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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기에 걸리지 않으면 만병 불가침 鐵人이다
철인도 잠시 방심하면 虛人이 된다
만병의 근원, 감기
다양한 변증논치
우리 몸 체온은 36.5˚c 다
감기가 걸릴 때를 살펴보면 공통점이 발견 된다.
1.몸을 과로하게 할 때
2.땀을 내고 찬바람을 쓀 때
3.날씨가 갑자기 추울 때
4.날씨가 갑자기 더울 때
5.날씨변화가 심할 때 (환절기 때)
6.갑자기 몸을 피로하게 할 때(몸살감기)
7.오래가는 감기는 몸이 쇠약할 때 오래간다
8.체온이 떨어질 때
9.몸이 쇠약 할때 감기가 자주 걸린다.
감기는 일상생활에서 누구나 자주 걸리는 질병일 뿐만 아니라 그 변화가 무쌍하고 합병증과 후유증 또한 만만치 않다.
오죽하면 감기를 만병의 근원이라고들 하겠는가.
감기를 치료하지 못하면 한의사라고 할 수 없고,
또 감기를 잘 치료하면 명의 소리를 듣는다.
감기는 한의학의 시작과 끝이나 다름없다.
허증을 동반한 풍열 감기 ─ 보사겸용
개원하고 얼마 되지 않은 어느 날, 중국계 젊은이가 감기로 찾아왔다.
장○○, 남자, 24세
2004년 7월
열이 3일째 계속 나고, 두통이 있고, 두훈(頭暈)이 있으며, 전신에 산통(酸痛)이 있고, 목이 아프다. 식욕이 없다. 원래 위장이 나빠 설사를 잘 한다. 평소 혈중 헤모글로빈이 부족하다고 한다. 눈까풀을 까보니 백색이다.
설:홍(紅)설, 백(白)태.
맥:우맥이 활삭(滑數)맥이나 유독 폐맥만 대(大)하다. 좌맥은 삭(數)맥.
이는 평소에 기와 혈이 부족한 상황에서 풍열 감기가 들어 일어난 일이다.
약 처방 연교 15 은화 15 길경 10 박하 6
죽엽 4 생감초 5 형개 4 당삼 6
방풍 10 당귀 6 백작약 10 백출 6
복령 6 현삼 15 진피 6
3그램/1회, 3회/1일, 3일, 식후 10분
이 환자는 평소 한의원 여직원과 친분이 있던 사이였으므로 여직원이 연락을 해봤다. 하루 복용하고 대부분 나았고, 나머지를 다 먹고 완전히 나았다고 한다.
연교, 은화, 길경, 박하, 죽엽, 생감초, 형개는 은교산(銀翹散)의 의미로 풍열 감기를 풀어준다.
당귀, 백작약은 보혈작용을 한다.
당삼, 방풍, 백출, 복령, 진피는 비위를 보하여 기를 돋워준다.
현삼은 청열해독하고 길경과 함께 목의 통증을 해소해준다.
실한 자는 사(瀉)하고 허한 자는 보(補)한다는 것이 한의학의 큰 치료원칙이다.
감기란 외부로부터 사기가 들어온 대표적인 실증(實症)이다.
따라서 많은 사람들이 사해야만 한다고 생각하기 쉬우나 실제 임상에서는 수도 없이 다양한 증세가 나타난다.
이 환자는 젊은데도 불구하고 평소 생활이 무절제한 탓에 기혈이 상한 상황이다.
그래서 감기가 들어도 잘 낫지 않고 점점 더 심해지고 있었던 것이다.
이렇게 기혈이 약한 환자에게 감기가 실증이라 하여 사하는 약만 처방하면 결과가 좋지 않을 것이다.
또한 때가 여름이고 환자가 추위를 타지 않고 감기증세 가운데 열만 나고 있으니 풍한 감기가 아니라 풍열 감기인 것을 알 수 있다.
대개 풍열 감기에는 주방으로 은교산과 상국음(桑菊飮)이 있으니, 은교산은 열이 비교적 심한 경우에, 상국음은 열이 그렇게 높지는 않으면서 기침을 주로 하는 경우로 구별해 쓰면 된다.
즉 감기이되 오한이나 추위를 전혀 느끼지 못하면서 열만 나는데 기침을 심하게 하면 상국음, 기침이 별로 없이 열과 두통, 전신통 등을 동반하면 은교산을 처방한다.
그럼 열도 아주 높고 기침도 심하면 어떻게 하나?
이런 경우는 은교산과 상국음을 합방(合方)해서 처방한다.
이것이 『상한론』의 정신이다. 이 합방과 가감(加減)의 개념을 잘 이해해야 자유롭게 처방할 수 있고 다양한 환자의 다양한 변증에 제대로 대처할 수 있다.
한국에서는 고방파니 현세방 위주니 또는 처방을 원처방 그대로만 해야 한다는 주장 등이 있는 것으로 아는데 우스운 일이다.
중국에서는 『상한론』과 『금궤요략』에 능통하고 치료할 때도 상한방과 금궤방을 잘 처방하는 사람을 경방파라고 한다.
하지만 이건 의학경전인 『상한론』과 『금궤요략』의 이름을 따서 명명한 것일 뿐,
이 사람들이 상한방과 금궤방만 처방하는 것도 아니고 처방하더라도 책에 나온 대로 기계적으로 따라하지도 않는다.
변증과 증세에 따라 자유롭게 어떤 방이든 처방하고 가감한다.
이 가감의 정신은 『상한론』에도 나와 있어 많은 처방 밑에 가감법이 기술되어 있다.
질병은 천변만화하는데 어떻게 원처방만으로 치료할 수 있는가?
아무리 『상한론』과 『금궤요략』이라 한들 그 모든 변화를 어떻게 다 다룰 수 있었겠는가?
그러므로 의사라면 『상한론』과 『금궤요략』에 정통하되 그 변증논치의 정신을 이해하여 자유롭게 활용, 변용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동일한 감기 환자도 다르게 치료─변증의 중요성
2005년 봄 어느 날 같은 시간에 동일한 감기 환자가 찾아왔다.
두 사람 모두 중국인으로 내가 캐나다에 온 이래 1주일에 한 번씩 만나 함께 식사하는 가족 같은 분들이다.
불편한 일이 있으면 스스럼없이 한의원을 찾고 나도 스스럼없이 치료하곤 해왔다.
그런데 우연히 같은 날 같은 시간에 감기를 치료하러 온 것이다.
1) 태양, 소양 합병 감기
오○○, 남, 55세, 중국계
2005년 3월 20일
어제 저녁부터 으슬으슬 춥더니 오늘은 콧물이 흘러내리고, 몸이 처지고 자꾸 자고 싶어진다. 오한이 있다. 땀은 나지 않는다. 목이 건조하고 따끔따끔하다.
설:담홍(淡紅)설, 박황(薄黃)태.
맥:우맥은 약간의 부(浮)맥인데 폐맥이 특히 침약(?弱)하다. 좌맥은 간맥이 현(弦)하고 심맥은 약(弱)하다.
이는 상한이 들어와 태양병증에서 소양병증으로 넘어가려고 하는 것이다.
약 처방 계지 12 작약 12 생강 10 대추 10
자감초 10 세신 8 시호 6 죽여 10
황금 10 반하 6 길경 8 창이자 6
판람근 8 신이 6
3그램/1회, 3회/1일, 3일, 식후 10분
하루 지나 대부분 다 나았고 3일치를 모두 복용하여 완전히 나았다.
이 사람은 평소 스트레스가 심한 상황에서 풍한의 사기가 들어와 감기가 되었다.
초기에는 춥고 떨리고 콧물이 나면서 태양병증을 나타내었으나, 하룻밤 지나면서 평소의 스트레스로 인한 간기 울결을 타고 쉽게 소양병증으로 넘어가려는 상황이다.
따라서 기운이 없고 졸리고 혀에 박황태가 나타나며 간맥이 현하고 목이 건조하고 쓰린 것이다. 『상한론』에서는 태양증에 땀이 나면 계지탕(桂枝湯)을 쓰고, 땀이 안 나면 마황탕(麻黃湯)을 쓴다고 했다.
이때 땀이 있고 없고에 따라 병증을 구별하여 처방을 달리한 것을 정확히 이해해야 한다.
마황탕증은 사기와 정기가 체표에서 심하게 대립하고 있는, 그 결과 체표가 완전히 막힌 상황이다. 따라서 체표를 통해 어떤 출입도 있을 수 없다.
원래 인체는 체표호흡을 통해 필요에 따라 공기와 수분이 자유롭게 출입하게끔 되어 있다.
그런데 마치 국경에서 전쟁이 벌어져 일반인의 통행이 일체 금지된 것처럼 지금 전신의 체표에서 공기와 수분의 출입이 완전히 통제된 것이다.
따라서 피부호흡을 할 수 없으므로 숨이 가빠지거나(喘) 기침이 난다.
마황탕에는 계지탕에 없는 행인이 있어 마황과 함께 피부호흡이 막혀 생긴 숨가쁨이나 기침을 해소한다.
이런 경우는 대부분 환자 몸의 정기가 강해 체표에서 사기와 강력하게 대치하고 있는 때문으로, 따라서 몸의 허증이 보이지 않는 것이다.
따라서 마황을 써서 계지와 함께 강력하게 체표를 열어 땀을 내면서 사기를 몸 밖으로 밀어내는 동시에 행인을 써서 마황과 함께 피부호흡이 막혀 생기는 숨가쁨이나 기침을 해소하고자 하는 것이 마황탕의 정신인 것이다.
계지탕은 반대로 기본적으로 영기와 위기가 허한 상황으로 지금 우리 몸이 체표를 완전히 장악하지 못하여 사기가 마음대로 들락날락하고 있는 것이며,
이렇게 체표가 무방비이니 우리 몸 안의 영기를 지켜주는 위기가 약하여 외부로 유출되는 것이 땀이다.
마치 나라가 약하여 국경을 완전히 장악하지 못한지라 적들이 마음대로 들락날락하며 이 어수선한 틈을 타고 일반인들도 물자도 제멋대로 국경을 드나드는 상황과 같다 하겠다.
따라서 기본적으로 몸이 허한 증세가 보이는 것이다.
그래서 『상한론』 주석에서 마황탕은 실증에, 계지탕은 허증에 쓰는 것이라 한 것이다.
일반적으로 몸이 으스스 춥고 떨리는 상한 감기를 앓으면서 허증을 동반한다면 그 감기에는 계지탕을 기본방으로 써야 한다.
계지탕은 계지와 생강으로 살짝 땀을 흘려 체표의 사기를 몰아내고 작약으로 땀을 흘려 부족해진 영기를 대추와 함께 보하면서 그 신맛으로 흐르는 땀을 잡아주는 것이다.
지금 이 사람은 기운이 처지고 자꾸 잠을 자려고 하는 허증을 보이고 있다.
따라서 자한(自汗)을 동반하지는 않았지만 계지탕을 기본방으로 처방한 것이다.
유한(有汗)과 무한(無汗)으로 계지탕과 마황탕을 구별한다고 하는데 그 이면의 깊은 생명의 기제를 이렇게 정확히 이해해야 실제 임상에서 정확한 변증의 구별이 가능하고 정확한 처방도 가능하다.
단지 기계적으로 조문과 주석을 외운다고 되는 것이 아니다.
역대 주석가 어느 누구도 이 피부호흡의 문제를 다룬 사람이 없는데 피부호흡의 생리현상을 이해하면 마황탕과 계지탕의 차이를 확연히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상한론』의 원 저자는 이런 생명현상을 정확히 이해하고 약을 처방했건만 후세의 사람들은 이를 모르고 있었던 것이다.
또한, 이 사람은 평소에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 사람으로 늘 간기가 울결되어 있었다.
따라서 태양의 사기가 쉽게 소양으로 넘어가고 있으므로 태가 백태가 아니라 황태로 변하고 있으며 목이 마르고 따끔따끔했던 것이다.
이럴 경우에는 계지탕과 소시호탕(小柴胡湯)을 합방하는데 지금 허증의 정도가 심하지 않고 또한 태양병증이 더욱 강하다고 판단되어 인삼을 뺀 것이다.
일반적으로 풍한 감기에 콧물이 나면 풍한 감기를 해소하는 처방에 콧물을 멈추게 하는 약으로 세신, 백지, 신이, 창이자 등을 적절히 가감한다.
풍열 감기이거나 콧물이 누렇게 변하면 그에 따라 전신의 증상을 변증한 후에 그에 따라 적절히 처방하면서 열이 심하면 세신을 빼고 백지, 신이와 창이자 등을 적절히 가감한다.
본 처방에서 길경과 판람근은 목의 건조함과 따끔따끔함을 해결하기 위한 것이다.
변증에 따라 주증을 치료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겸증을 치료할 적절한 가감도 늘 세심하게 고려하여 치료해야 한다.
2) 폐조열(肺燥熱) 감기
조○○, 남자, 87세, 중국계
2005년 3월 20일
3일 전에 외출하여 비를 맞고는 춥고 떨리더니 열이 심하게 나고 콧물이 나고 어젯밤에 괴로워 잠을 못 이루고 기침이 심하다.
마른기침을 한다. 추위는 두렵지 않다. 열이 싫다. 평소에 혈압이 아주 높고 열이 많다.
설:담홍(淡紅)설, 담백(淡白)태.
맥:좌우맥 모두 부홍대(浮洪大)맥.
이는 상한의 사기가 들어와 평소에 열이 많은 체질로 인해 쉽게 열로 변한 것이며, 심한 열 때문에 폐가 건조해져 마른기침을 하며 힘든 것이다.
약 처방 상엽 10 행인 6 사삼 6 패모 10
담두시 10 치자 10 상백피 10 지골피 10
맥동 10 관동화 10 신이 10 세신 6
석고 10
3그램/1회, 3회/1일, 3일, 식후 10분
3일을 복용한 후에 완전히 나았다.
상엽, 행인, 사삼, 패모, 담두시, 치자는 상행탕(桑杏湯)으로 외감온조증(外感溫燥症)에 쓰는 방이다. 이에 사백산(瀉白散)의 상백피, 지골피를 더하고 석고를 첨가하여 폐의 열을 떨어뜨리고 폐기를 소통시킨다.
맥동으로 폐를 부드럽게 해주고 관동화로 폐기를 소통시켜 기침을 잡아주고 신이, 세신으로 콧물을 잡아주었다.
일반적으로 열증에 세신을 잘 쓰지 않지만 지금은 전체가 찬 약으로 오히려 반좌의 의미도 있다. 따라서 별 걱정 없이 처방했다.
처음에 비를 맞고 몸이 으스스 춥고 떨리어 풍한의 차가운 사기를 맞은 것이 틀림없지만, 몸에 들어오자마자 열성으로 바뀌었다.
모든 사기는 쉽게 열로 변할 수 있다는 명의 유하간(劉河間)의 말을 굳이 들지 않더라도 임상에서 매우 자주 볼 수 있는 현상으로 그때그때 증상에 따른 정확한 변증으로 치료해야 할 것이다.
처음에 들어온 사기가 한사라고 상한에 집착하다가는 임상에서 시시각각으로 천변만화하는 변화에 제대로 대처할 수 없다.
또한 각각의 약성을 방제를 통해 이해하고 방제를 약성을 통해 이해해야 자유자재의 처방이 나올 수 있다.
이 두 임상례에서 보듯 비슷한 시각에 같은 풍한의 사기로 으스스 춥고 떨리면서 감기가 들었지만 그 후의 변화는 확연히 다를 수 있다.
따라서 늘 지금의 상황에서 변증을 정확히 하여 그에 따른 정확한 처방을 해야 할 것이다.
감기라 해서 몇 가지 처방만으로 치료하려고 해서는 안 된다.
감기가 일어나는 모든 기제와 그 후의 변화에 대한 기제를 제대로 이해해야만 한다.
그러자면 상한과 온병이라는 외감병에 관한 이론의 기본적인 이해가 필수라 하겠다.
확실한 건 이론 없는 의학은 없다는 것이다.
그것은 우연히 한 번은 통할지 모르지만 대부분 실패를 동반할 것이고 또한 이론이 뒷받침되지 않는다면 학문으로 성립할 수 없고 민간요법 수준이며 굳이 의학이라 할 필요도 없는 것이다.
고열의 감기
심한 감기로 며칠째 학교에 가지 못했다며 오후에 예약 없이 급히 진료를 요청하면서 어머니가 아이를 데리고 찾아왔다.
김○○, 남자, 16세
2005년 12월 13일
이틀 전 밤에 자는데 추웠다. 아침에 일어나니 춥고 떨리면서 감기가 시작됐다.
코도 막히고 기침도 났다. 어젯밤에는 심하게 기침을 하면서 열이 많이 올랐다. 체온계로 측정하니 39도 6부까지 올랐다.
한의원에 오기 전에 측정하니 역시 39도 7부로 열이 계속되고 있다.
오늘부터는 심하게 토하고 속이 울렁거려서 아무것도 먹지 못했다.
진찰하는 동안에는 기침이 없다.
몸이 춥고 떨리는데 열이 계속 심하게 오른다.
그런데도 추운 것이 싫다.
게다가 찬물이 먹고 싶다.
지금은 머리 전체가 제일 아프다.
너무 심하게 아프다.
몸에 기운이 없다. 식사를 못하고, 소변이 노랗다. 땀은 전혀 안 난다.
진맥을 하면서 손과 팔을 만져보니 열감이 확연하게 느껴진다.
그런데도 피부가 뽀송뽀송한 것이 습기가 전혀 없다. 체격은 건장하다. 심한 열과 기침으로 까부라지는 기색이다.
