흡연이 폐암에 미치는 '영향력'
이주일씨와 폐암, 흡연과의 관련성에 대해 열 분에 가까운 의사 동료 선후배들께서 메일을 보내주셨습니다. 대부분 선암이 편평상피세포암과 같이 흡연과 강한 관련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선암도 흡연과 관련 있다는 내용이었고, 소수는 아직 까지 확실한
것은 아니다라는 의견을 보내주셨습니다.
▶관련기사 - 이주일씨와 '폐암'의 진실
그 중에 동국대학교 의과대학 예방의학 교실의 정해관 교수께서 폐암에 대해 예방의학적 차원에서 여러 가지 귀중한 정보와 함께 좋은 글을 보내주셨습니다. 이에 동의를
얻어 흡연의 무서움에 대한 경각심이 고취되길 바라면서 소개합니다.
더하여, 이주일씨에 대해서는 의사 수백, 수 천명 보다 더 국민 건강에 공헌하였다는
생각은 저와, 정해관 교수님 및 대부분의 의사들이 공감하는 바이며, 처음 기사에 나온 소세포암은 흡연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것이 현재의 정설이며, 선암도 여러 문헌과
여러 의사 동료들의 의견을 종합하여 보면 흡연과 관련이 없는 것이 아니라, 편평상피세포암과 같이 강한 관련이 아닌, 덜 강한 관련성이 있다는 정도로, 그리고 편평상피세포암은 거의 대부분 흡연으로 인해 생기지만 선암은 흡연 없이도 생기는 경우가 많다는 것을 밝혀둡니다.
즉 이주일씨의 폐암은 흡연때문에 생긴 것일수도 아닐수도 있다는 뜻으로 읽어주시기
바랍니다. 다시 한번 강조하지만, 폐암 뿐 아니라 수십 종 이상의 많은 암이 흡연과 관련성이 있습니다. 선암도 예외는 아니며, 더하여 저에게 메일로 지적을 해주신 많은
의사와 의대생, 혹은 의료 관계자 여러분 들에게 깊이 감사드립니다. 이하는 정해관
교수님의 글입니다.
일반인이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만 약간 고쳤습니다. 그리고 시간적으로 여유가 없어
동의를 얻지 못한 몇몇 메일은 내용만 소개 해드리겠습니다. 메일의 내용이 공적인 정보 성격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하여 공개하는 것이며 동의를 얻지 못해 보내주신 분의
이름은 밝히지 못했지만, 내용 공개에 너그러운 이해를 부탁드립니다.
저 자신, 여러분의 메일을 받고, 정확한 정보가 아닌 뒤늦은 정보를 가지고 기사를 작성한 부분에 대해 솔직히 부끄러움을 깊이 느끼고 있음을 밝히며, 메일을 보내주신 분들께 감사합니다.
1. 기사를 우연히 발견하고 읽다가 검토가 좀 필요한 부분이 있다고 생각하여 메일드립니다. 저도 학생 때에는 선암은 흡연과 관련이 없다고 배웠습니다. 그러나 최근 나온 역학적 연구 결과를 보면 선암은 편평상피암이나 소세포암에 비하여 상대위험도가 떨어지지만 흡연과 명확한 양-반응관계를 보이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습니다.
우선 금방 보이는 논문으로 Lubin & Blot의 J Natl Cancer Inst 73:383-389 (1984)가 있군요. 그 외에도 일반적으로 최근에는 선암과 흡연과의 연관관계에 대하여 보다 적극적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는 추세입니다. 특히 직업병 판정 등 보상과 관련되는 부분에서 이 부분은 민감한 부분이지만 최근에는 선암이라 할지라도 흡연과의 연관관계가
부정되지 않고 있는 실정입니다.
선암이 상대적으로 드문 암이라는 점, 편평상피암이나 소세포암과의 흡연과의 연관성이 매우 큰 점, 편평상피암과는 달리 말초암이기 때문에 원인이 다를 수 있다는 점,
흉터 등과의 연관성이 있는 점 등으로 인하여 흡연과 폐암간의 연구 초기에는 상대적으로 인정받지 못한 것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가급적 직접 문헌을 확인해 주시고 이 글에 관하여 적절한 사후조치가 있었으면 합니다. 저도 학생들을 가르치면서 의과대학 수업시간이나 전공의 시절에 한 번 들은 것이 평생 동안 간다는 사실을 깨달으면서 잘못된 지식을 전달하지 말아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시달리곤 합니다. 이 글이 행여 선생님의 글을 비판하기 위한 목적은 추호도
없음을 이해해 주시기 바랍니다.
