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도 겨우겨우 세시쯤에나 핸드폰을 내려놓고 너무 피곤한 몸을 좀 쉬게 해보려고 시도했다.
겨우 잠이 들긴 들었는데, 악몽과 함께 다섯시쯤에 깨고 말았다.
나는 친구의 추천으로 어떤 클래스를 듣게 되었는데, 몇 번 다니다가 좀 별로라고 생각했는지, 뭔가가 이상하다고 생각했는지 암튼 중간에 잘 가지 않게 되었었다.
어느 날 그 친구와 다른 친구, 나, 이렇게 셋이서 카톡으로 이야기를 하다가 말이 나온김에 수요일에 만나는거 어때~하고 의논하고 있었는데, 그 추천해준 친구가 '나 수요일에 클래스 듣는거 있어'라고 얘기했다.
나랑 같이 듣는 클래슨데. 나는 '아 맞다, 나도 등록해놨던건데..'하고 생각했지만 솔직히 그렇게 가고싶은 마음은 아니었다. 그래서 친구들을 만난다고 하면 별 고민도 없이 제끼려고 했었다.
그 친구가 그렇게 말하고 나서 내가 빼먹은 클래스들이 생각나서 혼자 클래스 강습소를 찾았다.
그 곳은 일반 아파트였다.
강사는 8층에 살았던 것 같고, 그 클래스는 사진에 관련된 클래스였던거같다.
학생은 나 혼자였고, 강사는 자기 방에서 어떤 비디오 영상을 틀어 보여줬다.
나는 그 영상을 끝까지 다 보았는데, 약간 이상한 느낌이 들었다.
왠지 여기에 더 있으면 안 될거같은 느낌...
약간 신변에 위협을 느끼는 그런 기분...
나는 내가 그걸 눈치챘다는걸 들키면 잘못될것같아서 아무렇지도 않은 척, '오늘은 이만 집에 가야겠네요~일이 있어서'하고 가방을 챙겨서 일어났다.
강사가 눈치 챌것도 같았지만 그는 나를 굳이 잡지는 않고 계속 나를 쳐다보면서 내가 현관으로 향하는 걸 지켜봤다.
현관이 있는 거실에 나갔더니 팔순, 구순은 되어보이는 백발의 노망난 할망구가 서 있었다.
그녀는 강사의 엄마였다.
나는 짧게 인사를 하고 도망치듯이 현관을 나섰다.
현관을 나가서 엘리베이터를 타고 1층으로 내려가려는데 그 할머니가 '저따위 애를 왜 집에 들여?!'하고 소리지르는게 들렸고 보였다.
그러자 그 강사는 자기 어머니에게 대답하기를, '언제든지 내가 이겨버릴 수 있으니까요'하고 무섭게 웃었다.
나는 소름이 끼쳤다. 조금만 더 거기 머물렀더라면 난 살해당했을것 같다는 생각과 느낌이 들었다.
그것도 토막살인...
너무 무서웠지만 어쨌든 탈출은 했고 엘리베이터는 1층에 도착했다. 나는 그 아파트를 어서 벗어나고싶었다.
엘리베이터 문이 열렸는데 나는 왜인지 만화에서나 보던 마법소녀? 마법전사?의 코스튬을 하고 있었다. 뛰듯이 엘리베이터에서 내려 그 아파트를 빠져나가는데, 마침 엘리베이터를 타러 오던 한 이탈리아 아저씨가 뛰쳐나가는 나를 관심있게 쳐다봤다.
뭔가 나에게 말을 걸고 싶어 하는거 같았지만 나는 그 아저씨에게 붙들리기 싫어서 무시하고 빠르게 점프해서 그 아파트단지를 빠져나갔다.
그러고 깨었는데, 그 무서운 느낌이 아직도 남아있었다.
살해당할것 같은 느낌...
토막 살인 당할것 같은 그 무서운 느낌...
집에는 아무도 없었는데, 엄마라도 같이 있는 날이었으면 좋았겠다...아무도 없으니까 혼자서 그런 무서움을 견뎌야 한다는게 또 무서웠고 힘들었다.