설:홍(紅)설, 박백(薄白)태.
맥:우맥은 심한 부삭(浮數)맥이며 특히 폐맥은 홍대(洪大)하다. 좌맥은 현홍삭(弦洪數)맥이다.
진찰 결과 상한으로 판단되었다. 풍한의 사기가 안으로 들어가 열이 되었지만 체표의 사기가 아직 해소되지 않았으므로 춥고 떨리는 것이다.
몸속의 열은 폐에 뭉쳐 있고 이 열이 양명으로 들어가 위를 치고 있으니 구토를 하고 울렁거리는 것이다.
열이 이렇게 심한데도 땀이 나지 않는 건 체표가 완전히 막혀 있는 탓이다.
이렇게 한사로 체표가 심하게 막혔을 때는 마황탕만이 체표를 열어줄 수 있다.
또 열이 내부에 뭉쳐 폐와 위를 동시에 치고 있을 때는 백호탕(白虎湯)으로 그 열을 잡아야 한다.
두통이 나는 것도 폐의 열이 심하기 때문이다.
서양의학에서 검사했다면 아마 폐렴 초기 증세라는 진단이 나왔을 것이다.
환자가 너무 힘들어하므로 나는 우선 침을 놓아 병세를 꺾은 후 처방을 하기로 했다.
침구 처방 합곡(2)(사) 척택(2)(사) 족삼리(2)(사) 소상(2)(사혈)
지음(2)(사혈)
합곡을 찌르고 득기한 후에 사하니 바로 막힌 코가 뚫려 숨쉬기가 편해졌다.
척택을 득기한 후에 사하니 바로 숨쉬기가 편해지면서 두통이 가라앉았다.
유침한 후 조금 지나니 다시 두통이 온다고 해서 다시 척택을 사하니 바로 두통이 가라앉는다고 한다. 이러기를 서너 차례 반복했다.
소상과 지음을 사혈하니 열의 기세가 현저하게 떨어진다.
일단 병세를 안정시킨 후 약을 처방하여 바로 복용하게 했다.
약 처방 마황 10 계지 12 행인 8 자감초 6
석고 45 죽여 10 노근 30 생강 10
백작약 10 대추 10 판람근 10 지모 10
인삼 8 신이 10 백지 10
4그램/1회, 4회/1일, 3일, 식후 10분, 취침 전
이 처방은 마황탕으로 체표를 열고 기침을 잡고, 백호탕으로 폐와 위의 열을 잡는 것이다.
이때 석고를 대량으로 처방하는 게 중요하다.
노근과 죽여로 위의 열을 떨어뜨리고 구토를 잡으면서 위의 열로 마른 진액을 보충한다.
일반적으로 열성 구토에는 노근과 죽여를, 한성 구토에는 생강과 반하를 처방한다.
생강은 체표를 열어주면서 심한 구토를 잡는 데 효과가 있다.
백작약과 대추는 심한 열 때문에 상한 영기를 회복시켜주고, 인삼은 떨어진 기를 보한다.
백호탕에 인삼을 추가하는 건(白虎加人蔘湯) 그런 의미이다.
신이와 백지는 체표를 열고 막힌 코를 뚫어준다. 판람근은 열을 식히고 독을 해소하며 목을 편하게 해준다.
이렇게 처방해서 침을 뽑고 바로 복용하게 했다.
그리고 워낙 병세가 심한 환자라 집에 돌아가 저녁에 죽을 먹인 후 다시 복용하고 잠자기 전에 또 복용하라고 일렀다.
오늘 밤이 고비라고 생각했으므로 전화통화를 하기로 했다.
대부분의 병은 밤에 심해지기 때문이다.
저녁 10시에 통화했다.
저녁에 죽을 조금 먹고 약을 복용했는데, 지금은 텔레비전을 보며 편안한 상태라고 한다.
자기 전에 약을 먹이고 일찍 자게 하라고 했다. 다음날 아침에 전화가 왔다. 모든 게 정상이라고 했다.
이 처방에서 주의할 것은 복용법이다. 일반적으로 성인에게는 1회에 2∼3그램이 보통인데 이 환자에게는 4그램으로 늘렸다.
그리고 하루 복용횟수도 일반적으로는 2, 3회이나 4회 복용하도록 했다.
『상한론』의 계지탕 복용법에 보면 이 처방으로 효과를 보지 못하면 복용횟수를 계속 늘리라고 되어 있다. 환자의 병세가 심하므로 용량과 복용횟수를 늘린 것이다.
그러지 않았다면 변증과 처방이 맞았다
하더라도 그렇게 빨리 효과를 보지 못했을 것이다.
일반적으로 외감증의 경우는 계지탕의 의미를 잘 이해하여 하루 5, 6회까지 자유자재로 늘릴 수 있어야 할 것이다.
귀가 아픈 감기
한○○, 여자, 10세
2006년 1월 23일
3일 전 저녁 10시 넘어 회덮밥을 시켜 먹은 후 체한 기분이 들어 엄마가 바늘로 손을 따주었다.
당시 침을 삼키면 목이 아팠다. 다음날 죽을 먹고, 어제도 죽을 먹고 그런대로 괜찮았다.
그런데 어젯밤 자다가 귀가 너무 아파 깨어나서 울었다.
오늘 아침 학교에 갔는데 너무 아프다 해서 바로 병원으로 데리고 왔다.
진찰을 해보니 침을 삼키면 왼쪽 귀가 아프다. 울렁거리고 토하려고 한다.
머리가 아프고 어지럽다. 열이 심하다. 추위는 없다. 덥다. 대소변은 문제가 없다.
설:홍설, 박백태.
맥:좌맥은 삭현(數弦)맥에 약간 약하다. 우맥은 삭현맥.
이상이 환자 어머니의 이야기를 들으며 진찰한 결과이다. 감기 기운은 뚜렷이 찾아볼 수 없다.
현재는 귀가 아프고, 열이 심하며, 속이 울렁거리고, 두통이 있고, 어지럽다는 것이다.
주된 병의 부위는 귀다. 귀가 아프다. 어떻게 할 것인가?
의사는 순간에 모든 것을 결정해야 한다. 고통 속에 있는 환자를 마냥 기다리게 할 수는 없다.
침구 처방 합곡(양측) 외관(좌측) 예풍(좌측) 모두 사법.
모두 1촌 이상 꽂아서 득기했다.
침을 놓고 바로 귀의 통증이 약해지기 시작했다.
약 처방 은화 15 연교 15 형개 10 박하 10
담두시 10 우방자 10 길경 12 자감초 6
죽엽 15 노근 25 자화지정 12 포공영 12
판람근 12 강잠 10
3그램/1회, 3회/1일, 3일, 식후 10분
침을 뽑자마자 시간이 낮 12시가 다 되어 가지만 바로 약을 복용시키고, 점심식사 후 바로 또 복용하도록 하고, 저녁식사 후에도 복용하도록 했다.
다음날 아침 일체의 증상이 없어졌다. 그렇지만 3일간 계속 복용하도록 했다.
기허 감기
이○○, 중국계, 여자, 70세
2006년 2월 1일
저녁에 전화로 걸려온 내용이다. 감기 걸린 지 3일. 병원에서 처방한 항생제와 기침을 멈추게 하는 약을 먹고 있다. 전신에 시린 통증이 있다. 전신에 기운이 하나도 없다. 가래가 나오고 기침이 나온다. 식은땀을 흘리지는 않는다.
듣는 즉시 이는 허증 감기라는 생각이 들었다.
인삼패독산(人蔘敗毒散)의 증상이 그대로 있는 것이다. 인삼패독산의 원리는 기가 허한 사람이 외감증에 걸려 전신에 기운이 하나도 없고, 전신에 몸살 통증이 있고, 기침이 있는 것이다.
만약 전신에 기운이 하나도 없는 증세가 없다면 전면적으로 새로 고찰해야 한다.
식은땀을 흘리면서 이러한 증세를 가지고 있다면 계지탕과 합방을 할 것인가를 고려해야 할 것이다. 아마 나는 합방을 했을 것이다.
또한 식은땀을 흘리면서 전신에 통증이 있고, 기운이 하나도 없는데 기침을 하지는 않는다면, 계지탕을 기본방으로 보하는 약을 넣었을 것이다.
이렇게 각기 증세에 따른 자유로운 변증으로 처방하는 것이 동양의학의 의사가 할 일이다.
약 처방 시호 9 전호 9 천궁 9 지각 9
강활 9 독활 9 복령 9 길경 9
인삼 9 자감초 5
3그램/1회, 3회/1일, 2일, 식후 10분
바로 약을 지어 달려가서 드렸다. 바로 복용하시게 하고 돌아왔다. 다음날 아침에 전화가 왔다. 자고 일어나니 전신에 무력감도, 몸살 통증도 사라지고 기침만 약간 남았다고 한다.
소양, 양명 합병에 대한 오진
김○○, 남자, 32세
2005년 12월 26일 초진
12월 24일 크리스마스이브라 쇼핑을 하는데 어지러움을 느꼈다. 그래서 일찍 집으로 돌아와 배가 고파서 갈비와 함께 저녁을 먹고는 감기약을 먹고 자다가 밤중에 다시 일어나 새벽 4시까지 돌아다니면서 놀았다.
그 후에 계속해서 숨이 차고 어지럽다. 그래서 손을 땄더니 새까만 피가 나오고 따는 순간에만 속이 좀 편할 뿐이다. 지금도 자꾸 숨이 차다.
열은 많이 내려간 것 같다. 소화가 계속 안 되어서 그간 거의 식사를 못했다.
기침을 많이 했다. 감기를 시작하면서 오른쪽 늑막이 아팠다. 계속 기침하고, 체한 기운이 있고, 목이 아프다. 대변은 그간 먹은 것이 별로 없어서 보지를 못했다.
소변이 노랗다. 이틀째 계속 누워서 자고 있다. 이전에 개고기를 먹고 체했을 때도 이렇게 숨이 차고 힘들어 상당 기간 고생했단다.
자꾸 체기가 있다고 말한다.
대변을 시원하게 보아 배가 뚫리면 다 시원해질 것만 같단다.
설:홍설, 중후부 후니(厚춁)태, 전부 박(薄)태.
맥:좌우맥 모두 아주 빠른 삭홍(數洪)맥.
처음에는 그리 대단치 않게 생각했다. 그저 태양의 열이 안으로 뭉쳐 기침이 나고 양명병이 함께 걸려 속이 답답한 체기가 있는 것으로 본 것이다.
약 처방 계내금 8 내복자 6 산자 6 맥아 6
신곡 6 후박 10 지실 10 대황 10
망초 10 연교 15 석고 20 지모 10
마황 8 행인 6
4그램/1회, 3회/1일, 식후 10분
위의 약을 처방해주고는, 퇴근시간이라 저녁식사 후 약을 복용하고 혹시 밤에 좋아지지 않고 더 심해지거나 참기 어려우면 시간과 관계없이 연락하라고 했다.
밤 12시가 다 되어 전화가 왔다. 숨찬 것이 조금도 나아지지 않고 더 힘들어지는 것 같아 아주 괴롭다고 한다. 즉시 클리닉에서 다시 보기로 했다.
재진:응급진료, 같은 날 밤 12시
저녁 6시에 죽을 먹고 약을 복용하고, 조금 대변을 보았다. 그러나 크게 나아진 것이 없다.
저녁 10시에 다시 약을 복용했으나 별 효과가 없고, 다시 숨이 가빠지고 아주 힘들다.
혈압은 70/110으로 정상이다. 오래 전에도 개고기를 먹고 똑같은 증세로 숨이 차서 아주 오랫동안 고생을 했는데 그때 어느 한의원에서 노궁혈에 침을 맞고는 좋아졌다.
매우 숨가빠한다. 속이 차오르는 느낌이라고 한다. 헛배가 더부룩하게 불러온다고 한다.
설:홍설, 박백태. 중간에 약간 황색을 띠고 있다.
맥:우맥은 삭현홍(數弦洪), 좌맥은 삭홍(數洪).
침을 놓아보기로 했다. 침을 놓기 전에 흉부와 복부를 관찰하니 복부가 가스가 찬 듯이 헛배가 부어오르고 눌러보아도 아무것도 잡히지 않는다.
흉부에 몇 군데 불그스레한 곳이 있는데 물어보니 모르겠다면서 하도 가슴이 답답해서 주먹으로 자주 쳤다고 한다.
우선 복부를 다스리기 위해서 족삼리, 음릉천, 천추, 외관, 단중 등을 놓았으나 별 반응이 없다.
환자는 점점 숨가빠하면서 숨쉬기를 힘들어하고 시간은 새벽 1시를 넘어가고 환자도 너무 괴로워한다.
그래서 다시 유침한 상태에서 막힌 것을 급히 뚫어줄 생각으로 다음과 같이 약을 처방, 5그램을 복용시켰다. 그리고 유침 상태에서 기다려보았으나 아무런 차도가 없고 숨가빠하는 것도 여전하다.
약 처방 대황 15 후박 20 지실 15 망초 10
내복자 20 적작약 15 도인 9 인삼 8
5그램/1회
분명히 대단한 병은 아닌데 온갖 생각이 교차한다. 서양의학 없이 동양의학만으로 의료행위를 했을 경우 모든 책임은 동양의학을 시술한 이가 져야 한다.
그러나 어떤 경우든 양방에서는 할 수 있는 수단을 다하고 결과가 안 좋아도 별 문제가 안 된다.
상황이 그러하다 보니 왜 양방 응급실로 보내지 않았는가,
라는 비판으로부터 벗어날 수가 없다.
하여 이제는 양방 응급실로 가야겠다고 하니 환자 본인도 그럴 생각을 한다. 그러더니 같이 온 친구들과 상의를 하는데 의료보험카드가 없는데 얼마나 나올까를 걱정하고 있다. 이곳 밴쿠버에서 의료보험 없이 양방치료를 받으려면 엄청난 비용을 치러야 한다. 단순 자연분만으로 순산하여 아무런 조치도 하지 않고 하루 입원하고 나오는 데 8천 달러가 들었다고 한다. 환자는 우물쭈물하고, 나로서는 참 자괴감이 든다. 내가 실력이 없어 이렇듯 환자를 괴롭게 하는구나 하는 생각에 우울하기만 하다. 그러나 혹 만에 하나라도 잘못되면 어떤 식으로든 내가 감당할 수가 없는 일인데.
마지막으로 척추를 진찰해보기로 했다.
그러고도 이상을 발견하지 못하면 어찌 됐든 응급실로 가기로 했다.
요추 4번 요양관부터 짚어 올라가면서 독맥과 방광경을 살펴보기 시작했다.
흉추 9번 근축혈을 누르니 만지지를 못하게 한다. 엄청나게 심한 통증을 느낀다.
그곳을 강하게 지압했다.
그랬더니 숨이 좀 가벼워지기 시작한다고 한다. 급히 양릉천과 내정혈에 침을 꽂았다.
그리고 계속 지압을 하니 훨씬 좋아진다고 한다.
계속 강하게 지압을 했다.
그러고 난 후 근축혈에 침을 깊게 꽂아 득기한 후에 강하게 사혈했다.
2분 정도를 강하게 사혈한 후 다시 사혈침으로 사혈하고 부항을 올렸다. 10분 정도 지난 후에 부항을 떼니 한결 가볍다면서 이제 집에 가서 조리하면 될 것 같다고 한다.
침을 다 뽑고 정리하고 환자가 나가고 나니 ‘아, 이게 바로 소양, 양명 합병의 대시호탕증인데’ 하는 생각이 드는 것이다.
그래서 급히 뛰어나가 약을 받아가라 하려고 하니 이미 차는 떠나고 없다.
새벽 2시가 넘어가고 있다. 나의 부주의로 환자만 엄한 고생을 했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애초에 좀더 신중하게 환자를 진찰하고 치료를 했으면 이렇게까지 고생하지 않아도 되었을 것을 하는 자괴감이 깊이 든다.
환자 본인이 체한 것 같다고 한 말에만 너무 주의를 했던 것 같다.
『상한론』 소양병편에 가슴과 옆구리가 고통스럽고 더부룩하여 가득 찬 것 같으며, 빌빌 식욕이 전혀 없으며, 가슴이 답답하고 자꾸 구역질을 하고, 가슴이 답답하면서 토하지를 않거나 등등의 증세에 소시호탕으로 치료한다고 되어 있다.
그리고 이런 소시호탕증에 대변이 불통이면 이는 소양, 양명 합병이니 대시호탕으로 치료한다고 되어 있다. 이 환자는 처음 아플 때 옆구리에 통증이 있었다고 했다.
또한 3일간을 빌빌 잠만 자면서 식사를 전혀 하지 못했다고 했다. 가슴이 답답해서 주먹으로 수도 없이 자기 가슴을 쳤다고 했다.
아랫배에서부터 답답한 것이 점차 가슴까지 답답해서 숨이 너무 가쁘다고 했는데 이는 곧 『상한론』의 ‘胸脇苦滿’이고 ‘胸中煩’의 표현이다.
그런데 중국말과 한국말의 차이를 임상에서 정확히 헤아리지 못한 것 같다. 3일 후에 진료비라고 평상시의 침 한 번 값을 가지고 왔다.
그래서 어떠냐고 물어보니 다 괜찮아져 오늘부터 출근하고 있다고 한다. 그렇게 클리닉을 나선 후 점차 좋아져서 지금은 다 괜찮다고 한다.
