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 단양군 장회나루에서 약 30여 분 동안 남한강 물줄기를 뱃길을 따라 내려오다 보면 제천시 청풍면 물태리 청풍나루에 이르게 된다. 여기서 바로 위를 쳐다보면 청풍문화재단지가 보이며 단지 바로 아래는 청풍호가 자리하고 있다.
청풍 문화재 단지는 1987년부터 시작된 충주댐 건설로 인해 청풍 일대의 아름다운 자연 경관과 수많은 문화 유적이 물에 잠길 위기에 처하게 되자 수몰 지역에 있던 5 개면 61 개 부락의 사람들이 지역의 문화 유산을 청풍호 근처 지금의 망월산 기슭으로 옮겨 와 원래 모습대로 복원해 놓은 것이다.
9만여 평 규모의 단지에는 향교ㆍ관아ㆍ민가ㆍ석물군 등 43 점의 문화재가 있으며, 민가 4 채 안에는 생활 유품 1600여 점이 전시돼 있다.
단지 안에는 또 고려 때 청풍 관아의 연회 장소였던 한벽루, 청풍부를 드나들던 관문인 팔영루와 열녀문 등이 세워져 있으며 그 가운데 단지 내에서 가장 높은 한벽루에 오르면 맑고 푸른 청풍호가 한눈에 내려다 보인다.
특히 간간이 청풍호에서 쏘아 올리는 수경 분수도 놓쳐서는 안 될 장관이다. 이 문화재 단지를 중심으로 좌우에 봉황이 호수 위를 나는 모습의 비봉산 자락이, 뒤에는 금수산이 펼쳐지고 있으며 직접 이 광경을 보면 사람들이 왜 이 곳을 ‘청풍명월’의 본향이라고 불렀는지 피부로 느낄 수가 있다.
우륵이 가야금을 탔던 의림지
제천시에서 북쪽으로 4 km를 더 가면 용두산(해발 874 m) 남쪽 기슭에 저수지 ‘의림지’가 자리하고 있다. 이 연못은 김제 벽골제ㆍ밀양 수산제와 더불어 우리 나라의 3 대 저수지로 일컬어지고 있다. 만들어진 시기는 확실치 않으나, 삼한 시대부터 있었던 것으로 추정.
신라 진흥왕 때 악성 우륵이 주민들과 제방을 쌓은 다음 이 곳에 머물며 가야금을 탔다고도 하고, 그로부터 700 년 뒤 이 곳에 온 박의림이라는 현감이 보다 튼튼하게 쌓은 것이라고도 한다. 록에는 세종 때 충청도 관찰사였던 정인지가 여기 들렀다가, 군사 1500 명을 동원해 보수 공사를 했다고 전해 내려온다.
제천의 명승지인 이 의림지 주변에는 순조 7년(1807년)에 세워진 영호정, 1948년에 건립된 경호루, 수백 년 된 소나무와 수양 버들, 30 m 높이의 자연 폭포가 어우러져 관광객에게 아름다움을 선사하고 있다. 한편, 의림지에는 ‘공어(空魚ㆍ빙어)’가 서식하고 있는데, 속이 빈 것처럼 윤기가 흘러 이곳 사람들이 그렇게 부르고 있다.
○ 제천 청풍호반
내륙의 바다 충주호를 두고 제천시민들은 ‘청풍호’라 부른다. 벚꽃 피는 4월의 어느 날 이른 아침 청풍호반을 끼고 금성 면소재지에서부터 청풍문화재단지까지, 또 청풍교에서부터 옥순대교에 이르기까지 드라이브에 나선다. 때마침 벚꽃은 만발, 푸른 호수 위로 낙화한다. 그래도 그것들은 운치나 있지, 검은 아스팔트 위로 떨어지는 꽃잎들은 측은지심마저 불러일으킨다. 한적하기만 했을 호반길이 벚꽃 시즌이면 다소 북적거린다.
'태조왕건' 촬영장에도 들렀다가 봄 하늘을 향해 무지막지하게 쏘아올리는 수경분수도 감상하고 청풍랜드의 번지점프장이며 인공암벽장도 기웃거리다가 들르게 되는 곳이 청풍문화재단지이다. 입장료를 내고 들어가야 하는 관광지이긴 하되 벚꽃, 목련꽃, 매화, 산수유 등이 앞다퉈 피어나는 문화재단지 뜰은 잽싸게 떠나감을 허락하지 않는다.