나는 너무 무서운데, 아무에게도 그걸 드러낼수가 없다.
엄마나 아빠 앞에서는 더더욱.
엄마랑 아빠 앞에서는 약한 모습을 드러내는게 힘들다.
실망할테니까.
나는 그런 아이를 낳은적 없다고 그럴거같다.
나는 그런거에 무서워하고 벌벌 떠는 그런 애는 낳은적이 없다고 할것같다.ㅎㅎ..
암튼. 어젠 혼자 있었고. 그 새벽에. 너무 졸리고 피곤해서 다시 바로 잠들고싶었지만 너무 무서웠다.
또 그런 느낌을 느낄까봐. 또 혼자서 무서울까봐.
나는 엄마와 아빠의 바람에 대해서 실패를 했는데.
그게 나를 너무 무섭고 두렵고 작아지게 만드는데..
엄마는 그런것과는 상관없이 그저 내 눈치만 볼 뿐이고.
아빠는 아직도 여전히 내가 뭔가를 해낼거라고 믿고있다.
더 잘 살도록 노력하면 된다고. 너는 왜인지 모르겠는데 시험같은거 보면 다 패스할거같다고. 정 안되겠으면 공부해서 시험보라고.
나는 그런것들이..나에 대한 비현실적인 요구처럼 느껴진다.
그냥 내가 듣고싶은 말은.
괜찮아. 사는 방법은 여러가지야. 좀 못하면 어때? 이런 말인데...
요즘 일을 구하는것도 마음처럼 안되고.
나를 받아주는 곳도 없다.
지원할만한 곳도 없고.
할 수 있는게 없다.
거기서 오는 무력감같은것도 심하고.
내가 진짜 뭘 하면 만족할지, 어떻게 살면 만족할지 공허하지 않을지에 대해서도 모르겠다보니 혼란스러운것도 있고.
내 모습. 내 감정. 내 생각. 그냥 긴장 없이 있는 그대로 드러내는거에 대한 불안감과 두려움이 아직도 크고.
어딘가에 탄탄히 뿌리를 내리고 안정감있게 나를 탐색하거나 세상을 탐색할 수 있는 밑바탕이 없다.
엄마와 아빠는 나를 그들의 방식대로 사랑했을거고 또 나 또한 엄청난 칭찬과 과보호를 받으면서 자랐지만.
정작 스스로는 누구도 나를 사랑하지 않았다고 느낀다.
아이러니하지 않은가?ㅎㅎ..
'나'를 사랑해주지 않았다는거다.
실제의 나를.
더도 덜도 말고, 그냥 실제의 나를 말이다.
아빠는 나를 그냥 '우량주'로 본 것 같고, 엄마는 음...'해내야 하는 것'으로 본 것 같다.
주변에 사람들도. 말 잘하는애. 말 시키면 재밌는 애. 뭔가를 잘하는 애. 이렇게 봤지...
나는 정말이지 엄청나게 많은 관심을 받고 자랐지만, 사랑을 받고 자란 건 아닌거같다.
내가 그렇게 느낀다.
내가 원했던 건 그렇게 허무하게 흩어지는 엄청나게 많은 '관심'이 아니고...'사랑'이었던 것 같다.
실제의 나를 경험할 수 있도록 이끌어주는. 사랑.
그런 주변 사람들의 엄청난 관심은. 내가 관심을 끌지 못하면 잘 못하고 있구나..하고 생각하게 만드는 것 같다.
내 스스로가 '이 정도면 잘 하고 있구나'하는 기준을 세우지 못하기 때문이다.
나의 잘 하고 있는 척도는. 사람들의 관심이니까..그렇게 훈련받았으니까.
마음 한 구석이 늘 허전하다.
늘 배가 고프고.
늘 목이 마르다.
마음이 아프다.
잠 드는게 무섭다.
늘 불안하고.
그냥 엄마나 아빠에게 위로받고 싶은 마음을 접고 나 혼자서 어떻게든 나의 내면을 채우기 위해 노력해야 하는걸까?
엄마나 아빠는 내가 필요한 위로를 전혀 해주지 못한다.