판단하기 힘든 어린아이 감기
한○○, 남자, 5세
2006년 3월 26일 초진
금요일 저녁 7시경 식사 후 토할 것 같다면서 열이 났다. 명치 끝이 아프고, 등이 아프다고 해서 체한 것으로 생각하여 손을 따주었더니 열이 내렸다.
토요일에 다시 열이 오르기 시작해서 저녁때가 되니 해열제를 먹여도 38도까지 올라가고 내려가지를 않는다. 그래서 오늘 아침 미안하지만 할 수 없이 전화를 해서 진찰을 받게 된 것이다.
목이 아프다. 침을 삼켜도 아프다. 코가 막히고, 추워하고 손발이 차다. 배도 아프다.
며칠 전에 비가 오는데 밖에서 비를 맞은 적이 있다. 뜨거운 것을 먹고 싶다. 토요일에 변을 보지 못했다.
열은 38도 이상 오르는데 추운가 물어보니 대답을 잘 못한다. 열이 높아 풍열 감기약을 처방하며 중간에 다시 또 물었다.
더운 것을 먹고 싶은가, 찬 것을 먹고 싶은가 물으니 더운 것이 먹고 싶단다.
처방을 중단했다. 다시 물었다. 추운가 물어보니 춥단다.
설:홍설, 박간(剝干)태.
참 판단이 어렵다. 체표가 완전히 막혔으면 기침을 해야 할 텐데 기침은 전혀 없다. 상한으로 인한 감기로 지금 체표가 막혀 가는 중인데 확연한 판단이 안 선다.
약 처방 계지 10 작약 10 생강 8 대추 6
자감초 6 판람근 12 노근 15 죽여 10
길경 10 과루 10 마황 8 행인 6
계내금 10 사인 6 상백피 10 갈근 10
세신 6 신이 6
3그램/1회, 3회/1일, 2일, 식후 10분
이렇게 처방해주면서 저녁이라도 상태가 안 좋으면 다시 연락하라고 했다.
저녁에 다시 연락이 왔다. 열이 심하게 올라가면서 아이가 힘들어한다는 것이다.
재진:당일 저녁 9시
춥고, 가슴이 답답하고, 기침이 나고, 손발에는 열이 없는데 등과 가슴만 뜨겁다.
코가 막힌다.
고열인데 어린아이라 자기표현도 잘 못하는 상황에서 잘못 판단하면 아이가 바로 상하게 된다. 어머니는 크게 놀라 걱정을 하면서도 모든 치료가 무료인 양방병원에 가지 않고 나를 믿고 찾아온 것이다.
이는 체표의 사기가 폐로 몰려드는 전형적인 형상이다. 체표는 막히어 기침이 나고 땀도 없고 차갑다. 아직도 체표에는 한사가 머물고 지금 폐로 집중적으로 들어가므로 가슴과 등만 뜨거운 것이다.
대표적인 표한이열증(表寒里熱證)이다.
약 처방 마황 12 계지 4 행인 8 자감초 4
석고 30 생강 6 대추 8 지모 10
3그램/1회, 4회/1일, 1일, 식후 10분, 취침 전
이렇게 표(表)에 한사가 머물면서 폐로 들어가 열을 일으켜 열이 나면서 답답해할 때 쓰는 처방이 대청룡탕(大靑龍湯)이다. 여기에 지모를 더하여 폐의 열을 떨어뜨리면서 음을 보했다.
3진:3월 27일 아침 10시
어제저녁 진료 후 바로 약을 먹고는 집에 가서 곧바로 잠이 들었다. 오늘 새벽 1시에 깨어났는데 이미 고열이 아니라 미열로 바뀌어 있다. 이때 약을 다시 먹이고, 아침에 일어나서 먹이고 한의원에 오기 전에 다시 한 번 먹였다.
여전히 손발이 차다. 평소에는 땀을 잘 흘리는데 3일 동안 땀이 전혀 안 났다. 간혹 기침을 한다. 목이 아프다. 물을 넘겨도 목이 아프다. 아래쪽 배가 아프다. 오늘 아침에는 대변을 보았다. 콧물이 나온다.
이는 아직도 체표가 한사로 잡혀 있는 것을 말해준다. 지금 폐의 열은 떨어져 고열은 잡혔지만 아직도 체표의 한사가 언제든지 바로 폐로 들어가 열을 일으킬 수 있는 상황이다. 따라서 춥고, 땀이 안 나고, 간혹 기침을 하는 것이다.
약 처방 마황 15 계지 5 행인 10 자감초 5
석고 30 생강 8 대추 10 지모 10
상백피 10 지골피 10 길경 10 세신 6
백부 10 백전 10 관동화 10
3그램/1회, 3회/1일, 1일, 식후 10분
대청룡탕에 폐기를 선발해주면서 열을 떨어뜨리는 사백산을 첨가하고, 목이 아픈 것은 길경으로, 콧물이 나는 것은 세신으로, 기침은 백부, 백전, 관동화로 잡도록 했다.
4진:같은 날 오후 4시
지은 약을 아침에 바로 먹이고 점심 먹고 나니 다시 열이 높게 오른다. 이에 오후 2시에 다시 약을 먹였다. 어머니가 걱정을 하여 다시 살펴보았다. 혀에 열상이 전혀 나타나지 않는다. 약간의 땀을 흘리고 있다. 전신에 모든 열상이 없어지고 몸을 만져보니 약간 땀을 흘리고 있다.
이제야 체표가 열리고 땀이 나오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사기가 아직 완전치 않으므로 여전히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어린아이의 특징은 병세가 급격히 변한다는 것이다.
약 처방 다시 대청룡탕을 하루치 처방했다.
5진:3월 28일
어젯밤에는 열은 없었는데 기침 때문에 거의 잠을 못 잤다. 식사를 좀 하기 시작하고 대변은 아주 가늘다. 밤에도 약간 촉촉할 정도의 땀이 났다. 배가 조금 아프다. 목도 아프다. 열은 전혀 없다. 가래도 없다. 기침은 밤에 심하고, 낮에는 덜하다. 구토는 전혀 없다.
설:담홍설, 박백태.
체표의 사기는 물러나 체표가 열렸고 안의 열은 잡혀 기본적으로 안정된 상황이나 이렇게 체표와 폐가 동시에 사기에 시달리고 난 후에 폐의 선발기능(즉 호흡기능)에 후유증이 남아 기침을 하는 것이다. 지금 추운 기운은 전혀 없고 체내의 열병을 앓고 난 후라 풍열 감기에 기침을 주로 다스리는 상국음을 처방했다.
6진:3월 29일
어제 밤새 잠을 못 자고 뒤척였으나 열은 전혀 없었고, 새벽녘에 잠이 푹 들었고 땀을 흘렸다. 약간 누런 코가 아주 조금 나온다. 코를 풀 경우에만 그렇다. 전혀 춥지 않다. 찬물을 먹고 싶다. 발도 따뜻한 기운이 돌아온다. 밥을 조금씩 먹는다. 과일도 먹으려고 한다. 목이 마르다. 목이 조금 아프다. 어젯밤은 기침이 더 심했다. 기침할 때마다 물을 달라고 한다. 어젯밤 10시에 잠자리에 들었는데 새벽 1시부터 아침까지 기침을 했다.
이제 외부로부터 들어온 한사는 완전히 물러갔다. 이러한 과정에서 폐의 선발기능에 장애가 남아 기침을 하고 있는 것이다. 이렇게 한사가 물러가고 나서 단지 기침을 할 때, 폐의 선발기능을 조정하고 기침을 잡는 데 전문 처방인 지수산(止嗽散)을 처방했다.
7진:3월 30일
어젯밤에는 깊이 잠들어 아무것도 모르고 잘 잤다. 다 나은 것 같다. 아주 잘 논다.
설:담홍설, 박백태.
이제 기침도 완전히 끝나고 병이 다 나은 것이다.
약 처방 만일을 대비해서 지수산에 패모, 과루를 첨가해서 이틀치를 처방했다.
이렇게 어린아이의 감기는 변화가 심하고 발전이 아주 빠르다. 그에 따라 신속하고 민첩하게 대응하지 않으면 그 변화의 속도나 발전의 속도를 따라잡을 수가 없다.
또한 이런 경우 한번 판단을 잘못하면 성인에게도 물론 문제가 되겠지만 어린아이들에게는 특히 병의 변화와 발전의 속도가 빨라 큰 문제가 될 수 있다.
이번 경우에도 아차 잘못했으면 이 아이는 서양의학에서는 바로 폐렴으로 넘어가 아주 심한 고통을 받았을 것이고, 일생 그 흔적이 기능적으로 남아 폐의 기운에 영향을 주었을 것이다.
부모의 세심한 배려와 적절한 치료로 아이가 큰 고통 없이 바로 나았다. 이런 것은 의사만 아는 사실이고, 부모들은 그저 감기가 나았구나 생각하고 만다.
이렇게 어린아이가 밤낮없이 심한 고열로 찾아오면 의사들은 겉으로는 아주 냉정하고 여유가 있어 보이지만, 내심으로는 극도로 긴장하고 집중하게 된다.
이렇게 내부의 극심한 열과 외부의 한사가 겹쳐 있는 경우를 잘못 판단하게 되면 자칫 아이의 생명에 큰 위험을 초래할 수도 있다.
이 아이가, 심한 한사로 외부가 막혀 땀을 흘리지 못하고 있다가 땀을 흘리면서 나아가는 과정을 보면서 『상한론』의 계지탕, 마황탕, 마행석감탕(麻杏石甘湯), 대청룡탕, 백호탕의 의미를 잘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한가족이 감기에 걸려도 제각각 다른 변증 처방
한 가족이 같은 날 동일한 감기로 동일한 증상을 호소하면서 찾아왔다. 우선 진찰하게 된 것은 남자아이였다.
최○○, 남자, 9세
2006년 10월 16일(월) 초진
토요일(즉 이틀 전)부터 토하고, 설사하고, 배 아프고, 머리도 아프다. 감기 기운이 있는 것도 같다. 얼굴이 누렇다. 기운이 없다. 오늘 학교를 못 갔다.
토요일부터 아빠, 엄마, 여동생, 일가족 모두가 이런 증세를 보이는데, 이 아이가 제일 심하고 엄마는 괜찮다고 하고 여동생은 아직 심하지 않고 아빠와 이 아이만 치료받으러 왔다.
설:담홍설, 박백태에 근(根)부에 약간 태가 없다.
맥:우맥은 세약(細弱)맥, 좌맥은 활(滑)맥.
이상이 전부이다. 어떻게 변증할 것인가? 참으로 난감하다.
우선 토하고 설사하는 것이 주증이다. 그리고 얼굴이 누렇다. 감기 기운도 있는 것 같다고 한다. 서양의학에서는 이런 경우를 감기 바이러스가 장을 중심으로 한 소화기 계통으로 침입한 것으로 보며, 중국에서는 이를 “장상한(腸傷寒)”이라고 한다. 이외에 다른 것은 의심할 만한 것이 없다.
이렇게 서양의학의 인체에 관한 지식이 비록 패러다임은 달라도 동양의학으로 병을 볼 때 많은 참고가 된다.
토하고 설사하는 것을 주증으로 하는 처방이 곽향정기산(藿香正氣散)이다.
약 처방 대복피 5 백지 10 자소 5 복령 5
반하 5 백출 10 진피 8 후박 10
길경 10 곽향 15 자감초 12 생강 6
3그램/1회, 4회/1일, 1일, 식후 10분, 취침 전
이 곽향정기산은 『태평혜민화제국방(太平惠民和劑局方)』이라는 책에 나오는 처방으로서, 외부로부터 풍한의 사기가 들어와 내부에 습사와 뭉쳐 일어나는 병을 치료한다. 따라서 약간의 더운 해표제(解表劑)로 내부의 습을 잡고 비위를 다스리는 약이 주가 된다.
본 처방의 비율은 대복피, 백지, 자소, 복령이 모두 1냥이고 반하, 백출, 진피, 후박, 길경이 2냥이고, 곽향이 3냥이고, 자감초가 2냥 반이다.
그런데 지금 내가 보는 환자는 감기 환자이므로 해표력을 강하게 하기 위해서 백지의 양을 배로 늘렸고, 아이가 습한 기운이 심하지 않고 추운 기운이 별로 없어 반하와 진피의 용량을 줄이고 처방했다.
또 정확한 변증인지 100퍼센트 확신할 수 없는 데다 어린아이의 병세는 변화가 심하여 하루치만 처방했다.
아빠에게도 동일하게 하루치를 처방했다.
재진:10월 17일
다음날 아침에 다시 왔는데 아빠가 여동생도 함께 데리고 왔다. 아빠는 다 나았다고 한다. 남자아이도 많이 좋아졌다고 한다. 그런데 아직은 약간 남아 있다고 한다. 얼굴에 누런 기가 남아 있다.
얼굴빛이 누른 것을 보아 감기로 인해 비위가 상한 것을 알 수 있다.
약 처방 앞의 처방이 효과가 있다는 것을 확인했으므로 남자아이에게는 동일한 처방으로 3일분을 주었다.
그리고 이번에는 여자아이를 진찰했다.
최○○, 여자, 7세
10월 17일 초진
남자아이와 동일하게 토하고, 설사하고, 머리 아프다. 어제 저녁은 먹지도 않았으며 열도 많이 나고 힘들어했다. 기침을 좀 한다. 토하는 것이 그렇게 심하지는 않다. 항상 몸에서 열이 많이 난다.
설:홍설, 태가 없고(無苔) 근(根)부에만 동그랗게 약간 있다.
오빠와 같은 날부터 동일한 증세로 시작하여, 시작은 미비했다가 어제부터 열이 나면서 심해졌다.
설도 홍설이고 태가 거의 없다.
본래 열성 체질의 아이에게 동일한 사기가 들어와 비위가 상하게 되면서 토하고 설사하여 음이 상한 것이다. 따라서 처음에는 심하지 않다가 음이 상하면서 열이 심하게 나고, 그 열이 건조한 폐를 쳐서 기침도 나는 것이다.
따라서 음을 보하면서 해표(解表)하고 구토를 멈추게 해주어야 한다.
약 처방 옥죽 10 총백 6 길경 5 백미 3
담두시 10 박하 5 자감초 3 대추 6
상엽 8 연교 10 노근 10 국화 5
은화 10
3그램/1회, 3회/1일, 2일, 식후 10분
옥죽서부터 대추까지가 『통속상한론(通俗傷寒論)』에 나오는 가감위유탕(加減폘표湯)이다. 음허 감기에 쓰는 처방으로 음을 보하고 열을 떨어뜨리고 땀을 내어 해표해주는 작용을 한다.
이를 기본방으로 하고, 상엽, 연교, 국화, 은화는 상국음과 은교산의 개념으로 청열해표하면서 기침을 잡아주려고 한 것이다.
노근은 토하는 것을 멈추게 한다.
3일 후에 전화했더니 그 다음날부터 바로 모두 학교에 갔고, 아무런 이상 없이 다 나았다고 한다.
이렇게 감기란 천변만화하는 것으로 심지어 한가족이 동일한 감기에, 동일한 증상으로 왔어도 다 다르게 치료하는 것이니, 증세에 따라 처방전을 찾아 처방하거나 체질을 찾아 아무렇게나 처방해서는 이런 천변만화하는 변화에 모두 적절하게 대응할 수가 없다.
이제까지의 감기 임상례를 참고하면서 『상한론』의 계지탕, 마황탕, 마행석감탕, 백호탕의 기제를 설명해보고자 한다.
『황제내경』의 이론에 의하면 폐는 호흡을 주관하고 피모(皮毛, 피부와 피부의 털)를 주관한다. 왜 폐가 피부를 주관하느냐고?
일반적으로 호흡이라고 하면 코와 입을 통한 기관지 호흡만 생각하는데, 실제로는 피부를 통한 호흡도 상당한 몫을 차지한다.
광고를 찍으면서 모델의 전신에 금가루를 입혔더니 바로 호흡곤란으로 혼절해버려서 응급실로 직행, 산소호흡기를 대고 금가루를 다 벗겨낸 끝에 소생시켰다는 얘기를 들은 적이 있다.
피부에 입은 화상 정도가 광범위한 환자는 피부의 괴사와 감염뿐만 아니라 폐와 호흡의 문제로 위독한 상황에 빠질 것이다.
호흡이 기관지와 피부 양쪽에서 일어나는데 기관지 호흡과 피부 호흡을 두 가지 장부가 따로따로 관리한다면,
만일의 사태로 두 장부가 엇박자가 날 경우 바로 생명이 위험해질 것이다.
그러므로 폐가 피부까지 주관하게 되어 있다.
사기가 체표에 들어오더라도 사람에 따라 신체의 반응이 다르다.
신체가 강한 사람은 바로 신체를 동결하고 사기와 거세게 싸움을 벌일 것이고, 약한 사람은 체표를 제대로 장악하지 못한 채 사기와 맞닥뜨려 힘겨운 싸움을 벌일 것이다.
비유하자면 체표는 일종의 국경선이다. 외적이 국경을 넘어 침범했을 때 국경의 방비가 잘 된 나라는 바로 전체 국경선을 통제하며 침입자들을 색출하려 할 것이다. 비상령이 내려 국경이 폐쇄되고 물자와 인력의 유입이 통제되어 일시 유통이 마비되는 사태가 벌어진 상황에서,
퇴로가 차단된 침입자들은 결사적으로 저항할 것이다. 반면 불안하고 혼란스러운 나라에서는 국경 통제가 제대로 되지 못하여 국경이 더욱 혼란스러워지고 물자와 인력의 이동이 제멋대로 벌어지며 내부도 어지러워져서 침입자를 제대로 색출하지 못할 것이니, 침입자도 여유를 갖게 되어 국경에서의 싸움은 그다지 치열하게 벌어지지 않을 것이다.