문화재단지와 작별하고 다시 청풍교를 건넌 뒤 옥순대교로 향하다가 정방사에 들른다. 능강교에서 약 3km 정도 세멘트도로를 따라 오르면 정방사(종무소ㆍ043-643-7399)에 닿는다. 이 절은 신라 문무왕 2년(662년)에 의상대사가 창건했다는 절이며 절집은 절벽 위에 아슬아슬하게 걸린 듯하다. 범종 한번 잘못 쳤다가는 종소리 음파에 밀려 청풍호반까지 날아갈 법도 하다. 경내에는 법당과 요사채, 범종각, 일주문인 현혜문 등이 있다. 법당 앞에서 바라보이는 청풍호와 월악산 능선은 그야말로 시원하다.
과거에는 제천10경 가운데 하나인 옥순봉(제8경)을 감상하려면 충주호 유람선을 타야 했지만 옥순대교의 등장으로 이제는 육지에서도 기암 감상이 가능해졌다. 청풍랜드에서 나와 이에스리조트클럽, 정방사 입구를 지난 다음 금성면과 수산면 사이에 놓인 옥순대교까지 드라이브를 한다. 2001년 말에 완공된 옥순대교는 그야말로 옥순봉 관람의 포인트. 다리를 건너 동쪽으로 향하면 단양으로, 서쪽으로 향해 수산 면소재지에서 다시 북쪽으로 오르면 청풍문화재단지로 이어진다.
2002년 4월에 개장한 청풍랜드의 복합멀티타워에는 번지점프, 이젝션시트, 빅스윙 등 3개의 시설물이 설치돼 있다. 번지점프대의 높이는 62m로 낙하시 청풍호반 물위로 떨어지는 듯한 스릴감을 맛본다. 이젝션시트는 전투기 조종사의 비상탈출 시스템에서 고안해 낸 국내 최초의 기구다. 번지점프와 반대로 하늘로 튕겨져 올라가는 순간 로켓 발사 때 느끼는 것과 같은 기분을 느낀다. 릴리스 시스템에 의해 40m 상공으로 쏘아올려진 이젝션시트는 격렬한 회전과 상하 진동을 이용객들에게 안겨준다. 빅스윙은 영화 <엽기적인 그녀>에도 소개된 놀이기구. 마치 거대한 그네에 엎드려 매달린 상태로 높이 40m에서 낙하해 약 80m의 반원을 그리며 하늘로 비상한다.
○ 청풍호는 충주호의 제천 쪽에 있는 호수다. 충주에선 충주호로, 제천에선 청풍호로 부르는 셈이다.
청풍호의 호숫길은 국내에서 첫손 꼽히는 내륙지역 드라이브길. 오른쪽으로는 봄을 맞아 한창 비취빛이 도는 호수가 따라다니고 왼쪽으론 월악·금수산의 영봉들이 눈가를 벗어나지 않는다. 바위산 절벽 틈새로 꽃잎을 틔운 분홍진달래와 호수의 물빛이 이뤄내는 색깔의 조화도 아름답다. 한나절 이 길을 지나다보면 어느새 봄은 가슴 속까지 스며든다. 하지만 하루만에 청풍호를 다 돌아보기는 무리. 남제천IC-청풍문화재단지까지의 코스가 무난하다. 중간중간 아기자기한 볼거리들을 다 봐야하기 때문이다.
남제천IC에서 단양까지 내달린 뒤 단양IC를 거쳐 돌아오는 것도 한 방법이다. 다만 4월에는 이 지역에서 벚꽃축제가 열려 혼잡하다.
남제천IC에서 나와 82번 도로를 타고 금성면으로 향한다. 호반길이 막 시작할 즈음 제일 먼저 눈에 띄는 곳은 금월봉. 규모는 작지만 삐죽삐죽 솟은 거대한 바위는 금강산을 닮았다. 금월봉을 지나면 드라마 '태조왕건' 해상촬영장이다. 도로를 따라가다 보이는 호숫가에 띄워진 배와 나루터만 보고 실망하기는 이르다. 볼거리는 언덕 너머 숨어 있는 실물 같은 초가마을과 성이다. 조금만 더 가면 왼쪽이 무암계곡이다. 무암사와 장군바위, 애바위 등 유명바위와 SBS 촬영장이 있다.
이곳에서도 정작 볼거리는 동산에 오르면 실물과 흡사한 거대한 남근석이다. 무암사 오른쪽으로 30여 분 험한 산을 올라야 한다. 아들을 기원하는 여인네들이 많이 찾는다. 다시 국민연금 청풍리조트를 지나면 바로 만남의 광장이다.
