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저는 요즘 가끔 텃밭에 나가는 일 말고는 집에만 머물다보니
혼자 지내는 시간이 많네요.
딱히 뭐 할 게 없으니 텔레비전 채널을 돌리다가
어쩔 수 없이(?) 컴퓨터 앞에 앉아 글모음을 뒤적이기도 합니다.
어떤 글(책)이라고 꼭 집어서 이야기할 수는 없지만,
많은 글(책)에서 보이는 잘못이 몇 가지 눈에 띕니다.
첫째,
뭔가를 설명하면서 '즉'이라는 낱말을 많이 쓰는데,
이는 '곧'으로 바꿔 쓰는 게 좋습니다.
뜻이 거의 같은데 굳이 한자인 즉(卽)을 쓸 까닭이 없죠.
둘째,
설명하면서 자주 나오는 "말할 것도 없음"이라는 뜻의 '물론'이라는 낱말은
일본어 勿論(もちろん[모찌롱])에서 왔습니다.
두말할 것도 없이 '말할 것도 없음'으로 바꿔 쓰시면 됩니다.
셋째,
'필자'라는 말입니다.
사전에는 "글을 쓴 사람. 또는 쓰고 있거나 쓸 사람."이라고 풀어져 있지만,
그 뜻은 그 글(책)을 쓴 사람이 자신을 가리키는 말이 아니라,
제삼자가 글을 쓴 사람을 가리키는 말입니다.
곧, 글쓴이가 "필자는 어떤 생각으로 이런 글을 썼고..."라는 것은 말이 안 되고,
글을 읽는 사람이 "필자는 어떤 생각으로 이런 글을 썼을 것이고..."라는 것만 말이 됩니다.
더 중요한 것은, 이 '필자'도 일본식 표현이라는 점입니다.
筆者(ひっしゃ[핏샤])라는 일본어에서 왔거든요.
글을 쓴 사람이 자기 자신을 가리켜 필자라고 쓴 것은,
필자의 뜻을 제대로 몰랐거나, 가진 게 없어 뭔가 있는 것처럼 보이려고 한 것 일겁니다.
그냥 '글쓴이'라고 하면 누가 잡아가나요? 그 글(책)의 값어치가 떨어질까요?
가끔 '글쓴이' 대신에 '지은이'라고 쓴 글(책)도 보이는데요.
소설이나 시라면 지었다고 이야기해도 될 테지만
수필이나 칼럼 같은 글은 지었다고 밝히는 것보다 그냥 썼다고 하는 게 더 낫지 않나요?
고맙습니다.
-우리말123^*^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