우리 몸도 마찬가지다. 신체가 건강한 사람은 체표에서 사기와 치열한 싸움을 벌이기 때문에 반응이 격렬하게 나타난다. 일시적으로 피부 호흡이 막히고 땀이 흘러나갈 수가 없다.
그러므로 기관지 호흡밖에 할 수 없게 되어 숨을 헐떡거리고 심하면 기침을 한다.
장중경이 차가운 사기가 침범하여 오한과 발열이 나는데 왜 땀이 나고 안 나고를 관찰하여 다르게 처방하라고 했는지 이로써 알 수 있다.
땀은 피부가 막혔는지 안 막혔는지를 판단하는 근거가 된다. 땀이 나고 안 나고가 중요한 게 아니라, 그걸로 피부의 개폐 상황을 판단하라는 것이다.
피부가 막히면 피부 호흡이 안 되니 숨을 헐떡일 것이다. 그러니 땀이 안 나는 환자에게는 피부를 열어주고 땀을 내주는 마황을 처방하여 피부를 열고 사기를 땀과 함께 내쫓도록 한다.
마황은 숨을 가라앉혀주는 작용도 하지만 피부가 열리면 헐떡이는 숨은 가라앉는다. 행인 역시 마황과 함께 헐떡임과 기침을 잡아준다. 또한 계지는 마황을 도와 피부를 여는 것을 도와준다.
자감초는 이런 과정의 기운을 보충해주고 제반 약을 조화시킨다.
이것이 마황탕을 처방해야 하는 병증, 즉 마황탕증의 발병기제와 치료법이다.
임상에서 보면 이런 환자는 피부가 완전히 막혔기에 땀이 나는 환자보다 열이 높고 피부가 뽀송뽀송 말라 있다.
이렇게 피부가 막힌 상태에서 사기와 결전을 벌이는 환자를 제대로 치료하지 않으면 사기도 퇴로가 없는 상태에서 필사적으로 나온다.
이때 만약 몸이 사기에 밀린다면 사기가 피부를 주관하는 폐의 통로를 타고 바로 폐에 침투하게 되어 싸움은 더욱 치열해진다.
열이 폐에 뭉쳐 더 높아지고 숨을 헐떡이며 기침을 하는데, 체표에는 아직도 추운 기운이 남아 있어 춥다고만 하고 습기가 전혀 없다.
이것이 어린아이들이 잘 걸리는 폐렴 발병의 한 가지 기제이다.
이렇게 진행되면 마행석감탕을 쓴다. 마행석감탕은 마황과 행인, 석고와 감초로 구성되었는데 마황과 행인은 체표를 활짝 열어주는 동시에 헐떡임과 기침을 잡고 체표의 한사를 몰아내고, 석고는 폐에 뭉친 열을 식혀주며, 감초는 기를 더하고 제반 약을 조화시킨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비교적 고열이 나면서 두통도 있고 숨도 가쁘고 기침도 할 경우, 오한이 있는지 없는지 그리고 땀이 나는지 안 나는지를 살펴야 한다는 것이다.
만약 환자가 오한을 느끼지 못하고 이미 체표가 열린 증세를 보인다면 병이 더욱 진행된 것이다. 이때는 절대 마황을 쓰면 안 된다.
마황은 성질이 덥고 체표를 열어주는 약인데, 이미 체표가 열렸고 단지 열상만 보인다면 절대로 마황을 써선 안 된다.
이미 병은 다른 증세로 진행되고 있다. 체표에 추운 기운이 전혀 없고 땀이 나기 시작하면서 열이 더 높아지는 건 폐에서 정기와 사기가 사생결단으로 결전을 벌이기 때문이다.
체표는 무방비로 열리고 폐에서는 치열한 싸움이 벌어지고 있으니 엄청난 고열이 나고, 이 열기가 전신에 퍼지면서 체표의 체액이 들끓어올라 열린 체표로 밀려나온다.
따라서 고열과 함께 땀을 많이 흘리고, 땀이 많이 나는 만큼 수액이 부족하여 목이 타는 듯 갈증이 나고, 온몸이 전력을 다해 사기와 싸우고 있으니 맥도 무척이나 크게 뛰논다.
이것이 『상한론』에서 말하는 백호탕증(白虎湯症)의 4대 증상, 즉 대열(大熱), 대한(大汗), 대갈(大喝), 대맥(大脈)이다. 이때 가장 중요한 것은 폐에서 벌어지는 대회전이다.
여기서 이기느냐 지느냐에 생명이 달려 있다. 이미 체표는 열려 무방비 상태인 데다,
인체의 전략물자인 진액은 그 와중의 고열로 들끓어 하염없이 체표로 밀려나고 있다.
이런 경우에는 찬 약재인 석고를 대량으로 사용하여 사기의 힘을 단번에 꺾어놓아야 한다. 그러면서 지모로 열을 떨어뜨리면서 끓어 없어진 음을 보하고, 감초로 기운을 보하면서, 쌀을 넣어 몸의 기운과 진액을 동시에 보충하는 것이다.
이것이 『상한론』의 백호탕이다. 또한, 이런 증세의 환자가 결전을 벌이느라 기운이 눈에 띄게 떨어져 힘들어하면 백호탕에 인삼을 더하여 정기를 보충하는데, 그것이 백호가인삼탕이다.
3. 기침
가래의 유무를 잘 판단할 것
기침은 감기 등 외감증에 걸린 후에 오는 수도 있으며, 이런 외부의 사기와 관계없이 내부 장부의 기능 이상으로 올 수도 있다. 이를 잘 판단하는 것이 정확한 변증의 첫걸음이다.
다음으로 중요한 것은 가래의 유무를 판단하는 것인데 정확한 변증과 치료의 관건이 된다.
어떤 경우든 기침의 주된 기제는 폐기가 제대로 소통되지 못함으로 폐기가 역하여 일어나는 현상인 것이다.
감기를 앓고 난 후 멈추지 않는 심한 기침
심한 척추측만증 환자인 여고생을 지속적으로 치료하던 중, 어느 날 그 여학생의 어머니와 남동생이 같이 왔다.
그런데 누나의 침 치료를 기다리는 동안 남동생이 쉴 새 없이 기침을 해대는 것이었다. 너무 심하여 보기가 안쓰러웠다.
하여 누나에게 침을 다 놓은 후에 남동생을 불러 진맥을 하고 바로 처방을 하여 그 자리에서 복용케 하니, 누나의 침을 뽑기도 전에 기침이 가라앉기 시작했다.
남동생도 어머니도 모두 신기해했다.
유○○, 남자, 14세
2005년 1월 6일
며칠 전에 감기에 걸려 감기는 다 나았는데 기침은 계속되고 있다.
끊임없이 기침을 하는데 가래 끓는 소리가 들린다.
기침할 때 가래가 생긴다고 한다.
밤에 심하다.
목이 아프지는 않다.
따뜻한 곳에 있고 싶다.
밥 잘 먹고 대소변에 문제없다.
잠도 잘 잔다.
설:담홍설, 백니(白춁)태.
맥:우맥은 세(細)맥이며 특히 폐맥이 약(弱)맥이다. 좌맥은 세약맥이다.
이는 평소에 폐기가 약하여 수음(水飮)이 내부에 머물러 있는 상황에서, 외부에 풍한의 사기가 들어 체표를 막음으로써 폐기의 소통이 안 되어 폐기가 더욱 약해져, 수음이 더욱 극성해지고 폐기는 더욱 약해져 소통이 안 되는 반복적인 상황이 됨으로 가래가 차면서 폐기가 체표로 선발을 못하여 위로 역하여 기침을 일으키는 것이다.
이는 해표하여 한사를 몰아내고 폐를 따뜻하게 하여 찬 수음을 말려주며 역하는 폐기를 가라앉혀주어야 한다. 소청룡탕(小靑龍湯)이 이에 해당한다.
약 처방 소청룡탕 4.5 관동화 1 자완 1 과루 0.5
행인 0.5 길경 0.5 백전 1
2그램/1회, 3회/1일, 3일, 식후 10분
소청룡탕으로 해표산한(解表散寒)하고 온폐화음(溫肺化飮)한다.
관동화와 자완은 서로 상수작용을 하는 약으로 폐기의 선발을 도와 기침을 잡아준다. 일반적으로 한성(寒性) 기침에 이 둘을 함께 처방한다.
과루와 길경은 가래를 삭이고 기침을 잡는다. 행인과 백전도 폐기의 선발을 도와 기침을 잡는다.
병의 기제를 정확히 판단하여 이에 맞는 처방을 하니 바로 기침이 멎는 것이다.
부녀간에 이어지는 심한 기침
어느 날 잘 아는 분이 늦게 본 어린 딸아이를 데리고 왔다. 20대부터 심한 기침으로 오랫동안 고생하고 잘 낫지를 않아 많이 힘들었는데, 캐나다에 온 이후 항생제 처방을 집중적으로 받고 좀 좋아졌다는 분이다.
지금도 감기만 걸리면 심한 기침으로 고생이 극심하다고 한다. 따라서 감기에 걸리지 않으려고 극도로 조심한다고 한다. 그런데 딸아이가 그이를 닮았는지 태어나면서부터 기침으로 고생을 한다는 것이다.
강○○, 여자, 9세
2005년 1월 1일 초진
얼굴을 보니 아이가 핏기가 없고 아주 피폐해 보인다. 발육도 좀 미달인 상태다. 늘 가래가 끼고 기침을 한다. 조산으로 태어나서 100일간 인큐베이터에 있었다.
식도가 연결되어 있지 않아 태어나자마자 식도 연결 수술을 받았다.
그 후에도 장이 꼬여서 4차례에 걸쳐 수술을 받았다. 항문이 막혀 있어 항문을 열어주는 수술도 받았다.
아마도 이 아이는 캐나다의 의료복지정책 덕분에 살아날 수 있었던 것 같다. 현재 밥을 잘 안 먹고, 발육 미달에 기운도 약하고 모든 생명력이 약해 보인다.
설:담백설, 박백태.
맥:세약맥.
이는 선천적으로 타고난 기운이 약하면서, 아버지의 기질을 물려받아 폐가 약한 데다,
여러 가지 수술을 받으면서 전신의 기혈이 더욱 약해진 상황이고, 거기에 식도 및 장, 그리고 항문 수술 등으로 소화기 계통에 심대한 타격을 받아 후천의 기조차 쇠퇴하기에 이르렀다.
이미 타고난 선천의 기운도 중요하지만, 후천적으로 에너지를 잘 소화 흡수하여 제대로 발육할 수 있도록 해주는 것이 중요하다.
또한 기침의 주된 원인인 가래는 원래 담에서 오는 것으로 담은 한의학에서는 비위에서 생성되어 폐에 저장되는 것으로 보고 있다.
즉, 담이 차는 것을 비위기능이 제대로 안 되어 수액대사에 이상이 오고 담이 생성되어 폐에 가서 저장되었다가 가래가 되어 나오는 것으로 보는 것이다.
급히 비위의 기를 보강하고 폐의 기의 선발을 돕고 폐를 덥게 하여 가래를 말려야 한다.
약 처방 인삼 6 백출 12 복령 10 자감초 6
진피 6 반하 8 사인 6 목향 6
관동화 6 자완 8 계지 6 세신 6
오미자 3 작약 8 건강 6 대추 6
2그램/1회, 2회/1일, 7일, 식후 10분
이는 향사육군자와 소청룡탕의 합방에 마황을 빼고 관동화, 자완, 대추를 넣은 것이다.
향사육군자로 비위를 강하게 보하여 담의 원천을 막고, 소청룡탕으로 폐를 따뜻하게 하여 가래를 말리고,
관동화와 자완으로 폐기를 선발하여 기침을 잡고 대추와 자감초로 영기를 보하면서 비위를 다스리는 것이다. 또한 기본적으로 영기와 위기를 돋워주고,
우리 몸의 음양의 밸런스를 잡아주는 명방인 계지탕의 의미도 있는 것이다.
마황을 뺀 것은 지금 체표에 사기가 있는 것이 아니며, 또한 마황의 발산작용이 강하여 약한 아이의 폐기를 더욱 약하게 할 수 있어 뺀 것이다.
재진:1월 8일
1주일이 지나 다시 왔다. 몸이 따뜻해지고 식욕이 좋아지고 기운이 좀 난다. 얼굴에 화색이 돌기 시작한다. 기침은 멈추었는데 아직 가래가 조금 남아 있다.
처방이 증세에 맞는 것으로 보아 그 판단이 맞은 것을 알 수 있다. 따라서 크게 처방을 바꿀 필요가 없다.
약 처방 세신 8 반하 8 건강 6 작약 10
오미자 6 당삼 8 백출 8 복령 8
자감초 6 진피 6 목향 6 사인 6
길경 10 패모 10 관동화 10
3그램/1회, 3회/1일, 7일, 식후 10분
이미 화색이 돌고 기본적인 밸런스가 잡혀가면서 기침이 심하지 않고 가래가 약간 남아 있는 상황이므로 계지탕의 의미를 빼고, 기침도 심하지 않으므로 자완도 빼고, 대신 가래를 삭이는 길경과 패모를 넣었다.
이후 만났더니 기본적으로 아이의 비위가 살아나고 기침이 잡힌 상황이다. 그런데 원래 약한 아이라 약을 좀더 장기적으로 복용했으면 좋겠는데, 경제사정이 어려운 것을 아는 까닭에 무어라 말을 할 수가 없다. 늘 가슴에 걸린다.
어느 날 이번에는 아버지가 찾아왔다. 감기 걸린 지 이틀이라고 했다.
원래는 감기가 다 나아가는 며칠 지난 후에 기침으로 진행되는데 이번에는 예상과 다르게 바로 기침이 시작되었고 굉장히 심하다 했다.
강○○, 남자, 57세
2005년 3월 4일
15세 때 산삼 한 뿌리를 먹은 후로 몸에 열이 많았다. 20대 중반부터 기침을 앓기 시작해서 아주 오랫동안 앓았다.
한국에서 양한방 모두 다녀보았는데, 별로 효과를 못 보고 많은 고생을 했고, 나이 들어 캐나다로 온 이후 항생제 처방을 받고 좋아졌다.
그러나 지금도 감기만 걸리면 낫고도 기침은 계속되는 상황을 반복하고 있다.
늘 감기에 걸리면 며칠 지나 감기가 다 나을 때쯤부터 기침이 시작되어 심하게 하면서 오래간다.
그런데 이번에는 이틀 전에 감기가 걸렸는데,
감기는 심하지 않은데 바로 기침이 시작되어 굉장히 심하다. 업무를 볼 수 없을 정도다. 오한이 약간 있다.
원래 열이 많은 편인데 열은 없다. 마른기침을 한다. 목이 아프다. 사업 실패로 스트레스가 아주 많다.
설:홍설, 태는 전반부는 무(無)태, 중후반부 박간(薄干)태.
맥:좌우맥 모두 부삭(浮數)맥.
이렇게 감기 기운이 심하지 않고 기침이 심하거나, 또는 감기 기운은 거의 떨어졌는데 기침만을 하는 사람들은 풍사가 완전히 해소되지 않은 상황에서 폐기의 선발이 실조되어 기침이 나는 것으로, 이때는 지수산을 쓴다. 지금 이 환자는 감기 기운은 심한 상황이 아니다.
그렇다고 열이 아주 심한 것도 아니다. 평소 오래 기침을 앓아 폐기가 약한 상황에서 스트레스를 많이 받아 간기도 울결된 상황이라 아주 약한 풍사에도 쉽게 감기에 걸리고 폐기가 아주 쉽게 실조한 것이다. 이렇게 단순히 폐기의 선발 실조로 발생하는 기침에는 지수산이 적합하다.
약 처방 행인 6 길경 10 형개 10 자완 10 백부 10 백전 10 자감초 3 진피 6
방풍 10 시호 6 계지 8 마황 8
상백피 10 관동화 10
3그램/1회, 3회/1일, 3일, 식후 10분
이는 지수산에 마황탕을 합방하고 상백피와 관동화, 방풍, 시호를 첨가한 것이다.
지수산으로 심하지 않은 감기에 단순 폐기의 실조로 인한 기침을 잡고 마황탕을 약하게 처방하여 약간의 오한이 있고 기침이 심한 것을 다스려준다.
상백피와 관동화는 맥이 부삭맥으로 폐가 열로 변하려고 하는 것을 미리 다스려주면서 폐기의 선발을 도와 기침을 잡는다.
시호로 울결된 간기를 풀어줘 폐기의 선발을 도와준다.
방풍으로 약한 풍사를 몰아내면서 약해진 위기(衛氣)를 강화해준다.
나중에 만나니 3일 복용으로 완전히 나았다고 한다. 이후 주위에 환자가 발생할 때마다 우리 한의원으로 소개해주고는 한다.
기침에 물설사를 겸하고 천식으로 발전하는 환자
송○○, 여자, 84세, 중국계
2005년 3월 3일
5일 전부터 기침을 하기 시작해서 가정의로부터 3일치 소염약을 처방받아 복용했으나 아무런 효과를 보지 못하고 더욱 심해져서 지금은 숨이 가쁘고 가래가 많이 나오고 목이 마른다.
숨을 내쉬기가 힘들고 뻑뻑한 느낌이다.
숨을 들이마실 때는 쌕쌕거리는 천식의 독특한 소리가 들린다. 가래가 아주 많고 기관지에도 염증이 있는 느낌이다. 평소 찬물을 매우 좋아한다.