광장 아래쪽은 국내 최대 높이(62m)의 번지점프대와 각종 레포츠시설이 있는 청풍랜드. 짜릿한 스릴과 쾌감을 원한다면 이젝션시트 등 도전해볼 만한 놀이시설도 있다. 이곳서 보면 어울릴 것 같지 않은 시설이 호수에 떠 있다. 동양최대라는 수경분수 쇼(1회 20분 공연)를 위한 장치다. 이 분수는 올해 3월 19일부터 작동해 11월 3일까지 정기적으로 물을 뿜는다(주말에는 오전 11시, 오후 1시30분, 오후 3시, 오후 5시, 오후 8시30분 등 5회). 야간 분수쇼가 환상이다. (최고높이 162m)
청풍대교를 건너면 수몰지역 옛집들을 옮겨놓은 청풍문화재단지가 나온다. 수몰 동네와 관아, 향교 등을 재현해뒀다. 단지 안에는 한벽루와 청풍석조여래입상 등 보물 2점과 지방유형문화재 등과 망월산성이 있다. 망월산 정상의 팔각정에 오르면 청풍호와 이를 둘러싼 산세가 한눈에 들어온다. 문화재단지 뒤편에는 SBS TV드라마 '대망' 촬영장이다.
청풍대교를 돌아나와 단양쪽으로 우회전해 장회나루까지 가는 길도 괜찮다. 특히 왼쪽 산속에 별장처럼 꾸민 클럽 ES콘도와 정방사도 들러볼 만하다. ES콘도는 산기슭에 그림 같은 풍경으로 들어앉았다. 정방사는 깎아지른 절벽 위에 있어 절경이다.
상천리는 농촌체험마을로 꾸며져 있다. 숯불가마가 인기 있다. 숯과 관련된 생활용품들도 많이 판매한다. 이곳을 지나 옥순대교 위에서 단양팔경 중의 하나인 옥순봉이 바로 눈앞이고 멀리 구담봉도 보인다. 호수와 양편 기암절벽이 이루는 풍경이 조화롭다.
다리를 건너면 36번 국도. 왼쪽으로 조금 더 가면 장회나루이고 오른쪽은 수산을 거쳐 다시 청풍대교와 이어진다.
◇유람선 청풍문화재단지 입구에 있는 청풍나루에서 단양 장회나루까지 유람선이 하루 6회 왕복(25㎞) 운항된다. 유람선은 쾌속선과 464인승 3층 대형선 두가지 종류. 쾌속선은 왕복 1시간, 대형선은 1시간30분이 걸린다. 왕복요금 어른 9천 원, 어린이 4천500원. 운항시간 문의 043)647-4566.
◇맛집 무암계곡 쪽에 식당이 많다.
2) 호반길 모퉁이 돌때마다 절경 연출 '초록여행' 뜨거운 유혹
충북 제천의 청풍호에는 기분 좋은 '이끌림'이 가득하다. 줄지어 늘어선 연초록 가로수며, 햇살에 일렁이는 푸른 물결이 길 떠난 이들의 마음을 부드럽게 잡아 챈다. 마치 고혹적 미인의 유혹을 받기라도 한 듯, 일상속에 굳어버린 심신이 청정 물길속에 풀리는 한방울 잉크처럼 자연속에 용해되는 기분이다.
이게 '물아일체(物我一體)'의 지경일까? 잔잔한 호반의 여유속에 머무르고 싶은 욕구가 파도처럼 일렁이는 곳, 5월의 청풍호가 주는 매력이다.
청풍호는 딱히 어느 한 곳을 지목할 수 없을 만큼 호반 구석구석에 보배가 감춰져 있다. 말 그대로 '물 맑고 산 고운' 고장으로 남한강일대의 풍류 넘치는 문화 유적이 산재해 있다.
여행의 시작은 중앙고속도로 남제천 IC를 빠져 나오면서부터 시작된다. 정산소를 벗어나 597번 지방도를 타고 금성쪽으로 10여분 내닫다보면 맨먼저 만나는 게 언덕배기의 기암괴석 군락, '금월봉'. 뾰족뾰족 수석처럼 솟아오른 바위들이 신비롭기만 하다. '제천의 만물상'이라고도 불리는 금월봉은 본래 땅속에 묻혔던 것을 몇년전 우연히 발굴해 명소가 된 경우다.
금월봉을 지나 호반길을 달리다보면 드라마 '왕건' 촬영세트가 나선다. 호수에 예성강 하구 벽란도, 무역선 등을 재현해 놓았다. 왕건촬영장을 빠져 나와 5분쯤 내닫다보면 반도처럼 삐져 나온 호안에 큼지막한 리조트가 눈에 들어 온다. 국민연금 청풍리조트호텔이다. 그 옆에는 번지점프, 암벽등반 등을 즐길 수 있는 청풍랜드가 자리하고 있으며, 162m 수경분수가 성급한 초여름 더위를 말끔하게 씻어준다.
