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숙 씨는 우리나라 영화배우나 탤런트들 가운데서 코가 가장 예쁜 여자다. 나는 여자를 볼 때마다 얼굴 가운데서는 코를 먼저 보고 얼굴 말고 다른 부분에서는 손가락과 손톱을 먼저 본다. 이러한 취향은 아마 나의 나르시시즘과도 관련이 있는지도 모르겠다.
나는 워낙 말라빠진 몸매이고 얼굴도 절대로 잘생긴 편이 못 되는데, 내 전신 가운데서 그 래도 여자들로부터 섹시하다고 평을 듣는 부분은 오로지 손과 코, 이 둘뿐이기 때문이다.
나는 꽤 긴 손가락을 가지고 있고 (아직까지 나보다 긴 손가락을 가진 남자나 여자를 만나 보지 못했다) 한국사람 치고는 꽤 높은 코를 가지고 있다.
이미숙 씨가 어떤 손가락을 갖고 있는지는 잘 모르겠다. 그녀의 얼굴이 너무나 내 마음에 들어 미처 손까지는 신경을 쓸 겨를이 없어서였는지도 모른다.
내가 그녀를 처음 본 것은 1982년 쯤으로 기억되는데, 그때 한창 인기리에 방영되던 텔레 비전의 아침 드라마 <포옹>을 보면서부터였다. 그때 내 눈에 비춰진 이미숙 씨의 코는 너 무나 완벽하리만큼 아름다왔고, 또 섹시하였다.
당시의 인기 탤런트 황신혜 씨의 코처럼 콧등이 너무 세게 앞으로 나와 있지도 않았고, 또 정윤희 씨의 코처럼 너무 옆으로 퍼져 있지도 않았다. 그렇다고 왕년의 인기 여배우 최은 희 씨의 높은 코처럼 코끝이 안으로 구부러진 매부리코도 아니었다.
넓지도 좁지도 않은 콧방울이 적당한 너비와 경사를 이루고 있어 정말 보기 드문 코라고 생각했다. 게다가 이미숙 씨의 콧구멍 역시 천하 일품이어서, 곧추선 타원형 모양의 좁다 란 콧구멍이 약간 위로 들려 엿보이는 것이 그것을 보는 사람에게 뭔지 딱 꼬집어 말할 수 없는 신비한 느낌을 갖게 만들어 주었다. 착하면서도 똑똑한 여자, 그러면서 또한 관능적 백치미를 간직하고 있는 듯한 인상을 주었다고나 할까.
코뿐만이 아니라 이미숙 씨의 입매나 눈매도 퍽 매력적이다. 입술의 가로 길이가 크지 않 으면서 앞으로 약간 도톰하게 튀어나온 것이 더욱 절묘한 아름다움을 느끼게 한다. 눈매도 마찬가지. 그리 큰 눈이 아닌데도 그녀의 눈동자엔 뭔지 모를 냉소주의자의 눈빛과, 우리 나라의 전통 미인들이 가지고 있는 지극히 착하면서도 동시에 여성 특유의 지혜로움을 느 끼게 해주는 맑고 초롱초롱한 눈빛을 한데 아울러 가지고 있다.
내가 이미숙 씨의 연기에 반한 것은 1986년에 본 곽지균 감독의 영화 <겨울나그네>에서였 다. 그 전에 텔리비전 드라마 <황진이>에서 보여 주었던 요염하고 표독한 이미지가 <겨울 나그네>에서는 순정파 여대생의 청초한 이미지로 어느새 바뀌어져 있었다. 그 영화가 특히 내 모교인 연세대학교를 배경으로 한 것이라 더욱 아련한 추억과 센티멘털한 향수에 빠져 들 수밖에 없었는지도 모른다.
나는 그 영화를 보면서 내가 왜 대학다니는 동안 저런 여자 (정말로 착하면서도 <야한> 얼굴을 가지고 있는) 와 한번도 사랑을 못해 본 것일까 하는, 억울함과 질투심이 섞인 비 탄과 회한의 나락 속에 빠져들었던 것이다 (절대로 과장적 표현이 아니다. 그 영화를 보는 도중에 나는 주책없이 울기까지 했으니까).
이미숙 씨의 또 다른 특징은 요즘의 다른 탤런트나 영화배우들같이 큰 키의 여자가 아니라 는 사실이다. 실제로 만나본 적은 없지만 아마 160 센티미터가 조금 웃도는 키가 아닌가 한다. 그런데도 그녀가 요즘처럼 키다리 아가씨들이 제 세상 만난 듯 설쳐대는 연예가 풍 토에서 여배우의 자리를 굳건히 지키고 있는 것은, 그녀의 몸매가 갖고 있는 프로포션이 가장 이상적이라고 하는 <팔등신 미인 형태>를 갖고 있기 때문이 아닌가 한다.
우리나라 여성들은 키가 크다 보면 따라서 얼굴도 커지게 되는 게 보통이어서 아무래도 키 큰 여배우는 좀 거세게 보이게 마련이다. 그러나 이미숙 씨는 적당히 계란형으로 빚어진 작고 깜찍한 얼굴을 가지고 있어, 들어갈 데가 제대로 들어가고 나올 데가 제대로 나온 그 녀의 날씬한 몸매와 잘 어울린다.
이미숙 씨의 얼굴이 갖고 있는 또 하나의 매력 포인트는 그녀의 하관이라고 할 수 있다. 광대뼈가 코 중간 부분에서 살짝 삐져 나와 있으면서, 턱끝으로 갈수록 역삼각형 형태로 좁게 홀짝 빠져 있는 그녀의 하관은 정말 천하일품이다.
이미숙 씨의 예쁜 하관과 턱모양이 성형수술에 의해 만들어진 것이라는 설이 당시 항간에 많이 유포되어 있어서, 나는 꽤나 꼼꼼히 그녀의 턱모양을 관찰해 보았다. 그런데 아무리 눈을 씻고 봐도 도무지 수술을 한 것 같지가 않았다.
만약에 이미숙 씨의 얼굴이 성형수술에 의한 것이라면 이제 우리나라도 성형수술이 엄청 나게 발달했다는 증거가 되는 셈이다. 수술을 했건 안 했건 어쨌든 결과가 좋으면 된다. 이미숙 씨가 볼과 턱뼈를 깎아냈다고 생각하니 더더욱 그녀가 사랑스럽고 존경스러워 보 였었다. 아름다움이란 피나는 각고의 노력 끝에 얻어지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녀의 얼굴형으로 보아 나는 이미숙 씨가 사상의학에서 말하는 소음인(少陰人)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소음인은 절대로 살이 찌지 않고 하관이 빠른 계란형 얼굴이 특징이 기 때문이다. 또 소음인은 대개 <야한> 편이어서 나는 소음인의 가장 큰 특징을 <관능적 상상력에 용감하다>라고 마음 속으로 규정해 놓고 있다 (나도 소음인이다). 관능지향형의 소음인은 사랑에도 용감하고, 그래서 질투심도 많다. 그러나 일단 한번 임자를 만나면 철 저하고 알뜰한 살림살이를 할 줄 아는 재간을 지니고 있다. 특히 다양한 메뉴를 두루 요리 할 줄 아는 능력이 있어 가족들을 즐겁게 한다.
모성애도 강한 것이 소음인 여성이기 때문에 앞으로 이미숙 씨의 자식과의 관계는 행복의 연속이 될 것이 틀림없다. 또 관능지향형의 소음인은 상상력이 발달해 있어 예술가가 많 은데, 이미숙 씨의 타고난 연기력 역시 그러한 기질 탓이 아닌가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