사실 이주일씨에 대해서는 예방의학을 전공하는 저로서는 질병 예방의 차원에서 존경을 표해야 한다고 생각해 왔습니다. 금연 운동을 수십 년간 시행해온 그 누구보다도 더 강력한 금연 메시지를 전하고 있지 않습니까? 다만 저로서 좀 안타까운 면이
있다면 수 개월 전에 흉부 X-선을 찍었음에도 아무런 이상이 없다가 진행된 상태의
폐암으로 진단 받았기에 병원에서 검사하는 것이 아무런 소용이 없다고 한 기사를 어디에선가 읽었던 것입니다.
폐암은 특성상 흉부 X-선을 통해서는 조기발견이 되지 않고 발견된다 할지라도 생존을 연장하는 효과가 없기에 일반적인 screening 대상에서 빠져 있습니다. 또한 흉부
X-선의 특성상 30% 정도의 폐부분은 심장에 가려져서 보이질 않는 점도 문제이고요.
따라서 종합검진을 받았다 할지라도 폐암은 조기발견은 힘들다고 보는 것이 정확합니다. 이러한 점이 막상 폐암이 발병한 환자로서는 납득하기 힘들 것이라는 점은 인정하지만 스크리닝 (일괄 검사,screening)을 통해서 볼 수 있는 질병과 그렇지 않은
질병에 대한 구분 없이 모두 다 잡아 내주지는 못한다는 사실에 대한 설명이 필요할
것으로 생각합니다.
폐암의 스크리닝으로 조영증강(enhance, 조영제라는 약물을 사용하여 인체의 부분을 더 잘 보게 하는 것)을 하지 않은 나선형(spiral) CT(컴퓨터 단층 촬영)를 이용하는
방법이 최근 사용되고 있습니다. 5 mm 정도의 종양을 조기에 발견할 수 있다는 점과
방사선 조사량이 일반 CT의 약 5분의 1 이하라는 점, 가격이 비교적 저렴하다는 점(6-8만원)이 장점입니다.
이를 통하여 많은 폐암환자가 조기발견 된 것은 사실이나 이로 인한 효과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시각도 있습니다. Lead time bias, 즉 질병이 조기 발견됨으로 인하여 생존이 더 길어 보이는 현상으로 인한 것이지 실제 생존은 길어지지 않았다는 회의적인
주장도 있습니다. 아직 엄밀한 randomized controlled trial(임의 대조 검사시도)을 통하여 조기발견으로 인한 생존 연장 효과가 입증되지는 않았습니다.
따라서 미국 흉부학회를 비롯한 관련 연구자들은 현재로서는 40-50세 이상, 20
pack-year 이상 정도의 high risk group에 대해서만 추천하고 있고 이 검사를 시행하는 모든 기관에 대하여 randomized controlled trial을 시행할 것을 권고하고 있습니다.
이주일씨 경우에는 이 검사의 대상이 된다고 볼 수 있으며 만일 흉부 X-선 대신 이 검사를 받았다면 아마 지금과는 다른 상황에 있을 수도 있었겠지요.
동국대학교 의과대학 예방의학교실
정해관 드림 |
2. 경상의대 예방의학교실의 K 교수님의 메일에 의하면 '선암과 흡연과의 관련성은
다른 형태의 암과의 관련성보다는 적지만, 여전히 위험요인이라고 합니다. 즉 흡연과
선암 발생과는 양-반응 관계가 있으며, 담배를 하루 20개피 이상 피울 경우의 비교위험도는 비흡연자에 비하여 4배 정도나 된다고 합니다.' (Cancer epidemiology and
prevention, 2nd ed., D Schottenfeld ed, p.642)
3. 고려대학교 의과대학 혈액종양내과 S교수님의 메일에 의하면, "일반적으로 폐암으로 사망 (lung cancer death rate)하는 사람중 남자 는 80%, 여자는 75%가 담배에
의한 것으로 인정되고 있읍니다. 담배와 폐암의 관계는 일반적으로 피운 담배의 양과
매우 밀접한 관계가 있으며, 피운 기간, 시작 연령, 들여 마시는 정도와도 관계가 있읍니다.
한편 폐암 중에 선암의 비율은 약 40% 정도입니다. 일반적으로 선암은 다른 종류의
폐암 (편평세포암, 소세포암)보다는 담배와의 관련성이 조금 적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으나, 관련성이 없다는 의미는 아니라고 생각됩니다. 선생님께서 기사에 쓰신 선암이 담배와 관련이 전혀 없다는 주장을 하게된 근거에 대하여 알고 싶습니다." |
하니리포터 김승열 (응급의학과 의사)/ notwho@daum.net
편집시각 2002년04월17일16시17분 KS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