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다림의 계절
2024년 12월 1일 마 24:45-51
1. 시한부 종말론
(1) 뉴욕타임스 칼럼
지금으로부터 20년 전에 미국의 칼럼니스트 Nicholas Kristof란 사람이 뉴욕타임스에 칼럼을 실었습니다. 그는 이 칼럼에서 미국에서 득세하고 있던 기독교 우파 복음주의에 대하여 성토하였습니다. 그는 이 칼럼에서 종말론적 소설 [남겨지다(Left Behind)]시리즈로 대박을 터뜨린 공동 저자 Tim LaHaye와 Jerry Jenkins에게 이렇게 제안했습니다.
“10년 안에 세계가 종말을 맞으면 내가 기독교에 500달러를 기부하고,
그렇지 않으면 당신들이 빈곤구호단체에 500달러를 기부하라”
소설 [남겨지다]는 예수가 재림해서, 힌두교도, 이슬람교도, 유대인, 불가지론자, 천주교인 등 기독교인이 아닌 모든 사람을 불구덩이에 처넣는 방식으로 대학살한다는 내용의 연작소설입니다. 저자들은 이 소설을 통해 성경을 문자 그대로 해석해야 한다고 주장하며, 이번 세대 안에 종말이 올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Nicholas Kristof는 만약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이슬람 근본주의자가 이런 책을 썼다면, 미국인들은 ‘이성이 있는 무슬림은 이런 증오와 선동을 거부해야 된다.’고 주장했을 것이라며, 이들 책과 이를 쓴 저자들에게도 똑 같은 잣대가 적용대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는 또 말하기를, “‘예수가 선한 사마리아인에서 간디에 이르기까지 ‘거듭난’ 기독교인이 아니면 모조리 불구덩이에 던질 것’이라고 성경에 쓰여 있는 것을 미처 몰랐던 내가 어리석었다.”고 했습니다. 이 저자들의 독선적이고도 배타적인 성경이해를 비꼬는 말입니다.
그는 또한 이들의 상술을 비판했습니다. 소설 [남겨지기]의 홈페이지에선 이 책 줄거리를 담은 비디오, 오디오, 어린이용 책자, 달력, 음악, 한 달 회비가 6달러 50센트인 회원제 예언 서비스 등 상상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팔아 막대한 이득을 챙기고 있는데, 저자들이 진정으로 종말론자라면 인세를 비롯한 모든 수익금을 가난한 사람들에게 나눠주어 자신들의 구원을 준비해야 할 것이라고 비판했습니다. 책이 나온 후로도 30년의 세월이 흘렀지만 종말은 오지 않았으며, 우리 세대에 종말이 온다고 주장한 저자 중 한 명인 Tim LaHaye 목사는 2016년도에 죽었습니다. 나머지 한 명의 저자 Jerry Jenkins는 올해 75세인데, 자기의 주장대로 죽기 전에 종말을 볼 수 있을까요?
(2) 한국의 상황
이처럼 신앙을 매개로한 돈벌이는 우리나라에서도 기승을 부렸고 지금도 부리고 있습니다. 대학교 신우회라고 하면서 주일에 교회에서 물건을 판매하게 해달라는 것에서부터 세월호 사건 당시 널리 알려진 청해진해운의 구원파 유병언에 이르기까지 아주 널리 퍼져 있습니다. 한 30년 전쯤에는 우리나라 개신교계에 이른바 ‘뉴 에이지 비판’ 열풍이 불었습니다. [사탄은 마침내 대중문화를 선택했습니다.](신상언)가 대표적으로 이런 주장을 펼친 책입니다. 1990년대 초반 한국에서 복음주의를 표방하면서 나타났던 일련의 바람이었습니다. 이들은 종말의 때가 이르렀으며, 사탄은 세상을 멸망시킬 방법으로 대중문화를 택하여 종말을 앞당기는 작업을 하고 있다고 주장하였습니다. 즉 사탄은 그들의 하수인을 사회 곳곳의 대중문화에 투입시켜서 이들로 하여금 대중문화를 통해 사람들을 타락시키고 있으며, 이런 활동은 전 세계의 모든 문화영역에서 일어나고 있다고 주장하였습니다. 이들은 기독교의 이름으로 표현되지 않은 모든 문화는 사탄의 문화로 규정하고 이에 대해 단죄할 것을 촉구하였습니다. 이에 따라 모든 문화는 기독교의 이름으로, 기독교의 기준으로 평가되었습니다. 이 여파는 대단하였습니다. 노래는 기독교 복음성가를 제외하고는 모두 사탄의 노래로 분류되어 정죄 받았습니다. 한 여학교에서는 학생들이 자기 집에 있는 가요 카세트테이프들을 가져와 운동장에서 불태웠습니다. 조지 윈스턴의 ‘december’와 같은 피아노 연주곡 - 이는 당시 음악 장르상 뉴에이지 음악으로 분류되었습니다. - 을 들으면서 마음의 평화를 느꼈던 사람들은 모두 사탄의 음악에 마음이 사로잡혔던 것에 대해 회개해야 했습니다. Rock 음악은 말할 것도 없는 사탄의 음악이었습니다. 영화도 마찬가지였습니다. 몇몇 사랑과 가정을 다룬 건전한 영화들을 제외하고는 모두 보지 못할 것으로 평가되었습니다. 특별히 전쟁영화라던가, 공상과학영화, 기독교 이외의 다른 종교의 문화와 사상이 배경이 된 영화 등은 철저히 정죄되었습니다. 음악과 영화가 대표적인 것이었지만, 이런 정죄는 모든 문화 영역에서 행해졌습니다. 우리가 주목할 점은 이렇게 상황이 전개되는 가운데 신상언목사의 책은 베스트셀러가 되었으며, 그 책을 출판한 출판사, 그리고 복음성가 음악 테이프 등 여타 물품을 판매한 기독교 업체들은 어마어마한 매출고를 올렸습니다. 참으로 놀라운 상술이 아닐 수 없습니다. 다만 신앙을 팔아 장사를 했다는 점에서, 그리고 그 많은 교인들이 그렇게 무비판적으로, 무기력하게 그 흐름에 동조했다는 점에서 참으로 가슴 아픈 일이 아닐 수 없었습니다.
