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전 인사 이렇게 심사했다>외부와 완전 격리…청탁 차단ㆍ공정성 확보
승진 대상자보다 낮은 직급도 심사위원에 속해
장효정 기자 hyo@e2news.com
“‘007작전’을 방물케 했습니다. 입실 후부터 휴대폰은 압수됐고 캠코더로 일거수일투족이 감시됐습니다. 화장실 갈 때도 감시요원과 동행했습니다.”
지난 6월 24일 한국전력(사장 김쌍수)의 승진 심사위원으로 참가한 한 심사위원은 오전 6시부터 오후 6시까지 한국 KEPCO 아카데미에서 열린 승진 심사를 끝내고 이렇게 말했다.
기존 인사 관행을 과감히 탈피하고 새로운 승진 시스템을 도입한 한전은 사전 로비를 차단하고 보다 공정한 심사를 실시하기 위해 심사위원을 외부와 철저하게 차단했다.
한전은 전국의 사업소별로 시행했던 승진 심사를 모두 통합해 한 곳에서 승진 심사를 실시했으며, 1직급 고위간부 중심으로 구성됐던 심사위원에 승진 대상자보다 하위 직급인 3직급 이상의 직급도 참여할 수 있도록 했다.
공고된 승진 대상자들은 ‘승격과 관련하여 내ㆍ외부 인사 청탁을 위한 골프 접대 및 사행성 행위와 금품 행위 등 부당한 행위를 하지 않을 것이며 위반 시 어떠한 처벌도 감수하겠다’는 ‘청렴서약서’를 작성했으며 위반 시 자격 박탈은 물론 직위를 해제하기로 방침을 세웠다.
심사위원은 모두 4개 위원회로 구성됐다.
심사위원단은 2직급에서 1직급으로 승진할 대상자 231명을 평가할 심사위원단 30명, 3직급에서 2직급 승진 대상자 1260명을 평가할 사무위원회와 기술위원회 60명, 연구직 183명을 심사할 연구위원회 30명 등 모두 1200명으로 구성됐다. 이 가운데 3직급 직원은 각 20% 포함됐다.
전날 오후 11시 이도식 한전 관리본부장(당시 심사위원장)을 통해 모든 심사위원단 명단이 개봉됐으며 심사위원단은 당일 0시에서 4시까지 전화를 통해 심사위원임을 알게 됐다.
오전 6시에 모인 심사위원단은 승진심사 전산시스템을 통해 승진 대상자들의 최근 10년간의 업무실적, 경력, 포상, 징계, 외국어 점수, 자격증, 학력 등을 고려한 심사를 실시했다.
한편 한전의 새로운 승격 심사에는 감사실 검사역 4명과 청원경찰 4명이 동원돼 심사 전 과정을 입회했으며 캠코더 6대가 아카데미 복도에 설치돼 심사위원의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했다.
또 1인 1실 승진 심사로 본인이 입실해 로그인을 해야 승격심사대상 그룹 확인이 가능했으며, 모든 휴대폰은 압수됐다.
각 방으로 중식이 제공된 것은 물론 화장실을 갈 때도 감시원과 동행하도록 했다. 인터넷 등 외부 전산망과의 접촉을 완전 차단했고 대신 별도의 전산 서버를 운영했다.
김유상 인사처 인사관리팀 차장은 “어떤 시스템보다 외부와 철저히 차단한 시스템을 도입했기 때문에 승진의 여부와 관계없이 공정했다는 평가를 받았다”며 “앞으로 한전은 이와 같은 시스템을 통해 부정부패를 막고 공정한 인사 제도를 도입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