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자』 2장 제물론(齊物論) 14절
[본문]
천하에서 가을 짐승 터럭 끝보다 더 큰 것은 없다고 여길 수도 있고, 태산(泰山)을 작다고 여길 수도 있다. 어려서 죽은 아이보다 더 오래 살 수 없다고 여길 수도 있고, 팽조(彭祖)를 일찍 죽었다고 여길 수도 있다.
하늘과 땅은 우리와 더불어 함께 존재하고 있고, 만물은 우리와 더불어 하나가 되어 있다. 이미 하나가 되어 있으니 이론이 있을 수가 있겠는가? 이미 하나로 되어 있다고 말하면서 또한 이론이 없을 수가 있겠는가? 하나라는 것과 이론은 두 가지가 되며, 그 두 가지와 하나는 또 세 가지가 된다. 이렇게 미루어 나아간다면 계산을 잘하는 사람들이야 어찌하겠는가?
그처럼 없는 것으로부터 있는 데로 나아가는 데도 세 가지가 되었으니, 하물며 있는 것으로부터 있는 데로 나아가는 데는 어찌 되겠는가? 나아감이 없이 도를 근거로 해야만 될 것이다.
[해설]
미시우주와 거시우주를 살펴보면 첫 번째 문단을 이해할 수 있다. 우리 인간들 몸은 대게 60조의 세포로 이루어져 있다. 그런데 그 세포는 분자, 원자, 원자핵, 전자, 쿼크 등으로 이루어져 있다. 거시우주는 태양과 같은 항성계가 모여 있는 국부은하군, 은하군, 은하단, 초은하단 등으로 이루어져 있다.
미시세계에 사는 존재자들은 짐승의 가을 털 보다 더 큰 것은 없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거시세계에 사는 존재자들은 태산도 작다고 여길 수 있다. 미시세계에서 보면 어릴 때 죽은 아이도 오래 살았다고 할수 있고, 거시세계에서 보면 800년을 살았다는 팽조도 일찍 죽었다고 할 수도 있다.
이 세상에 있는 모든 현실적 존재자는 생성소멸한다. 생성해 있을 때 큰 공간을 차지한 존재자도 있고, 작은 공간을 차지한 존재자도 있다. 큰 공간을 차지한 존재자는 대게 긴 시간동안 머물 것이고, 작은 공간을 차지한 존재자는 짧은 시간동안 머물 것이다. 이렇게 현실적으로 있는 것들은 천지이고 만물이지만, 이들이 모두 나와 더불어 하나로 존재한다. 이것이 참존재인 실재(實在, reality)의 세계이다.
이 세계가 하나로서 실존하고 있고, 이것을 실재의 세계라고 명명(命名)했으니, 두 개의 세계(실재의 세계와 명명된 세계)가 있게 된다. 또 이 두 개의 세계를 ‘하나’의 같은 것이라고 말했으니, 세 개의 세계(실재의 세계, 명명된 세계, 이것을 하나로 합친 세계)가 있게 된다. 이런 식(차이를 드러내어 구분하는 방식)의 셈법을 하게 되면 현실로는 엄청난 세계가 존재하게 된다. 그래서 정말로 현명한 사람은 오히려 차이를 드러내지 않고 모두를 하나의 같음으로 보는 도의 방식을 따르게 된다.
노자 『도덕경』 2장
[본문]
세상 사람들은 자신들이 좋아하는 인위적인 아름다움을 아름다움으로 알고 있다. 그러나 그 ‘아름다움’에는 이미 자신들이 싫어하는 ‘추함’이 전제(前提)되어 있다. 세상 사람들은 자신들에게 좋은 행위인 인위적인 선함을 선함으로 알고 있다. 그러나 그 ‘선함’에는 이미 자신들에게 좋지 못한 행위인 ‘악함’이 전제되어 있다. 그렇게 서로 전제가 되어 있으므로 있음과 없음은 서로 낳고, 어려움과 쉬움은 서로 이루며, 길고 짧음은 서로 비교되고, 높고 낮음은 서로 기울며, 음표와 소리는 서로 화합하고, 앞과 뒤는 서로 따른다.⋯⋯
[해설]
미(美)와 추(醜), 선(善)과 악(惡)은 서로를 전제(前提)하고 있다. 이때 전제(前提)는 ‘미리 제시되어 있다’는 말이다. 즉 미가 있으려면 추가 미리 제시되어 있어야 하고, 추가 있으려면 미가 함께 제시되어 있어야 한다. 이들은 같이 존재하고 같이 인식된다. 선과 악도 서로를 전제하기 때문에 함께 존재하고 함께 인식된다. 미추와 선악 뿐 아니라 상반(相反)되는 것[유무(有無), 난이(難易), 장단(長短), 고저(高低), 음성(音聲), 전후(前後) 등]들은 모두 차이를 드러내지 않고 하나의 같음으로 보는 자가 현명한 자이다.
노자 『도덕경』 40장
[본문]
⋯⋯ 천하만물은 있음에서 생겼고, 있음은 없음에서 생겼다.
[해설]
노자의 존재론에서는 없음 ➝ 있음➝ 천하 ➝ 만물 ➝ 없음의 순으로 회전한다.
노자 『도덕경』 42장
[본문]
도는 하나를 낳고, 하나는 둘을 낳고, 둘은 셋을 낳으며, 셋은 만물을 낳는다. 만물은 음을 짊어지고 양을 안고 있으며, 텅 빈 기운을 통하여 조화된다. ⋯⋯
[해설]
노자의 존재론에서는 도 ➝ 하나 ➝ 둘 ➝ 셋 ➝ 만물(陰, 陽, 沖)로 조화됨
{✱ 하나 : 無 또는 沖 ✱둘 : 有(陰과 陽) ✱ 셋 : 陰, 陽, 沖}
〈이어지는 강의 예고〉
▪580회(2024.05.21) : 장자 해설(23회), 이태호(통청원장/철학박사/『노자가 묻는다』 저자 ▪581회(2024.05.28) : 장자 해설(24회), 이태호(통청원장/철학박사/『노자가 묻는다』 저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