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 디비젼시리즈의 열기가 한창인 요즘, 국내 메이져리그팬들에겐 단연 김병현 선수에 관한 뉴스가 최고의 관심거리라 하겠습니다. 대부분의 스포츠일간지는 물론 메이져리그 전문 사이트에서 조차, 김병현 선수의 시리즈 1차전 강판문제와 중지사건은 최고의 화두라 하겠습니다.
4년만에 와일드카드를 쥐면서 듣기도 지겨운 패자들의 부두적인 변명인 '밤비노의 저주'를 풀기위해 적지에서 당당히 서부조 챔피언인 에이스와 1차전에 임한 레드삭스는 대어를 거의 손에 넣었었습니다. 상대 선발 헛슨이 물러나고 올라온 구원투수 링컨을 토드 워커가 2점포로 두둘기면서 역전에 성공한 레드삭스는 페드로의 130개에 가까운 역투를 바탕으로 적지 1차전 승리를 눈앞에 두었었습니다.
하지만 경기를 닫으로 들어온 병현이의 볼넷과 슬로우비디오를 틀어가며 방망이가 돌아가기전 타자가 공에 맞았음을 보여줘야 이해를 시킬 수 있는 HBP를 허용하며 1사 1.2루의 위기에 처하게 됩니다. 다음타자를 삼진으로 잡고 2사 1,2루 상황에서 최고의 타격감을 보여주고 있던 두라조가 타석에 들어옵니다. 이때 리틀 감독이 마운드에 올라와 공을 빼앗아 엠브리에게 넘깁니다. 1아웃만 잡으면 승리인데 결국은 동점타를 허용하고 연장에 가서 보스턴은 패배의 쓴잔을 맛봅니다. 1패를 당했다는 스코어상의 아픔보다 시즌내 말이 많았던 불펜진의 미덥지 못한 전력이 재현되었고 3차전 선발로 내정되어 있던 로우의 갑작스러운 등판, 그리고 여기저기서 감독의 경기운영의 문제점들이 언급되면서 수치상의 1패보다 더 고통스러운 아픔을 맛보았습니다.
◀ 리틀 감독의 BK 강판 문제 있는가?
1차적으로 선수의 기용은 감독의 고유권한입니다. 특히 역전주자가 나가 있는 상태에서 잘못된 선수기용으로 패배를 당할 경우 모든 책임은 표면적으로 감독이 지는것은 너무나 당연한 사실입니다. 결국 리틀감독은 경기를 닫기 위해 엠브리를 올렸습니다. 그리고 엠브리가 동점타를 허용하면서 패배의 원인이 되었습니다. 당연히 리틀감독은 비난받을 수 있습니다. 특히 보스턴의 승리를 갈망하는 다이하드팬들 입장에서는 패배를 불러온 선수교체였다는 이유만으로도 리틀감독은 충분한 비난의 표적이 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분명한건 김병현 선수를 마운드에서 내렸다는 이유 만으로 그러한 감독의 결정이 비난의 표적이 된다는 주장에는 고개가 갸우뚱해집니다.
감독은 결국 팀의 승패에 따라 영웅이 되기도 하고 역적이 되기도 합니다. 올해 컵스의 새로운 사령탑으로 등장해 팀을 현재 챔피언쉽시리즈에 진출시켜 놓은 베이커감독은 프랜차이스 역사에 길이 남을 수도 있는 명장입니다. 하지만 그가 시즌내내 좋은 평판만을 얻었던 것은 아닙니다. 그와는 반대가 사실입니다. 다이하드컵스팬들 마저 120-30개가 넘는 영건들의 투구수를 지적하며 투수들의 생명을 단축시키는 무능한 감독이라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또한 유망주가 아닌 나이든 노장들을 선호하는 모습은 팀의 미래를 생각치 않는 무식한 처사라고 강한 비난의 목소리도 많이 들렸습니다. 하지만 어느누구도 현재의 그를 비난치 않습니다. 혹사론은 자리를 감추고 끝까지 투수를 믿는 진중한 감독이니, 노장들을 잘 다독거리며 팀의 구심점을 찾았느니,,, 요즘은 어찌보면 너무나 당연한 결과론적인 베이커 미화론이 주류를 이룹니다. 팬들은 그만큼 결과에 죽고살기 마련입니다.
