生은 때로 먼 길을 원한다
마른 저수지처럼 외로운 그것은 낡고 서툰
다큐멘터리
나는 우리집에 내려오는 누렇고 때묻은 양은 쟁반 속
으로 떠난다
(잘잘거리며 필름 도는 소리)
묵은 소나무 가지가 휘어졌고
그 위에 날마다 가슴 쓸어내리는 소리 찰랑대는
칠 벗겨진 휘영청한 달 아래로
나는 가는 것이다
적당한 시간에서 등걸 위에 쉴 때는
멀리 산등성 너머로 바다가 있을까
행복이 있을까 아낙네가 광주리를 이고 가는 뒤를
싫지만 그렇지만 나는 꼭
가야만 했던 것이다 그 쟁반 속을
그 바닷가까지 오막살이 지나서
양은 쟁반 속을 걸어서 가는 것이다
왜 그렇게 가난했던가
기럭아
나는 따라가기 싫었지만 이렇게
여기까지 와서 손등을 펼치고 열 손톱 속에
나란히 날아가는 까만 기러기들을 본다
(다음 필름을 갈아끼우는 데 시간이 꽤 걸린다)
그 틈에 쟁반 같은 달 속으로
재난처럼 파란 별이 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