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물어 간다. 오늘이 시월 30일-. 하루만 있으면 겨울이다. 세월이 강물처럼 흐르지만 우리네 마음은
싹똑 자르고 내내 이 계절에 침잠하고 싶은 심정이다. 가을을 선호한다. 누군가 가을은 타다남은 여름이라고 했지만 아니다.
가을이 내려와 작은 도시를 온통 점령하고 있다. 마켄나 황금의 골짜기를 연상케 하리라. 발에 채이는 것들이 모두 황금이다. 며칠전 연잎을 먹고 사는 달팽이를 건지러 옥골 막국수에 갔다. 조락한 연잎들-. 무서리가 이 작은 동네를 해방군처럼 쓸고 갔다. 한잎을 따서 손안에 비벼본다. 아삭아삭-.오그라들고 더 이상 힘이란 증발되어 가루만 남아 전율을 느낀다.
하지만 연잎은 저물어도 여전히 꿈을 꾼다. 가을이 가도 우리는 여전히 좋은 글 한편을 꿈꾸듯이-. 스산하다.
1차 강원수필 교정을 보았다. 대룡산 자락 허름한 농막에서 안온하다. 부럽다.속정이 깊은 박장규님의 환대를 받으면서-.
두 편의 책을 잉태하시느라 오른쪽 눈이 부어올라 교정 중에도 안과를 다녀오시는 청파 회장님-. 측은지심 ㅎ
왕관을 쓰려면 그 무게를 버텨야 한다는 말을 돌아본다. 강원수필 역사상 처음인 강릉에 입성했으니, 해산의 고통이리라.
가을이 뚝뚝 떨어진다. 아직은 아름답다. 내가 좋아하는 감색이 여기저기 지천이다.
그대여! 지금 그대로가 아름답네요. 제발 벗지 마세요라고 소리치고 싶다. 대룡산이 하루하루 다르게 물감처럼 번져내린다.
찬란한 가을-. 모든 회원님들 만수무강하시고 다른단체에서 강원수필 부러워한다는 장희자님의 수상소감을 보며 마음 든든하고 가슴이 뿌듯하다. 가을-. 대개는 김장하셨어요?라고 인사하지만, 저는 진정 글 한편 쓰셨어요라고 묻고 싶다.
1차 교정을 마치고 /德田 이응철