결국 팬들은 궁극적으로 '팀의 승리'를 소망합니다. 레드삭스니 컵스니 월드시리즈와의 악연을 '저주'라고 표현할 정도의 '한' 이맺힌 팬들이라면 팀의 승리와 나아가서 우승을 위해서라면 그 어떠한 댓가라도 치루고 싶어합니다.
시즌중 김병현선수는 레드삭스로 트레이드 되어 왔습니다. 레드삭스가 아꼈던 즉시 전력감인 유망주 힐랜브랜드와 트레이드 되어서 왔습니다. 결국 이기기 위해 데려온 선수입니다. 궁극적으로는 시즌내내 문제가 되었던 불펜을 강화하기 위해 데려온 선수입니다. 그리고 실제로 김병현의 힘이 없었더라면 누구도 레드삭스의 디비젼시리즈 진출을 장담할 수 없을 정도로 팀에 확실한 공헌을 했습니다. 그가 기록하고 있는 수치 이상으로 레드삭스의 승리를 위해 중요한 고비마다 팀을 위해 뛰었던 김병현선수 였습니다.
김병현 선수의 대좌타의 성적, 그리고 두라조의 대우완의 성적을 언급치 않더라도 리틀은 두라조를 상대하는 BK를 믿지 못했습니다. 팀의 진정한 마무리라면 사실 있을 수 없는일 입니다. 역전이 되지 않은 상태에서 어떤 감독도 역전주자가 나가있다는 이유로 2사인 상태에서 가니에나 스몰츠, 폴크, 와그너와 같은 선수로 부터 공을 빼앗지 않습니다. 믿지 못해서 공을 빼앗은 겁니다. 즉 엠브리로 하여금 불을 꺼서 이기기위해서 였습니다. 선수의 사기나 역할의 상징성 보다는 단 한타자를 막고싶었던 리틀입니다.
이러한 사실에 많은 한국팬들은 충격을 받았습니다. BK 본인도 얼마나 충격을 받았으면 팀이 하나로 똘똘 뭉치는 분위기가 최고의 덕목으로 여겨지는 단기시리즈의 덕아웃에서의 표정은,,,, 정말이지 설명키 어려운 모습이었습니다. 그 장면을 본 어떤사람도 팀스피릿에 도움이 될 모습은 아니란건 쉽게 알 수 있었습니다. 팬들과 선수들이 지켜보는데 우리가 아끼는 BK는 꼭 그런 표정을 덕아웃에서 하고 있어야 했나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 관중들의 야유와 경솔했던 BK
어쩌면 현지의 다이하드팬들에겐 두라조의 한방도, 리틀의 강판도 아닌 BK가 깔끔하게 이닝을 닫아주지 못한데에 불만감을 갖을 수도 있습니다. 야구팬들이라면 응원하는 팀의 주전 클로저에게 당연히 요구할 수 있는 사항입니다. 하지만 일반적으로 야구경기에서 보기 힘든 불만에 가득찬 표정을 하고 있는 BK의 얼굴을 본 후, 다음날로 이어진 팀의 연패 후, 홈에서 BK의 이름이 호명되자 만만한 BK에게 '부우' 하고 야유를 보냈을 수도 있습니다. 결국 주전마무리의 모습을 보여주지 못한 투구내용과 불만스러운 덕아웃에서의 표정이 이유가 되었습니다.
야구팬들의 기억력은 아주 나쁩니다. 시애틀과의 피마르는 혈전을 벌이던 시즌막판, BK가 100%의 성공률로 팀의 승리를 지켰던것은 금방 잊어버립니다. 적지에서 아쉬운 연패를 당하자 말 많은 팬들과 희생양을 항시 찾아야 하는 언론들은 씹을 선수가 필요합니다. 사실 로컬신문의 스포츠 취재기자 만큼 실질적인 열성팬들은 없기에 그들로 부터 쿨한 헤드의 글을 기대키란 애시당초 어렵습니다.
"아하~! BK!" 우수광스러운 폼으로 투구하는 키작은 동양인, 시즌 중 유망주를 버리고 데리고온 클로져, 양키스를 상대로 큰 경기에서 몇차례 보여줬던 악몽같은 기억들, 그리고 오클전의 깔끔하지 못한 투구후 강판등... 어쩌면 밤비노의 저주를 심화시킬 희생양으로 BK보다 더 좋은 선수는 레드삭스에서 보이지 않습니다.
