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칼럼] 장류진 작가의 단편 '잘 살겠습니다'에서 보는 어떻게 사는 것이 잘 사는 것인가.
민병식
장류진(1986 - )작가는 연세대학교 사회학과를 졸업하고 동국대학교 대학원 국문학을 수료했다. 7년간 IT회사에서 일한 경력이 있고 2018년 소설 ‘일의 기쁨과 슬픔’ 으로 제21회 창비신인소설상을 받으며 등단했다. 수상경력으로는 2020년 제11회 젊은 작가상을 비롯, 심훈 문학상 등의 수상경력이 있다.
(작가 소개 : 네이버 참조)
이 작품은 소설집 ‘일의 기쁨과 슬픔’의 표제작이며 지금을 살아가는 직장인이라면 대부분 공감할만한 소재다. 결혼을 앞둔 주인공이 회사에서 청첩장을 돌리는데서 부터 이야기는 시작된다.
‘빛나 언니’는 어느 직장이나 꼭 하나쯤 있는 미련하면서도 얄미운 캐릭터다. 눈치가 없는 것도 같고 일부러 모른 척 하는 것도 같은 후배에게 커피를 얻어먹으면서도 고맙다는 말 한마디 하지 않는 성격이다. 그런 빛나 언니와는 입사동기 이긴 하지만 같은 부서도 아니고 3년 정도 떨어져 지냈기에 아주 친한 사이도 아니었다. 그런 빛나 언니가 ‘나’의 결혼식 며칠 전 퇴근 무렵에 메시지를 보낸다. 청첩장을 달라고 하여 약속을 잡는다. 간단한 결혼 축하의 말 다음에 사실 자신도 결혼을 앞뒀는데 어떻게 준비해야 할지 모르겠다며 주인공에게 도움을 요청한다. ‘나’는 엑셀로 정리된 깔끔한 결혼에 대한 자료 파일을 넘겨 준다
그런데 언니는 ‘나’의 결혼식 당일 날에 오지도 않는다. 조언을 요청한 날 ‘나’가 밥까지 샀는데 말이다. 그리고는 ‘나’가 신혼여행을 다녀온 이후 결혼식 날짜를 깜빡 했다며 받고 싶은 선물을 말하라고 한다. ‘나’는 선물대신 밥을 사라고 하는데 결국 빛나 언니의 선물은 25,000원 짜리 밥이었다. 게다가 더 황당한 것은 곧 결혼하는 언니가 자신의 청첩장을 직접 전달한 것이 아니라 ‘나’의 컴퓨터 키보드 아래 놓아둔 것이다. 내 결혼식에는 오지도 않고 밥 한 끼 사주고 청첩장이다. 이에 ‘나’는 극도로 마음이 상한다. 결국 ‘나’는 빛나 언니에게 줄 12,000원 어치 결혼선물을 사기로 한다. 언니가 축의금 대신 사준 밦 갑 25,000원에서 언니가 상담을 요청했을 때 ‘나’가 사준 밦 갑 13,000원을 뺀 값이다. ‘나’는 11,000원짜라 핸드크림과 1,000원짜리 선물카드를 사서 빛나 언니에게로부터 받은 것과 똑같이 되돌려 준다. 물론 언니의 결혼식에 참여하지 않았음을 물론이고 그 전날 미리 전달한다.
‘빛나 언니한테 가르쳐 주려고 그러는 거야. 세상이 어떻게 어떤 원리로 돌아가는지. 오만원을 내야 오만원을 돌려받는 거고 만이천원을 내면 만이천원짜리 축하를 받는 거라고. 아직도 모르나본데 여기는 원래 그럴 곳이라고 말이야.’
-본문 중에서
작가는 작품을 통해 인간의 이기적이고 얄미운 모습을 끊임없이 확인하게 한다. 결국 사람의 마음속에는 나의 모습과 빛나 언니의 모습을 모두 가지고 있다는 생각을 갖게 하며 인간의 이중적인 면에 대해 깊이 성찰하게 하는 것이다. 세상은 호락호락 하지 않다. 가는 정이 있어야 오는 정이 있는 것이다. 다른 사람과 좋은 관계를 만들어가려면 나의 시간, 마음, 진실 등 상대를 위해 쓸 수 있는 에너지가 필요하다. 피 한 방울 섞인 남끼리 부대끼는 사회에서 자기만 생각하고 자기중심으로 생각해서는 자신은 아무 생각 없이 편할지는 몰라도 이 세상을 살기는 힘들 것이다. 남의 입장을 헤아리도록 조금이라도 배려 하고 살자. 그래야 세상이 따뜻해진다.
첫댓글 날이 무지 춥습니다. 존경하는 회장님, 김한규 선생님, 모든 회원 여러분 따뜻한 날 되시길 기원드립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