엄마나 아빠는 나에게 마음의 안정을 주지 못한다.
기대만 할 뿐..
그런데 이 기대에 대한 이야기를 할 때마다 상담선생님은 늘 '부모들은 항상 자식에 대한 기대를 하죠'하고 덧붙이곤 한다.
엄마와 아빠의 기대가 잘못된게 아니라는 뉘앙스같다.
엄마와 아빠가 잘못한 건 없다는 뜻 같다.
그러면 난 좀 화가 나는거같다.
내가 그 기대를 충족시키려고 하는게 잘못됐다고 지적하는거같아서.
그건가? 내가 그걸 충족시키려고 이다지도 발버둥친게 되려 이상한건가..?
아님 내가 그 기대를 충족할 수 있다고 믿는 부분에 대해서 이상하다고 말하고싶은건가?
나는 스트레이트로 말해주지 않으면 잘 못알아듣는다고.
잠이 들면.
내 의식이 한동안 꺼져있는게 되는데.
그런 순간이 두렵고 무섭다.
내일이 오는게 무섭기도 하지만..
그냥 내 의식이 꺼져있게 되는게 무섭다.
내가 컨트롤 할 수 없는 상태가..?
나는 어쩌면 너무 많이 생각하는지도 모른다.
너무 많이 나를 컨트롤하는지도 모르지.
모르지가 아니라 사실이 그렇지.
원시적인 나의 모습을 보기를 두려워하는것도 같다.
아마 그게 근데 진짜 나의 모습이겠지.
욕구불만에 화도 많고 슬프고 하는 그런 모습.
불안감도 많고, 논리적이지도 않고, 감정적이고, 애같고, 유치하고, 무서운것도 많고, 싫은것도 많은.
어느정도는 내가 그렇다는걸 알게 되었는데도 아직도 두려워하는거 맞다.
왜냐면 그냥 그 모습을 가지고 가족들이랑 얘기하지도 못하고, 친구들은 만날 엄두가 안난다.
나의 즐거운 모습만 보여주고 싶은거같다.
나의 좋은 모습만.
누구나 다 조금씩은 그런 마음이 있겠지만, 실제적으로 완벽하게 그렇게 컨트롤하는 사람은 없을거다.
드러내기 싫어도 드러나니까..
근데 나는 철저히 감추잖아.
그래서 문제가 커진거 아닐까..?
나는 지금 너무 지쳐있는데, 누가 만나자고 할 때마다 선뜻 나서기가 힘들다.
난 지금 온갖 의욕도 저하되어있고 활력도 없다. 그리고 남의 이야기를 들어주는게 어렵다.
내 일이 산더미같기 때문이다.
기본적으로 경제적인 문제도 해결이 안 되었고. 내가 누군지도 모르겠어서 어떻게 대해야 할지 모르겠으니까.
그것도 너무 머리로 생각하나?
그냥 나가서 나오는대로 하면 되는데 난 너무 생각하는걸까?
아..진짜 힘들다.
그게 그렇게 쉬웠으면 내가 이렇게 힘들어할 일이 없지 않았을까..?
우울이 깊은 기간과 그래도 괜찮거나 좀 나아지는 기간이 있는데..
조울증으로 발전하는거 아니야..?ㅎㅎ
어제까지는 정말 마음이 많이 아팠는데..
그렇게 무서운 꿈을 꿨는데도..아침녘에 일어났을 땐 정말이지 넘 피곤해서 어디 움직이지도 못할거같더니만..
막상 나오니까 계속 생각만 했던 이태원에 나갈까? 하는 생각도 들고, 아냐 근데 넘 피곤하니까 그냥 가까운 홍대나 합정으로 갈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결국 그냥 선택한 건 동네 카페였지만..동네 카페가 또 인터넷이 안되네?
핫스팟으로 잠깐 쓰다가 그냥 아무래도 이태원이나 홍대 나갔다 오고 싶어져서..
이태원까지 가기엔 좀 피곤한 것 같고. 버스만 타면 바로 가는 홍대로 가기로 했다.