저는 이른바 '밤비노의 저주' 라는 것을 애시당초 믿지도 않습니다. 그들의 '실력없음'을 고백하지 않고 미국 최고의 야구선수인 베이브의 이름으로 적당히 보기좋게 미화시킨 터무니 없는 핑계입니다. 그 유명한 메츠와의 시리즈에서 에러로 기인해 월드시리즈를 놓쳤던 기억말고는 월드시리즈 근처에서 저주를 원망할 정도로 아깝게 챔프자리에 등극 못한 시즌도 없었습니다. 에러와 의외의 플레이는 야구경기의 일부입니다. 도저히 양키스와 비견되지도 못할 통산성적을 가지고도 영원한 라이벌이라고 생각하는 어이없는 팬들의 '야유' 였습니다. 시리즈 홈경기 개막전에서 홈팀의 선수에게 야유를 보내는 팬들의 수준은 분명 문제가 있습니다. 혹시 원정팀 응원팬들은 아니었나? 라는 의구심이 들 정도 였습니니다. 경기중 본헤드 플레이에 대한 야유도 아니고 선수소개시 홈팀 선수에 대한 야유란 정말이지 말그대로 엽기적인 사건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BK의 행동은 정말이지 바보같은 행동이었습니다. 보스턴에서 그가 관중들의 찬사와 환호를 받을 수 있고 지난 1차전에서의 자존심 구겨진 강판을 극복할 수 있는 방법은 멋진투구 밖에 없었음을 왜 망각했는지.. 그리고 경기 후 인터뷰를 통해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팬들에 대한 서운함을 토로하며 여론을 자기편으로 몰고 갈 수는 없었는지.. 결과론적인 얘기이지만,'중지사건'은 대외이미지도 실력만큼 중요한 프로야구선수가 욱하는 감정을 참지 못한 최악의 선택이었습니다. 정말이지 자신을 스스로 궁지로 몰아버린 최악의 순간적 판단미스였습니다.
어차피 BK는 미국메이져리그 소속 선수입니다. 궁극적으로는 미국팬들과 미국구단의 주머니에서 나오는 돈으로 연봉을 받는 프로페셔날 선수입니다. 양키스테이디움 같은 원정경기에서 그런모습을 보였다면 마찬가지로 도덕적인 비난을 피하긴 어렵지만 분명 불굴의 어그레시브한 모습이 일부에겐 경이의 대상이 되었을 수도 있을지 모릅니다. 아마 저도 피식 웃으며 뜨거운 박수를 보내 주었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자신의 구단주와 단장 그리고 동료선수들과 홈팬들 앞에서 그런모습을 보였다는 것은 정말이지 변명의 여지가 없는 경솔한 행동이었습니다.
각설하고, 이미 엎질러진 물.. 큰 반전이 없는한 BK가 내년에도 레드삭스에 잔류하긴 힘들어 보입니다. 어차피 이번의 중지사건이 없었어도 레드삭스가 더욱 단단한 불펜을 위한 단기 리빌딩을 시도할 것이며 동시에 특급클로져 영입을 시도할 것은 누구나 예상할 수 있는 사실이었습니다. 레드삭스에게는 복잡한 경우의 수들이 가능한 트레이드라는 어려운 일을 더 쉽고 빠르게 만들어준 BK의 행동이었다고 평하고 싶습니다.
◀ 다시 일어설 BK와 현지 취재기자들....
팬의 한사람으로써 정말이지 BK가 올시즌을 끝까지 잘 마무리 하기 바랍니다. 몇몇 극내팬들의 경우 그의 '중지사건' 마저 합리화하고 정당화하는 모습을 지켜보는것은 상당히 당황스럽습니다. 정말로 BK를 아끼고 사랑한다면 BK또한 우리와 같이 때론 실수도 할 수 있는 헛점투성이의 인간이라는 사실도 인정하는 것이 올바른 모습같습니다. 또한 우리와 마찬가지로 어려울땐 힘들어 하는 인간이라는 것도..