식욕은 아주 좋은 편인데 최근 약간 떨어졌다. 대변은 최근 이틀 동안 물설사를 한다. 이전에 천식을 앓은 적은 없다.
설:홍설, 백태에 습기가 많다.
맥:우맥은 신양 삭소(數小), 위 삭홍대(數洪大), 폐 삭소. 좌맥은 신음 삭소, 간 삭소, 심 산(散).
우선 한열을 판단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 한열은 모든 병에 있어 변증의 기본 중에 기본이 되는 것이다.
나는 한의대나 그 외 다른 곳 등에서 강의할 기회가 있을 때마다 의사가 병을 고치지는 못할지언정 사람을 상하게 해서는 안 된다고 말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변증의 기본인 팔강변증, 즉 음양, 허실, 한열, 표리의 판단에 실수를 해서는 안 된다고 늘 강조한다.
이 판단이 잘못되면 병을 고치는 것이 아니라 도리어 사람을 상하게 하고 만다.
지금 이 환자의 병은 기침이고 그 주된 원인은 담이다.
그러면 벌써 머릿속에 어떻게 어떤 약으로 어떤 처방을 할 것인지가 떠오른다.
그 경우의 수가 그렇게 많지 않은 것이다. 기본은 담을 제거하고 폐기를 선발하는 것이다.
그런데 이 담을 제거하고 폐기를 선발하는 데 있어 그 병이 열성인가 한성인가에 따라 처방이 완전히 달라진다. 지금 이 환자에게서는 외감증의 증세는 별로 보이지 않으므로 외감증을 고려할 필요가 없다.
만약 외감증에 의한 기침이라면 상한과 온병 이론에 따라 치료하면 어떤 기침이든 문제없이 치료될 것이다.
지금 이 환자는 뚜렷한 원인이 없이 기침을 하면서 천식 기운으로 발전해가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전체적인 증세를 보면 그 주된 원인은 담에 있다.
이 담이 기침에서 시작해서 천식으로까지 병세를 몰아가고 있는 것이다.
그럼 담은 왜 생기는 것인가?
담이 생기는 것은 기본적으로 수액대사의 실조 때문이다. 담은 머리끝에서부터 발끝에 이르기까지 안 가는 곳 없이 어디든 가서 병을 일으키는데, 우리가 눈으로 볼 수 있는 것이 가래이다. 물이 좀 진하게 뭉쳐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이것이 눈에 안 보이는 몸의 깊은 곳에서 별의별 병을 다 일으킨다.
이때 진단이 어려워진다.
이 보이지 않는 담의 원인을 정확히 찾아 변증을 한다면, 이미 명의의 수준에 이르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럼 우리 몸의 수액대사는 어떻게 이루어지는가?
다 알다시피, 비장과 폐와 신장, 그리고 삼초가 협동해서 수액대사가 완성된다.
그런데 서양의학에서는 신장만이 수액대사에 관여하는 것으로 알아, 수많은 부종을 치료하지 못한다.
실제로 서양의학의 발표에 의하면 일반 부종의 80퍼센트 이상이 신장과 관계없이 발생한다고 하며 많은 경우 그 원인을 밝혀내지 못한 상태다.
우선 우리가 마신 물은 위로 들어가 비장의 운화기능을 통해 소화 흡수되어 폐로 보내지고 폐는 이 소화 흡수된 수액을 삼초를 통해 전신에 뿌려주고 전신에서 사용된 수액은 최종적으로 신장으로 보내져 필요한 수액은 재흡수되고 필요 없는 수액은 소변으로 배출된다.
이것이 동양의학에서 보는 수액대사의 전 과정이다.
물론 수액대사에서 소장과 대장도 중요하다.
그러나 『황제내경』에는 분명하게 위와 대장, 소장의 일련의 소화기 계통을 주관하는 장부로 비장을 들고 있다.
따라서 역사적으로 모든 임상의들이 비장의 운화기능이 이를 통괄하는 것으로 본 것이다.
비장의 운화기능이 제대로 되면 위, 대장, 소장의 수액대사의 기능이 정상적으로 이루어지는 것으로 보는 것이다.
그런데 이러한 동양의학의 이론을 머릿속으로 암기한다고 되는 것이 아니다.
이러한 이론들이 마음속에서 받아들여져야 하고 실제로 이해가 되어야 임상에서 자유롭게 응용하고 펼칠 수 있다.
비장이 수액대사를 이루는 일차 관문이고 비장의 기능이 떨어지면 손발이 붓고 눈꺼풀이 붓는다는 것을 머리로 외우고만 있지 실제로 그것이 왜 그런지 이해도 안 되고 마음속으로 받아들여지지가 않는다면 이런 이론은 임상이라는 실천에서 아무런 의미가 없다.
우리는 곧잘 물을 마시면 저절로 몸속에 흡수되는 것으로 부지불식간에 잘못된 생각을 하게 된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물도 비위의 정상적인 기능하에서만 제대로 소화 흡수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를 어떻게 이해할 수 있는가.
과음한 다음날 비위의 기능이 완전히 정지한 상태에서 물을 마시면 토할 때 마신 물도 그대로 다 쏟아져나온다. 이걸 보면 물이라는 것도 비위의 정상적인 기능 아래서 소화 흡수된다는 것을 알 수가 있다.
비위가 심하게 상했을 때는 물조차도 소화 흡수를 못하는 것이다. 또한 비위가 약하면 손발이 붓고 눈꺼풀이 붓는 것은 어떻게 알 수 있는가.
저녁 늦게 과식하고 바로 자면 다음날 아침에 손발이 부어 있다. 이것이 비위의 기능이 실조해서 생기는 부종이다. 왜 비위의 기능이 실조하면 손발이 붓고 눈꺼풀이 붓는가? 손발과 눈꺼풀은 비위가 주관을 하기 때문이다.
다음으로 폐가 수액대사에 관여하는 것을 많은 사람들이 이해하지 못하는데, 그건 너무나도 자명한 사실이다. 폐는 주된 역할이 호흡이다.
그런데 많은 사람들이 호흡을 코와 입을 통해서만 이루어지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이 구강 호흡만큼 중요한 것이 바로 피부 호흡이다.
피부를 통한 호흡이 중요하기에
『상한론』에 피부가 사기와 정기의 다툼으로 완벽히 막히면 기침이 나고 숨이 가빠진다고 되어 있으며
그래서 피부를 열어주고 숨을 진정시키는 마황과 행인을 같이 처방한 마황탕으로 치료하라고 되어 있는 것이다.
즉 피부가 막혔는가 안 막혔는가를 땀이 나는가 안 나는가로 판단한 것이다.
이것이 마황탕증과 계지탕증의 정확한 이해이다. 역사상 누구도 명확히 밝히지 않은 사실인 것이다. 생명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일순간도 호흡이 멈추어서는 안 된다.
그런데 이 호흡에 있어 입과 코를 통한 호흡만큼이나 피부 호흡이 중요하기에 피부를 폐가 주관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만약 피부를 다른 장부가 주관한다면 호흡을 둘 이상의 장부가 주관해야 하며, 잘못되어 두 장부의 협조가 실조하면 바로 호흡 이상으로 생명이 위험해진다.
따라서 호흡의 일관성을 보장하기 위해서 전신의 피부를 폐가 주관하는 것이다.
이렇게 동양의학의 이론들을 완벽하게 이해해야 한다.
그저 머릿속으로 외운 이론들은 임상이라는 실천에서 아무런 소용이 없다.
그런데 폐가 수액대사에 관여한다는 것은 이 호흡을 통해 엄청난 수분이 방출된다는 것이다.
내 생각으로는 아마 소변보다도 더 많은 수분이 방출되지 싶다.
그만큼 폐는 수액대사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폐는 전신의 피부를 주관하고 모든 피부를 통해 몸의 필요에 따라 수분 방출을 결정하면서 조절한다.
또한 전신의 피부에서 이렇게 수액을 방출하므로 동양의학에서는 폐가 전신에 수액을 뿌려준다고 말하는 것이다.
상수탱크는 아파트 꼭대기나 빌딩 꼭대기에 위치하고 하수탱크는 해당건물의 지하에 위치하는 것과 같은 이치다. 따라서 폐는 몸의 꼭대기에 있는 장부라고
『황제내경』에 표현되어 있고, 신장은 몸의 제일 아래에 있는 것이다.
이렇게 세상의 원리는 모두 동일하다 하겠다. 따라서
『황제내경』에는 의사는 천문, 지리, 인사, 모두에 능통해야 한다고 되어 있는 것이다.
삼초에 관하여는 역사적으로 논란이 많은 장부이기에, 여기서 그것을 논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단, 몸의 중심이 몸통이라면 이 몸통의 상중하를 모두 포괄하는 어떤 통로가 있는데 그것이 삼초요, 이 삼초를 통해 수액이 이동한다는 것만 알면 된다.
이 통로가 잘못되면 당연히 수액이 제대로 이동할 수 없고 수액대사의 실조가 일어날 것이다. 신장에 관하여는 설명할 필요조차도 없다.
『황제내경』에 신장이 수액대사를 총괄한다고 명백하게 나와 있을 뿐만 아니라 서양의학적 지식으로 모두들 충분히 이해하고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상과 같은 것이 동양의학에서 이해하는 수액대사의 전 과정이다. 이 가운데 어느 한 장부의 기능 이상만으로도 수액대사의 실조가 있을 수 있고 담이 생성될 수 있다.
그럼 지금 이 환자의 경우는 어느 장부의 이상으로 담이 생긴 것으로 볼 것인가?
평소에 식욕은 아주 좋고 소화도 잘 되는 분이다. 따라서 비장의 이상으로 볼 수는 없다.
신장의 이상이라고 볼 만한 어떤 이유도 안 보인다.
삼초도 그렇다.
그럼 폐의 문제인데 이 환자는 평소 찬물을 마시기를 좋아했다고 한다.
그리고 맥이 삭맥으로 아주 빠르게 뛰고 있다. 따라서 기본적으로 열성 환자이다. 그리고 폐맥이 약하다. 결국 열이 폐에 들어가 수액을 말려 담이 되게 하여 폐기가 실조하여 호흡이 제대로 안 되어 기침을 하게 되는 것이고,
이 담이 폐와 흉격에 차서 숨을 내쉬기가 어렵고 뻑뻑하다고 하는 것이다.
내쉬는 숨은 폐가 주관한다. 결국 치료는 폐에 뭉쳐 있는 열과 담을 제거하고 위로 역하는 기를 순조롭게 운행하게 하여 기침을 잡는 데 있다.
또한 이 환자의 설사는 폐의 열이 표리관계인 대장을 쳐서 생기는 설사로, 이 역시 수액대사의 실조의 하나이다. 따라서 대장의 열과 습을 잡아 설사를 멈추게 하는 치료를 겸해야 할 것이다.
한증에 담을 동반한 기침과 천식에는 소청룡탕이 주방이고, 열증에 담을 동반한 기침에는 청기화담환(淸氣化痰丸)을 주방으로 할 수 있으며,
열증에 담을 동반한 천식에는 정천탕(定喘湯)을 주방으로 한다. 이것도 각기 변증에 따라 세밀하게 주의하여 가감하여 처방해야 한다.
약 처방 진피 6 행인 6 지실 6 황금 10
과루 10 복령 12 담남성 10 법반하 8
황련 8 목향 6 갈근 10 승마 3
관동화 10 패모 10
3그램/1회, 3회/1일, 5일, 식후 10분
그 후 여흥 자리에서 만났는데 나이 80이 넘었는데도 불구하고 태극권도 잘하고 노래도 큰소리로 잘 부르시는 것이었다.
진피에서 법반하까지가 청기화담환 처방이다. 청기화담환의 군약(君藥)은 담남성이다.
담남성은 천남성을 소의 쓸개즙과 함께 가공한 것이다.
천남성은 따뜻한 약으로, 완고한 담으로 기침을 하며 그로 인해 흉격이 답답한 경우에 사용한다. 따뜻하여 담을 말리는 성질이 반하보다도 강하다.
그런데 그 성질이 따뜻하므로 열성 담을 제거하기에는 부적절하다.
이러한 천남성을 소의 쓸개즙과 함께 가공함으로써 그 따뜻한 성질을 찬 성질로 바꾸어 열성 담을 제거하는 데 사용할 수 있게 한 것이 담남성이다.
따라서 폐에 뭉친 담과 열을 제거하는 것이다. 과루와 황금은 신약(臣藥)으로 과루는 폐를 차갑게 하고 담을 제거하며, 황금은 폐의 열을 잡는다.
두 약이 합쳐 폐의 열과 담을 제거하는 역할을, 담남성을 도와 완성하는 것이다.
좌약(佐藥)은 지실, 진피, 복령, 행인, 반하로서, 지실은 위로 상역하는 기를 아래로 내려주고 담을 제거한다.
진피는 이기관중(理氣貫中)하면서 조습화담(燥濕化痰)해준다.
복령은 건비(健脾)하면서 삼습(渗濕)하여 “담의 근원은 비장이고 담이 쌓이는 곳은 폐”라는 말대로 담의 근원을 제거하는 역할을 한다.
행인은 폐기를 선발하여 기침을 멈추게 하고, 반하는 조습화담해준다.
원래는 이진탕(二陳湯)에서 변한 방이다. 군약이 반하에서 담남성으로 바뀌고, 신약으로 황금과 과루가 들어가 조습화담하는 방제가 청열화담하는 방제로 바뀐 것이다.
이진탕에서 오매를 뺀 이유는, 오매는 그 신 성분 때문에 수렴하는 작용이 있어 사기를 내쫓지 않고 붙잡을 염려가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자감초는 그 성질이 느리고 응집하는 성질이 있어 담을 제거하는 데 불리하여 뺐다.
이상이 중국 방제학 교과서의 방해(方解)이다.
앞으로는 중국 방제학 교과서에 나오는 방제는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설명을 하지 않겠다.
여기에 황련, 갈근, 목향을 첨가한 것은 갈근황금황련탕(葛根黃芩黃連湯)의 의미와 향련환(香連丸)의 의미를 갖는다. 열로 인한 복통과 설사를 잡는다.
승마를 첨가한 것은 맑은 기운이 올라가면 탁한 기운은 저절로 내려오는 작용으로 우리 몸의 기제를 바로잡음으로써 설사를 치료하는 데 사용하는 것으로 역사적으로 많은 의사들이 임상에서 효험을 보고 있다고 밝히고 있다.
관동화는 화담하여 기침을 멈추게 하는 요약이다.
패모는 열을 떨어뜨리고 담을 제거하는 요약이다.
생명의 불꽃이 흔들리는 어린아이 기침, 가래, 콧물
하루는 이제 갓 두 돌이 넘은 아이를 데리고 젊은 어머니와 할머니가 함께 오셨다. 아이가 걸어 들어오는데, 얼굴에 핏기가 없고 아주 기운이 없고 힘들어하면서 콜록콜록 잔기침을 하며, 소리가 약하고 가래 끓는 소리와 반 신음소리가 섞이고 콧물이 얼마나 흘러내렸는지 코밑이 헐어 있었다.
김○○, 여자, 2003년 5월 31일생
2005년 12월 13일 초진
기침, 콧물이 끊이지 않는다.
열은 없다. 가래가 심하게 끓고 콧물도 차고 하여 코와 입이 항시 콧물과 가래로 차 있다.
얼굴에 핏기가 전혀 없다.
기력이 없다. 아이가 잘 걸으려고 하지 않고, 놀지도 않으려고 한다.
피부가 아주 건조하고 얼굴에서부터 전신에 걸쳐 버짐 같은 것이 퍼져 있다.
가려워서 긁기도 한다.
항생제를 많이 복용했다.
잠을 자다가 두세 번 깨는데 악몽을 꾸는 것 같다. 왜냐하면 꼭 큰소리를 지르면서 깨어나기 때문이다. 땀을 잘 안 흘린다.
병력:엄마가 이 아이를 낳기 전에 임신한 적이 있는데 두 달도 채 되지 않아 태아의 심장 박동이 없다 해서 바로 낙태수술을 했다.
그 후 바로 이 아이를 임신했고 임신 초기에 입덧이 너무 심해 체중이 아주 많이 줄었다.
아이가 한 살 때 감기에 걸려 입안에 하얀 물집이 많이 잡혔다.
이것이 처음 걸린 병이다.
올해 5월 폐렴에 걸려 2주일간 항생제 치료를 받고 좋아졌다.
올해 10월 11일 감기에 걸려 12일에 열이 나고 호흡곤란이 와서 병원에 가 폐렴이라는 진단받고 입원했다. 다음날 폐에 물이 차서 튜브를 꼽고 800CC 정도의 물을 뽑아냈다.
그런데 폐에 구멍이 나서 막았다.
11월 15일 폐가 주저앉았는데 막은 구멍 이외에 또 다른 구멍이 있어서 그렇다고 한다. 며칠 관찰하기로 하여 나중에 보니 자연적으로 막혔다고 한다.
입원 1주일 후에 퇴원했다. 퇴원한 후에 위와 같은 증상들이 나타나 내년에 종합적이고 정밀한 폐 검사를 다시 하기로 했다.
편도선이 두 달에 한 번꼴로 부어오른다. 아빠도 편도선 제거 수술을 받았고, 엄마도 편도선이 잘 붓는 편이다. 서양의학으로 한 검사 결과는 면역력에는 크게 이상이 없다는 소견이다.
식사:먹기는 아주 잘 먹는다.
대소변:이상이 없다. 설사도 안 한다.
설:담홍설, 백박(白薄)태.