그리고 지금 홍대에 있다.
정말 오랜만이다. 홍대에 혼자서 나온게. 그냥 이곳저곳 가긴 어딜 가..의욕도 없고 가서 뭐해 해서 뭐해 하는 생각에, 근데 또 집에 혼자서 들어있긴 싫어서 맨날 동네카페를 전전했는데..
오늘은 뭔가..사람들이 있고 외국인들도 볼수 있고 나름 번화한. 그런 곳에 가고싶은 마음이 들었다.
한번씩 이런 날이 있다.
컨디션이 좋은건가.
근데 컨디션이 막 그렇게 좋지도 않은데.
상황은 여전히 비극적이고 풀리는거 하나도 없다.
그냥..지난주부터 합정에 있는 카페에 오고싶다는 생각이 조금씩 들더니. 어제는 오늘 컨디션 괜찮으면 이태원에 가야겠다 하고 생각해서 검색하다가 잤는데. 오늘 나오니까 왠지 갈 수 있을거같고. 가도 괜찮을거같고. 그랬다.
...
나는 왜 이렇게 사람들이 하는 행위에 대해서 민감할까?
그 사람 나름의 문제가 있을수도 있는 일들이 있을텐데..
너무 나 중심적인 사고에서 벗어나질 못하는걸까?
아까도 엄마가 빨리 전화를 끊으려고 하는것에 대해서 '내가 부담스럽나?' '내가 싫은가?'하는 생각을 했다.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는 모르겠는데..
아빠 차가 또 고장나서 어딜 가고 있는 중이었는데 렉카를 불러야 한다고. 암튼 대충 그런 상황인거같다.
저렇게 되면 난 또 마음 한 구석이 슬쩍 비는 느낌이 든다.
엄마가 나를 싫어하나봐...하고.
사람들이 하는 말 한마디 뉘앙스 하나 몸짓 하나 손짓 하나가.
모조리 '나를 좋아한다' 아니면 '나를 싫어한다'로 양분되니까.
왜 그럴까..? 태어나기를 그렇게 오해하기 쉽도록 태어난걸까..?
그냥 지금 내 상황이 너무 힘들어서 옛날 좋았을때 생각에 울컥하는 것 뿐일까..?
나도 모르겠다...
앞으로 나아가지도 못하고, 뒤로 돌아가지도 못하는 내 상황이 너무 힘겨울 뿐이다.
내 마음이지만 나도 모르겠다.
너무 깊이 있어서 나도 모르겠다.
상담을 3년을 받았는데 모르겠다.
이 깊이 박혀있는 파편같은 아픔을 내가 착각한거라며 그냥 무시해보려고도 했고 그렇게 살아왔고 또 그냥 없는거라고 우겨보기도 했다. 근데 없는게 아니다. 이것은 시시때때로 몸에 깊이 박힌 유리조각이나 총알파편처럼 통증을 유발하고 있으니까...
그리고 이 깊은 외로움은 무시하기가 너무 힘들다.
실재하는거니까. 원인이 나의 착각이든 오해이든 아니면 실제적으로 그런 환경이었던 것이든 그 깊은 외로움과 허무함, 아픔은 실재하는거라서...
다만 이 아픔과 외로움에 휩쓸리면 일상생활이 안되니까 없는 척 억누른 것일 뿐...
이런 얘기를 들으면 선생님은 뭐라고 이야기할까?
또 나의 기질이 그렇게 만들었다, 내가 오해하거나 착각한거다, 그렇게 이야기할까?
...
내일이 상담이니까. 이야기를 해봐야지.
어쨌든 지난 주말 내내 가슴이 도려내듯이 너무 아팠던 건 사실이니까. 그리고 악몽을 꾸고 잠을 거의 자지 못하는거 또한 사실이니까 말이다.
이야기를 하는거까진 좋은데. 어디다 그런 쉽게 공감 못할 이야기를 할 수 있다는건 좋지만. 이게 나를 안정되게 만드는지는, 편안하게 만드는지는 솔직히 아직도 잘 모르겠다.
집에 가야겠다.
오늘은 좀 푹 잘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