라, 안전하면 사는 맛이 없고, 사는 맛을 찾으면 위험해지고, 그래서 苦海라고 하나 봅니다.
오늘 (9월 1일) 천재인 이군을 만났다. 이군은 술자리 재담을 그렇게 까발려서 조회수가 70개가 되게 하는 놈이 어디 있느냐고 나를 죽먹은 강아지 꾸짖듯 꾸짖었다. 나는 끽 소리 항변도 못했다. 이군이 그 큰 두상으로 한번 받기라도 하면 큰일이기에 겁이 난 것이다. 그래서 비겁하게 요기 숨어 갈릴레오같이 한 마디 한다."그래도 이군의 머리는 왕머리고 이군은 변함없이 천재다!" 이렇게 댓글을 달면 조회숫자가 더 늘어나겠지? ㅎㅎㅎ
"호박"은 천재의 다른 이름인가? 일법회에는 호박이 세덩어리있던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