청풍대교를 건너 청풍문화재단지에는 청풍호를 한눈에 굽어 볼 수 있는 전망대와 드라마 '대망' 쵤영세트장이 있다. 육의전, 객주, 어시장 등 120여동의 건물이 조선후기의 모습을 고스란히 담고 있다. 그리고 신라시대부터 발달한 물길, 충주~단양을 오가는 유람선 선착장도 함께 있다.
청풍대교를 되돌아 수산방면으로 달리는 길은 청풍호반 드라이브의 최고 코스. 깎아지른듯한 절벽 아래 잔잔한 호수가 평상심을 일깨워준다. 최근에는 봄비치고는 많은 비가 내린 탓에 모처럼 청풍호가 만수위를 유지해 물길, 숲, 하늘이 색상의 농담을 달리할 뿐 푸르름 일색이다. 능강리 어귀에는 밭고랑을 덮고 있는 비닐이 햇살에 반짝이며 색다른 풍광을 연출한다. 능강리 모퉁이를 돌자 마치 영화에서 본듯한 지중해풍의 건물이 모습을 드러낸다. 국내 자연친화적 테마콘도의 대표격이라는 ES클럽의 모습이다. 이곳 전망대에서 바라보는 청풍호 전경은 마치 한폭의 그림같다.
정방사
청풍호 주변에서 빼놓을 수 없는 곳이 통일신라시대 고찰 정방사. ES 리조트 뒤 계곡을 따라 1시간여 산사 가는 길은 최고의 삼림욕 트레킹 코스가 된다. 아름드리 홍송과 굴참나무, 가문비나무 등 활엽수림이 조화를 이루고, 맑은 계곡이 이어져 산책로로 그만이다. 특히 5월중순이면 송화가루가 날리며 토해내는 솔향이 숲속을 진동해 맑은 기운을 더해준다.
사찰 입구에 다달아 가파른 돌계단을 오르면 거대한 병풍석 아래 자리한 가람이 눈에 들어오는데, 천년고찰이라는 명성과는 달리 벼랑위 아담한 대웅전, 요사채가 수수하기 그지없다.
정방사의 툭트인 전망은 가슴 마저 뻥 뚫리는 듯하다. 바람잘날 없는 벼랑끝 절 앞마당은 월악산 능선과 청풍호가 한눈에 들어 오는 조망 포인트. 청명한 풍경소리와 산새들의 합창이 적막을 깨뜨린다.
여행의 갈무리는 사찰 뒤 암벽 약수의 시원한 물 한바가지. 심신이 다 개운해지는 기분이다.
○ 흔히 남제천 IC에서 빠져나오나 남제천IC 다음 진출입 지점은 북단양IC. 이곳을 이용하면 덜 밀리며 편하게 갈 수 있다. 북단양IC에서 나오자마자 소야리에서 청풍 방향 지방도를 이용하면 학현 고개를 넘는다. 불과 1년 전에 개통돼 아직 사람들에게 잘 알려지지 않은 길. 이 고개를 넘으면 청풍대교를 건너 청풍면소재지에 바로 닿는다.
○ 경부-중부고속도로~영동고속도로 남원주 IC~중앙고속도로 남제천 IC~금성방면 좌회전~금월봉~왕건촬영장~청풍랜드~청풍대교~청풍문화재단지~클럽 ES~정방사.
식사
잉어, 쏘가리, 메기 등, 청풍호는 어족이 풍부해 얼큰한 민물 매운탕이 유명하다. 수산면 능강리 호반도로 정방사 가는 길 입구에 자리한 '얼음골 가든'이 대표적 맛집으로 쏘가리, 메기 등 매운탕과 자연산 장어구이가 전문이다. 능강리 이장을 맡고 있는 주인 김재춘씨가 청풍호에서 직접 투망을 던져 건져 올린 고기로 요리를 한다. 얼큰하면서도 칼칼한 국물이 비린내가 없으며, 담백 쫄깃한 육질에서 자연미를 맛볼 수 있다. 쏘가리 매운탕 4만원(3인분), 메기-잡어매운탕(각 3만원, 3인 기준). (043)651-6075
첫댓글 정말 가고싶은 제천....
예전에 제천. 주천. 법흥사 다녀오고.
아~ 23살 때 학교 안 가고 무작정 제천행 끊어서 갔던 무모했지만 나름 아름다웠던 기억이 있군요. ㅎㅎ
그때가 첫 가출 하였는지요 ?
아마도.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