아이의 생명력의 불꽃이 바람 앞의 등불처럼 흔들리고 있다.
이 아이가 이런 상태가 지속되면 상태는 더욱 악화될 것이고,
내년에 종합적인 검사를 받으면 분명 서양의사들은 어떤 핑계를 대서 또 칼을 댈 것이고, 그럼 아이의 생명력은 더욱 약해질 것이다.
원래 이 아이는 산모가 낙태수술 후 바로 임신했고, 임신 초기에 입덧이 아주 심해 태어날 때부터 생명력이 약한 상황이었다.
이 아이가 처음 병이 생겼을 때, 좋은 동양의학 의사를 만나 종합적인 치료를 받았으면 이런 상황까지는 가지 않았을 것이다.
올해 5월 폐렴을 치료하느라 항생제를 과다 투여함으로써 아이의 생명력은 더욱 심하게 손상을 받았다.
이때라도 동양의학의 의사로부터 올바른 치료를 받았으면 아이의 생명력은 회복될 수 있었을 것이다.
올 11월의 폐렴과 폐에 물이 찬 것도 동양의학으로 올바른 치료를 받았으면 엄청난 항생제를 투여할 필요도 없었을 것이고, 몸에 칼을 댈 필요도 없이 한약으로 폐에 찬 물을 말릴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러면 아이의 생명력이 이렇게 손상당하여 위험하지도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올바른 실력을 갖춘 동양의학의 의사를 제대로 만났을 거라는 보장 또한 없으니 어이하랴.
지금 이 아이의 경우는 원래부터 허약하게 태어나서 서양의학의 공격적 치료를 받으면서 몸이 더욱 쇠약해진 것이다. 그 중에서도 폐의 기운이 심각하게 타격을 받고 있다.
그나마 아이를 지탱케 해주는 게 있다면 밥을 잘 먹는다는 것이다. 타고난 복으로 하늘의 축복이다. 비위의 기운마저 약했다면 정말 어려웠을 것이다. 비위는 후천의 본으로 태어난 생명력을 유지해주는 근본이며, 또한 폐기를 도와주는 어머니이다.
따라서 약해진 폐기가 그나마 견디고 있는 것이다. 아이가 기침과 콧물을 흘리고 가래가 끓고 있는 것은 모두 폐기가 약하여 폐기를 전신으로 발산을 못하여 생기는 일이다.
게다가 지금 담이 꽉 차 있으므로 더욱 폐기가 발산을 못하고 있다.
단순히 폐기만을 보해서 될 일이 아니다.
폐기가 약한 허증과 담이라는 실증이 함께 있는, 즉 허실이 동시에 있는 증세이기 때문이다.
또한 담이 생기는 원인은 폐기가 선발을 못하여 내부에 수액이 뭉쳐서 생기는 것이다. 따라서 밤이 되면 밤의 음기를 받아 더욱 수음이 차기 시작해서,
이 차가운 수음이 심장을 치므로 심장의 신(神)이 놀라 아이가 깜짝깜짝 놀라면서 깨어나는 것이다. 이 아이는 이대로 계속 가면 필시 폐에 물이 다시 찰 것이다.
따라서 폐기의 허약이라는 근본과 그 결과로 생긴 담이라는 표증이 동시에 있는 것이다.
급한 자는 표를 치료해야 한다지만 지금의 상황은 폐기가 허약한 것도 중요하고, 또한 급히 담을 제거하지 않으면 안 되므로 표와 본을 동시에 치료해야 한다.
또한 위기가 약하여 감기에 자주 걸리고 편도가 자주 붓는다. 게다가 폐기가 선발을 못하고 뭉쳐 있으니 쉽게 열이 나는 것이다.
따라서 치료법으로는 약해진 폐기와 위기를 보하고 막힌 폐기를 열어주고 담을 잡아 기침을 잡고 콧물을 잡아주면 될 것이다.
약 처방 인삼 8 맥문동 12 오미자 6 계지 10
마황 8 행인 8 상백피 10 지골피 10
패모 10 과루 10 백출 12 방풍 10
관동화 10 자완 10 백합 10 합개 10
진피 8 길경 8 백지 10 신이 10
황기 12
1그램/1회, 3회/1일, 3일, 식후 10분
인삼, 맥문동, 오미자는 생맥산(生脈散)으로 심장과 폐의 기운을 도와주는 대표적인 명방이다.
계지, 마황, 행인은 마황탕의 의미로 막힌 폐기를 선발해주고 기침을 잡아주는 역할이다. 상백피, 지골피는 사백산의 의미로 폐기가 울결되어 쉽게 열이 나는 것을 잡아주고 폐기를 선발해주는 것을 도와준다.
패모와 과루는 담을 제거하고 폐기를 선발해준다. 황기, 백출, 방풍은 옥병풍산(玉屛風散)의 의미로 폐기와 위기를 강화해준다.
관동화, 자완은 늘 함께 사용하여 폐기를 선발하여 기침을 잡아주는 명약이다. 황기, 인삼, 백출, 진피는 비장의 기능을 강화하여 담의 원천을 제거할 뿐만 아니라 기를 돌려주어 기침을 잡는 데 이롭다.
백합, 합개는 폐기를 보해주는 대표적인 약들로 폐기를 보하면서 허증 기침을 잡아준다. 백지, 신이로 폐기의 선발을 돕고 콧물을 말려준다.
길경은 담을 제거하고 목을 편하게 할 뿐만 아니라 많은 약들이 폐기를 선발시키고 아래로 내려주는 약으로만 되어 있어 반좌의 의미로 폐기를 약간 올려준 것이다.
재진:12월 16일
3일치를 복용하고 다시 왔다. 현재 기침은 많이 줄어 간간이 한 번씩 한다. 콧물은 전에는 물같이 줄줄 흘러내렸는데 지금은 콧물이 굵어지고 자주 안 닦아주어도 된다.
안색은 여전히 창백하지만 3일 전보다는 핏기가 돈다.
이제 밤에 심하게 울면서 깨지 않는다.
낮에는 깊은 잠이 드는데 밤에는 낮만큼 그렇게 깊은 잠이 못 든다.
손발이 금방 차가워진다. 피부는 여전히 건조하고 마른버짐이 펴 있다.
모든 증상이 3일 만에 현저하게 좋아졌다.
밤에 잠에서 놀라 깨어나는 것이 없어진 것은 폐의 담과 수음이 줄어들고 심, 폐의 기를 보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여전히 깊은 잠이 못 드는 것은 밤의 찬 기운에 아직도 영향을 받는다는 뜻이다.
또한 손발이 금방 차가워진다고 하는 것은 아이의 비위가 찬 약의 기운으로 영향을 받는다는 뜻이다.
따라서 비위를 좀더 따뜻하게 해주어야 한다. 아이가 많이 좋아졌다.
따라서 효과를 본 처방은 바꾸지 않는다는 임상원칙에 따라 기본 처방을 바꾸지 않는 것이 낫다. 그런데 비위도 폐기도 조금 더 따뜻하게 해줄 필요가 있다.
약 처방 인삼 8 맥문동 12 오미자 6 마황 8
계지 10 행인 8 작약 10 생강 8
대추 8 자감초 6 백지 10 신이 10
길경 8 진피 8 황기 12 백출 12
백합 10 합개 10 상백피 10 지골피 10
패모 10 과루 10 관동화 10 자완 10
1그램/1회, 3회/1일, 7일, 식후 10분
원래 처방에서 방풍을 빼고 작약, 생강, 대추, 자감초를 더했다.
이는 방풍의 폐기를 발산하는 작용은 다른 약으로도 이미 충분하다고 본 것이고, 위기(衛氣)를 도와주는 작용은 황기와 백출로 충분하고 또한 계지탕으로 영기(營氣)와 위기를 동시에 고려하니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
작약, 생강, 대추, 자감초를 더한 것은 비위를 다스리고 폐의 기운을 좀더 도와주기 위한 것이다. 기본적으로 계지탕의 의미를 더한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계지탕을 감기에 쓰는 해표제로만 이해하고 있는데 계지탕은 정말 광범위하게 사용되는 명방 중의 명방으로 그 의미를 다 이해한다면 참으로 깊은 경지라 할 수 있을 것이다.
5장 ‘알레르기성 콧물, 재채기’편에서 좀더 자세히 설명할 것이다.
3진:12월 23일
기침도 거의 안 하고 콧물도 멈추었다. 가래는 최근 1주일간 본 적이 없다.
밤에는 깨지 않고 잘 잔다. 코 고는 소리가 현저하게 줄어들었다.
피부도 전신의 마른버짐 같은 것이 거의 없어지고 윤기가 있다. 콧물은 나오지 않지만 아직도 콧속에 콧물 찬 소리가 들린다.
식사도 잘하고 이제는 아이가 놀기도 좋아해서 노는 시간이 많이 늘었다. 아이의 얼굴에 핏기가 완연하게 살아나고 있다.
약 처방 인삼 8 맥문동 12 오미자 6 마황 8
계지 10 행인 8 작약 10 생강 8
대추 8 자감초 6 반하 10 진피 6
길경 8 황기 12 백출 12 신이 10
백지 10 패모 10 과루 10 백합 10
합개 10
1그램/1회, 3회/1일, 7일, 식후 10분
아이가 아주 좋아졌다. 이제 기침은 전혀 하지 않는다. 또한 폐기가 거의 완벽에 가깝게 정상으로 돌아오고 있다.
기침, 콧물이 없고 놀기 좋아하고 전신에 마른버짐이 없는 것은 이미 폐기가 정상으로 돌아오고 있음을 말해주는 것이다. 원래 폐는 우리 몸의 기를 주관하는 곳으로, 폐기가 약하면 전신에 기운이 없어 아이가 잘 걷지를 않으려 하고 놀지 않으려 한 것인데,
이제 잘 뛰어놀고 있다는 것은 폐기가 정상으로 돌아온 것임을 말해주는 것이다. 따라서 기침을 잡는 관동화, 자완을 빼고, 폐기가 울결되어 열이 나는 것을 걱정한 상백피, 지골피도 뺐다. 단, 반하를 첨가해서 담을 제거하면서 비위를 고려했다.
2006년 1월 16일, 그동안 한의원을 찾아오지 않아 연락을 했더니 기침, 콧물, 가래, 밤에 잠자다가 놀라면서 깨는 것 등 어떤 증세도 없이 완벽하게 좋아졌다고 한다.
다만, 그 후로 아이가 충치 치료를 계속 받고 있으며 전신마취를 하면서 치료를 받는데 치과의사가 어떤 약도 먹이지 말라고 해서 한의원을 찾지 못하고 있다고 한다.
그런데 그 힘든 치료를 받으면서도 아이가 힘들어하지도 않고 아주 빠르게 회복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충치치료가 끝나면 다시 들러 아이의 상태를 점검하고 한약을 더 먹어야 할 것인지 자문받으려 했다면서 조만간 충치 치료가 끝나는 대로 방문하겠다 한다.
신허로 인한 기침과 동반하는 요통
장○○, 남자, 50세
2005년 3월 21일
기침과 요통 15일. 15일 전에 감기에 걸려 병원에서 처방한 약을 복용한 다음 감기 기운은 떨어졌는데 기침을 하고 있다.
처음에는 기침을 하면 배가 당기고 아팠는데, 지금은 기침을 하면 허리가 아프다. 이전에 전화를 받으면 남들이 숨을 헐떡인다고 했다. 가래가 조금씩 낀다.
기침할 때 조금씩 가래가 섞여 나온다. 현재 허리가 약간 욱신욱신한 것 같다.
스트레스를 받는 상황이다. 올해부터 피곤하고 머리도 띵하다. 담배를 아직도 피운다. 성욕은 생각 자체가 나지를 않는다. 아침에 발기가 안 된다.
부부관계는 한 달에 한두 번 할까 말까다. 허리가 시리진 않다. 무릎이 약하지도 않다. 특별한 계기가 있는 것도 아니다.
이전에 비해서는 추위를 약간 더 타는 것 같다.
한 달 전 정기검사 결과는 혈압이 높고 심장도 안 좋단다.
심장이 비대해져 계속되면 심장이 터질 수도 있다고 한다.
환자 본인은 어떤 이상증세도 느끼지 못한다.
식사:소화는 잘 된다.
대변:하루에 한 번 본다.
소변:정상.
수면:잘 자는 편이다.
설:담홍설, 백간(白干) 중간 황(黃)태.
맥:우맥은 현(弦), 좌맥은 침약(沈弱).
동양의학에서 호흡은 폐가 총체적으로 주관하지만 구체적으로 나누면 폐의 날숨과 신장의 들숨으로 이루어지는 것으로 되어 있다.
이 환자는 본래 신장이 약한 상황에서 폐에 사기가 들어와 호흡이 문제가 되면서, 그 기운이 신장에까지 미치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근원적으로는 신장의 기운이 약하여 납기가 제대로 되지 않으므로 기침이 일어나는 것이다. 그러나 폐에 사기가 있는 것 또한 사실이니 폐의 선발작용 또한 제대로 이루어지도록 동시에 고려해야 할 것이다.
약 처방 숙지황 24 산수유 12 산약 12 복령 10
택사 10 단피 10 상백피 10 지골피 10
자완 10 관동화 10 백부 10 백전 10
육계 8 음양곽 10 보골지 10 지모 10
황백 10 우슬 10
4그램/1회, 2회/1일, 5일, 공복
기본방으로는 육미지황환(六味地黃丸)으로 신장의 기운 특히 음을 보했다.
육계, 음양곽, 보골지는 신장의 양기를 보하는 것이다.
특히 보골지는 신장의 기운이 허하고 한해서 생기는 기침에 좋은 약이다.
지모, 황백, 우슬은 모든 약 기운이 하초로 들어가게 해주며 음을 보하며 허열을 잡는다. 이로 인하여 뜨는 기침을 잡아준다.
상백피, 지골피는 사백산으로 폐의 실열, 허열을 모두 잡아주면서 폐의 선발작용을 도와준다. 자완, 관동화는 폐의 선발작용을 도와 기침을 멎게 하는 데 자주 상용하는 상수약이다.
백부, 백전 또한 폐의 선발작용을 도와 기침을 멎게 한다.
이상으로 치료가 되었다.
너무나 변증이 어려운 기침
배○○, 여자, 54세
2006년 6월 3일 초진
목이 마르면서 기침한 지 한 달. 5월 초 감기에 걸렸는데 당시는 기침을 하지 않았다.
그 후 날씨가 더우면 많이 좋아지는데, 날씨가 추워지면 잔기침이 나면서 심해진다.
땀이 나는 편이다.
밤에도 온몸에서 땀이 난다.
밤낮 구별 없이 땀이 난다.
감기 들기 전에는 열이 확 올랐다가 내렸다가 했는데, 감기 든 후 땀이 많이 난다.
기침을 많이 할 때는 가래가 느껴진다.
기침을 많이 하면 목이 아프고 목에서 비린내 비슷한 냄새도 나고 목소리도 잠긴다.
잠깐 진찰하는 사이에도 말을 했다고 목소리가 잠긴다.
목이 항시 춥다.
목도리에 코트도 입었다.
편하게 쉬는 날은 기침을 안 한다.
그러나 일을 하고 나면 저녁에 기침이 난다.
집은 덥다.
밖의 날씨가 더워지면 좋아진다.
감기 든 후부터 이렇다. 기침은 저녁에만 아니라 낮에도 한다.
많이 하는 편은 아니다. 목이 마르면서 기침이 난다.
물을 먹으면 괜찮아진다. 찬 과일을 먹으면 기침이 많이 난다. 어느 정도의 스트레스가 있다.
식사:잘 한다.
대소변:정상이다.
설:홍설, 황니간(黃춁干)태.
맥:다른 맥은 모두 약한 편인데 폐맥만이 홍(洪)하다.
변증이 너무 어렵다.
지금 한사가 체표에 있는 것은 확실하다.
추위를 많이 타는 것과 날씨가 추우면 더 심해지는 것을 보아서는 그렇다.
그런데 밤낮없이 땀을 흘린다고 한다.
그럼 체표가 약하여 열린 것으로 보아야 하는데, 그렇다면 계지탕증이다.
당시의 차트를 보면 계지탕을 기본으로 해서 처방하여 기침을 잡는 약을 가감하여 처방하고는 틀린 것이라 표시하고는 다시 처방했다.
계지탕증이라면 이렇게 심하게 추워할 수는 없고, 또 체표가 열린 상황이라면 기침을 할 수가 없다. 따라서 계지탕에는 기침약이 없는 것이다.
그럼 밤낮없이 나오는 땀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 것인가? 참 어렵다.
이 환자는 30분 이상을 진찰했을 것이다.
땀은 체표가 열려서 나는 땀으로 보기는 어렵다.
즉 내부의 열이 있어 그 열에 밀려 땀이 나는 것으로 보았다.
즉 체표는 차가운 기운으로 막혀 있으나 이 차가운 한사가 폐에 뭉쳐 있어 열이 나므로 땀이 밀려서 나는 것으로 보았다.
따라서 폐기의 선발이 잘 되지 않으므로 기침을 하는 것으로 보았다.
특히 폐맥이 홍하고, 혀가 홍설이고 태가 황니간태로 안에 열이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가 있었다. 그래도 안심이 안 되어 하루치만 처방했다.
약 처방 마황 6 행인 8 석고 20 자감초 6
상백피 10 지골피 10 지모 10 관동화 10
자완 10 패모 10 시호 6
3그램/1회, 3회/1일, 1일, 식후 10분
마행석감탕을 기본방으로 하여 표의 한사를 잡고 안의 열을 잡아 기침이 멎게 했다.
