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여년 전 베트남을 찾은 화산 이씨 종친회 대표들은 깜짝 놀랐다.
선조의 땅을 한 번 밟아보자며 가볍게 갔는데 공산당 서기장까지 나와 깍듯이 왕손 예우를 했기 떄문이다.
언론도 '800년 만의 왕통 부활'이라며 환영했다.
고려 고종 떄 안남국(베트남) 왕자 리롱뜨엉(李龍祥)이 난을 피해 표류하다 황해도 화산에 도착한 뒤
화산 이씨의 시조가 된 것을 잘 알고 있었던 것이다.
덕수 장 씨의 시조는 위구르계 장수 張舜龍이다.
원나라 제국공주를 따라 고려에 갔다가 귀화한 그는 충렬왕의 측근이 됐고 황해도 개풍군 덕수를 본관으로 시조가 됐다.
임진왜란 떄 귀화한 왜군 장수 沙也可는 조선조에 조총 제조법을 알려주며
정유재란 떄까지 공을 세워 선조에게 金忠善이라는 이름을 받고 우륵 김씨의 시조가 됐다.
이 밖에 흉노족 왕자 김일제(경주 김씨), 이성계의 오른팔이었던 여진족 이지란(청해 이씨),
조선에서 전사한 명나라 장수 가유악(소주 가씨) 등 시조가 된 귀화인이 많다.
최초의 귀화 서양인은 원산 박씨의 시조인 네델란드의 벨테브레(박연)이다.
2000년 귀화한 러시아 프로축구 선수 신의손(발레리 사리체프)은 구리 신씨, 방송인 로버트 할리(하일)는 영도 하씨,
이참 전 한국관광공사 사장은 독일 이씨의 시조다.
송나라 '姓解'에 다르면 한자성의 종주국인 중국에는 2568성이 있고, 일본에는 우리의 성에 해당하는 氏가 10만 개나 있다.
이에 비해 우리나라 성 수는 1985년까지 275개밖에 앖었다.
이 중 절반인 136개의 시조가 귀화 외국인이었는데 중국계가 125개로 가장 많다.
그러다 2000년 이후 외국인 귀화가 활기를 띠면서 성씨와 본관이 늘어나고 있다.
지난 1년간 한국 국적을 취득한외국인의 創姓創本이 6943건인 것을 보면 한 달 평균 630건 꼴이다.
이 가운데 중국동포들이 많이 쓰는 길림 사씨를 비롯해 태국 테씨, 몰골 김씨, 대마도 윤씨, 산동 우씨 등
출신지를 본으로 삼는 게 많다.
그러나 대부분은 김,이,박 등 한국인의 성을 따르고 본만 달리한다.
흔한 성을 따르는 것은 자녀가 혼혈이라는 게 알려지면서 왕따를 당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귀화한 외국인이 10만명을 넘었는데 아직도 이런 걸 보면 다문화사회라는 말이 무색하다.
옛날에는 귀화인을 후하게 대접했다.
새로운 문물을 들려와 사회 발전에 기여했기 때문이다.
새로운 성씨가 늘어나는 만큼 우리도 고루한 폐세적 촌락 공동체 의식을 버려야 할 때가 됐다. 고두현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