2. 마태복음 24:45-51
(1) 내용
오늘 본문에는 주인과 종이 나옵니다. 먼 길을 떠나야했던 주인은 그 종에게 집의 살림을 맡깁니다. 하인들을 통솔하게 하고, 양식을 주라고 하였습니다. 이런 역할을 맡은 것을 보면 단순한 종이라기보다는 청지기라고 이해하는 것이 더 맞겠습니다. 아무튼 이 명령에 한 종은 주인이 맡겨준 사명대로 잘 감당하였습니다. 이 종은 주인이 돌아올 때 칭찬을 받고 더 큰 사명을 맡게 됩니다. 47절입니다.
내가 진정으로 너희에게 말한다. 주인은 자기 모든 재산을 그에게 맡길 것이다.
반면에 다른 한 종은 매우 불성실해서 주인의 명령을 수행하지 않았습니다. 그는 마음속으로 생각하였습니다. ‘주인이 늦게 오시는구나.’ 이렇게 생각한 사람은 못된 짓을 하였습니다. 동료들을 때리고, 술친구들과 어울려 먹고 마셨습니다. 이렇게 행한 이 종은 그 주인이 돌아오게 되었을 때, 혹독한 처벌을 받게 되었습니다. 50-51절입니다.
생각하지도 않은 날에, 뜻밖의 시각에 그 종의 주인이 와서 그 종을 처벌하고, 위선자들이 받을 벌을 내릴 것이다. 거기서 슬피 울며 이를 가는 일이 있을 것이다.
(2) 어떤 청지기인가?
여기서 물론 주인은 다시 오실 주님을 가리키며, 종은 사명을 맡은 우리를 비유합니다. 우리는 모두 주님으로부터 사명을 맡은 사람들입니다. 무슨 사명입니까? 주님이 다시 오실 때까지 살림을 잘 하라는 사명입니다. 이 살림은 뭘 말합니까? 우리 삶의 자리에서 우리가 감당해야 할 일들을 가리킵니다. 본문에서 주님은 분명히 말씀합니다. ‘자기 사명을 잘 감당한 사람에게는 더욱 큰 사명을 맡길 것이다. 그러나 자기 사명을 감당하지 못한 사람에게는 분명한 벌을 내리실 것이다.’
사랑하는 성도 여러분! 우리는 어떤 종인가요? 살림을 잘하는 종인가요? 아니면 술친구들과 어울려 먹고 마시면서 동료들을 괴롭히는 종인가요? 주님께서는 우리가 사명을 바르게 감당하는 성실한 종이 되기를 원하셔서 이 말씀을 주셨습니다. 주인이 돌아오기를 기다리는 자의 바른 자세는 이 사명을 잘 감당하는 것입니다. 다시 오실 주님을 기다리는 종말론적인 신앙의 소유자는 이 땅에서 자기의 사명을 묵묵히 수행하는 사람입니다. 우리에게 맡겨주신 이 사명을 묵묵히 감당하는…
3. 기다림의 계절
대림절이 시작되었습니다. 대림절(待臨節)이라고도 하고, 대강절(待降節), 강림절(降臨節)이라고도 하는데, 말 그대로 강림하시기를 기다리는 절기를 말합니다. 누가 강림하기를 기다리는가? 우리 주님입니다. 주님의 오심을 기다리는 절기가 대림절입니다. 그런데 여기서 오시는 주님이란 두 분입니다. 과거로 말하자면 구유에 탄생하신 아기 예수님입니다. 그런데 미래로 말하자면 다시 오겠다고 약속하신 재림의 주님입니다. 이런 의미에서 대림절이란 다시 오실 주님에 대한 기다림의 계절입니다. 교회력에서는 이 대림절이 한 해의 시작입니다. 즉 예수님의 오심을 기다리는 것으로부터 신앙의 한 주기가 시작되는 것입니다. 이 대림절, 기다림의 계절에 우리는 어떤 마음을 가져야 할까요?
지난 주간, 교회 단체 대화방 묵상의 글 가운데 이런 글이 있었지요. “술친구는 늘 ‘한잔 하자’고 부릅니다. 도박친구는 틈만 나면 ‘한판 벌이자’고 부릅니다. 감옥 친구는 출옥해서도 ‘한탕 하자’고 부릅니다. 덧없는 친구 따라가다 … 내 인생 덧없이 흘러갑니다.”(조정민, [사람이 선물이다] 중에서)
오늘 본문에 나오는 못된 종이란 바로 이런 삶을 사는 사람을 말합니다. 덧없는 인생 말입니다. 사랑하는 성도 여러분! 오늘 주님께서는 우리 각자에게 이 가정을 잘 섬기라고, 이 교회를 잘 섬기라고, 이 일터를 잘 섬기라고, 이 불쌍한 민족을 잘 섬기도록, 이 세계와 자연을 잘 섬기도록 사명을 맡겨주셨지요. 우리가 이 사명을 잘 감당해야겠습니다.
12월이 시작되었습니다. 기다림의 계절입니다. 다시 오실 주님을 기다리는 가운데 맡은 바 우리의 사명이 무엇인지 다시 한 번 돌아보고, 그 사명을 잘 감당하기로 다짐하는 소중한 계절이 되기를 축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