여기에 다시 사백산을 첨가하여 폐의 열을 떨어뜨리면서 폐기의 선발을 도와 기침을 멈추게 하는 것을 돕게 했다.
자완, 관동화는 차가운 기운으로 기침이 있을 경우에 그 기침을 멎게 하는 요약으로, 쌍을 이루어 잘 사용되는 약이다. 패모로 담을 잡고, 시호로 간기를 풀어주고 해표를 돕도록 했다.
재진:6월 4일
약을 먹기 전에는 밤에 이불을 머리까지 뒤집어쓰고 코도 막고 입도 덮어야 잠을 잘 수가 있었다. 찬바람이 싫어서이다. 그런데 어제는 잠을 잘 잤다.
어제 저녁, 밤, 그리고 오늘 아침 이렇게 세 번 약을 먹었는데 그동안에는 기침이 안 나오고, 설혹 기침이 나오더라도 힘없이 킁킁거리면서 끝난다.
목도 아프다.
그러나 점심 이후 약을 안 먹으니 기침이 연거푸 계속해서 나온다.
설:홍설, 황후니(黃厚춁)태가 중심과 근부에 형성되어 있다.
맥:다른 맥은 약간 현(弦)맥을 띠기 시작하면서 폐맥은 그렇게 홍(洪)하지가 않다.
약을 먹고 확연히 증세가 호전되는 것으로 변증이 맞은 것을 확신할 수가 있다. 따라서 효과를 본 처방은 바꾸지 않는다는 원칙에 따라 앞의 처방을 기본으로 가감했다.
약 처방 마황 8 행인 8 석고 30 자감초 6
상백피 10 지골피 10 과루 15 관동화 10
자완 10 패모 12 판람근 10 현삼 10
지모 10
3그램/1회, 4회/1일, 3일, 식후 10분, 취침 전
판람근, 현삼은 열이 있으면서 목이 아픈 경우에 치료하는 요약이다. 특히 판람근은 목감기에 아주 좋은 약으로 단방 처방도 가능하다. 맥과 태를 보아 알 수 있듯이 폐에 뭉친 열로 음이 상한 것은, 지모를 써서 상한 음을 보해주면서 폐열을 잡아주면 된다.
2006년 3월 28일, 다른 병으로 또 진찰을 받으러 왔다. 물어보니 당시 한약을 먹고 기침이 멎어 지금까지 이상이 없다고 한다.
4. 천식
천식은 발작성 질환으로서 한번 발작을 하면 기침을 하면서 숨이 가빠지며, 숨을 쉴 때 쌕쌕거리는 천식 특유의 소리가 나면서 기관지 경련이 일어나 좁혀지면서 가래가 목에 차고, 심하면 진한 가래가 기관지를 막아서 질식할 수 있는 위험한 질병이다.
한국에서 말하는 천식(喘息)을 중국에서는 효(哮)라고 한다.
천식의 천(喘)은 중국에서는 숨이 가쁜 것을 말하고 아주 심하면 천탈(喘脫)이라고 해서 호흡이 멈출 수도 있다.
그러나 효와 같이 발작성이 아니고 또한 기관지에 경련이 일어나 기관지가 좁아지거나 하는 질병을 가리키지는 않는다.
효는 반복해서 발작하나 천은 발작성 질환이 아니다.
효는 필히 천을 동반하지만 천이 반드시 효를 동반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천이 발전하면 효가 될 수도 있다.
효가 발전하여 천이 될 수도 있다.
그러나 양자를 구별하는 것이 어려운 것은 아니다.
효는 발작성이고 신속하게 가라앉는다.
그러나 천은 별안간 발작하지도 않고 그 원인이 치료되지 않는 한 신속하게 가라앉지도 않는다.
중국책을 볼 때는 이 용어를 잘 분별해서 볼 수 있어야 한다.
즉, 중국책에서는 천(喘)은 숨이 가쁜 것을 말하고, 효(哮)가 천식을 말하는 것으로 보아야 한다.
숨이 가쁨(喘)
장○○, 남자, 84세, 중국계
2004년 11월 27일 초진
최근 2, 3년 새 숨가쁨이 아주 심해졌다.
무슨 특별한 일이나 계기나 원인이 있었던 것도 아니다.
조금만 움직여도 숨이 가쁘고, 조금만 빨리 걸어도 숨이 가쁘다.
도한은 없다.
추위를 심하게 타지는 않는다.
가래가 아주 많다.
코와 입에서 모두 나온다.
백색 가래다.
담배는 5, 6년 전에 끊었다.
감기에 쉽게 걸리는 것은 아니다.
허리가 아프지는 않은데 최근 2, 3년 내에 다리가 쉽게 피곤하다.
이전에는 아주 많이 걸어다녔다.
소화는 아주 잘 된다.
대소변 모두 문제없다.
잠도 잘 잔다.
설:담백설, 혀 중간에 약간의 태만 있을 뿐이다.
그러나 혀 전체에 맑은 침이 넘쳐난다.
맥:좌우맥 모두 홍대.
숨이 가쁜 주된 원인이 가래라는 것을 알 수가 있다. 따라서 가래를 삭여주면 될 것이다.
약 처방 ① 소청룡탕
2그램/1회, 3회/1일, 7일
② 육계 6 부자 6 패모 10 우슬 15
상백피 10 백출 10
1그램/1회, 3회/1일, 7일
복용법:①번과 ②번 약을 동시에 식후 10분 복용
재진:12월 24일
약을 먹고 많이 좋아졌는데 약간 남아서 차도를 보다가 다시 왔다. 코에서 많은 콧물이 나온다.
혀와 맥은 이전과 동일하다.
약 처방 ① 소청룡탕
1.5그램/1회, 3회/1일, 7일
② 육계 6 부자 6 패모 10 과루 10
상백피 10 진피 6 백출 10 복령 10
맥동 10
2그램/1회, 3회/1일, 7일
복용법:①번과 ②번 약을 동시에 식후 10분 복용
원래 처방은 소청룡탕으로 폐를 따뜻하게 해주어 폐의 수음을 말려줌으로써 가래를 삭이면서 숨가쁨을 잡고자 한 것이다.
전신에 넘치는 수음은 화의 부족이니 육계와 부자로 화를 돋워 이를 말리려고 했다. 패모와 상백피는 폐기의 선발을 돕고 가래를 제거하여 숨가쁜 것을 잡아준다.
우슬은 다리에 힘이 없는 것을 보해준다. 많이 좋아졌지만 여전히 콧물이 많이 나오는 것은 비위가 습을 잡는 힘이 약한 것이 아닌가 생각했다.
가래는 폐에서 나오지만 그 생성의 원인은 비위라는 말이 있다.
따라서 비위의 습을 잡는 힘을 강화하기 위하여 백출, 복령, 진피를 추가한 것이다.
맥동은 전체적으로 너무 음이 마르는 것을 방지하는 반좌의 의미에 안심작용으로 숨가쁨을 잡고자 한 것이다.
진○○, 남자, 87세, 중국계
2005년 10월 22일 초진
조금만 움직여도 숨이 가쁘다. 원래 천식이 있기를 10년이다. 밤중에는 약간의 담이 생긴다. 식사는 매우 잘하고, 대소변도 아주 좋고, 추위를 무서워하지는 않는다. 단, 열이 무섭다. 다리에 부종이 있다. 혈압약을 복용한 후에 그렇다. 혈압약을 복용한 지 1년이다.
설:담홍설, 중간에 태가 두껍게 끼었다.
맥:좌우 모두 현홍대(弦洪大).
이는 나이가 들어 전신의 기운이 쇠약한 가운데 특히 심폐의 기운이 떨어져 숨이 쉽게 가빠지고 원래 열이 많은 체질이라 쉽게 열이 나며,
고혈압으로 인하여 더욱 기가 위로 잘 치고 올라오는 것이며,
신장의 기운도 약해져서 숨을 깊게 잡아들이지 못함이다.
치료법은 심폐를 강화하고, 폐기를 잘 선발하여 기침을 멈추도록 하고, 신장의 숨을 잡아들이는 기운을 강화하며 위로 치솟는 기운을 아래로 잡아내려야 할 것이다.
약 처방 당삼 8 맥문동 12 오미자 6 상백피 10
패모 10 관동화 12 마황 5 행인 5
우슬 12 자석 15 길경 8 자완 10
대자석 15 단삼 10
3그램/1회, 3회/1일, 5일, 식후 10분
당삼, 맥문동, 오미자는 생맥산으로 단삼과 함께 심폐의 기능을 강화해준다. 상백피는 폐의 열을 떨어뜨리면서 부종을 잡아주면서 숨가쁜 것을 멈추게 한다.
마황은 모든 천식과 숨가쁨에 주된 약이다. 행인과 함께 숨가쁜 것을 멈추게 한다.
우슬, 자석, 대자석은 위로 치솟는 기운을 잡아 기운을 아래로 내리고 신장을 보하며 숨을 깊게 당겨주는 역할을 한다.
관동화와 자완, 길경, 패모는 폐의 기운을 선발시켜주고 담과 기침을 잡아준다. 특히 우슬은 위로 솟구치는 기운을 아래로 내려주면서 이뇨작용이 강하고 간과 신을 보해주는 독특한 약이다.
재진:11월 3일
약을 먹은 후에 좋아져서 안 왔으나 다시 숨이 가빠져서 왔다. 기타의 모든 상황은 동일하고 설진과 맥진도 이전과 동일하다.
약 처방 당삼 8 맥동 12 오미자 6 단삼 12
상백피 12 정력자 15 마황 8 행인 8
패모 12 관동화 10 우슬 15 자석 15
길경 10 소자 10 대자석 15
3그램/1회, 3회/1일, 7일, 식후 10분
기본적으로 효과가 있는 처방은 바꾸지 않는다. 기본방에서 정력자를 추가하고 자완을 소자로 바꾸었다. 정력자는 상백피와 동일한 작용을 하나 약의 힘이 더욱 강하다. 소자는 숨가쁨을 잡아주는 효과가 자완보다 강하다.
3진:11월 18일
숨가쁨이 많이 가라앉았다. 동작을 해도 별로 느끼지를 못한다. 효과를 견고하게 하기 위하여 다시 1주일분을 동일하게 처방했다.
그 후에 자주 만나뵈었으나 그렇게 심한 숨가쁨을 보지 못했다. 그러나 워낙 나이가 많고 원래 천식의 기운이 10년이나 된 분이라 언제 어떤 형식으로 재발할지 예측할 수 없다.
천식(哮喘)
홍○○, 여자, 9세, 중국계
2004년 7월 8일 초진
천식 발작과 기침을 한다. 날씨가 춥거나 차가운 곳에 있으면 한다. 하루에 3, 4번 한다. 콧물을 흘리고 쉬이 감기에 걸린다. 소화가 잘 되지 않고 먹는 양도 적다. 잘 안 먹으려고 한다. 가래가 있다. 양의사는 심장 박동이 불규칙하다고 한다.
대소변:문제가 없다.
수면:잠을 잘 때 이빨을 간다.
설:담홍설, 혀끝 홍(紅), 박백태.
맥:좌우맥이 모두 약맥.
이는 대표적인 차가운 성격의 천식이다. 응당 소청룡탕으로 폐기를 선발하고 담을 제거해야 할 것이다. 또한 그 근원이 비위의 허약함에 있음을 확연히 알 수 있다. 따라서 비위를 동시에 강하게 해주어야 할 것이다.
약 처방 마황 9 작약 9 세신 9 건강 9
자감초 9 계지 9 반하 9 오미자 9
복령 9 백출 9
2그램/1회, 3회/1일, 7일, 식후 10분
재진:8월 9일
천식이 완전히 나았다고 한다.
이렇게 결과가 좋을 줄은 상상도 못했다.
어린아이라 하루가 다르게 강해지는 생명력과 또 병이 그렇게 깊지 않은 것이 좋은 결과를 가져온 것 같다.
그러나 오래된 천식은 그렇게 쉽지가 않다.
치료를 해보면 좋아졌다, 나빠졌다를 반복한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스테로이드 제재의 사용빈도를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낮추었다는 것이다.
이제는 그 근원인 비위를 강화시켜 후천의 본을 튼튼하게 하여 아이의 성장을 돕고, 만병을 이길 기본적인 힘을 기르고, 담의 원천을 제거하여 그 병의 근원을 제거하면 될 것이다.
또한 심장 박동이 불규칙하므로 심, 폐를 강화해야 할 것이다. 향사육군자에 생맥산을 합방하면 될 것이다.
약 처방 사인 6 목향 6 인삼 6 백출 12
복령 12 자감초 6 반하 8 진피 6
맥동 10 오미자 6
2그램/1회, 3회/1일, 7일, 식후 10분
5. 알레르기성 콧물, 재채기
자연에 뿌리내리는 인간
캐나다 밴쿠버 이민사회에는 특이한 현상이 있다. 이민 온 지 3, 4년 지나면 적지 않은 사람들이 봄만 되면 콧물, 재채기가 나는 알레르기 현상을 보인다는 것이다.
알레르기 약을 먹으면 조금 좋아지기는 하나 근본적으로는 해결되지 않고, 심한 경우에는 제대로 활동조차 할 수 없을 정도다.
밴쿠버에 처음 왔을 때는 몰랐으나 개원하고 환자를 받기 시작하면서 이 알레르기성 콧물, 재채기, 눈의 가려움 등을 호소하는 환자들을 많이 접하고 밴쿠버 이민사회에 나타나는 이러한 기현상을 알게 되었다.
서양의학의 의사들은 모두 알레르기로 진단하고 알레르기 약을 처방한다고 한다.
그러나 약을 먹으면 그때뿐, 근본적으로 치료되는 것이 아니다.
게다가 이 약마저 별 소용이 없는 경우가 있다.
이를 어떻게 이해하고 변증하여 치료할 것인가?
한국에 있을 때 친한 친구가 조카아이를 한번 봐달라고 한 적이 있다.
두 돌을 넘긴 어린아이인데, 하와이에서 태어나 생후 6개월 만에 중국 광둥으로 옮겨갔을 때 광둥의 추운 겨울 날씨 탓인지 심한 감기에 걸려 고생했다고 한다.
광둥에서 6개월 정도 있다가 한국에 들어왔는데, 그때도 또 감기에 걸려 간신히 치료했다.
3개월 후 다시 하와이로 갔고 거기서 또다시 감기에 걸려 코가 막히는 등의 증세를 보였지만 쉽게 치료할 수 있었다.
그리고 하와이에서 6개월 정도 지내는 동안에는 아주 건강했다고 한다.
그런데 다시 광둥으로 가게 되었는데 또 감기에 걸렸고, 6개월 동안 감기를 끼고 살다가 한국으로 돌아왔는데 여전하다는 것이다.
이제는 늘 코가 차갑고 귀에 물이 차고 병원에 가봐도 별 소용이 없는 상태다.
양의들은 면역력이 완전히 떨어져서 어떻게 해볼 방법이 없다며 귀에 찬 물은 전신마취를 해서 고막을 뚫고 빼주면 되지만 코 때문에 다시 물이 찰 것이니 근본적인 치료법이 아니라고 한단다.
아이는 늘 코가 막히고 귀에 찬 물 때문에 잘 듣지 못해서 말도 잘 못하지만, 특별히 괴로워하는 건 아니다. 잘 놀고 성격도 좋다.
식사도 그런대로 잘하고, 대소변도 순조롭고, 잠도 잘 잔다.
감기를 달고 사니 추운 것을 싫어하고 비실비실할 뿐이다.
두 시간 정도 함께 지내며 아이를 살펴봤지만 별다른 이상을 찾을 수 없었다.
왜 약이 안 듣고 면역력이 떨어지고만 있는지 이유를 알 수가 없었다.
그래도 중국에서 공부한 친구라고 일부러 부른 것인데 모른다고 달아날 수도 없고, 답답한 노릇이었다.
『황제내경』 「
생기통천론」에 의하면, 우리 몸의 양기는 하루 밤낮에 따라 체표를 들락날락하는데,
아침에 해가 뜨면 체표 밖으로 나와 몸을 지키기 시작하여 정오에 가장 활발하고 해질 무렵에 몸속으로 들어가기 시작하여 밤이 되면 완전히 몸속 깊이 들어간다.
따라서 해 뜨면 일어나 활동을 시작하고, 해가 져 어두워지면 활동을 자제하라고 말한다.
『황제내경』
「사기조신대론」 등 여러 편에서는 인체가 사계절의 변화에도 밀접하게 반응하도록 되어 있다고 한다.
몸의 기운이 겨울엔 뼛속까지 깊이 들어가 숨어 지내다가, 봄이 되면 체표를 열고 나오기 시작해서, 여름에 가장 왕성하게 활동하고, 가을이면 다시 체표를 닫고 들어가기 시작한다.
따라서 겨울에는 활동을 자제해야 한다.
이렇듯 우리 몸은 하루 밤낮의 변화와 사계절의 변화에 민감하게 대응하도록 만들어져 있다. 마치 해바라기처럼 태양의 변화를 감지할 수 있다.
이에 어긋나는 생활을 하면 병이 난다. 우리 몸은 하루 밤낮의 변화를 자동으로 인식하고, 태양의 변화를 본능적으로 감지하고 있다.
다만, 의식의 주체로서의 정신적인 나만이 모르고 있을 뿐이다.
또한 사계절의 변화도 자동으로 인식하는데, 이때 잊지 말아야 할 것은 태어난 곳이다.
태어난 곳의 기후 변화가 무엇보다도 강하게 우리 몸에 각인된다.