어제 오늘 대부분의 스포츠일간지와 온라인 신문들의 BK관련 헤드라인을 보면서 얼굴이 화끈거려 어찌할지 몰랐습니다. 또한 외지에도 실리지 않은 내용들이 기정사실화 된 내용인냥 그리고 모든기자들이 한자리에 모여서 같이 쓴 기사처럼 다 대동소이한 내용의 글들,,,
어차피 잘할 때 기자도 이쁜거지, 못할 때는 기자도 미워보이는 것이 스포츠스타들의 생리입니다. 하지만 박찬호 선수도 그렇고 이번 김병현 선수도 그렇고 그들이 선수와 기자라는 상생의 신분에 놓여있음에도 불구하고 같은 동포끼리 적대감에 가까울 정도의 반응을 보이는데는 일방적이진 않겠지만 분명히 이유가 있고, 현지 취재기자들의 상당한 책임도 분명히 존재한다는 것을 메이져리그팬들은 너무나 잘 압니다.
김병현 선수의 기자들에 대한 일성,"현지신문 좀 보고 기사를 쓰세요!" 이 시사하는 바가 있습니다. 타지에서 고생하시며 현지소식을 전해주시는 정말로 고마우신 기자님들! 우리나라의 메이져리그팬들도 외국처럼 존경할 만한 현지취재 기자를 갖고 싶습니다. 당신들의 노고를 100% 알 수 없는 팬들이지만 최소한 과장없이 정확한 사실전달이 쇼킹성 헤드라인보다는 저희에게 더 간절하고 그립다는것은 꼭 명심해 주시길 바랍니다.
내일 레드삭스가 오클에게 져서 시즌을 마칠지, 아니면 승리를 거두고 양키스와의 명실상부한 라이벌전 다운 라이벌전을 펼칠 수 있을지는 아무도 모릅니다. 반드시 오클을 이기고 CS에 진출하길 바랍니다. 그들의 듣기도 지겨운 '밤비노의 저주'가 깨지길 바래서가 아니라 BK가 양키스 타자들을 향해 전력으로 투구하는 모습이 보고 싶어서 입니다. 그가 9회에 승리를 지키기 위해 마운드에 서든 아니면 8회에 마운드에 서든 그건 중요치 않습니다. 그것은 팀승리를 위해서 전적으로 감독이 결정할 사안입니다.
단지 병현이가 양키스전에서 상대타자를 삼진으로 돌려세운 후 주먹을 불끈 쥐고 특유의 건방진 웃음을 흘리는 것을 지켜보고 싶을 뿐 입니다. BK는 내년 새로운 팀으로 이적한다 해도 변함없이 좋은 투구를 선보이리라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이번의 경솔한 실수가 소중한 거름이 되어 앞으로 더 성숙한 선수로 거듭나는 그의 모습을 지켜보는 것도 큰 즐거움이 될 것같습니다. 힘들고 외로운 그에게 아낌없는 뜨거운 박수를 보냅니다.
첫댓글 긴글 쓰느라 애썼다 ...허나 리틀의 그 투수운영은 멍청한 거였지.. 그걸 모르다뉘
리틀에대해선 절대 동감하지 못함..나머지는 대부분 동감..
근데 김병현은 주전 클로저가 아닌데요. 집단 마무리라고 리틀이 말하지 않았던가요? ㅡ.ㅡ;
흠.. 리틀이 첨에 그랬죠.. 주전 마무리는 BK다~ 그러다가 잠깐 부진한 사이 집단 마무리로 간다. 이랬다가 다시 마지막에 병현님 엄청 잘하니까 우리팀 마무리는 BK다 이랬죠.. 그 노인네 정신이 오락가락 하나 봅니다.. ㅡㅡ;
스포츠서울 신문에서 좋은글 나왔네요. 이 칼럼쓰신분이 누구신지 모르지만 김병현에게 큰 힘이 될거라 생각합니다. 내일 오전9시 꼭 보겠습니다. 김병현이 마무리로 나와서 깔끔하게 마무리지어서 이번사건을 모두 날려버렸으면 좋게습니다. BK화이팅
갑자기 찌라시들이 왠일이지...약먹었군!!
보스톤의 밤비노저주는 그들이 실력없음"을 은폐하기위한 변명이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