뿌리내린 곳의 토양에 익숙해지는 나무처럼, 사람도 태어난 곳의 사계절 변화에 뿌리를 내리기 시작한다.
그런데 제대로 뿌리를 내리기 전에 낯선 곳으로 이리저리 옮기면 어디에 적응해야 할지 감을 잡지 못한다.
나무도 너무 어린 묘목일 때 낯선 땅에 이리저리 옮겨 심으면 적응을 못하고 죽는다. 이와 마찬가지다.
친구의 조카는 태어나자마자 너무 더운 곳에서 추운 곳으로 시도 때도 없이 옮겨다녀야 했다. 그래서 그 몸이 어디에 맞추어 뿌리를 내려야 할지 모르게 된 것이다.
계절에 따라 체표 안팎을 들락날락하며 우리 몸을 지켜주는 양기가 이 아이의 경우에는 나가지도 들어가지도 못한 채 엉거주춤 출입을 멈추게 되고, 그래서 외부로부터 사기가 침입해도 방어하거나 물리칠 수 없게 되었다.
서양의학에서 면역력이 떨어졌다고 진단하는 상황이 된 것이다.
마침 그때가 8월 초로, 한국에선 삼복더위가 기승을 부릴 때였다.
『황제내경』
「생기통천론」에 의하면 양기는 위에서부터 밖으로 나오게 되어 있다.
그리고 여름은 왕성한 양기가 체표를 활짝 열어젖히고 나와야 할 때다.
그러므로 기를 강하게 생성시켜 올려줌으로써 상부에서 밖으로 나가게 해주면 되리라 판단되었다.
나는 기를 보하면서 위로 올려주는 작용을 하는 보중익기탕(補中益氣湯)에 세신, 신이 등 코를 뚫어주는 약과 조각자 등 귀의 통로를 뚫어주는 약을 처방하였다.
그 약을 복용시키니 아이는 2, 3일도 안 되어 기력을 되찾았다.
막힌 코도 뚫리고 콧물도 말랐다. 한 달 동안 계속해서 복용하게 하니 아이의 기력은 완전히 회복되었고 감기 기운도 떨어져나갔다.
9월 중순, 가을로 접어드는 시기다.
이때부터는 몸의 기운이 몸속으로 들어가기 시작하여 겨울엔 신장 속으로 들어간다. 따라서 육미지황환을 써서 양기가 신장으로 들어가도록 유도했다.
아이는 점점 실해졌다. 그러나 10월이 되도 물이 차서 막힌 귀는 낫지 않았다.
내가 실력이 부족한 탓이었다.
그래서 귀는 양방치료를 받도록 하여 전신마취 후 고막을 뚫고 물을 빼주었다.
겨우내 육미와 팔미를 번갈아 복용시켰고, 봄이 되어 기가 다시 체표를 열고 나올 수 있도록 보중익기탕 한 제를 먹였다.
아이의 몸이 자연의 변화에 맞추어 돌아갈 수 있게 한 것이다.
그리고 아이가 한국의 기후에 뿌리를 내릴 때까지 외국에 나가지 말라고 당부했다.
그 후 3년이 지난 지금까지 그 아이는 튼튼하게 잘 자라고 있다.
밴쿠버에서 살아본 사람이라면 밴쿠버 기후의 특성을 잘 알 것이다.
겨울에도 한국처럼 영하 10도 이하로 내려가는 혹한의 추운 날씨는 없다.
그러나 으스스한 것이, 매일같이 내리는 비와 함께 아주 기분 나쁘게 춥다.
그래도 밴쿠버의 겨울 날씨는 한국에 뿌리를 내리고 살던 사람에게 그렇게 힘든 것은 아니다. 문제는 봄과 여름이다.
밴쿠버에서 첫 겨울을 나고 봄이 되어 따뜻해지면서 나는 겨울옷을 모두 정리해서 집어넣었다. 그랬더니 그럴 일이 아니었다는 것을 금방 알게 되었다.
밴쿠버는 위도가 50도가 넘는 지역으로 기본적으로 해가 떨어지면 추워진다.
아주 더운 여름에도 그늘에만 들어가면 싸늘하고, 그러다 날씨만 나빠지면 기분 나쁜 추위를 느끼게 된다. 그래서 봄이 지나 초여름에 들어서면서 겨울옷들을 다시 꺼내놓았다.
언제라도 겨울옷을 입어야 할 날씨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하루에도 낮의 온도와 해가 지고 난 후의 온도는 천양지차이다.
한여름에도 저녁에 서늘한 곳에 있으면 추위를 느낀다.
한국에서는 일단 봄이 되고 나면 아무리 추워도 겨울옷을 꺼내 입을 생각은 들지 않는다.
한여름 장마가 아무리 심하다
한들 겨울옷을 입어야 할 만큼 춥지는 않다.
도리어 시원하여 기분이 좋아진다. 그러나 이곳은 그렇지 않다.
이게 한국의 기후와 큰 차이가 나는 점이다.
한국에서는 겨울을 나고 봄이 되면서 우리 몸이 체표를 열기 시작하면 여름이 되도록 더욱 열어갈 뿐 다시 닫을 필요가 없다.
그리고 가을이 되어 체표를 다시 닫기 시작하면 추운 겨울 동안 완전히 닫고 있다가 봄이 되어 전신의 체표를 열면 되는 것이다.
즉, 봄에 겨우내 꽁꽁 닫아두었던 전신의 체표를 대대적인 청소를 하고 열기 시작하면, 대부분 특별한 기온 변화가 없는 한 한번 연 것으로 족하다.
그러다 가을이 되면, 닫으면 된다.
그런데 밴쿠버의 봄은, 낮이 되면 분명 기온이 올라 체표를 열어야 한다.
그런데 밤이 되면 다시 체표를 닫아야 한다.
한국에서는 1년에 한 번 하면 될 일을 이곳 밴쿠버에서는 시도 때도 없이 해야 하는 것이다.
우리 몸은 원래 태어나 자란 곳에서 뿌리를 내리고 그곳의 사계절 변화에 맞게 형성된다.
따라서 원래 한국에서 자란 사람들의 몸의 체표란 1년에 한 번 열고 닫는 것이 기본이다.
이에 맞추어 몸의 기능과 능력 또한 설정된다. 그런데 어느 날, 갑자기 이상한 나라로 옮겨왔더니 시도 때도 없이 전신의 체표를 열고 닫고 해야 하는 것이다.
이런 날씨는 한국에서 자라나면서 형성된 기본 설계 이상의 능력을 요구한다.
전신의 체표를 열고 닫고 하는 것은 폐가 주관하는데, 한국에서 몇십 년 이상 자란 사람들의 폐의 능력은 한국의 자연에 맞추어 성장되고 형성된 것이다.
이와 전혀 다른 부하가 걸리는 밴쿠버의 봄이 되면 당연히 능력 이상으로 폐가 무리하고 만다. 따라서 폐는 힘들어하고 열이 나며, 따라서 폐의 구멍인 코가 막히고 콧물이 나고 미열이 나고 재채기를 하게 되는 것이다.
또한 봄은 간의 기가 승발(升發)하는 시기로, 안팎으로 강한 간의 기운으로 간의 열기가 간의 구멍인 눈으로 뻗쳐 눈이 가려워진다.
이런 현상을 서양의학에서는 해석할 수가 없어서 별의별 알레르기 검사를 하고, 또 이렇게 폐가 약하여 우리 몸을 지켜주는 위기(衛氣)의 선발이 유연하게 되지 않는 상황에서는 당연히 서양의학적으로 알레르기 이상이 나올 수밖에 없다.
그렇다고 무슨 치료제가 있는 것도 아니다.
서양의학의 모든 것이 이런 식이다. 현재 인체의 생명의 기제에 관하여 너무나도 모르고 있는 것이다.
단순 분자 수준의 물질 구조나 관계를 이해할 뿐으로, 부분으로 분할할 수 없는 몸 전체로서의 생명의 기제에 관하여는 완전히 무지한 상태다. 그러니 어느 병 하나 제대로 된 치료법이 있을 수 없다.
지○○, 남자, 44세
2005년 2월 27일
알레르기를 앓은 지 3년. 콧물이 심하여 숨쉬기가 힘들고, 알레르기 약을 먹으면 좀 좋아지나 몸의 상태가 멍하여 일을 보기가 어렵다. 재채기가 나고 눈도 가렵다.
봄에만 그런데 특히 3월에서 5월 사이가 심하다. 서양의학 검사로는 꽃가루 알레르기라고 한다. 2000년에 담낭염으로 담낭 제거 수술을 받았다.
설:담홍설, 백태, 중간에 갈라짐.
맥:우맥은 폐 약(弱). 좌맥은 촌관척 모두 약맥.
약 처방 계지 12 작약 12 생강 8 대추 8
자감초 8 신이 10 세신 6 백지 10
지룡 10 맥동 12 오미자 6 상백피 10
지골피 10 시호 6 방풍 10 여정자 10
3그램/1회, 3회/1일, 7일, 식후 10분
주방은 계지탕이다. 계지탕은 원래 상한 표허증에 쓰는 방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계지탕은 내상병에도 사용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역사적으로 아주 광범위하게 사용되는 명방 중의 명방이다.
기본적으로 해표하면서 영기와 위기를 조화시켜주는 방으로 알려져 있다.
영기와 위기의 부조화로 이루어지는 모든 기제의 병변에 사용할 수 있는 것이다. 영기와 위기는 대표적인 음양이다.
따라서 우리 몸의 음양의 밸런스가 깨진 경우에도 사용할 수가 있다.
또한 계지탕은 기본적으로 위기와 영기를 동시에 고려할 뿐만 아니라 그 해표작용으로 폐기가 약하여 해표를 못하는 많은 경우에 사용할 수 있다.
지금 이 사람은 바뀐 자연환경에 폐기가 적응을 못하여 제대로 선발과 수축을 못하는 것이다. 이렇게 폐기가 약하여 선발을 잘 못하는 경우에 계지탕이 아주 적합하다.
상백피와 지골피는 사백산으로 폐기의 과로로 인한 실열과 허열을 모두 잡아주면서 폐기를 소통시켜주어 재채기를 잡아준다.
세신, 신이, 백지는 막힌 코를 뚫어주고 말려주는 역할을 한다.
지룡은 이렇게 막힌 경락을 뚫어줄 뿐만 아니라 알레르기 과민반응에 아주 좋은 약리작용을 가지고 있는 약이다. 따라서 천식에도 사용할 수 있다.
맥문동과 오미자는 합쳐 폐기를 강화하면서 너무 과한 발산을 막아주는 폐기의 수렴작용을 한다. 즉, 선발은 항시 수렴을 생각해야 되는 것이다.
선발만 있다면 폐기는 탈진하고 말 것이다.
시호는 방풍과 함께 승한 간기를 풀어주고 위기를 강화하며, 여정자는 간신의 음을 보한다. 이 둘 모두 눈의 가려움을 해결하고자 한 것이다.
이후 이 환자는 동년 3월 20일에 중초의 습과 열로 위가 힘들어 찾아와 치료를 받으면서, 알레르기 증세는 앞의 처방을 복용하고 완전히 나았다고 한다.
박○○, 여자, 25세
2005년 7월 12일 초진
알레르기 재발 2일, 원래 어려서부터 알레르기를 앓았는데, 고등학교 때 한약을 1달 정도 복용하고 가라앉았다. 밴쿠버에 여행 온 지 3주째인데, 이틀 전부터 알레르기가 재발했다.
팔, 배, 등, 다리 등 전신에 계란 크기의 붉은 반점들이 나타나 있다. 가렵고 열이 난다.
배가 차서 소화가 안 되는 경우가 있다.
평상시에도 배가 차다. 찬 음식을 먹으면 설사한다. 대변은 3일에 한 번 정도 본다. 약간의 변비 기운이 있다. 소변은 자주 보는 편이다.
생리 불순으로 중학교 때부터 지금까지 피임약을 복용해서 생리를 조절했다. 현재는 피임약을 끊고 생리를 한다. 생리량이 적다.
갑상선 기능 저하로 약을 먹은 지 1년이 넘었다.
설:담홍설, 박백태.
맥:우맥은 활삭. 좌맥은 약.
약 처방 계지 12 작약 12 생강 8 대추 8
자감초 6 황금 10 지룡 8 백지 8
당귀 12 고삼 10 백질려 12 홍화 5
3그램/1회, 2회/1일, 7일, 식후 10분
재진:9월 27일
지난번에 처방한 약을 먹고 완전히 나았다. 3일 전에 이전과 동일하게 다시 재발했다. 전신에 계란 크기의 붉은 반점이 다시 나타나고, 기타 증세는 이전과 동일하다.
설:담암홍(淡暗紅), 박백태, 혀끝이 홍.
맥:좌우맥 모두 세약완(細弱緩).
약 처방 이전 처방에 생지황 10그램을 첨가했다.
중국 역사에서 고금을 막론하고 유명한 명의들은 모두
『황제내경』을 깊이 연구했다고 하고 있으며 이들 모두 후학들에게 『황제내경』을 깊이 연구할 것을 강조하고 있다.
『황제내경』에는 처방이 13방밖에 없다. 그러나
『황제내경』에는 동양의학의 모든 이론적 패러다임이 담겨 있다.
『황제내경』을 떠나서는 어떤 동양의학 이론도 존재할 수가 없다.
일반적으로 동양의학에 입문하여 배우는 이론들은 그것이 개론이든 진단이든 불문하고
『황제내경』에서 기초적인 것만 정리한 것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이외에도 일반적으로 배우지 않은 주옥 같은 수많은 동양의학의 패러다임이 들어 있다. 앞의 두 임상례는
『황제내경』을 보지 않은 사람들은 이해할 수도 접근할 수도 없는 이론들이다.
그럼 이론을 모르는데 어떻게 임상에 적용할 수가 있는가? 한국에서 몇 번 한의대생들을 대상으로 『황제내경』을 강의해보았다.
그러나 너무 많은 학생들이 즉시 써먹을 처방과 비방 그리고 실전 임상술만을 생각하며, 침도 비방혈이나 특수혈만을 찾으려고 한다.
참으로 안타까운 현실이다. 그런 건 약사들이 하는 것이다.
두통에 두통약 주는 것은 약사의 역할이다.
요즈음 실력 있는 약사들도 이렇게 약을 주지는 않는다.
원인을 찾아 그에 맞는 약을 주려고 한다.
하물며 의사가 이론에 관한 이해가 없이 어찌 사람을 진단해서 처방할 수가 있는가? 참으로 안타깝고도 안타까운 현실이다.
침에 관해서도 그렇다.
침구편에서 이야기하겠지만 기본적으로 침을 잘 놓으려면
『황제내경』을 모르고는 불가능하다고 중국의 침구의 명인들은 모두 한결같이 한목소리로 이야기하고 있다. 내 생각으로는 『
황제내경』 이후 침구에 관한 어떤 서적도
『황제내경』을 넘어서지 못했다. 잘 알려진 황보밀(皇甫謐)의
『침구갑을경(鍼灸甲乙經)』도
『황제내경』 전체를 침구 내용으로 거의 그대로 재정리한 책일 뿐이다.
『황제내경』에 관해 몰상식한 이야기를 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는
『황제내경』을 전혀 이해하지 못한 것이다.
절대로 이런 사람들의 말에 귀를 기울여서는 안 된다.
『황제내경』이 없다면 동양의학은 성립이 안 된다.
이론이 없는 의학이 어디 있는가? 그것은 단지 민간요법일 뿐이다.
민간요법이나 하려면
『황제내경』을 볼 필요는 없다.
나로서는 단 한 구절도 버릴 것이 없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신묘한 책이다.
인간의 경험으로 지어진 책이 아니다.
인류에 대한 하늘의 축복이다.
사랑으로 인류에 봉사하고자 큰 꿈을 갖는 자는, 이에서 크게 깨닫는 바가 있을 것이다. 이는 하늘의 축복이 없이는 불가능하다고 본다
출처...다음불로그
이런자료 는 혹,?
읽고 숙지 했다해도 실행할 현대인 거의 없을듯 하다..
계시하는 뜻은 감기를 간단하게 생각하고 약을 밥먹듯 먹어선 않 되겠다는 생각 입니다
더 바람직한건 감기에 걸리지 않는 큰.....면역력을 가지라는것 입니다.
한방은 원인에 따라 약재 합성 다르게 하여.
부작용을 최소화 하면서 치료효과를 극대화 하려고 하지만.!
현대의학 감기약 처방 단순하다
항생제..
소염진통제..
위장약,,
사람에 따라 증상에 따라 약의 강도만 조절해 준다..
약을 먹으면 약(毒)성분은 혈액에 합성되여 온몸을 돌게 되는데
그 약성분이 6시간이상 혈액속에 잔존 하므로 맑은물에 흙탕물을 섞어논 격 아닌가.?
원하는 증상은 완화 되여 편안하겠지만 .
그 혈액으로 움직이는 99% 장기 기관은 본인 느끼지 못하겠지만.
고통스러울게 뻔.......하다
간장과 신장에서 그 약(毒)을 해소 시켜 배설하느라 힘들어 하지 안겠는가.?
특히 신장 기능은 씽크대 하수와 같아 막히면 오염된 혈액 그대로 몸을 돌게 될테니 .!
그결과는 不問可知 다....협원
자랑이라 해도 할말 없지만 협원은 감기 감염된게 언제인지 기억조차 없읍니다
온식구가 감기에 힘들어해도.나에겐 감염되지 않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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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유익한 정보 감사합니다~~
정보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감기
언제 걸렸는지 까마득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